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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두려운 김부장의 '테크노 스트레스’

호젓한오솔길 2010. 9. 14. 08:35

 

스마트폰이 두려운 김부장의 '테크노 스트레스’

 

 

 

애플의 ‘아이폰4’가 드디어 한국에 상륙했다. 새로운 기기에 적응하는 것쯤은 거뜬히 해낼 수 있는 약 27만 명의 예약가입자들이 손꼽아 기다려왔던 날이다.

바야흐로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했지만 한편에서 이 같은 현상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다. 전자기기가 조금만 발전하기라도 하면 그것에 대한 적응에 걱정부터 앞서는 사람들, 바로 ‘테크노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다. ‘테크노 스트레스’란 컴퓨터, 휴대폰 등 전자기기 때문에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테크노 스트레스는 빠르게 변화하는 전자기기의 발달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전자기기에 지나칠 정도로 의존하는 사람들에게서도 나타난다.


◆ 전자기기 발전이 무서워요 ‘테크노 불안증’
A부장(52)은 하루 종일 휴대폰만 만지고 있는 요즘 젊은 직원들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휴대폰이 없던 시대가 좋았노라고 주장하는 A부장에게 최근 큰 시련이 닥쳤다. 회사에서 전 직원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해준 것. 스마트폰으로 통화를 하는 것도 어색한데 회사에서는 한술 더 떠 업무 처리까지 스마트폰으로 하라고 한다. 신입사원에게 여러 차례 사용법을 물어봤음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려고만 하면 눈앞이 깜깜하다.

‘테크노 불안증’은 갑작스런 전자기기의 발전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에 생긴다. 심한 ‘컴맹’이나 ‘기계치’인 사람들이 기기 사용을 강요받는 상황에서 압박감을 받는 것이다. 사무 자동화가 되기 전에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PC 및 IT문화와 동화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중장년층이 여기에 해당한다.

테크노 불안증의 증상으로는 급변하는 사회 환경에 뒤쳐질 것 같다는 두려움과 압박감, 기계에 서툴러 제대로 자신의 성과를 평가받지 못한다는 억울함과 소외감이 있다. 계속해서 스트레스를 받다보면 자신감이 떨어져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우울증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유제춘 을지대학병원 정신과 교수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을 갖고 마스터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다보면 테크노 불안증을 자연스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주변에 도움을 줄 만한 사람을 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혼자서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조언을 구하다보면 그 과정에서 막힌 문제가 간단하게 풀리기도 한다.


◆ 휴대폰 집에 두고 오면 불안해요 ‘테크노 의존증’
B대리(34)는 자칭 ‘어얼리 어답터’다. 새로운 기기가 나오면 발 빠르게 구입하여 새로운 기능을 익히곤 한다. 최근 발매된 스마트폰도 이미 예약을 마쳐놓은 상황. 그런 그는 얼마 전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하루를 보냈다. 실수로 집에 휴대폰을 두고 출근한 것이다. 휴대폰이 없으니 출퇴근길에 뭘 해야 좋을 지 초조하기까지 하다.

되도록 전자기기를 피하고 싶은 중장년층과 달리 휴대폰에 푹 파묻혀 사는 젊은 층에게도 테크노 스트레스는 찾아온다. 전자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테크노 의존증’이다. 이런 사람들은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없이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간단한 계산도 휴대폰 계산기를 사용하고, 얼굴을 직접 맞대는 것 보다는 트위터를 통해 대화를 하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한다. 또한 주위 분위기에 휩쓸려 꼭 필요하지 않은 기기를 구입해야할 것 같은 의무감을 느끼고, 휴대폰 등의 전자기기를 몸에 지니지 않았을 때 초조함, 불안함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테크노 의존증은 디지털 기기에 대한 지나친 의존으로 인해 기억력이나 계산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디지털 치매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또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번거롭게 여겨 대인관계에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 후유증으로 심장박동이상, 손발 떨림 등의 증세까지 나타날 수 있다.  

유제춘 교수는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테크노의존증의 경우 대인관계에서 여러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특히 전자기기에 대한 집착이 현실에서의 도피와 같은 정신적 필요에 의한 것일 경우 테크노스트레스가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모든 일을 전자기기로 처리하는 습관을 줄이고 간단한 계산 등은 암산으로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또한 사람들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하려 노력해야 한다.

/ 헬스조선 편집팀 hnew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