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에도 햇빛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짙은 숲을 오르면 어느덧 잘 다듬은 돌계단이 나타나고 이내 작은 신사가 들어선 호만산 정상이다. 이 신사는 가마도 신사의 상궁이다.
호만산은 한국의 산과 닮은 친근한 모습을 지닌 한편으로 독특한 특징을 지녔다. 산세만을 놓고 보면 금정산과 비슷하다. 다자이후 시를 안고 멀리 바다를 바라보는 형세나 800m대의 큰 부담 없는 높이, 휴일이면 남녀노소 없이 여유 있게 오르내리는 모습이 영락없이 금정산의 풍경이다. 그렇지만 시원하게 뻗어오른 삼나무를 비롯해 상록수 일색인 수목은 겨울이면 일부 소나무가 있는 곳을 빼면 차분한 갈색으로 변하는 한국 산과 달리 푸른 빛을 자랑한다. 후쿠오카는 온대다우 기후지만 바다의 영향을 받아 비슷한 위도 대의 우리나라 지역보다 겨울이 따뜻하다. 그 때문에 수목의 구성도 판이하다.
■4~5시간이면 충분… 후쿠오카 도착 당일 산행 가능

호만산 정상에서 바라본 남쪽 조망. 멀리 구주산 등 벳부지역의 산들이 길게 펼쳐진다.
부산에서 갈 때 규슈 지방의 관문이 되는 후쿠오카시 하카타 국제여객터미널에 정오께서 버스 편으로 40~50분이면 호만산 산행로가 시작되는 가마도 신사 입구에 도착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더라도 1시간~1시간20분이면 신사까지 갈 수 있다. 다자이후 역에서 출발하는 순환버스가 도착하는 신사 앞 주차장에서부터 산행이 시작된다. 입구를 들어서 세 개의 도리이(鳥居)를 잇달아 지나 100m가량 가면 신사가 나타난다. 신사 왼쪽에 '호만산 등산도(登山道)' 표지판이 왼쪽을 가리킨다. 작은 연못과 주차장을 지나면 도로가 나온다. 아담한 크기의 '산의 도서관'을 지나 20m 가면 도로가 왼쪽으로 꺾이는 지점에서 자그만 계곡을 오른쪽에 두고 산길이 시작된다. 도서관에서는 호만산 등산 안내지도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촘촘한 안내판·이정표로 친절하게 길 안내

주차장에 내려서면 바로 보이는 가마도 신사의 도리이. 세 개의 도리이를 지나면 신사가 나타난다.
다시 7~8분 오르면 초입부터 따라온 도로가 끝나고 뒤로 조망이 열린다. 멀리 하카타 항과 바다가 보인다. 호만산 정상까지는 1.7㎞ 남았다. 여기서부터는 조금 가파른 돌계단 길이 정상 가까이까지 이어진다. 100m가량 따라 가면 돌로 만든 도리이 뒤로 돌계단이 이어진다. 2~3분 지나면 식수 표지판이 있다. 오른쪽으로 벗어나 계곡으로 가면 물을 구할 수 있다. 10여 분 오르면 나무 벤치 두 개가 있는 삼합목(三合目) 쉼터다. 수량 풍부한 물이 파이프를 통해 흘러나온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여느 나무보다 굵은 아름드리 삼나무가 드문드문 눈에 들어온다. 10여 분 뒤 구급약 상자와 벤치가 있는 지점에서 갈림길이다. 뚜렷한 오른쪽 길로 오르면 이내 길이 다시 만난다.
가파른 돌계단을 5분 정도 걸으면 '호만산 정상까지 1000M'라는 표지목이 서 있다. 이 지점을 지나면서부터 조금씩 전망이 트인다. 그렇지만 대체로 상록수로 이루어진 숲을 지나는 탓에 짙은 그늘이 계속된다. 15분가량 더 오르면 100계단이다. 숨 가쁘게 계단을 밟다보면 너른 쉼터와 샘이 있다. 길은 계속 계단으로 이어진다. 5~6분 오르면 다시 넓은 평지에 있는 가마도 신사의 중궁(中宮) 터가 나온다. 여기를 지나 살짝 내려서면 갈림길이다. 오른쪽으로 가는 길은 빙 돌아 가마도 신사로 내려서는 길이다. 정면 계단 방향으로 향한다. 10여m 올라 안내판을 따라 왼쪽으로 20m가량 가면 바위틈에 나한상을 모셔두었다. 되돌아와 계속 오른다. 이제 정상까지는 400m 거리다.
■서쪽으로 후쿠오카만, 남쪽으로 벳부 산군 펼쳐져
5~6분 후 팔합목 표지목을 지나 이내 경사가 가팔라지고 로프를 매어 둔 바윗길이 나온다. 여길 올라서면 정상을 앞두고 경사가 다소 누그러진다. 말발굽바위(馬蹄石)를 지나면 곧바로 정상이다. 잘 다듬어 만든 돌계단을 오르면 자그만 신사가 정상에 서 있다. 보만궁으로 불리는 가마도 신사의 상궁(上宮)이다. 주변에 높은 산이 없는 덕분에 동서남북 수십㎞ 조망이 트인다. 특히 남쪽에서 남동쪽으로 멀리 펼쳐지는 산군이 눈을 사로잡는다. 벳부 지역의 눈 덮인 유허다케와 그 왼쪽으로 일본 100대 명산으로 꼽히는 구주산 능선이 길게 뻗어 있다. 서쪽으로는 후쿠오카시를 지나 바다 멀리까지 시원하게 펼쳐진다. 정상에는 친절하게 주변의 주요 산들과 각각의 높이를 새긴 둥근 동판을 설치해두었다.
길은 온도계가 달린 '호만산 정상' 표지목이 선 바위 뒤로 이어진다. 바로 줄을 잡고 내려서야 하는 급경사다. 바윗길을 내려서면 바로 삼거리다. 직진하면 쉼터를 거쳐 하산하는 길이다. 왼쪽 오르막으로 가면 능선이 붓초산으로 이어진다. 7~8분 능선을 타면 나오는 삼거리에서는 오른쪽이다. 20m 더 가면 다시 삼거리다. 붓초산 0.1㎞라 적힌 표지판에서 오른쪽은 하산로로 붓초산 정상은 직진한다. 곧 여기가 정상인가 싶은 정도로 완만하고 나무로 짙은 그늘이 진 곳에 정상 표지석이 나타난다. 붓초산이란 이름처럼 정상에는 작은 불상이 모셔져 있다.
직진해 30m가량 가면 길이 평탄해지는 곳에 삼거리가 나타난다. 오른쪽 하산로 표지가 자그마해 놓치기 쉽다. 직진하면 우미정으로 하산하는 길과 삼군산(三郡山)으로 이어진다. 오른쪽 희미한 산길로 하산한다. 발길이 드문듯 길이 뚜렷하지 않은 데다 경사도 급하다. 5~6분 내려서면 후치동굴이 나오고 15~20분 더 내려가면 호만산에서 바로 내려오는 길과 만나면서 길이 뚜렷해지고 걷기에도 편해진다. 여기서 20분 정도 아래로 향하면 오른쪽으로 사유지 출입금지 차단판이 있고 30m 아래에서 임도를 만난다. 15분 정도 임도를 따라 내려가면 날머리인 혼도지(本導寺) 버스정류장이다.
◆떠나기 전에
- 다자이후 텐만구는 '학문의 신' 모셔 유명세

''학문의 신''을 모신 다자이후시의 텐만구.
한편 산행 후에 피로를 씻을 수 있는 온천도 가마도 신사 근처에 있다. 니시테츠 다자이후 역에서 카라우치잔 행 버스를 타고 10분 이내, 가마도 신사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큐슈온센무라(九州溫泉村)가 있다. 2000년 문을 연 이 온천촌은 가족탕까지 갖춰 가족, 연인끼리 노천욕을 즐길 수 있다.
◆ 교통편
- 여객터미널서 대중교통으로 1시간30분가량 소요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서 쾌속선을 이용해 규슈 지방의 후쿠오카 하카타 항에 도착한 뒤 호만산 입구까지 가려면 버스와 전철을 몇 번 갈아타야 한다. 하카타 국제여객터미널 1층 버스 정류장에서 일단 텐진역(天神驛)으로 간다. 하차 후 도로로 5분 거리인 니시테츠 후쿠오카 텐진역(書鐵福岡天神驛)으로 이동해 다자이후(太宰府) 행 직행을 이용하거나 오무따선을 타고 후쯔카이치역에서 환승해 다자이후역으로 갈 수 있다. 역 바로 앞에서 가마도 신사까지 순환버스가 30~4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다자이후 역에서 신사까지 택시를 이용하면 1000엔 정도 나온다. 하산해서 혼도지 버스 정류장에서 다자이후로 들어가는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면 몇 차례 버스와 전철을 갈아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또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부담이 커진다. 부산에서는 '대마도투어(051-465-3114)'를 통해 호만산 산행과 후쿠오카 여행을 함께할 수 있다. 주말을 이용해 1박2일로 경제적·시간적으로 큰 부담 없이 산행과 관광을 즐길 수 있다. 일반적으로 토요일 오전 9시 최근 취항한 드림호를 타고 부산 항을 출발 정오쯤에 후쿠오카에 도착해 오후에 바로 산행을 하고 온천욕을 한 뒤 하루를 묵는다. 일요일 오전 후쿠오카 일대를 관광한 뒤 점심 후 출발, 오후 6시께 부산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대마도투어는 개별 여행자를 위한 선박과 호텔 예약 등도 함께 한다.
일본 후쿠오카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