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 높이는 숙면으로 가는 길
잠도 오지 않고 자도 잔 것 같지 않다?
도대체 왜 늘 기운이 없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가? 밤새 일해 피곤해 죽겠는데 정작 잠이 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모든 문제는 수면의 질과 관련 있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이유에서부터 수면센터 체험, 해결 방법, 잠을 돕는 생활습관까지 잠 못 이루는 밤에 안녕을 고하기 위한 숙면의 모든 것을 공개한다.
잠에 빠져들어서 깨어나기까지 몸 상태는 수많은 변화를 수반한다. 수면연구가이자 심리학자인 나타니엘 클라이트만은 1950년대 초 제자 유진 아제린스키와의 공동 연구에서 ‘렘(REM)’이라는 수면 형태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자신도 실험 결과를 신뢰하지 않았다. 이후 딸과 함께 전체 실험을 다시 했을 때 비로소 잠자는 동안 안구가 눈꺼풀 속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현상이 반복해서 나타남을 밝혀 냈다.
R=Rapid, E=Eye, M=Movement의 머리글자인 렘이라는 명칭은 안구의 빠른 움직임을 보고 붙인 것이다. 렘 상태에서는 뇌 또한 수면 중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라이트만의 발견 이후 잠은 크게 렘수면과 비렘수면 두 가지로 구분된다. 1시간 30분 정도를 한 주기로 ‘얕은 수면 → 깊은 수면 → 꿈 수면 단계’를 4~5차례 반복하는 구조로 이뤄진다.
먼저 잠이 들면 1단계 수면 단계로 들어간다. 이때는 굉장이 얕고 작은 소리와 기척에 눈이 떠지지만 5분이 지나면 2단계에 접어든다. 2단계에서는 두 개의 뇌파가 확인되며 10~15분이 되면 3단계에 들어간다. 이 단계는 깊은 수면의 최초단계로 지금까지 계속해서 형태를 바꾼 뇌파로부터 규직적인 뇌파로 맥박, 호흡, 혈압도 안정된다. 3단계 이후 4단계에 들어서며 이때부터가 숙면의 단계다.
숙면은 ‘저속 파동 단계’라고도 하는데, 뇌파의 움직임이 가장 느리기 때문이다. 이 상태에서는 잠을 깨는 것이 쉽지 않다. 또 신진대사 활동이 현저히 감소되고 성장호르몬 분비가 증가하는데, 이 호르몬은 세포의 회복과 복구 기능도 담당한다. 뒤를 이어 이 사이클이 또 반복된다. 수면 중에는 신체와 정신이 번갈아 가며 휴식을 취하기 때문에 수면주기가 중요하다.
충분히 잠을 잤는데도 피곤하다면 수면 주기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있지 않은지, 얕은 수면만 계속되어 몸의 피로가 덜 풀린 건 아닌지 살펴본다. 수면은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시간이므로 각자에게 맞는 바람직한 수면 습관과 함께 규칙적이고 충분한 수면 시간을 가지는 것이 건강한 수면이다.
잠자는 동안 벌어지는 일과 수면장애의 유형
잠자는 동안 벌어지는 일
잠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며,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처럼 보이기에 수면장애는 종종 가볍게 받아들인다. 밤에 8~9시간을 자고도 낮에 종일 졸리거나, 침대에 누워 몇 시간 동안 뒤척여야 겨우 잠드는 중증 수면장애가 있어도 의사를 찾는 사람은 드물다.
병원을 찾더라도 환자가 자신의 상태에 관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면 의사는 올바른 치료법을 찾기 어려우며, 일시적인 피로나 스트레스 정도로 간단히 처리할 위험이 크다. 따라서 수면과 관련된 장애가 있으면 무엇보다 수면 전문 클리닉을 찾는 게 중요하다. 수면클리닉 하면 무엇이 연상되는가?
어쩐지 불편하고 적막감이 감도는 실험실 분위기는 아닐까 걱정되지만 다행히 그렇지 않다. 수면클리닉에서는 다양한 수면장애의 원인과 수면 중의 질환을 밝혀 전반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잠이 오지 않는 불면증
침대에 누운 채 오랫동안 뒤척이고 한밤중이나 이른 새벽에 눈이 떠져 다시 자려고 해도 잠이 오지 않는 것은 누구나 겪는 흔한 일이다. 노인부터 어린아이까지 나이를 막론하고 겪는 일이다. 이 현상에는 많은 원인이 작용하며, 그 중에는 외부 영향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침실에 가로등 불빛이나 네온사인의 조명이 직접 들어온다거나 소음이 들리는 경우다. 불면증의 원인 중 문제가 되는 것은 두려움과 걱정 등 심리적 요인이다. 술 혹은 커피나 홍차 같은 각성제는 단기적인 수면장애를 일으킨다.
교대근무로 인한 생체시계 고장
밤 근무를 하면 낮에 자야 한다. 그러나 생체시계는 낮에 활동을 하게끔 설정되어 있으니, 밤에 잘 때만큼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자연스레 수면시간이 짧아진다. 침실 밖 세상은 활발한 기운이 넘치고 모두 바삐 제 할 일을 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당연히 거리의 소음은 밤보다 시끄럽고 밝은 햇살이 방 가득 들어오는 등 주변의 모든 것이 잠을 방해한다. 이 경우 생체시계는 몸을 따라오지 못하므로 최소 일주일 단위로 근무 시간대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이상적인 것은 시간대를 순차적으로 조금씩 뒤로 미루는 것이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전체 성인의 4분의 1에 달하는 사람이 일상적으로 코를 곤다고 한다. 매일 심하게 코를 고는 사람은 이비인후과나 수면클리닉을 방문해 코를 고는 원인과 증세를 정확히 진단 받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신경이 거슬리는 소리는 숨을 들이마실 때 코로 충분한 산소가 유입되지 않아 구강 호흡과 연결될 때 발생한다. 코골이를 악화시키는 요인은 다양한데 코감기, 술이나 니코틴, 과체중이 소음을 증폭시킨다고 알려졌다. 밤에 몇 번이나 호흡이 멎는다? 이는 많은 사람에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다만 무호흡 상태가 10초 이상 지속되고, 이것이 시간당 10회 이상 나타나면 병적인 무호흡증을 의심해 본다.
수면장애 개선법 완전정복
수면장애의 원인을 밝혔다면 건강한 수면을 향한 길은 다져진 셈이다. 수면 패턴에 문제가 있으면 의사와 상담해 치료를 받는다. 심리적 요인이 원인이면 생활습관 개선과 몇 가지 이완 요법만으로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
>> 숙면을 위해 바꿔야 할 생활습관 9
숙면을 위한 올바른 생활습관만으로도 불면의 늪에서 헤어날 수 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몇 가지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 숙면의 길은 한층 넓어진다. 숙면 치료를 하는 동안 병행하면 좋을 생활습관 9가지를 알아보자.
1.생체리듬을 맞춘다
밤낮을 바꿔 생활하는 교대 근무자는 일하는 곳의 조명을 최대한 환하게 밝혀 낮처럼 만들고 아침에 퇴근할 땐 선글라스 등을 이용해 밤에 퇴근하는 것과 비슷한 환경을 만든다. 또한 낮에는 밖에서 활동하라. 밤에 잠을 못 자면 낮에 늘어지기 쉬운데 이럴 땐 무조건 밖으로 나갈 것. 우리 몸은 햇빛을 쬘수록 더 많은 멜라토닌을 분비한다.
2.강박에서 벗어난다
숙면을 취하기 위한 첫째 방법은 ‘몇 시간을 자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 생각 자체가 대뇌에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몇 시간을 자야 하는지는 몸이 스스로 결정하고 개인차가 있다. 누구는 3시간을 자도 상관없고, 누구는 10시간은 자야 피로가 풀린다.
3.수면을 위한 주변 환경을 정리한다
온갖 잡동사니로 넘쳐나는 침실은 안정감을 저해한다. 침실은 항상 깨끗하게 정리하고 충분히 환기시킨다. 침실에는 전자파가 나오는 기계를 최소화하고 간접 조명처럼 은은한 조명을 단다. 침대는 오직 자기 위해 존재하는 것임을 인식한다. 독서, 라디오 청취, 텔레비전 시청 등의 활동은 모두 침대 밖에서 한다.
4.금연하거나 저녁 7시 이후에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흡연은 기침을 유발하여 수면을 방해한다. 금연이 어려우면 적어도 저녁 7시 이후에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니코틴은 의식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5.발을 따뜻하게 한다
평소 손발이 차가우면 편안한 양말을 신고 자는 것이 좋다. 혹은 따뜻한 물에 진정 효과가 있는 아로마 오일을 첨가해 족욕을 하거나 더운물과 찬물에 번갈아 가며 발을 담그는 온냉족욕도 숙면에 도움을 준다.
6.샤워보다 입욕을 한다
요즘엔 샤워만으로 목욕을 끝내는 사람이 많지만 입욕은 오염물질을 씻어내는 것 이상으로 여러 효능이 있다. 우선 온열을 통해 혈관이 확장되어 혈액순환이 촉진되고 내장이나 근육으로 산소 공급과 영양소 보급이 활발히 이루어져 신장과 폐의 노폐물 배설 작용이 좋아진다. 숙면을 위해 물 속에 라벤더 오일을 몇 방울 떨어뜨려 보자. 라벤더는 예부터 편안한 잠을 자기 위해 이용한 식물이다. 심부 온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식물 성분이 비점막을 통해 혈액에 흡수되어 뇌로 전달됨으로써 신경을 이완시키고 내분비계와 면역계를 자극, 심신이 편안해진다.
7.운동은 아침에 한다
잠이 안 온다고 저녁에 운동을 하면 숙면을 방해한다. 잠을 잘 자기 위해선 운동은 아침에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우선 밖으로 나가 가볍게 몸을 푼다. 평소보다 조금 빠르다 싶게 보폭을 약간 넓게 해 걷는다. 가슴을 펴고 허리와 등은 반듯하게 한다. 호흡은 아랫배로 보조에 맞추어 세 번 혹은 두 번 내쉬고 한 번 들이마신다. 이렇게 5분만 걸어도 대뇌에선 세로토닌과 도파민이 분비되며, 30분을 걸으면 하루에 필요한 운동이 된다.
8.천연 수면제를 가까이 한다
진짜 수면제를 손에 쥐기 전에 천연 수면제를 이용해 보면 어떨까. 몸을 이완시키는 운동이나 입욕과 함께 잠을 잘 들게 만드는 허브를 활용하면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동시에 육체적 의존이 라는 위험에 빠질 염려가 없다. 진정 효과가 있어 잠을 잘 오게 하는 허브는 라벤더, 캐모마일 등이다. 이들 성분이 든 오일을 이용해아로마 테라피를 하거나 차로 마시면 심신의 안정과 함께 편안한잠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다.
9.치약을 바꾼다
멘톨과 페퍼민트 오일은 정신을 일깨우는 허브들이다. 숙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 페퍼민트차, 멘톨이나 페퍼민트 오일이 함유된 혼합차, 사탕류는 멀리한다. 치약 중에도 이러한 성분을 가진 것이 많다. 치료 기간 중에는 멘톨, 페퍼민트 성분이 없는 치약을 고르면 숙면 치료에 도움이 된다.
/ 취재 노가화 기자 nkh@chosun.com
사진 조은선 기자, 이한마루(스튜디오100) 사진제공 디자인호텔닷컴
도움말 한진규(서울수면센터 원장), 차움수면클리닉 참고도서 《굿바이 불면증》(국일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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