- ▲ 쯔쯔가무시병으로 발진과 발열이 생긴 환자의 가슴. / 대전선병원 제공
- ▲ 쯔쯔가무시병으로 발진과 발열이 생긴 환자의 가슴. / 대전선병원 제공
- 서울 성동구 금호동의 18층 아파트에 사는 정모(69)씨는 이번 추석에 아무리 늦더위가 계속돼도 긴소매 긴 바지를 입고 성묘를 갈 작정이다. 지난해 추석 때 벌초하다가 쯔쯔가무시병에 걸려 고열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가을 문턱을 넘어서면서 쯔쯔가무시병, 렙토스피라증, 유행성출혈열 등 '가을철 3대 열성(熱性) 질환'을 조심해야 하는 때가 왔다. 도시 사람은 낯설게 생각하지만, 성묘·야외 체육대회·주말농장 밭일 등을 통해 아파트에 사는 사람도 드물지 않게 걸린다. 세 질병은 원인균과 감염경로가 전혀 다르지만, 병원균의 매개체가 주위에 아주 흔하고, 고열 오한 두통 등 초기 증상이 유사해 감기로 착각하고 소홀히 넘기는 경우가 흔한 공통점이 있다. - ◆원인균 다르지만 감염 피하기 위한 '요주의 행동'은 유사
쯔쯔가무시병은 잔디밭 등에 사는 털진드기 유충이 병을 옮긴다. 유행성출혈열의 원인균은 한탄바이러스와 서울바이러스인데, 각각 등줄쥐(한탄바이러스)와 집쥐(서울바이러스)가 매개체이다. 이런 쥐의 배설물과 타액 등이 공기 중에 오염되면 호흡기를 통해 전염된다. 쥐에 물려서 걸리기도 한다. 쥐가 사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추석에 성묘를 가서 벌초하거나 야외 체육대회에서 풀밭에 뒹굴 때, 공원에 가서 잔디밭에 드러누워 쉴 때 이 두 질병에 흔히 걸린다. 렙토스피라증은 원인균인 렙토스피라균에 감염된 개 돼지 쥐 등과 직접 접촉하거나 이들의 배설물로 전염된다. 이 균에 오염된 물이 미세한 피부 상처를 통해 몸 안에 들어와도 병에 감염된다. 이런 특징 때문에 추수기 농촌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도시 사람도 주말농장 작업이나 농촌체험을 하다가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세 질병에 감염되는 '위험 행동'은 모두 가을에 많이 하게 되는 공통점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 ◆감기 비슷한 '기본 증상' 때문에 초기 진단 소홀
세 질병 모두 감염 초기에 고열 오한 두통 등의 '기본 증상'이 나타난다. 쯔쯔가무시병은 여기에 피부발진이 더해지고, 기관지염 폐렴 심근염을 동반하기도 한다. 잠복기가 1~2주일이므로 잔디밭에 나갔다 온 뒤 이 정도 기간이 지나서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진찰을 받아야 한다. 항생제를 쓰면 36~48시간 이내에 나아지지만, 방치하면 2주 정도 발열이 계속된다. 렙토스피라증은 근육통과 결막충혈 등이 '기본 증상'에 더해지며, 잠복기는 10일 정도이다. 간이나 신장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치료받지 않으면 숨질 수도 있다. 유행성출혈열은 역시 감기처럼 시작되지만 진행 단계가복합적이다. 초기인 발열기에서 저혈압기, 감뇨기, 이뇨기, 회복기를 거쳐 다 나을 때까지 1~2개월이 소요된다. 특히 저혈압기에는 신장이 나빠지며 심한 단백뇨와 혈뇨를 동반한다. 감뇨기에는 소변감소, 혈압상승 등으로 신부전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별한 치료법은 없으며, 환자 상태를 관찰하며 증상 완화 요법을 시행한다. 유행성출혈열은 예방백신이 있다.
도움말=이연선 대전선병원 호흡기 내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