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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성욕이 줄어들까?

호젓한오솔길 2011. 4. 25. 08:01

 

 

나이가 들면 성욕이 줄어들까?

 

 

 

지난 해에 큰 인기를 끌었던 한 시트콤에서 배우 이순재씨가 소위 말하는 ‘야동’을 우연히 접하고 즐기는 설정이 시청자들에게 큰 재미를 줬다. 이러한 설정의 웃음 코드는 노인이라면 성생활에 대한 관심도 욕구도 없을 것이라는 사람들의 인식을 전제로 한다. 정말로 나이가 들면 성욕이 줄어들거나 없어질까?

아내와 8년 전 사별 후 홀로 살고 있는 60대 후반의 남성환자가 있다. 그 환자는 그 동안 우울 증세가 심했는데, 최근 노인회관에서 알게 된 여자친구가 생긴 이후 삶의 활력이 생겼다며, 성기능에 문제가 없는지 상담을 받으러 왔다. 젊었을 때의 활력은 못 따라가지만 그동안 가벼운 운동 등 건강관리를 꾸준히 해 온 터라 전반적인 건강상의 문제는 없었다. 다만 발기부전 증세가 있어, 비아그라 처방과 남성 호르몬 치료를 시행했다. 치료 결과가 좋아 진료를 받으러 올 때 마다 점점 밝아지는 모습에 마치 내 일처럼 뿌듯하고 기뻤다. 진료 3, 4회 차쯤 슬쩍 여자 친구와의 관계를 물어보니,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잠자리를 같이 하게 됐다고 했다.

이처럼 나이가 든다고 해서 성관계가 불가능하다거나 아예 성생활에 대한 욕구가 없는 것이 아닌데도, 아직까지 우리 나라에서는 노인들의 성생활에 대한 인식은 낮은 것이 사실이다. 나이가 들어 소화 기능이 약해지더라도 식욕이 없어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성기능이 저하되긴 하지만 성생활에 대한 욕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상담 중 성생활 빈도에 대해 궁금해하는 노인분들이 많은데 연령에 맞춰 횟수를 정하기 보다는 관계 후 신체적으로 부담이 없는 범위 내에서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다는 적극적인 태도를 갖는 것이 좋다. 그리고 꼭 행위를 고집하기보다는 살을 맞대는 스킨십과 전희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도 필요하다.

규칙적인 성생활은 노인의 신체적 건강에 큰 도움을 준다. 성생활을 하면 신경, 뇌 등 육체 전반에 자극이 가해지면서 교감신경이 활성화 돼 활력을 찾고,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돼 근육, 뼈, 음식섭취, 성장호르몬을 촉진시킨다. 또한 성적 흥분이나 쾌감은 세균이나 암세포에 저항하는 T-임파구를 증가시키고 엔돌핀 등의 천연 진통제를 분비시켜 일정기간 통증을 완화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 또 뇌를 자극해 노화와 치매, 건망증 진행 등을 억제하고 혈액순환에 좋을 뿐 아니라 전립선을 보호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노년층의 성생활에 있어 주의해야 할 점들을 짚어보자면, 일단 전희를 충분히 하여 상대를 배려하고, 성교 시간은 무리를 하면서까지 길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필요하다면 수용성 윤활제를 준비하는 등 여성측을 배려하는 센스와 함께 상대방의 성감을 극대화하는 측면에서 여성 상위의 체위로 관계를 갖는 것도 좋다. 또한 식사 및 목욕 후 30분 이상 경과하기 전에는 관계를 하지 않도록 하며, 체력적으로 무리가 되는 경우에는 굳이 밤이나 저녁시간만을 고집하지 말고, 충분한 수면 후 몸이 편안해진 새벽 시간대를 이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만약 관계 시 갑자기 어지럽거나 가슴이 답답해진다면 충분히 안정을 취한 뒤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또한 검증되지 않은 정력보강제나 중국산 가짜 발기부전제를 복용하는 것 또한 지양되어야 할 것이며, 너무 과도한 흥분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노화로 인해 자연스럽게 성기능이 저하되는 것에 상심한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절대 지레 포기하지 마시라.” 성생활이 활력 넘치는 젊은 사람들만의 것이란 생각을 버리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마음껏 즐기시길!

/ 헬스조선 편집팀 hnews@chosun.com
기고자=조규선 서울탑비뇨기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