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바다의 참맛 '갈치회무침'
남해 주변 해역은 물살이 세다. 따라서 이곳 바다에서 잡힌 생선은 유독 쫄깃해 맛좋은 횟감으로 정평이 나 있다. 남해 바다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미조항이다. 남항과 북항 포구에 늘어선 횟집, 밥집마다 싱싱한 해산물을 횟감으로, 굽고 지지고 맛깔스럽게 차려낸다. 그중 미조항 수협 공판장 뒤 '공주식당'은 갈치회무침으로 유명한 맛집이다. 가을에는 남해 앞바다의 것을 쓰지만 겨울철에는 제주에서 잡아온 싱싱한 은갈치를 공수해서 상에 올린다. 택배비가 꽤 들지만 간판을 내건 이상 비싸도 제대로 된 식재료를 써야한다는 게 이 집 주인의 생각이다. 산갈치를 횟감으로 잘게 썰고 풋고추, 미나리, 양파, 식초, 고추장 소스, 참기름에 갖은 양념을 넣고 뚝딱 버무려 내는 게 매콤달콤 별미이다. 갖 지은 밥과도 곧잘 어울린다. 따뜻한 밥에 회무침을 듬뿍 넣고 쓱쓱 비벼 먹는 맛 또한 일품이다.
이 집의 갈치회무침은 유독 깔끔하고 시원한 뒷맛을 남긴다. 30년 동안 갈치회를 무쳐왔다는 김정선씨(57)의 손맛 비결은 '막걸리식초'. 5~6개월 숙성시킨 막걸리식초로 풍미를 더한다. 막걸리식초는 비린내를 잡아 주고 육질을 더욱 부드럽게 해주는데, 무작정 시거나 톡 쏘는 등 자극이 덜하다. 대신 향이 좋고 청량음료처럼 시원한 뒷맛까지 지녔다.
갈치회무침은 흰쌀밥에 비벼도 먹지만 상추쌈으로도 제격이다. 밥상에는 톳나물, 갈치젓, 멸치조림, 김무침 등 갯내음 가득한 밑반찬도 함께 오른다.
공주식당의 작명 과정도 재미나다. 30여년 전 미조 남항에는 횟집이라고 해봐야 서너 곳밖에 없었다. 마침 음료수 대리점에서 매출의 상당부분을 올려주는 이 밥집이 너무 고마워 '간판'을 선물로 해주게 됐다. 대리점 측은 아주머니의 친절과 미모가 '공주'급 이라며 무작정 '공주집'이라는 간판을 만들어 왔고, 이후 '공주집'으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많이 갈아준다꼬 선물로 해주니 그저 고맙지예. 공주가 고향도 아닌데, 공주-충청도 손님들이 와서는 반갑다며 맛있게 드시고들 갑니더(웃음)."
갈치회 무침 2만~3만원, 멸치회 2만~3만원, 갈치구이-조림 각 2만원. (055)867-6728
수심 3~4m 바닷속 자갈밭에서 채취 씹을수록 달콤하고 쫄깃해 양념구이로도 제격 |
▶못생겨도 맛은 좋아 '개불'
'못생겨도 맛은 좋다'는 말이 곧잘 어울리는 해물이 있다. 그중 '개불'도 빼놓을 수 없다. 어찌 보면 생김이 흉칙스럽기까지 해 '저걸 어찌 먹나' 싶지만 일단 기름장, 초장에 찍어 한입 우물거리다 보면 달짝지근 쫄깃한 게 자꾸만 젓가락이 간다.
'개불'은 그 이름이 생김새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많다. 중국에서는 하이장(海腸)이라고도 부른다. 평소 몸을 늘였다 줄였다 하는 관계로 크기를 분간하기 어렵지만 대체로 몸길이 10~15㎝, 굵기는 2~4cm 정도이며, 몸 빛깔은 붉은빛이 도는 유백색이다.
요즘 남해군 창선면 창선교 아래 지족 앞바다에서는 개불 잡이가 한창이다. 소형 어선이 수심 3~4m의 바닷속 자갈밭에서 개불을 채취한다. 지족 앞바다에서는 오래전부터 해 온 전통 어로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갈고리와 물풍(물보)을 이용해 이루어지는데, 갈고리에는 낚시 바늘처럼 생긴 발들이 달려 있어 바다 속 개펄에 대고 배를 끌면 뻘 속에 살고 있던 개불이 갈고리에 걸려 올라오게 된다. 이 때 배로 갈고리를 끌고 가는 속도가 일정하지 않으면 개불에 상처가 나므로, 배의 동력 대신 '물풍(물보)'이라 불리는 천에 바닷물을 담아 바닷물의 흐름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일정한 속도를 유지한다.
쪽빛 바다에 부챗살 모양의 흰 물풍을 드리운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다. 이곳 개불잡이 어민들은 개불 또한 지족 앞바다 것이 최고라고 자랑이다. 물살이 센 곳에서 자란 것의 육질이 더 쫄깃하기 때문이다. 또 모래밭에서 나는 것은 큼직하기는 해도 자갈밭에서 캐낸 것만은 못하다고 한다. 때문에 남해에서도 개불은 노량, 지족, 신안(사천) 등 거센 해류가 흐르는 해역에서 주로 조업이 이뤄지고 있다.
개불은 씹다보면 달달한 맛이 난다. 이는 글리신과 알라닌 등 단맛을 내는 물질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선한 것은 회감으로, 때론 석쇠에 호일을 씌우고 양념구이를 해서 먹기도 한다. 지족, 창선 인근 회집에서 맛을 볼 수 있으며, 가격은 생산량에 따라 유동적이다.
반나절 교육으로 요트 세일링 해안도로 따라 그림같은 풍광 |
남해의 대표적 경관중 하나가 물건리 방조어부림이다. 삼동면 물건리는 아름다운 방풍림을 간직한 마을이다. 삼동면에서 1024번 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달리다보면 갑자기 탁 트인 바다를 만나게 된다. 산 중턱에 난 도로 밑으로 다랑이 논이, 그 아래로는 집들이 옹기종기 붙어 있다. 마을 아래 활시위처럼 굽어진 방풍림이 한눈에 들어온다. 물건리 방풍림의 정식 이름은 '방조어부림(防潮漁府林)'이다. 보통 방풍림보다는 그 규모가 훨씬 크다. 숲의 길이가 1.5㎞에 면적만도 7000평이 넘는다. 천연기념물 150호로 지정돼 있는 이 숲에는 상수리나무, 참느릅나무, 푸조나무 등 2000여 그루의 아름 드리 나무와 광대싸리, 동백, 보리수 등 8만여 그루가 밀생해 있다. 방조어부림은 '방조어유림'으로도 불린다. 고기떼를 부르고 바람을 막는다는 뜻이다.
▶요트 세일링
남해군의 신종 해양레포츠로 '요트'가 떠오르고 있다. 마침 물건항에는 지난해 요트학교가 문을 열었다. 남해군 요트학교는 영국 왕립요트협회 인증을 받은 전문 지도자가 운영하는 국내 최초의 정통 요트스쿨이다. 요트학교에서는 1~2인용의 '딩기 요트'를 배울 수 있다. 엔진 없이 바람의 힘만으로 움직이는 요트로 반나절의 교육으로 세일링을 즐길 수 있다. 바비큐 파티가 포함된 1박2일 코스(1인 22만원), 남해관광포함 2박3일 코스(29만400원), 여름방학 유소년 5일 캠프(56만2000원), 80시간의 기본교육(56만1000원)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남해군 요트학교(070-7755-5278)
▶해안 드라이브
남해는 빼어난 해안 드라이브 코스를 갖추고 있다. 특히 두 개의 국도와 하나의 지방도가 바닷가를 따라가며 '8'자형을 이뤄 도중에 끊기거나 겹치지 않는 순환도로로 섬 전체를 둘러보기에 안성맞춤이다. 앵강만 서쪽, 남면의 동남해안을 도는 두곡~홍현~가천 다랭이마을~선구리 코스와 삼동면 지족~동남쪽 해안 따라 물건리~대지포~항도~초전~미조항에 이르는 해안 드라이브코스가 아름답다.
지족에서는 전통어로 시설 '죽방렴'을 만날 수 있다. 남해군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나무 그물인 죽방렴을 이용한 어업이 남아 있다. 죽방렴은 부채꼴 모양으로 나무말뚝을 쳐놓아 고기들이 한번 들어오면 빠져나갈 수 없도록 한 일종의 '나무 그물'이다.
남해에는 현재 24개가 남아 있으며 주로 멸치잡이에 쓰인다. 지족 인근 해안에서는 요즘 굴캐기 작업도 한창이다. 굴캐는 아주머니들 주변으로 하얀 갈매기 떼가 날아들어 볼거리가 된다.
미조항에서 삼동면 물건리 까지는 시종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광을 끼고 달리는 '물미 해안도로'가 14㎞가량 이어진다. 굽이치고 오르내리는 길 자체도 아름답지만 항도, 노구, 대지포 , 물건 등 아기자기한 갯마을 풍광도 멋스럽다. 특히 드라마 '환상의 커플' 촬영 배경지인 항도 포구가 내려다 보이는 부근은 포토 포인트로 제격이다.
◆여행 메모 ▶가는 길=경부-중부고속도로~대전~통영 고속도로~진주 IC~사천 방면 남해고속도로~사천IC~3번 국도 따라 삼천포~삼천포-창선대교~창선교(지족 죽방렴) 건너 좌회전~77번 해안도로~미조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