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솔길 사랑방 ♥/건강 이야기

보톡스는 만병통치약?

호젓한오솔길 2010. 10. 24. 08:13

 

[Why] 보톡스는 만병통치약?

 

 

美 FDA, 편두통 치료제 승인 뇌졸중·斜視·다한증·변비에도 성형 단골에서 의약품 변신 중

 

주름진 피부, 사각턱을 치료해주는 성형주사의 대명사로 알려진 '보톡스'. 하지만 향후 5년 내에 보톡스는 미용주사가 아닌 의약품으로서 그 영향력이 각인될 것 같다. 그것도 두통부터 항문질환까지 아우르는 만병통치약으로.

지난 15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보툴리눔 톡신(botulinum toxin), 일명 보톡스를 만성 편두통 치료제로 승인했다. '만성 편두통'은 두통을 일으키는 일수가 한 달에 15일을 넘고, 한번 발생할 때 통증 지속시간이 4시간이 넘는 경우. 여성의 발병률이 남성보다 3배 높다.

만성편두통 치료제로서의 보톡스 연구를 주도한 미국 제약회사 엘러간(Allergan)은 "이마와 측두엽 부위, 후두부, 경추부, 승모근 등 7군데 근육 부위의 31곳에 5유니트(0.1㏄)씩 보톡스 155유니트를 주입하면 최대 3개월간 만성편두통을 예방·치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에서도 지난 7월 보톡스를 만성편두통 치료제로 승인했다. 한국엘러간의 김명훈 상무는 "그간 만성두통을 항우울제, 항경련제 정도로만 치료해왔기 때문에 이번 FDA의 승인은 의미가 크다"면서 "국내에서는 내년 6월쯤 허가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FDA가 보톡스를 만성편두통 치료제로 승인한 근거는 대규모 임상실험이었다. 엘러간의 후원으로 북미와 유럽 내 122개 연구기관이 1384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두 차례에 걸쳐 실험했다. 그 결과, 위약(僞藥. placebo) 효과만 준 그룹의 두통 일수는 한 달 평균 6.9일, 보톡스 그룹 환자들은 9.2일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 의학계 일부에서는 "가짜약과 비교해 두통일 수가 이 정도 줄어든 것이라면 보톡스의 '진짜 약'으로서의 효과는 아주 미미하다는 뜻"이라고 맞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국내외 의학계에서는 보톡스를 만성두통 치료에 활용해왔다. 대한두통학회 회장인 이광수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안면 경련이 있는 노인 환자를 보톡스로 치료했는데, 환자의 만성두통도 함께 사라져 6, 7년 전부터 비슷한 증세의 환자들에게 시술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뇌성마비, 뇌졸중 환자의 치료에도 쓰인다. 차병원 만성통증센터 안강 교수는 "뇌병변에 의해 심하게 경직된 근육을 보톡스가 완화해준다"면서 "근육을 수축·경직시키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억제해 환자들이 걸을 수 있게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눈꺼풀이 처지거나, 목에 힘이 없어지고, 두통이 더욱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광수 교수는 "부작용률이 약 2%인데 3개월 이내에 회복된다"고 말했다. 안강 교수는 "환자에 따라 효과가 천차만별이고 보톡스를 시술하는 테크닉에 따라 치료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아직은 변수가 많다"고 강조했다.

1970년대 미국 안과의사 앨런 스콧 박사가 안구 근육의 과도한 긴장으로 인한 사시를 교정하는 데 사용한 보톡스는 80년대 들어서는 안검(눈꺼풀)경련, 소아뇌성마비 환자의 치료제로 쓰이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겨드랑이 다한증, 경련성 방광, 두통 치료에까지 적응증(치료 효과가 기대되는 병이나 증상)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1995년 사시·안검경련 치료제로 식약청이 처음 승인했고, 소아뇌성마비·경부근긴장이상 치료(1999년), 다한증·뇌졸중과 관련된 국소 근육 경직·미간주름 치료제(2008년) 허가를 받았다. 이갈이·요실금·변비 치료에 보톡스를 사용하는 의사들도 있다.

식약청이 공시한 보톡스 100유니트 1병 가격은 34만5983원. 뇌성마비 등 보험이 적용되는 치료라면 원가격의 20%인 7만~8만원만 환자가 부담하지만, 만성편두통 치료에는 아직 적용되지 않는다. 이광수 교수는 "병원에 들어오는 100유니트 1병이 40만원대라고 보고 여기에 주사처치료, 약값을 합치면 두통환자가 보톡스 주사를 한 번 맞을 때 60만~70만원의 진료비를 감당해야 한다"면서 "심각한 난치성 두통이 아니면 의사들도 적극적으로 시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