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고 자주적인 정신이 녹아있는 전통 무예
택견의 몸짓에는 역사적인 호흡이 깃들어 있다. 우리 선조의 기상과 기백이 사람과 사람으로 이어져 내려온다. 택견의 역사는 반만 년이 넘는다. 그 시원始原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 수 없겠지만, 문헌의 기록을 살펴보았을 때 택견이 아주 오랜 시간 우리 전통무예로서 역사적 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택견은 호연지기를 키우는 무예이다. 육체와 정신을 단련하여 나를 지키고 나라를 지키는 일은 인류사회에서 중요한 맥락으로 자리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가 ‘택견을 주목하는지’에 대한 부분을 생각해보면, 이 무예의 역사적 가치뿐만 아니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될 수 있었던 이유까지 도출해낼 수 있다.
“택견은 지난해 11월, 무예로는 최초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됐어요. 심사 때 우리나라의 택견과 중국 소림사 쿵푸가 겨뤘다고 볼 수 있죠. 택견은 우리의 전통문화가 녹아 있을뿐더러, 무예 자체가 살상을 목적으로 한 게 아니에요. 그래서 견주기(대련)를 할 때 심판이 없어요. 어울림이 목적이고 우리나라의 중요무형문화재가 모두 그러듯이 예술성을 지니고 있는 점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요지였어요.”
곡선의 움직임을 담은 동시에 부드럽고 유연한 동작 속에서 날카로운 공격이 나오는 택견은 정중동靜中動적 힘을 지니고 있다. 부드러움과 여유, 그리고 날쌘 공격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기 때문에 그 방향을 감지하기가 어렵다. 이것은 위험으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이며, 그렇기에 그 힘 안에는 자주적인 정신이 녹아들어 있는 것이다. 더불어 택견의 특징 중의 하나가 상대와 겨룰 수 있는 무예일 뿐만 아니라 혼자서도 배운 기술을 수련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 그 가치를 더욱 되새겨볼 수 있다.
‘참’을 일구고 실현하고자 한 시간
박효순 전수교육조교에게 무예는 거의 평생의 시간을 차지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운동에 소질을 보여 육상과 배구로부터 시작하여 중학교 이후 부터는 태권도, 검도 등을 하며 맨손무예와 무기술을 배웠다. 그러다가 중학교 때에 택견에 대해서 알게 됐다. 그 당시 다니던 태권도 도장의 관장에게 택견이 우리의 전통 무예이고, 우리가 앞으로 지켜나가야 할 무예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박효순 조교와 택견의 만남은 택견에 대해서 천천히 알아나가는 것부터 시작됐다.
“태권도 관장님께 택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바로 시작하지는 못했어요. 택견은 충주에 있었고, 당시 저는 서울에 거주했기 때문이죠. 그러던 중에 텔레비전에서 택견을 처음 보게 되었던 날이 있었어요. 여의도광장에서 국풍 81이라는 국가적인 행사 중 택견시범을 보이는 것이었는데, 이 무예가 굉장히 매혹적이라는 것을 느꼈죠.”
박효순 조교는 그 매혹적인 택견을 배워보고자 1988년, 충주에 있는 건국대학교에 진학하며 그해 3월 1일 택견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에게 있어 택견은 삶 그 자체였다. 대학에서의 전공보다 택견에 더욱 빠져 있던 사이, 벌써 2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는 택견의 기본 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참’을 몸으로, 마음으로 배웠다. 거짓되지 않고 맑은 정신, 조화와 배려가 서린 우리의 전통무예는 그에게 강직한 성정을 가능케 했다.
“저에게는 꿈이 있었어요. 어떤 꿈이든 20년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그 꿈은 꼭 이루어진다고 하죠. 저는 택견의 전수교육조교를 목표로 달려왔는데, 딱 만 20년 만에 꿈을 이뤘죠. 천일을 해야 그 운동의 기본을 알고, 만일을 해야 그 운동의 깊이를 안다고 하죠. 저도 이제 만일 가까이 택견을 해 왔으니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택견은 크게 품밟기, 활갯짓, 발질로 구성된다. 품밟기는 기본 보법이고, 활갯짓은 몸놀림을 원활하게 하는데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룬다. 발질 및 손질은 모든 공격기술과 방어기술을 내포하고 있다. 물론 택견도 무예이기에 살수위주의 싸움수인 결련택견과 무기술로서의 육모술, 부채술, 수리검던지기가 있다. 활수위주의 서기택견을 하지만 결련택견과 무기술을 하기까지는 아주 오랜 수련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 결련택견과 무기술은 살상욕구가 큰 것이기 때문에 활수 위주의 서기택견이 숙달된 전수자 중에서 정신적인 면을 먼저 다스린 후 더 나아갈 수 있다.
정중동靜中動의 몸짓으로 허공을 가르다
택견은 일견 독특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많은 무예들이 방어보다는 공격이 앞서있는 반면, 택견은 그렇지 않다. 물론, 공격과 방어가 50:50을 차지한다지만 방어적인 요소가 강하다. 일반 견주기(대련)를 보더라도 상대의 공격적인 발차기를 잡아 메치는 기술을 최고로 치기 때문에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자신이 꼭 승자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도 없다. 그 움직임을, 어울림을 즐기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매혹적인 부분이, 이 무예의 기술용어가 순우리말로 되어 있다는 거예요. 이것이 바로 택견의 전통성을 극명하게 말해주는 부분이고, 얼마나 오랫동안 선조들에게서 전해져 온 것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박효순 전수교육조교의 교육에는 어린 꼬마부터 국가이수자까지, 다양한 연령이 오랜 시간동안 전통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우리의 전통적인 리듬인 3박을 가진 품밟기와 곡선을 그리는 활갯짓, 그리고 순간적인 발차기 속에 택견의 역사적인 숨결이 이어진다. 박효순 조교는 다시 꿈을 꾼다. 전 세계 어디에 가도 볼 수 없는 우리의 몸짓을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한 활동을 꾸준히 할 생각이다.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후배들을 위한 길이라고 말하는 박효순 전수교육조교. 그의 열정이 있기에 마음을 담는 무예인 택견이 우리 땅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 아주 탄탄하게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글·박세란 사진·엄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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