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의 오랜 절친, 곱창전골의 모든 것(이전)
대구광역시 곱창전골 3선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해가 저물 때면 뜨끈한 음식이 간절해진다. 고소하게 우러난 국물과 씹는 맛이 좋은 곱창전골도 그런 메뉴다. 퇴근시간마다 사무실 밀집지역 주변에서 제법 손님을 끌었던 곱창전골 집을 요즘 서울에서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차츰 추억의 메뉴가 되어가는 곱창전골이 막창의 고장, 대구에서는 아직도 대중의 사랑받는 현재진행형 음식이다. 얼큰하고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대구 시민들의 입맛이 반영된 결과일지도 모른다. 곱창전골로는 우리나라 제일간다는 대구광역시, 그곳의 특색 있는 곱창전골 식당 세 집을 소개한다.
당일 들여온 신선한 소 곱창을 40년 정성스런 손맛으로 끓여내
달서구 성당동 '버들식당'
식당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오랜 세월의 포스가 바로 느껴진다. 1969년 주인장인 유희옥(55) 사장의 어머니가 처음 문을 열었는데 빛 바랜 벽지와 천장, 복도에 걸린 그림과 글씨에도 세월의 더께가 쌓여있다. 유 사장과 그녀의 팔순 노모가 지금도 현역으로 주방에서 직접 곱창을 손질하고 조리를 한다.
처음 식당을 열었을 당시에는 건너편에 도축장이 있었고 도축장을 중심으로 지금의 식당이 있는 쪽으로 곱창골목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도시가 확장함에 따라 도축장이 외곽으로 이전하고, 도축장과 식당 골목 사이에 큰 길이 나면서 이곳의 식당들도 하나 둘 자리를 뜨고 지금은 두 집 정도만 남아있다.
이 집의 곱창전골은 ‘환상의 맛(150g, 1만원)’이라는 메뉴로 선보인다. 곱창만 넣지 않고 곱창, 대창, 불고기, 이렇게 세 가지를 넣었고, 부재료로 당면, 팽이버섯, 파, 양파, 냉이, 쑥갓을 넣었다. 40년 넘는 전통의 손맛은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모양이다. 특별한 재료를 넣지 않았다고 하는데도 깊고 구수한 곱창전골 본래의 풍미가 입맛을 압도한다. 후덕하고 인심 좋은 주인장의 정성과 옛 고향집 같은 식당 분위기도 곱창전골 맛을 내는데 한몫한다.
생각만큼 맵거나 느끼하지 않고 쫄깃한 맛이 뚜렷하다. 이 점에 대해 유씨는 양념이나 부재료보다 신선한 곱창 사용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한다. 또 돼지곱창이 아닌, 소 곱창이어서 굳이 냄새 제거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매일 2시 경에 도축장에서 곱창을 공급받아 물에 씻고 뒤집은 다음, 소금으로 세척을 하고 있다.
옆방에서 30대 초반의 남녀 손님들이 곱창전골을 먹고 일어섰다. 이들은 한 달에 최소한 두세 번 정도는 이 집에 와서 곱창전골을 먹는데, 고소하고 칼칼한 매운 맛에 중독성이 있는 듯하다고 한다. 상추 겉절이를 비롯해 도토리묵, 게장, 샐러드, 물김치, 고추장아찌, 시금치나물이 밑반찬으로 나오는데, 서울 사람 입맛에는 물김치가 다소 쓴 듯 했지만 30대 손님들은 이 집 물김치 맛이 곱창 먹고 난 뒤에는 단연 최고라고 한다.
곱창을 다 먹고 나면 김치에 콩나물, 들기름을 넣고 볶다가 밥과 김, 미나리를 넣고 비벼준다. 이 맛도 보통이 넘어 오로지 볶음밥을 먹으려고 곱창전골을 주문하는 손님도 있을 정도다. 전골을 끓일 때 우동, 라면, 버섯, 떡으로 구성된 모듬사리(3000원)를 넣어 먹어도 좋다. 053-656-1991
가격대비 만족도 높은 서민지향의 돼지곱창전골
달서구 상인동 '이동근선산곱창'
서민곱창전골을 표방하는 이 집은 돼지곱창으로 전골을 끓인다. ‘선산돼지곱창전골(200g, 7000원)’이라는 메뉴 이름으로 손님과 만난다. 서민곱창전골을 표방하는 점포답게 일반 냄비가 아닌, 검은 색 철 프라이팬에 전골이 나와 아련한 향수와 추억을 자극하면서 정감어린 분위기를 유도한다.
주재료인 돼지곱창 외에도 염통, 울대, 똥보, 살코기 등 네 가지 돼지고기 부위를 더 넣어 돼지고기의 다양한 맛을 강조했다. 울대나 똥보는 아작아작 씹혀 씹는 즐거움을 주고, 염통은 순대와 섞어먹었던 바로 그 염통 특유의 식감과 맛을 내, 곱창전골의 맛을 더 풍부하게 만든다. 고기와 함께 겉절이 김치, 길게 자른 대파, 새송이버섯, 양파가 들어간다. 특이하게 김치 만두를 함께 넣어주는데 돼지곱창 맛과 김치만두 맛이 아주 잘 어울린다.
전골국물인 육수는 돼지 사골을 푹 고아 만들었다. 돼지육수는 돼지를 주재료로 사용한 음식의 정체성을 뚜렷이 드러내면서 깊고 구수한 전골 맛을 내주는 일등 공신이다. 고춧가루 등 8가지 재료로 만든 양념장은 잡냄새를 잡아주면서 맵고 얼큰한 맛을 낸다. 이 양념장의 활약 덕분인지 곱창전골에서 예상했던 돼지 냄새나 잡내가 거의 나지 않았다.
다른 곱창전골 식당에서는 전골 속 곱창을 재래기(고기 싸먹는 채소 겉절이)에 싸먹거나 장아찌 등과 함께 먹는데 이 집은 간장베이스의 양념장에 고추냉이를 풀어서 찍어 먹게 하였다. 전골을 좀 더 맵게 먹고 싶은 손님은 주문할 때 미리 얘기해두면 청양고추를 더 추가로 넣어 얼큰하게 만들어준다.
가격이 1000~2000원인 당면, 만두, 떡볶이, 순대 등 사리 종류가 많아 사리를 다양하게 추가해서 즐길 수도 있다. 역시, 다 먹고 나면 부추, 김가루, 콩나물을 공기밥과 함께 넣어 볶음밥으로 먹는다. 밑반찬으로는 물김치, 샐러드, 쌈채, 겉절이 김치가 나오는데 역시 물김치가 손님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다.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하고 있어서 주변 전문직 종사자들이 심야에 찾아와 식사도 할 수 있고 가볍게 한 잔 하기에 좋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주부들의 모임이나 회사의 회식 모임도 차츰 늘어나고 있다. 이 집은 비록 체인점이지만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아 서민 곱창전골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053-631-0455
채소 육수의 깊고 개운한 맛 일품, 도시풍 럭셔리 곱창전골
수성구 두산동 '미미육가'
이 집 곱창전골에는 각종 채소가 많이 들어간다. 우선 육수부터 여러 가지 채소를 기본 베이스로 한다. 새우와 다시마에 무, 파, 파뿌리, 양파 등을 넣고 끓여서 육수를 낸다. 그러다보니 국물이 곱창전골 국물로는 매우 담백하면서 깊고 시원한 맛을 낸다. 처음 곱창전골을 먹는 사람이나 곱창전골의 느끼함 때문에 멀리했던 이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곱창전골(200g, 1만5000원)'에는 소곱창 외에도 특양과 소고기를 주재료로 쓴다. 이때 들어가는 곱창은 고령의 도축장에서 직송해오는 신선한 구이용 곱창이다. 일반 곱창전골 집에 비해 곱창의 길이가 길쭉해서 먹음직스럽고 상태도 아주 양호하다. 커다란 세라믹 용기에 곱창전골을 끓이는데 양이 무척 푸짐하다. 주인장이 손이 큰 편이서 실제 들어가는 곱창의 양이 어림잡아 보아도 정해진 양보다 훨씬 더 많아 보인다.
양도 양이지만 이 집 곱창전골을 먹어본 손님들이 ‘럭셔리 곱창전골’이라고 부른다. 다양한 채소에서 긴 시간 동안 우러난 전골국물 맛은 깔끔함과 시원함이 압도한다. 그래서 국물을 마시고 나면 풍부한 개운함이 입 안에 남는다.
남성들에게 좋다는 부추를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것도 이 집 곱창전골만의 개성이다. 처음부터 곱창전골과 함께 부추를 가득 담은 양푼을 내오는데, 전골 육수가 끓기 시작하면 샤브샤브처럼 부추를 넣어 살짝 익힌 뒤 건져먹는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갓 장아찌나 부추·무 장아찌의 국물에 부추를 적혀먹으면 더욱 풍미가 좋다.
먼저 부추를 건져 먹고 나면 본격적으로 곱창과 내용물을 먹을 차례다. 육수에도 다양한 채소가 들어가지만 전골에도 부추, 호박, 팽이버섯, 날 배추, 당근, 대파, 유부 등이 푸짐하게 들어간다. 무엇보다도 날 배추가 익으면서 우러난 국물이 은근하게 단맛을 내, 전골 국물을 한층 고급스럽게 꾸며준다. 식사대용으로 먹거나 양이 부족하면 칼국수사리(1000원)를 추가로 시켜 넣어서 먹으면 된다. 역시, 곱창전골을 다 먹고 나면 김치, 깻잎, 날치알, 김 가루와 함께 밥을 넣어 볶아먹는다.
웰빙을 위해 곱창전골을 찾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곱창전골을 먹으면서도 몸에 이로울 수 있는 요소들을 최대한 동원한 주인장의 배려가 눈에 띈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 러시아 사람들이 즐겨먹는다는 보드카를 곱창전골과 함께 먹을 수 있는 것도 이 집만의 매력이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chosun.com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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