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 <306> 밀양 소천봉~용암봉 |
바위엔 부처손, 길가엔 둥굴레, 발길마다 모과·산초향 물씬 |
전대식 기자 |
낙동정맥의 명산 가지산에서 불거진 운문지맥은 운문산~억산~구만산~육화산 등 영남알프스의 북쪽 지붕에 걸쳐 있다. 영남알프스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운문산, 하늘과 땅 사이 산 중에 최고의 산이라는 억산, 계곡이 유명한 구만산 등 하나같이 쟁쟁한 산들이 지맥에 밀집해 있다. 이런 운문지맥은 대간이나 정맥 종주에 물린 산꾼들이 그다음의 종주 대상으로 삼는 코스이다.
그 중에서도 소천봉(小天峰·632m)~용암봉(龍岩峰·686m) 구간은 일반인들에게 비교적 덜 알려진 곳이다. 두 봉우리는 운문지맥의 다른 산보다 높이가 낮지만 산행은 만만치가 않다. 그렇다고 정상에서 수려한 조망을 선사하는 것도 아니다. 이러다 보니 지맥의 이름난 산들에 비해 산행 우선순위가 밀리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운문지맥 종주를 위해선 반드시 거처야 하는 산이다. 정상 두 곳의 조망미는 덜 하지만, 군데군데 영남알프스의 북쪽 산군을 장쾌하게 바라보는 포인트가 있다.
낙동정맥 운문지맥 중 하나
묵은 길 많아 개척 산행 수준
소천봉까지 가파른 비탈 이어져
용암봉 인근 암봉이 전망 좋아
코스는 밀양시 상동면 매화마을을 출발해 전망 좋은 봉우리를 지나 소천봉을 지나 582봉~용암봉을 밟고 오치고개 능선을 탄 뒤 임도를 따라 내려온다. 소천봉까지는 땀깨나 흘려야 한다. 비탈이 무릎에 닿을 만큼 사나워 웬만한 산꾼도 긴장해야 한다. 소천봉에서 용암봉 구간은 상대적으로 순한 길이다.
이번 산행은 산꾼들의 발때가 덜 묻어 묵은 길을 상당히 많이 만난다. '산&산' 팀도 뜻하지 않은 '개척 산행'을 하게 됐다. 리본을 충분히 매달아 놓았으니 주의 깊게 살피자. 산행 초입과 날머리 부근에 얕은 계곡이 있지만 식수로 활용하기에 부적합하다. 마시는 물을 충분히 챙기자.
매화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소담스러운 돌담길을 걸어 8분 정도 가자 첫 번째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은 청량사 방면. 우측으로 오른다. 계곡에서 얕은 물소리가 난다. 계곡 옆으로 난 임도를 따라 걷는다. 모과나무 과수원에서 나는 향이 발걸음의 기운을 돋운다. 싱그럽다. 15분 정도 올라 쉴 만한 곳이 나온다. 배낭끈을 확인하고 산행용 스틱을 꺼냈다.
솔숲으로 들어섰다. 비탈이 예사롭지 않다. 양치식물이 등산로 주변에 널려 있다. 손때를 덜 타서인지 무성하다.
등산로에 솔가리가 가득하다. 흐릿한 길에서 갈림을 찾았다. 죽고 사그라진 길이 많아 눈을 부릅뜨고 발을 옮긴다.
30분 정도 앞만 보고 간다. 솔숲에 가려 약간 답답한 느낌이다. 더덕, 산초나무 향이 소나무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것 같다. 이마에 땀이 맺혔지만, 코로 들어오는 진득한 향에 발걸음이 그다지 무겁지 않다.
잠시 뒤 전망 좋은 곳이 나타난다. 조망이 인색한 곳이라 오히려 다른 산이라면 지나칠 뻔한 조망터가 무척이나 반갑게 다가온다. 절벽 끝에 부처손이 따개비처럼 붙었다. 말려서 끓여 먹으면 항암에 도움이 된다는 약초다. 절벽 아래에는 다래나무가 융단처럼 깔렸다. 초반부터 비탈을 만나서인지 등에 땀범벅이다. 물을 꺼내 목을 축였다.
전망대를 벗어나니 또다시 된비알이다. 발목과 스틱을 쥔 손에 저절로 힘이 갔다. 너덜에 이끼가 앉아 미끄럽다. 20분가량 오르막을 걷는다. 갈림길이 나오고, 곧바로 소천봉 능선에 발이 닿았다.
비로소 한숨이 나왔다. 이제부터 능선만 놓치지 않으면 소천봉까지는 평이한 코스다. 능선을 따라 난 길은 올라올 때보다 길의 윤곽이 조금 더 뚜렷하다. 둥굴레나무가 드문드문 보이더니, 나중에는 떼로 자라는 군락지를 발견했다. 산초향도 오름길보다 더 짙게 난다. 산초 잎을 엄지와 검지로 비벼 코에 댔더니 짜릿한 게 정신이 확 든다.
586봉을 지나 20분쯤 더 가서 소천봉에 도착했다. 정상에 있는 돌탑에 소천봉이라고 씌어 있는 흰색 나무판이 있다. 주변은 소나무에 가려 조망이 가뭄에 콩 나듯 했다. 위를 쳐다봐도 솔가지에 하늘이 가렸다. 작은 하늘. 그래서 소천일까? 다행히 골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정상 조망의 아쉬움을 달랬다.
소천봉에서 20분쯤 경사가 아래로 처지는 길을 걸었다. 이 구간도 둥굴레나무가 곳곳에 자라고 있다.
갈림길에서 582봉까지는 15분 정도 거리. 경사가 거의 없어 힘이 부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봉우리를 지나면 갑자기 길이 툭 떨어지며 안부와 맞닥뜨린다. 오늘 산행에서 두 번째 고비이다.
난대나무와 생강나무가 사람 키 높이만한 터널을 만들었다. 고개를 숙이고 가는 길이 여간 고역이 아니다. 안부에서 12분 정도 부지런히 올랐다. 숲 터널이 끝날 무렵 너른 터가 나왔다. 용암봉 정상이다. 소천봉보다 터가 더 넓고 조망도 더 나은 편이다. 하나 이마저도 참나무, 때죽나무에 가려 시원하지 못하다. 용암봉 일대에도 항암에 좋은 하구초와 짚신나물이 군락을 이루어 자라고 있다.
용암봉에서 70m 떨어진 곳에 기가 막힌 암봉이 있다. 소천봉, 용암봉에서 못 본 영남알프스를 실컷 구경할 수 있다. 멀리 왼쪽으로 운문산, 억산, 구만산의 산덩이들이 마루금을 이룬다. 정면은 정각산의 산줄기가 부챗살처럼 갈라져 있다. 그 뒤로 천왕산, 재약산 능선이 어슴푸레 걸쳐 있다. 구름이 산정에 머물러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전망 좋은 곳을 나왔다. 날카로운 바위 두 개가 길가에 꽂힌 듯 서 있다.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만하다.
바위틈을 빠져나와 10분 정도 내려가면 또다시 주목할 만한 암봉 전망대가 나온다. 나무 그늘이 있어 쉬면서 영남알프스의 지붕들을 파노라마처럼 즐길 수 있다.
이제부터 하산길이다. 582봉을 내리밟고 능선을 따라 직진한다.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는 이 능선을 '오치고개'로 표시했다. 흔히 오치고개는 경남 밀양시 산내면 오치마을에서 경북 청도군 매전면 내리로 연결되는 고개를 말한다. 이 길은 평평한 능선일 뿐인데 굳이 오치고개로 표기한 이유를 알 수 없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582봉에서 임도로 떨어지는 475봉까지는 40분이면 닿는다. 여기까지 가는 데에 오르내리막이 번갈아 나오지만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능선을 버리고 임도를 택해 아래로 내려간다. 굽이굽이 돌 때마다 표고가 떨어진다. 시멘트 길이라 좀 딱딱하다. 길가에 산딸기와 산뽕나무 오디 열매가 제법 자라고 있다. 산딸기 몇 알을 따서 깨물었는데 아직 신맛이다.
임도 시작 지점부터 20분쯤 떨어진 곳에 포구나무 노거수가 있다. 노거수 아래에서 잠시 쉬었다가 30분 정도 걸어 내려가 종점인 새마마을 버스정류소에 도착했다. 산행 거리 9.6㎞, 쉬는 시간을 포함해 5시간 정도 걸렸다. 문의 :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최찬락 산행대장 010-3740-9323.
글·사진=전대식 기자 pr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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