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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상의 영축산(육십령과 백운산 사이)에서 갈라져 나온 금남호남정맥은 주화산(565m·일명 조약봉)에서 남(호남정맥)과 북(금남정맥)으로 갈라진다. 북으로 이어지는 금남정맥이 연석산(925m)~운장산(1,125m)을 지나 왕사봉(718m)에 이르면 북서쪽 칠백이고지(701m) 방면으로 금강정맥(박성태 저〈신산경표〉 참조)을 분가시키고, 북동으로 향하는 본 줄기는 713.5m봉에 이르면 북서쪽으로 선야봉(仙冶峰·758.7m) 능선을 분가시킨다. 713.5m봉에서 계속 북동으로 이어지는 금남정맥은 백암산(654m·일명 육백고지)~잣고개(일명 백령〔柏嶺〕)~인대산(662m)~배티재~대둔산(878m)~계룡산(845m)으로 이어진다.
713.5m봉에서 금남정맥을 이탈해 선야봉으로 갈라진 능선이 선야봉을 지나 약 9.5km 더 나아가 능선 끝머리에 빚어 놓은 산이 천등산(天燈山·706.9m)이다. 행정구역으로는 전북 완주군 운주면 산북리, 금당리, 장선리에 속한다.
천등산 이름에 대해서는 후백제 초대왕 견훤(甄萱·867~936)과 연관되어 있다. 견훤이 후백제를 세우려고 천등산에 산성을 쌓고, 적군과 대치 중 한밤중에 적의 습격을 받게 되었다. 이 때 대둔산 용굴 안에 있던 용이 닭 울음소리를 내서 밤잠을 자던 견훤의 잠을 깨우고, 천등산의 산신이 밝은 빛을 내비쳐서 견훤이 적군을 되받아쳐 승리했다고 한다.
- ▲ 남서릉 545m봉에서 마주보이는 감투봉. 감투봉 왼쪽 뒤는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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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부터 이 산의 이름을 하늘(天)이 불을 밝혀(燈) 준 산이라는 뜻으로 천등산(天燈山), 용(龍)의 닭(鷄) 울음소리를 들었다는 곳인 천등산 남쪽 산성 이름이 용계성(龍鷄城)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산이름에 대한 또 다른 얘기도 있다. 진산에서 운주로 넘어가는 배티재에서 서쪽으로 바라보이는 산 모습이 옛날 시골에서 불을 밝히는 호롱같이 보인다고 해서 하늘의 등(燈)이라는 뜻에서 천등산(天燈山)이라는 이름이 생겼다는 설도 전해진다. 하지만 이 얘기와는 달리 배티재에서 보이는 천등산 정수리는 호롱꼭지보다는 기와집 지붕 용마루를 닮아 평평한 평정봉(平頂峰)으로 보인다. 남서릉 상의 감투봉이 동서남북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호롱불 등잔을 닮았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견훤과 관계가 있는 용계산성은 남서릉 상의 660m봉에서 남쪽으로 가지를 친 능선 끝머리(약 2.5km 거리), 금당리 장선천변 바위벼랑에 자리하고 있다. 이 산성은 신증동국여지승람 고산현 편에 ‘용계산성은 용계천 위에 있는데, 동쪽으로 10리 지점에 탄현(炭峴·숯고개)이 있고, 서북으로 는 연산현 경계와 30리 거리이다. 이 성은 둘레는 1,014척이요, 높이는 10척이며 지금은 반쯤 무너져 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천등산은 옛부터 ‘호남의 금강산’이라는 별칭을 들어온 대둔산(완주8경)의 명성에 가려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천등산은 이웃한 대둔산과 같이 이 산에서 기도를 올리면 효험이 있다는 속설 때문에 무속인들이 자주 찾았는데, 대둔산은 도립공원으로 관리되면서 무속인들의 발길이 끊어진 상태지만, 천등산에는 지금도 무속인들의 발길이 잦은 편이다.
암골미가 빼어나고 산세가 수려한 이 산은 다행(?)하게도 유명한 산들이 오염되어 가는 것과 달리 아직 태고적 자연미가 고스란히 살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봄에는 고사리가 많고, 화강암과 어우러진 철쭉 풍광이 일품이고, 무더운 여름에는 괴목동천(옥계천)과 장선천 일원에서 더위를 잊으려는 피서객들 인파로 앉을 자리가 없을 지경이다. 가을에는 암릉과 어우러진 단풍 풍광도 괜찮다. 겨울에는 흰 눈을 뒤집어 쓴 산릉에 올라 동양화 한 폭을 보는 듯한 대둔산을 바라보는 경치도 천하일품이다. 이 산을 에워싸고 있는 바위벽들은 클라이머들의 암벽훈련장으로도 인기 있다.
천등산은 괴목동천을 사이에 두고 북동으로 대둔산과 마주보고 있다. 동으로는 배티재~인대산~백암산으로 이어지는 금남정맥, 남동으로 선야봉, 남으로 칠백이고지, 남서로 선녀봉, 서쪽으로 불명산과 사자봉을 마주보는 천등산은 산정에 오르면 첩첩산중 가운데에 들어선 기분이 난다. 이웃한 대둔산과는 달리 조용하고 한적한 산행을 즐기려면 이 산을 찾을 일이다.
코스가이드
천등산 산행코스는 대둔산 남쪽 17번 국도가 지나는 산북리와 천등산 남서쪽 금당마을과 장선리 원장선마을, 천등산 북서쪽 석굴계곡과 하산북(광두소)을 기점으로 하는 코스가 전부다. 산북리에서는 대둔산 옥계천유원지의 가마소둠벙을 건너간 400m봉 북릉, 평촌~400m봉 동릉, 고산촌~400m봉 동릉에 오른 다음, 620m봉~북릉을 경유해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가 대표적이다.
산 남쪽 금당리 금당마을에서는 기도터, 장선리 원장선에서는 뫼골을 경유해 남서릉~감투봉을 경유해 정상에 오르는 길이 전부다. 산 북서쪽은 내장선마을과 하산북마을 사이 17번 국도 중간지점인 사방댐을 건너간 석굴계곡, 하산북 마을에서 북릉 640m봉 북서릉을 경유해 정상에 오르는 코스가 대표적이다.
선야봉 방면인 남동릉 산뒤재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없다. 이 쪽으로 수십 길 절벽이 형성돼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남서릉 상의 660m봉에서 용계산성으로 이어지는 능선에도 등산로가 없다. 660m봉 남단이 험준한 절벽을 이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상기 코스들을 가마소둠벙에서 오르는 코스부터 시계방향으로 소개한다.
가마소둠벙~620m봉 동릉~북릉~정상 〈약 2.2km·2시간 안팎 소요〉
- ▲ 400m봉을 지난 기울어진 바위(비늘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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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소둠벙에서 400m봉 북릉으로 오르는 등산로 일원은 둘레길 조성 예정지라고 한다. 400m봉 북릉은 매우 가팔라 나무줄기를 잡고 오르는 곳이 많다. 400m봉 삼거리를 지나면 집채만 한 기울어진 바위(일명 비늘바위)가 왼쪽(남향)으로 쓰러질 듯해 등산인들이 지팡이들로 바위를 받쳐 놓은 것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620m봉 전망장소에서는 북동으로 산북리 평촌·고산촌이 대둔산 배티재와 함께 조망된다. 620m봉을 지난 20m 절벽 하단부에서 10m 밧줄이 걸린 세미클라이밍 장소에는 우회길이 없다. 계속 밧줄을 잡고 오르면 안전하다. 오른쪽으로 흐릿한 우회길이 있으나 이곳 역시 세미클라이밍 장소여서 오르기 쉽지 않다.
가마소둠벙 입구 버스정류소(17번 국도변·←대둔산 옥계천 계곡유원지 200m 입간판)-(괴목동천 방면 공터 지나 약 100m)→괴목동천 징검다리(왼쪽 물 고인 곳이 가마소둠벙)-(징검다리 건너 왼쪽으로 약 40m)→평상-(평상 왼쪽 산죽군락 사이 급경사 돌밭길로 8~9분)→오른쪽 사면길 진입-(2분)→왼쪽 지계곡 진입-(5분)→400m봉 북릉 진입-(35분)→400m봉 삼거리-(오른쪽 620m봉 동릉 산죽길로 5분)→비늘바위-(급경사 너덜길로 8~9분)→620m봉 동릉(바위능선 마루)-(직진하는 사면 너덜길로 3분)→얹힌 바위-(5분)→620m봉 북동릉 바위 안부-(4분)→620m봉(서쪽으로 암릉 우회길 있음. 반석지대 전망장소와 기암)-(기암을 지난 북릉으로 3분)→전망바위(산북리와 대둔산 조망)-(2분)→서쪽 우회길 만남-(약 10m)→20m 높이 바위벽 하단부-(∧자형으로 패인 수직벽 사이 10m 밧줄 잡고 오름)→바위벽 중단부 테라스(발디딤 장소)-(오른쪽으로 약 10m 횡단)→암릉 서쪽 사면길 진입해 7분 후 다시 북릉 암릉길 진입해 2분)→640m봉 삼거리(오른쪽 길은 하산북 방면)-(6분)→ㅏ자형 갈림길(오른쪽은 석굴 방면)-(3분)→정상.
평촌 천등산가든휴게소~620m봉 동릉~북릉~정상 〈약 2.4km·2시간30분 안팎 소요〉
평촌 앞을 흐르는 괴목동천(일명 옥계천)은 옛날에는 충남과 전북의 경계였다. 옥계천을 경계로 대둔산 쪽 평촌은 충남 진산, 개울 건너 천등산 아래 고산촌은 전북 완주땅이었다. 그 후 대둔산 남동릉인 배티재 능선을 경계로 동쪽은 충남 금산군 진산면, 그 서쪽은 전북 완주군 운주면 산북리로 편입되었다.
평촌(平村)은 주변이 모두 산인데 이곳만 평지라는 뜻에서 생긴 지명이다. 고산촌(高山村)은 마을이 고산현(高山縣) 관할지역이라는 뜻에서 생긴 지명이다.
평촌 들머리는 천등산 코스 중 가장 많이 이용되는 코스다. 이곳은 소형 자가용 차량이나 대형 버스가 주차할 수 있는 널찍한 공터가 있고, 산행 전후 이용할 수 있는 매점과 식당들이 밀집되어 있기 때문이다. -
- ▲ 620m봉을 지난 북릉 전망바위에서 동으로 본 평촌(왼쪽)과 고산촌(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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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등산가든휴게소-(왼쪽 골목길로 40m)→다리-(다리 건너)→T자 삼거리-(오른쪽 남양가든 앞길로 약 100m)→산촌가든 앞 ㄱ자로 길 꺾이는 곳-(왼쪽 길로 약 100m)→밤나무 밭 길 진입-(3분)→Y자 갈림길( 푯말)-(왼쪽 지계곡 길로 약 80m)→오른쪽 지능선 길 진입-(8분)→묵묘 1기-(2분)→620m봉 동릉 T자 삼거리(왼쪽 길은 고산촌 방면)-(8~9분)→ㅓ자 삼거리(왼쪽은 묵묘 방면 길)-(5분)→급경사 시작-(10분)→400m봉 삼거리(오른쪽 길은 가마소둠벙 방면). 이후 620m봉 동릉~북릉을 경유해 정상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