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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으로 그린 강줄기와 물방울 마을… 그림 속을 걷다

호젓한오솔길 2011. 10. 20. 23:50

 

붓으로 그린 강줄기와 물방울 마을… 그림 속을 걷다

 

 

낙동강
삼강~회룡포 강변길

비룡산 능선의 회룡대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회룡포 마을. 내성천 물줄기가 삼면을 둘 러 싸고있어 '육지 속 섬마을'로 불린다.

 

"와! 마을이 완전 물방울 다이아네."

예천 내성천 물줄기가 무려 350도를 휘감아 도는 회룡포마을은 금방이라도 육지에서 똑 떨어져 나올 듯 강줄기 속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아홉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육지 속 섬마을' 회룡포는 우리나라 최고의 '물돌이' 마을이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물돌이 마을도 회룡포마을 앞에선 감히 명함을 못 내민다.

이 기묘한 지형을 배후로 삼은 길이 예천군이 만든 '삼강~회룡포 강변길'이다. 이 길은 회룡포를 부드럽게 감싼 내성천과 더불어 낙동강의 유장한 흐름에 순응하는 수변길이다. 강물은 '흐름'이 아니라 '이음'이라고 했던가. 세 개의 강물이 하나로 이어져 흐르는 삼강(三江) 합수머리의 유려한 물잔치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물길이 이어지는 삼강나루는 예로부터 물자수송의 요충지가 될 수밖에 없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었다. 과거시험을 보러 가던 선비들이 배를 타고 와서 문경새재를 넘어 한양으로 오가던 길목이기도 했다.

'삼강~회룡포 강변길'은 내성천과 낙동강 언저리를 휘돌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10.1㎞ 회귀코스를 기본으로 삼았다. 여기에 비룡산 능선을 따라 걸으며 회룡포를 굽어보는 3.5㎞ 능선 연계코스가 추가로 만들어졌다. 원래 계획은 낙동강 건너 삼강주막을 출발지로 하지만 삼강주막과 용포마을을 잇는 낙동강 도보교가 내년 10월 완공될 예정이어서 그전까지는 회룡마을까지 차를 타고 들어와서 걸을 수밖에 없다. 자가운전자라면 용주팔경시비 앞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놓고 시계 반대방향으로 걸어보는 것이 좋겠다. 한 바퀴 걸어서 돌아오는 데 4시간 정도 잡으면 넉넉하다. 곳곳에 갈림길 안내판이 갈 길을 알려준다.

첫발을 채 떼기도 전에 길 정면으로 진경산수화에 등장할 듯한 기암절벽이 내성천 물줄기에 뿌리를 박은 채 나그네를 맞는다. 꼿꼿하지만 위압적이지 않은 절벽은 푸른 소나무를 잔뜩 끌어안았고, 그 사이사이에서 불어오는 듯한 강바람이 걷는 이의 속을 시원하게 훑어낸다. 폭이 50m는 족히 될 듯한 고운 모래톱 위를 신발을 벗어들고 걸어도 좋다. 강가 모래 속에는 미생물들이 살며 유기물을 분해해 강물을 깨끗하게 만든다고 한다. 내성천 강기슭에 오래 고인 물도 속이 다 비쳐 보일 만큼 깨끗한 이유다. 갈 길은 제쳐두고 모래톱 위에서만 한나절 놀고 가도 좋으리라.

성저마을을 지나면 이제부터 원산성 숲길이다. 제초작업을 하지 않았다면 한발자국도 떼기 힘들었을 원시림이다. 오른쪽으로는 낙동강을 원산지로 하는 물바람이 산바람과 뒤섞이며 시원함과 청신함을 고루 뿜어낸다. 물과 산과 바람이 필터링한 공기로 들숨과 날숨을 채워 허파를 닦아내고, 강 쪽으로 열린 시원한 조망으로 두 눈을 씻는 길이다.

위 : 삼강주막에서 내놓는 부침개와 막걸리./아래 : 삼강주막 뒤로 강물이 어슴푸레 보인다.

 

삼강교와 함께 삼강 일대가 훤히 조망되는 삼강앞봉 조망대에서는 그 옛날 삼강나루를 오가던 보부상과 사공들이 허기진 배를 달래고 지친 몸을 쉬던 삼강주막이 삼강교 옆으로 조그맣게 보인다. 110년 전통의 삼강주막 2대 주모(酒母)였던 유옥연 할머니가 2005년 89세의 나이로 세상을 뜨자 2007년 허물어져 가던 주막을 현대식으로 복원해 다시금 강가를 지나던 길손들을 불러들인다. 지금은 마을부녀회에서 맡아 운영한다. 생배추전과 손두부, 메밀묵, 막걸리 한 주전자가 곁들여진 한상차림(1만2000원)이 단연 인기다. 내년 10월 완공예정인 낙동강 도보교가 놓이면 주막에서 낙동강을 건너 회룡포강변길을 걷고 다시 주막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된다. 다리가 놓이기 전까지는 회룡포에서 삼강주막을 가려면 차를 타고 빙 돌아서 가야 한다.

회룡포마을의 명물 중에는 물방울 다이아몬드 지형에서 살아가기 위해 만들어 놓은 '뿅뿅다리'가 있다. 원래 섶다리(섶나무를 엮어서 놓은 다리)로 되어 있던 것을 구멍이 뚫린 철판과 쇠파이프로 이어 지금의 다리를 만들었다. 뿅뿅다리는 수위가 오르면 발판 구멍으로 물이 퐁퐁 솟는다고 해서 '뿅뿅다리'로 불린다.

육지 속 섬마을 회룡포를 바깥세상과 이어주는 두 개의 뿅뿅다리를 건너면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온다. 걷기를 마쳤다면 차를 운전해 25분 거리에 있는 삼강주막(054-655-3132)에 들러 아삭한 생배추전과 손두부를 곁들인 한상차림의 호사로 하루 여행을 입가심하는 것도 좋다.


<여·행·수·첩>

(지역 번호 054)
회룡포 용주시비까지 하루 3번 버스가 운행된다. 예천터미널 출발 오전 8시 30분→용주시비 오전 9시 도착, 용궁면터미널 출발 오후 2시 20분→용주시비 오후 2시 40분 도착, 용궁면터미널 출발 오후 4시 20분→ 용주시비 오전 4시 40분 도착. 예천시내버스 654-4444

숙박(회룡포마을): 황토민박(655-3973), 여울마을(655-7120), 회룡포쉼터(655-9143)

예천군청 문화관광과

650-6394

<걷기코스>

원점회귀 기본코스: 10.1㎞, 3~4시간 소요

삼강주막→보도교(내년 10월 설치예정)→뿅뿅다리→회룡포→뿅뿅다리→용주팔경시비→회룡교→성저교→내성천제방→원산성→보도교(설치예정)→삼강주막

연계 능선코스: 3.5㎞, 1시간30분~2시간 소요

회룡교→장안사→봉수대→비룡산→보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