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아프다던데‥ 남자 울리는 신발 속 고통 ‘통풍’
- ▲ 헬스조선DB
발이 퉁퉁 붓고 극심한 통증으로 걷지 못하게 되는 통풍은 육류를 많이 섭취하는 서양식 식습관이나 음주 등이 원인이다. 통풍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질병이 아니라 장기간 서서히 진행된다. 조기에 치료해 관리하지 않으면 평생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부자병’ ‘황제병’이라 부르는 통풍에 대해 알아보자.
서구식 식생활이 불러온 질병
유빈 서울아산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통풍은 혈액 중 요산 농도가 높은 상태로 장기간 지속될 때 생기는 요산나트륨 결정체가 신체의 관절 주위 및 연부조직에 들러붙어 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대사성 질환이다”라고 말했다. 서구식 식습관으로 육류를 많이 섭취해 체내에 요산이 증가할 때 생긴다. 요산은 우리가 먹은 음식이 최종적으로 대사된 후 나오는 물질로, 보통 혈액에 녹아 있다가 소변으로 배출된다. 통풍은 육류를 많이 섭취하지 않더라도 신장에서 요산 배설 과정에 이상이 생겨 제대로 배출되지 않을 때 나타날 수 있으며, 신체에서 파괴되는 세포에서 유래한 요산이 증가할 때 생긴다.
두 가지 이상이 복합적으로 원인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혈중 요산치가 일시적으로 정상 수치보다 높다고 해서 통풍이 바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전재범 한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혈중 요산이 높을수록 요산 결정체가 더 쉽게 형성돼 여러 조직에 침착하지만 이런 상태가 수년 이상 장기간 지속될 때 통풍이 생긴다”고 말했다.
40대 이후 남성이 환자 대부분
통풍은 주로 40대 이상 남성에게 많이 발생하며 여성은 전체 통풍 환자의 1% 미만이다. 특히 폐경기 이전 여성은 유전으로 통풍이 발병한 경우를 제외하고 환자가 거의 없다. 그러나 최근 서구식 식생활 패턴과 음주, 비만 등으로 요산 수치가 증가해 통풍으로 병원을 찾는 20~30대가 늘었다. 유빈 교수는 “통풍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가 쉬운 관절염이다. 하지만 방치하면 신장 기능이 떨어지고 요산이 과다 침착해 관절이 영구히 파괴될 수 있다”고 말했다.
통풍은 요산대사에 이상이 생길 때 발생하는 대사 질환이지만 대부분 직접적인 원인을 찾기 어렵다. 암환자는 암 치료 중이나 치료 후, 특정한 몇 가지 약물, 신장질환 등에 따라 2차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전재범 교수는 “대사에 관여하는 특정한 효소가 결핍될 때 통풍이 발생하며, 이런 경우에는 성염색체나 상염색체에 의존한 유전을 하게 된다. 그 외에 대부분의 통풍 환자는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유전되는 방식같이 다양한 인자의 영향을 받아 가족 내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체 환자에서 가족력으로 발생하는 환자는 대개 30~40% 정도로 알려졌다. 드물지만 젊은 여자가 살을 빼기 위해 이뇨제를 장기 복용할 경우 요산수치가 증가해 통풍에 걸릴 수 있다.
발가락 외에도 생길 수 있어
통풍은 엄지발가락 관절에 많이 생기지만 무릎이나 발, 발목, 손목, 팔꿈치 등에 생기기도 한다. 요산 덩어리인 통풍성 결절은 관절 주위나 피하조직에 나타나는데, 이런 통풍성 결절은 신체 어느 부분이라도 생길 수 있다. 통풍이 갑자기 생기면 관절 주변 피부는 부기로 팽팽해지고 빨갛게 변하며 손댈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 양말을 신지 못하고 걸음을 제대로 걷기 힘들다. 이런 발작적 관절염은 처음 발생한 경우에는 며칠 지나면 저절로 사라져 완전히 회복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치료하지 않으면 결국 다시 비슷한 관절염이 생긴다. 발작성 관절염 빈도가 점점 잦아지고 침범하는 관절 수가 많아지며 회복하는 시간도 점점 길어진다.
통풍은 각종 생활습관병과 동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통풍에 걸리면 고혈압, 비만, 고지혈증, 동맥경화증, 당뇨병 등을 의심해 봐야 한다. 전재범 교수는 “통풍 환자의 사망원인을 보면 통풍 자체보다 동반 질환의 합병증인 신장질환, 뇌혈관 장애 등이 많다”고 말했다. 통풍이 심하면 신장에 요산 결정체가 침착해 급성 또는 만성적으로 신장 기능이 저하할 수 있다. 유빈 교수는 “통풍 환자는 고혈압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요로 결석과 함께 신장질환이 생기기 쉽다”고 말했다.
혈액 내 요산농도 높으면 평생 약물치료 받아야
통풍은 장기간 육류 위주 식사 등으로 혈액 내 요산농도가 높고, 그 기간이 오래될수록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혈중 요산농도가 높다고 모두 통풍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단 의사가 진찰한 후에 피검사나 관절액을 뽑아서 현미경으로 검사하거나 엑스레이 촬영으로 통풍을 진단한다.
치료는 단기치료와 장기치료로 나뉜다. 급성 관절염 발작은 소염제를 처방해 통증과 부기를 줄인다. 이후 급성 발작이 완전히 가라앉으면 장기적인 치료를 시작한다. 전재범 교수는 “일부 환자는 통증이 사라지면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하면 재발 위험성이 높아지므로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관절염 발작이 빈번하고 가족력이 있거나, 이미 관절의 손상, 요로 결석, 통풍결절이 있으면 혈액 내 요산 농도를 낮추는 치료를 평생 계속해야 하며, 다른 장기에 생기는 합병증 예방에 신경을 써야 한다. 전재범 교수는 “요산과 요산결정이 몸속에 쌓이는 것이 원인이므로 요산 형성을 억제하거나 소변으로 내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치료법이다. 흔히 통풍 치료에 쓰는 약물은 요산의 생산을 억제하는 약물과 소변으로 요산을 많이 배출시키는 약물로 구분된다”고 말했다.
금주는 필수! 식습관을 바꿔야
통풍 예방과 치료를 위해 식습관을 바꿔야 한다. 관절 발작 빈도가 드물거나 신체의 다른 부분에 통풍 합병증이 없으면 식이요법이나 금주 등의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전재범 교수는 “약물 치료를 계속해도 혈중 요산이 잘 내려가지 않고 관절염이 계속 재발하는 사람, 과식하면 곧바로 관절염이 재발하는 사람, 또는 급성 증상이 있는 사람은 식이요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육류를 뺀 식사를 장기간 지속하기 어려워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술을 끊는 것도 중요하다. 유빈 교수는 “술은 요산의 합성을 증가시키고 소변을 통한 배설을 억제해서 급성발작의 발생률을 증가시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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