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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 <305> 남해 대방산

호젓한오솔길 2011. 6. 23. 22:01

 

[산&산] <305> 남해 대방산
낮은 산이 맵다더니 온몸이 흠뻑… 다도해 절경이 식혀주네
전대식 기자

 

 

 

 

경남 남해군 창선면 대방산은 남해군이 조성한 '창선 일주 등산로'의 중심에 있는 산이다. 남해 12경 중 제4경인 창선교와 죽방렴, 제12경인 창선·삼천포대교를 조망할 수 있다. 보통 섬 산행은 주변 바다 덕에 대부분 '본전'은 한다. 대방산은 그런 본전에 남해의 절경 두 곳을 덤으로 끼워준다.

창선 일주 등산로는 창선·삼천포대교를 들머리로 잡고 연태산(338m)~대사산(261m)~율도고개~속금산(357m)~국사당(353m)을 거쳐 대방산(468m)에 올랐다가 봉수대를 돌아 창선마을로 내려오는 코스다. 약 15㎞, 산행시간만 넉넉잡아 대여섯 시간이다. 연태산에서 창선·삼천포대교를 가까이 본다는 이점을 빼곤 이 코스는 다소 지루한 편이다.

'산&산' 팀은 이 코스를 버리고 창선 일주 등산로의 허리쯤인 율도고개를 기점으로 잡았다. 이후 속금산~국사당을 지나 대방산을 찍고 지족마을로 내려오는 10.5㎞의 코스다. 4시간 30분 정도면 사천시 와룡산과 남해 금산, 망운산의 조망을 놓치지 않고 다도해의 푸른 물결도 실컷 즐길 수 있다.



창선 일주 등산로의 중심 산
산행 중반까지 표고차 급변

정상에서 보이는 남해는 황홀
사천 와룡산, 남해 금산도 조망



대방산은 468m 정도의 비교적 낮은 산이다. 하나 높이가 낮다고 얕보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낮은 산이 매운 법'이다. 경솔한 산꾼이 산 높이만 보고 느슨하게 올랐다가 땀 깨나 흘렸다는 산이다. 기점인 율도고개의 표고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로 90m. 하지만 산행 초입에 만나는 321봉까지 한 발씩 오를 때마다 표고가 급변한다. 고비는 321봉~속금산, 국사당~대방산 정상 구간이다. 이 구간까지는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자. 계곡이 있지만, 물이 없고 약수터도 없다. 출발할 때 식수를 충분히 챙기자.



창선면 당항리에서 율도리로 넘어가는 편도 1차로 도로 중간쯤에 율도 고갯마루가 있다. 기점 주변에
시멘트로 만든 석축에 기와를 올린 정자 한 채가 있다. 마을 도로 포장공사 때 만든 공적비 2기가 정자 옆에 있다. 주변에 고사리 채취를 금지한다는 간판도 있다.

기점에서 10분 정도 올랐더니 임도가 나온다. 임도 끝에서 첫 번째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틀어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15분 정도 바짝 걸어야 한다. 발을 옮길 때마다 GPS 표고가 수m씩 올라간다.

군데군데 너덜지대다. 조심하자. 돌덩이가 느슨하게 자리 잡아 잘못 디디면 발목을 다칠 수 있다.

10분 정도 된비알과 씨름했다. '대방산이 절대 녹록지 않다'는 산꾼들의 소문을 체감했다. 등에 팥죽땀이 흥건하다. 290m 능선에 붙었을 때 쉴 만한 곳이 나왔다. 쉬지 않을 수 없었다. 사천의 진산 와룡산(799m)을 중심으로 향로봉(579m), 각산(398m)의 산덩이가 뚜렷하게 보였다. 남해의 해조음이 바람에 실려 오는 듯했다.

자리를 박차고 다시 진행한다. 쉼터에서 처음 만나는 봉우리인 321봉까지 15분 정도. 그새 표고는 291m에서 300m를 넘어 333m까지 치달았다. 체감 높이는 일반 육지 산행 시 700~800m 정도를 오른 기분이다.

여기에서 336봉을 지나 속금산까지 20분 정도 걸렸다. '비단을 매달았다'는 속금산(束錦山) 산정이 주는 조망은 밋밋하다 못해 심심했다. 오히려 속금산에 조금 못 간 지점이 더 경관 포인트였다.



금산을 벗어나니 비로소 대방산 정상이 어렴풋이 보인다. 대방산을 보며 조금 걷자 널따란 암봉이 나온다. 봉우리에서 본 남해 금산(701m), 호구산(618m), 망운산(786m)의 마루금은 마치 바다에 떠 있는 남해를 품은 형국이다.

암봉에서 303봉까지 내리막과 오르막이 두 번 정도 반복된다. 만만한 길이다.

303봉에서 8분쯤 내리막이 가파르다. 내리막이 끝나면 시멘트 임도가 나온다. 오른쪽으로 꺾는다. 잠시 뒤 전주 이씨 재실이 나온다. 재실 입구 앞에서 좌측으로 빠지는 임도를 버리고 직진한다. 산행 안내 리본을 잘 살펴야 한다.

다시
숲으로 들어섰다. 주변에서 굴착기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점점 커질 무렵 산두곡재에 이르렀다. 동대리와 서대리를 연결하는 도로 공사를 하는 중이다. 도로를 가로질러 산 쪽으로 붙었다.

10분 정도 올라가자 꽤 큰 규모의 고사리 밭이 있다. 고사리 밭 입구 건너편에 갈림길이 있다. 놓칠 염려가 있으니 주의하자.
소나무, 참나무 우거진 숲길로 접어들었다. 산새 소리가 정답게 지저귄다. 한낮이지만 숲에 가려 어스레하다. 사거리 이정표를 만날 때까지 한 20분 정도 경사가 순한 길을 걸었다.

사거리에서 우회전한다. 다시 비탈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5분쯤 걷자 쉴 만한 평상이 나온다. 평상에서 5분 정도 거리에 국사당이 있다. 조선시대 이전부터 이 일대에서 말을 키웠던 곳이다. 지붕 없는 돌담은 2칸으로 나뉘는데, 병사들이 숙소로 사용한 것 같다. 상당 부분 돌담이 무너져 내렸다.

국사당에서 헬기장을 거쳐 이정표까지 약 530m 구간은 내리막이다. 이정표의 표고가 254m. 정상까지 가려면 마지막 경사 구간을 통과해야 한다. 나무
계단이 설치됐지만, 사람들이 잘 쓰지 않는지 잡초가 군데군데 자란다. 계단보다 계단을 피해 난 비탈길이 더 편하다.

20분 정도 박차를 가하자. 정상이 멀지 않다. 숲길이 언제 끝나나 싶을 무렵 푸른 하늘이 보이더니 곧 정상에 당도했다.



정상은 널찍했다.
감시초소와 평상이 있고, 한쪽에는 딸기나무가 무성하게 자랐다. 하지만 조망 포인트는 대방산 표석 주변이 제일 나은 것 같다. 사천, 고성, 통영, 거제의 산들이 울타리를 이뤄 어깨를 견준다. 후련하다. 산세는 리듬을 타고 바다로 향한다. 남해지역의 금산과 망운산도 한층 뚜렷이 보인다. 바닷바람이 흥을 돋운다.

햇빛을 머금은 다도해가 금빛으로 물든다. 산정에서 보는 바다는 해안에서 보는 바다와 또 다른 맛이 있다.

한참을 쉬다가 하산길을 연다. 일반적인 하산로인 봉수대~운대암 대신 지족리 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정상에서 300m 남짓 내려오니 또다시 전망 좋은 곳이 있다.

5분 정도 부지런히 내려온다. 지족리 방향 이정표를 스쳐 다시 숲길로 들어간다. 이제부터 표고가 뚝뚝 떨어진다. 평로와 내리막이 번갈아 나온다. 40분 정도 휘적휘적 산길을 걷는다. 마을에서 들리는 독경 소리가 은은하다. 뻐꾸기가 염불에 박자를 더한다.

창선 일주 등산로 입구 쪽으로 빠져나왔다. 옥천마을 쪽으로 좌회전한다. 10여 분 정도 딱딱한 포장도로를 걸었다. 고사리 밭이 밀집된 언덕 바로 오른쪽에 갈림길이 있다. 지족마을 쪽으로 튼다.

마을 아낙 한 명이 고사리 밭에서 김을 매고 있다. 아낙은 "별난 산꾼들이 공들인 고사리를 몰래 채취해 가서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무단출입 및 불법채취 시 처벌한다'는 경고문도 소용이 없다고 했다. 못된 산꾼이 전체 산꾼들을 욕 먹인다. 산에선
산만 바라보자.

조금씩 마을이 보인다. 마을 앞바다에 설치한 죽방렴이 점점 가까워진다. 10분 정도 터벅터벅 걸었다. 종점인
전통찻집 '소요원'에 도착했다. 문의 :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홍성혁 산행대장 010-2242-6608.

글·사진=전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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