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모래 가득한 강이 있다. 금빛 햇살을 받은 물살이 은빛으로 빛난다. 이 강을 경계로 백두대간 끝자리 지리산과 호남정맥 줄기인 광양 백운산 능선이 강물처럼 흐른다. 이 강은 바로 영호남을 경계 짓는 물줄기인 섬진강. 아무리 높고 큰 산줄기도 이렇게 낮고 평화로운 강을 넘지 못한다. 그래서 '산자분수령'이라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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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구례 계족산 정상 부근에서 광양 백운산 능선을 살펴보고 있다. 섬진강 변에 위치한 계족산은 지리산과 백운산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봉이면서 아기자기한 암릉길도 갖추고 있어 겨울철 당일 산행지로 적격이다. | |
계족산은 하동에서 19번 국도를 타고 구례 방면으로 가다가 '석주칠의사전적지'를 지나자마자 섬진강 건너편 남쪽에 보이는 산이다. 이 산에서 좀 더 서북쪽으로는 사성암(四聖庵)으로 유명한 오산과 둥주리봉이 솟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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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X & GTM 파일 / 고도표 jpg파일 | |
하동에서 19번 국도를 타고 화개장터를 지나 구례군으로 진입, '전망 좋은 곳'이 잇따라 나오고 10분쯤 가면 왼쪽에 섬진강을 가로지르는 간전교가 보인다. 이 다리를 건너면 우측 1시 방향에 아담하게 솟은 계족산이 보인다. 그 아래 공장 건물 몇 동이 자리 잡은 간전농공단지가 있다. 농공단지 우측 끝에서 문척면 방향으로 200m쯤 가면 등산안내판과 '계족산 등산로' 푯말이 보인다. 이곳이 들머리다.
'계족산 3.3㎞' 표시를 힐끗 보고 난 후 완만한 오르막인 콘크리트 포장 임도를 따라 진입한다. 과수원이 사이로 난 길 양옆으로 산나물 채취 금지, 고사리 채취 금지 등을 알리는 경고판이 여럿 보인다. 뒤돌아보면 섬진강 줄기와 지리산 줄기가 동시에 눈에 들어온다. 콘크리트 임도가 끝나고 비포장 임도를 좀 더 따르면 '능선 갈림길'이라 쓰인 이정표가 있다. 들머리에서 10분 걸렸다. '계족산 2.6㎞' 방향으로 직진하면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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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족산 광대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본 광대바위. | |
전주 이씨 묘를 지나고 광산 김씨 묘가 있는 524봉에서 다시 한 번 백운산 자락을 한 차례 조망한 후 살짝 내려서면 곧바로 안부 갈림길인 화정재. 오른쪽은 화정마을로 내려서는 길이고 정상으로 가려면 직진해야 한다. 작은 언덕을 하나 넘으면 헬기장을 지나고 얇은 눈이 깔린 길을 따라 오르면 전망대를 거쳐 30분 만에 작은 무덤이 있는 정상에 이른다. 산불 감시용 무인 카메라가 설치된 계족산 정상에서는 서쪽의 구례읍 방면 들판과 동쪽의 백운산 자락 국사봉과 밥봉 등이 눈에 들어오고, 북쪽의 지리산 능선도 훤하다. 가깝게는 노고단에서 멀게는 천왕봉까지 지리 주능선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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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족산 들머리 부근에서 섬진강과 왕시루봉이 보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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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설이 쌓인 등산로에서 겨울이 깊어지고 있음을 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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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구례 계족산 광대바위에서 남쪽으로 바라보면 호남정맥 산줄기가 마치 파도처럼 일렁이는 듯하다. | |
# 떠나기 전에
- 산행 후 전통 가옥의 '백미' 운조루 둘러볼 만
걸음이 빠른 산꾼들은 구례 계족산을 산행할 때 인근 둥주리봉 또는 오산과 연계한 장거리 코스를 고집하는 이가 더러 있다. 산길이 그렇게 험하지 않으면서도 풍광이 빼어나고 부산에서의 이동 거리도 짧지 않기 때문에 이왕이면 한 번에 마무리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그러나 계족산 등산로입구에서 오산까지 갔다가 사성암을 거쳐 하산하는 구간은 총 거리만 약 25㎞에 달한다. 상당히 긴 코스다. 해가 짧은 겨울철 산행으로는 왠만한 준족이라고 해도 쉽지 않은 거리다. 종종 장거리 산행에 대한 욕망이 꿈틀거리기 마련이지만, 가능한 그 같은 욕심을 자제하는 것이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을 위해 더 이롭다는 점을 되새겼으면 한다.
계족산 산행 후에는 인근에 있는 토지면 오미리의 고택인 운조루와 천년고찰 화엄사를 둘러보는 것도 좋다. 운조루는 영조 52년(1776년) 낙안군수 유이주가 건축한 고택으로 조선 후기 귀족 주택의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는 몇 안 되는 건축물이다. 一자형 행랑채, T자형 사랑채, ㄷ자형 안채가 그대로 보존돼 있고 사당과 연당이 남아 있다. 건립 당시에는 78칸이었지만 2007년 문화재청의 실측 조사 결과 63칸이 보존되어 있다. 명당터로도 유명하다.
# 교통편
- 구례행 시외버스 오전 7시부터 1시간 간격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구례행 버스는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요금 1만4600원, 약 3시간 소요. 구례터미널에서 간전면행 군내버스로 갈아탄다. 오전 6시50분, 7시, 8시30분, 9시20분, 11시20분 등에 있다. 요금은 1100원, 20분 소요. 산행을 마친 후에는 삼산리 버스정류소에서 구례행 버스를 탄다. 오후 3시10분, 4시10분, 5시10분, 6시10분, 7시10분, 8시(막차)에 있다. 자가용 차량 회수를 하려면 이 버스를 타고 가다가 버스기사에게 간전농공단지 인근 계족산 등산로 입구까지 가는지 문의한 후 결정해야 한다. 같은 구례행이라도 노선이 2개이기 때문. 간다고 할 경우 편리하게 등산로 입구에서 내리면 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간전면 소재지인 간문리(대평) 정류소에서 하차, 10분쯤 걸어야 한다.
자가용 이용시 남해고속도로 하동IC에서 내려 19번 국도를 타고 하동 구례 방면으로 우회전, 하동읍과 화개장터를 지나 구례방면으로 간다. 석주칠의사전적지를 지나 만나는 토지면 파도리 삼거리에서 간전 사성암 방면으로 좌회전, 간전교를 건넌다. 1㎞가량 직진 후 만나는 대평마을 사거리에서 사성암 문척 방향(861번 지방도)으로 우회전, 1㎞쯤 더 가면 도로 왼쪽에 '계족산등산로입구'가 있다.
문의=주말레저팀 (051)500-5169
동영상=국제신문 홈페이지(http://ww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