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두둑, 후두둑 비가 휘몰아친다.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져 가던길을 멈춘다.
함께 갔던 일행들은 갈팡질팡한다. 계속가야하나 되돌아가야하나.
가을이라 가을은 아름다운 단풍으로 물든다. 가을 단풍길 엔 새색시 볼처럼
붉은 모습이 보는 이마다 설레게 한다. 올 가을에도 여지없이 나의 단풍여행은
시작되었다. 1년이면 몇 번씩 강원도를 드나들지만 강릉, 혹은 속초에서 머물다 가서
양양은 지나쳤었다. 그래서인지 양양의 여행지는 가물가물, 양양에서 가볼만한 곳으로
구룡령 옛길 트레킹을 선택했다. 정상에서 갈천산촌학교까지 트레킹은 3시간거리,
4.4km의 숲길로 이어져있다. 구룡령 옛길은 문화재청이 명승 제 29호로 지정한 문화재길이다. 우리나라 4대명승길로 등재된 곳은 구룡령 옛길을 포함해 문경새재, 문경의 토끼비리, 죽령옛길이다.
양양읍에서 56번 국도를 따라 구룡령(1013m)으로 향하는 길에는 송천 떡 마을과
양양에너지월드, 미천골 자연 휴양림, 갈천 약수등이 길손을 반겨준다.
그런 길 끝자락에 자리잡은 고개가 구룡령이다. 구룡령은 강원도 홍천과 양양사이에 있다.
백두대간이 지나는 길목으로 아홉 마리의 용이 구비구비 휘저으며 하늘로 오르는 것처럼
굽이 친다고 하여 구룡령이라 부른다.
지금은 포장도로여서 자동차로 단숨에 넘지만 옛날엔 이 고개를 걸어서 넘어야만 했다.
바로 옆 숲속이 구룡령 옛길이다.
구룡령 옛길, 트레킹을 하기위해 첫 시작인 오르막 계단을 오른지 몇 분이 채 안된 쯤에
예고 없이 쏟아진 비바람에 길 위에서 한참을 고민하다 다시 길을 재촉하게 되었다.
비가 온다고 미리 알았다면 사전에 비옷을 준비해서 왔겠지만 준비를 못해서 왔던 불찰이었다. 하지만 여행이란 늘 그렇듯이 예정된 건 없다. 늘 마음 먹은 대로 된다면 여행의 재미는 밋밋하다.일부의 일행은 되돌아 갔지만 난 강행을 원했다. 원한 사람들만 길을 재촉한 이유는 단 하나, 또 다른 경험을 원했기에, 같은 길을 날마다 가도 색다르듯이 구룡령 옛길 또한
맑은날 트레킹과 비바람 휘몰아치는 날 트레킹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구룡령에서 백두대간을 올라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한걸음 한걸음 걷다보면 구룡령 옛길 정상(1089m) 사거리이다. 옛날 고개를 넘던 사람들의 쉼터였다. 이곳에서 직진하면 백두대간을 향하고, 좌측으로 내려가면 홍천군 내면 명개리로, 우측방향인 양양쪽으로 내려가면 구룡령 옛길에 접어든다. 내려가는 숲길은 사방이 온통 가을색으로 완연하다.
비바람소리와 낙엽밟는 소리만이 나의 귀를 간지럽힌다. 순간, 정적을 깨며 찌리릿, 9마리의 용이 나의 주위를 감싸며 함께 걷는 느낌이다. 갑자기 기운이 넘친다. 발걸음도 가볍고 쏟아지던 비도 자취를 감춘다.
구룡령 옛길은 가을 낙엽의 폭신폭신한 느낌과 한가롭고 고즈녁 해 비바람이 휘몰아 운치를 더했다. 구룡령 정상에서 시작해 서면 갈천 산촌학교로 이어지는 옛길은 한두 사람이 지날 수 있는 좁은 숲길이다. 구불구불한 숲길은 옛사람들이 양양과 홍천을 오가던 이들의 삶과 땀, 희망의 길이였다. 이 숲길을 따라 등짐장수들은 짐을 메고 그들의 지난한 삶의 이야기가 숲길에서 펼쳐졌다. 신비한 원시림 숲속을 지나며 중간 중간 위치를 표시하던 횟돌 반쟁이, 묘반쟁이, 솔반쟁이 등이 자리하여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여 줄 뿐 아니라 옛 이야기까지 더해져 옛길 걷기에 즐거움의 배가 되었다.
숲길에서 우연히 발견한 연리지립니다. 각자 다른 나무가 서로를 안고 있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숲의 경이롭다. 가을의 낙엽을 밟으며 생각에 잠겨도 본다.
숲은 고목에서도 생명을 잉태한다.
그리고 마술을 부리듯 모양도 다채롭다. 숲길에서 발길을 멈추고 둘러보기에
충하다.
금강소나무이다. 몇백년이나 지났는데 웅장한 모습으로 길손을 붙잡는다.
웅장함에 압도 당하는 느낌과 몇백년의 기를 한몸에 받는 순간이다.
구룡령 옛길은 신비로움이 가득 찬 옛길이다. 구룡령 옛길에서 이 금강 소나무만 안아봐도
기를 가득 담아 온다. 다른건 기억이 안나도 금강소나무의 여운은 쉬 가시지는 못할것이다.
걷다 보니 횟돌반쟁이를 만난다. 횟돌은 자연석으로 양양 지역장례풍속에서 하관시 횟가루로 땅을 다질 때 갈아서 썼다. 이는 양양지역 독특한 매장문화로서,나무뿌리가 목관을 파고 드는걸 예방하는 지혜이다. 행인들이 쉬어가던 이곳에서 횟돌이 나왔다고 횟돌 반쟁이라고 불렀다. 반쟁이는 반정에서 유래된 말로 두 지점의 중간이라는 뜻이다.
다시 내려가다보면 이번엔 솔반쟁이를 만난다. 주변의 소나무가 많아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의 울창한 숲은 금강소나무가 유명하여 경복궁 복원에 사용되었다.
이어내려가면 묘반쟁이를 만난다. 조선시대 양양과 홍천의 수령이 각각 출발하여 만나는 지점을 경계로 하자는 제안을 하자, 이 말을 들은 양양의 한 청년이 수령을 업고 빠르게 달려 홍천군 내면 명개리에서 만나자 그곳을 경계로 정했다. 그러나 그 청년은 돌아오는 길에 지쳐서 죽었고, 그 공적을 기려 묘를 만들었다 하여 묘반쟁이라 한다. 옛길에 묘가 남아 있다.
옛길이 끝나갈 즘엔 수령이 180년이나 된 금강소나무가 반긴다. 그 자태가 얼마나 웅장한지 그저 감탄사와 환호성이 대신한다.

숲길은 자신을 되돌아 보는 길이기도 하다. 화려하면서도 소란스럽지 않은 길이다. 고즈녁한 분위기에 가을의 단맛을 한층 더해주는 길이다. 소나무 숲과 계곡이 끊임없이 이어져 트레킹의 친구가 되어준다.
누군가 말했습니다.
"험준했을 이길은 이렇게 옛사람들의 무수한 사연이 담긴 발걸음으로 인해 순해졌다" 라고
폐교가 된 갈천 산촌학교이다. 이길을 내려가면 철분이 함유된 갈천 약수터가 있다.
갈천 약수의 톡 쏘는 맛으로 갈증을 풀어준다.
<여행정보>
-영양군청 문화관광 www.yangyang.go.kr
-양양 종합관광안내소 033)670-2397~8
Ο 찾아 가는 길
동해고속도로현남, 하조대나들목-7번국도-양양읍-한계령 방향
갈림길 좌회전-56번국도-구룡령
Ο 숙박
-엘마콘도텔: 033)673-5004 www.elma.co.kr
Ο 식당
-송이 골: 033)672-8040
-오산횟집: 033)672-4168
-갈 천 약수가든: 033)673-8411
Ο 주변여행지
-미천골 휴양림 033)673-1806
-낙산사 033)672-2448
-오산리 선사유적지 033)671-2000
○ 축제및행사정보
- 양양송이축제 :9월29~10월3일 033)670-2229
-연어축제.맨손잡이행사: 10월 22~23일 29~30
※ 주의사항: 구룡령 정상에서 트레킹시 정상엔 화장실이 없으므로 미리 신경쓸것.
하산을 다 할때까지 물이 없으므로 물과 약간의 간식 준비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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