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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바꿀 수 있다면‥행복한 남성의 조건

호젓한오솔길 2012. 4. 26. 08:28

 

아내를 바꿀 수 있다면‥행복한 남성의 조건

  • 기획 한미영 헬스조선 기자 hmy@chosun.com
  • 참고서적 《남자의 물건》(21세기북스)

 

 

김정운 교수가 전하는 우울과 불안을 달래는 법
-“불안한 남자들이여, 이야기를 하라”

2011년 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6명 중 1명이 최근 1년 내 정신질환을 경험했고, 4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앓았다. 최근 정신질환자가 늘고 있지만 남성의 불안과 우울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다 .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는 ‘불안한 한국 남자가 우리 사회의 문제 ’라고 지적했다. 행복 아이콘 김정운 교수가 ‘월간 헬스조선’ 독자에게 우울과 불안을 달래는 법을 보내왔다 .

남자가 불안하고 우울한 이유

사람은 누구나 불안을 느낀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중년 남성은 더욱 그렇다. 가족을 부양할 의무와 책임, 사회생활에서 겪는 스트레스 등 여성보다 많은 불안을 느낀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는 “사람이 불안을 느끼는 이유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특히 한국 40~50대 중년 남성은 사회활동을 그만둔 후 50년 가까이 살아야 한다는 사실에 엄청난 불안을 느낀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확실하지 않은 존재 때문에 느끼는 심리불안은 존재 확인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류가 아주 오래 전부터 존재 확인용으로 사용해 온 방법은 적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불안한 정치세력의 권력 유지 방법과 같다.

이야기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야기는 인간의 기본 욕구로,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존재를 확인하고 즐긴다. 문명사에서 ‘인간은 이야기를 통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불과 얼마 전이다. ‘인간은 생각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하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그림을 그리고, 영화를 보고, 축구를 보는 것도 신문을 읽거나 뉴스를 보며 흥분하는 이유도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개인으로 보면 할 이야기가 많아야 불안하지 않다. 자기 이야기가 풍요로워야 행복하다”고 말했다.

남자의 일상은 집과 회사 외에는 별다른 이야깃거리가 없다. 한국 남자의 존재불안은 할 이야기가 없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사회적 지위라도 그럴듯하면 버틸 만하지만 지위가 사라지는 순간 이야기도 끝난다. 남자가 나이 들수록 불안한 이유는 그 때문이다. 여자는 다르다. 가방, 구두, 화장품 등 물건 하나로 밤새 이야기한다. 김 교수는 “자기와 동일시할 수 있는 물건이 있으면 할 이야기도 많아진다”며 불안과 우울을 달래는 방법을 제시했다.

사진제공 21세기북스

 

Solution 01 선택 자유를 지켜라
인간은 모든 일을 선택하면서 산다. ‘짜장면 먹을까, 짬뽕 먹을까’를 선택하고, ‘물건을 살까 말까’ 고민한다.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는 선택은 행복을 가져다 주지만, 선택 자유를 빼앗길 때는 좌절을 느낀다. 삶이 재미없는 이유는 선택의 자유를 박탈당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은 몇 개 되지 않는다. 아내, 자식, 집, 자동차 어느 것도 한 번 선택하면 마음대로 바꾸기 어렵다. 나는 수첩을 자주 바꾼다. 조금 쓰다가 지겨우면 바로 바꿔 버려 한 달에 서너 개는 족히 쓴다. 몇 쪽 쓰다만 수첩이 수십 개다. 돈을 낭비한다고 타박하는 친구도 있다. 하지만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용돈을 벌어 겨우 마음대로 하는 일인데 어찌 뭐라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남자는 모여서 군대 이야기를 많이 한다. 심리적으로 어딘가 막히고 답답한 마음을 풀고 싶은 거다. 여자가 시집살이 이야기를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선택 자유를 박탈당한 트라우마를 해결하려는 욕구다. 김 교수는 “좌절한 남자가 밤마다 다양한 ‘폭탄’을 제조하는 것은 ‘내 돈 내고 마시는 술이라도 내 마음대로 섞어 보자’는 심리다”라고 말했다.

Solution 2 긍정심리학으로 자기부정에서 벗어나라
130년 된 현대심리학은 모든 문제가 ‘자신’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콤플렉스, 우울, 불안, 성격장애 같은 심리학적 개념은 부정적 인간관이 전제되어 있다. 드러난 심리적 문제가 명확하지 않으면 무의식까지 들춰낸다. 그런데 이제까지 인간의 약점과 부정적 측면에 초점을 맞춰 연구해온 현대 심리학의 접근방식이 긍정심리학으로 전환되고 있다. 인간의 약점을 고치기보다 개인이 가진 장점을 키우는 편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남과 비교하며 괴로워하는 자기열등감에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 남과 비교하고 괴로워하고, 또다시 비교하고 또다시 괴로워하는 자기부정에 빠진다. 누구나 약점이 있는 것처럼 누구나 장점이 있다. 장점을 끌어올리면 약점은 저절로 개선된다”고 말했다.

Solution 3 삶에 기쁨이 없다면 처절한 고독에 빠져라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 삶에 감사할 줄 안다. 나이 들수록 삶이 허전한 이유는 그리움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운 게 없으니 기쁨이나 고마움이 없다. 김 교수는 “혼자 떠나라. 혼자 제주도 갈대밭을 헤매고, 한적한 바닷가 마을이나 골목을 헤매자. 휴대전화, 노트북 없이 온종일 낯선 길목을 기웃대며 혼자 걷고, 밥 먹고 잔다. 노천카페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는 청승도 떨어 본다. 며칠만 철저하게 혼자 지내면 이제껏 살아온 삶에 대한 기쁨, 가족 사랑, 내가 소유한 모든 것에 감사가 생긴다. 고독해야 누군가를 그리워하게 되고, 누군가를 그리워해야 내면이 풍요로워진다”고 말했다.

Solution 4 아내 혹은 여성에게서 독립하라
《남자심리지도》의 저자 비요른 쥐프케는 중년 남자에게 불현듯 찾아오는 무기력감의 실체를 ‘알렉시티미’라고 정의한다. ‘감정인지불능’ 정도로 번역할 수있는데, 자신이 무엇을 느끼는지 모르는 것이다. 내면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 앞만 보고 달리다 불현듯 정신 차렸을 때, 세상 전체가 변한 것을 깨닫는 상태다. 은퇴하거나 은퇴를 준비할 무렵에 흔히 나타난다. 심해지면 남성 우울증에 빠진다.
김 교수는 “우울증에 빠지면 아내에 대한 정서적 의존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아내는 안식처가아니다. 자신을 귀찮아하고 힘들어하는 아내의 속마음이 느껴지면 오히려 배신감과 분노가 생긴다. ‘늙으면 마누라밖에 없다’고 생각할수록 아내로부터 실망, 허전함, 배신감을 느낄 확률이 높다. 어차피 혼자다. 정서적으로 홀로 서야 한다”고 말했다.

Solution 5 나 자신과 싸우지 마라
우리는 늘 새로운 결심을 하지만 제대로 이루는 것은 거의 없다.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다. 나 자신과의 투쟁을 결심했기 때문이다. 자신과 싸우려 드는 이유는 불안이 원인이다. 사람은 불안할수록 원인을 내부에서 찾는다. 불안한 원인이 분명치 않으니 원인을 찾아 정당화하려 하는데, 바깥의 적은 만만치 않으니 자신을 적으로 만든다. 이렇게 하면 문제의 내용은 물론 해결도 간단해지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미래는 알 수 없으니 원래 불안한 거다. 나를 괴롭히며 싸워 이기려고 달려들지 말자. 나 자신은 싸워 이겨야 할 적이 아니다. 결심은 즐거운 것만 한다”고 말했다.

Solution 6 기억할 일을 자꾸 만들어라
나이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고 한다. 심리학자들은 그 이유를 기억할 게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슴 설레는 기억이 많은 시절의 시간은 길게 느껴진다. 저장된 내용이 많으니 회상 시간도 길다. 반대로 기억할 게 없는 시기는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 노인들도 학창시절의 기억은 생생하다. 기억할 내용이 많고, 모두 새로운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인생의 시간이 날개 단 듯 빠르다면 정신없이 바쁘기만 하지 기억할 만한 일은 없다는 증거다. 김 교수는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고 느낄수록 긴장해야 한다. 의미 부여가 안 되니 쉽게 좌절하고 자주 우울해진다. 사소한 일에도 서운하다”고 말했다. 시간을 천천히 흐르게 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기억할 일을 자꾸 만든다. 평소 뻔하게 반복되는 일과 다른 것을 시도한다.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경험을 한다. 김 교수는 “추위를 뚫고 집까지 걸어가기, 한강 다리 건너기, 시립미술관 둘러보기 등도 좋다. 평소와 다른 경험은 새로운 기억을 만든다. 이는 날개를 단 시간에 제동을 건다”고 말했다.

Solution 7 아이덴티티(주체성)를 찾아라
한국 남자의 표정을 보면 심각한 위기상황이다. 의무와 책임으로 어쩔 수 없어 하는 태도가 감각기관을 통해 어두운 표정으로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표정이 어두운 이유는 즐겁지 않아서다. 김 교수는 “무엇을 할 때 즐겁고 재미를 느끼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자기만의 이야기가 담긴 물건이 있다면 더욱 좋다. 자기 삶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거다”라고 말했다. 심리학에서는 ‘어떤 것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 아이덴티티가 존재 유지를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말한다. 사회적 지위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은 불안한 일이다. 사회적 지위는 반드시 사라지기 때문이다. 위세 당당하던 이들도 은퇴하는 순간부터 헤맨다. 은퇴 후 불과 몇 달 사이에 표정이나 태도가 초라해지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평생 써먹을 직함을 갖지 못할 바에는 고유한 삶의 방식을 매개해 주는 물건을 가져 보자. 시간이 지나면 물건에 관한 이야기가 곧 자신이 된다.

사진제공 21세기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