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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 vs 소식주의, 맞짱! 누가 이겼을까?

호젓한오솔길 2012. 5. 15. 08:30

 

채식주의 vs 소식주의, 맞짱! 누가 이겼을까?

  • 취재 한미영 헬스조선 기자 hmy@chosun.com
  • 사진 김성만(스튜디오100)

 

 

 

“채식으로 균형 잡힌 영양섭취 가능한가요?”
채식과 영양균형에 대한 두 가지 견해

질병의 증상과 처방은 다양하지만 원인은 대부분 서구화된 식사습관과 나쁜 생활습관이다. 생활습관 교정 처방은 대략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채식 위주의 규칙적인 식사습관과 운동이다. 건강한 생활이 화두가 된 요즘, 채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채식에 대한 영양학적 논란은 여전하다. 채식에 대한 영양학적 견해는 다양하다. 채식주의자는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지 않아도 균형 잡힌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동물성 식품 섭취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많다. 채식과 영양 섭취에 대해 ‘베지닥터’로 활동 중인 박현 원장과 ‘닥터유’ 유태우 박사에게 물었다.


Opinion 1 ‘베지닥터’ 박현 원장
채식을 실천하는 의료인 모임‘베지닥터’는 채식주의의 장점과 육식의 유해성을 알리는 활동을 한다. 베지닥터 회원으로 활동 중인 닥터웰니스의원 박현 원장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채식주의의 우수성과 단백질 섭취 요령을 밝혔다. 베지닥터 박현 원장은 채식의 우수성에 대해 확신에 차 있다. 피부염증과 과체중, 만성피로에 찌들었던 몸이 채식을 시작한 후 변했기 때문이다.

“항노화클리닉을 운영하는 의사로서 잘못된 식생활과 생활습관으로 몸이 아프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약이나 치료방법을 이용해도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했죠. 현상치료만 할 것이 아니라 근본원인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무절제한 식생활을 바꿨더니 몸에 반응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현미와 채식 식단으로 바꾸고 한 달 정도 지나자 증상이 사라졌어요.”

박 원장이 생각하는 질병 원인은 과도한 육식 섭취였다. 동물성 식품을 과도하게 섭취해 혈액에 노폐물을 만들어서 고지혈증 같은 대사질환을 만든다는 것이다. “동물성 단백질은 단백질뿐 아니라 지방과 함께 존재하는 게 문제예요. 몸에 해로운 콜레스테롤을 함께 섭취하게 되어 혈관 내피세포의 혈관확장 작용을 어렵게 합니다. 이는 혈압을 높이고 혈당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초등학생이 불필요하게 빨리 성장하고 성인에게 생활습관병이 많아지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식물성 식품 섭취만으로 단백질과 철분, 비타민B₁₂ 같은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을까? 그래서 채식주의자들의 단백질 섭취 요령에 대해 물었다. “현미밥과 콩류, 채소류 등으로 하루 필요한 단백질 섭취량을 채울 수 있습니다. 현미밥에 약 7%의 단백질이 들어 있어요. 콩류도 단백질 함량이 20% 이상입니다. 견과류와 채소류에도 10% 정도 단백질이 있으니 곡류와 채소류만 골고루 먹어도 단백질이 부족할 염려는 없습니다. 체중 60kg인 사람이 하루에 섭취해야 하는 단백질량이 30g이에요. 현미밥 100g에 7.2g의 단백질이 들어 있습니다. 한 끼에 100~150g의 현미밥을 세 끼 먹으면 하루에 24g 정도 단백질을 섭취합니다. 여기에 콩, 두부, 채소 등을 반찬으로 곁들이면 단백질량은 하루 권장량을 채우고도 남아요. 고기로 먹는다면 4~5점 정도 되는 양이지만 실제는 그보다 더 많이 먹으니 단백질과 지방이 필요량보다 많아지는 결과가 됩니다.”

철분이나 비타민, 아연 같은 미네랄은 현미밥과 채소 반찬에서 섭취하고, 비타민B₁₂는 해조류, 카레가루, 쌀식초, 그리고 된장, 김치, 간장과 해조류 등으로 보충한다. “평소 규칙적인 식사습관을 유지하고 꾸준히 운동해 건강관리하면 굳이 채식할 필요 없어요. 현재 생활습관으로도 충분히 건강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성피로 환자에게는 강요하지 않아요. 스트레스를 내려놓고 생활습관을 교정하지 않으면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거든요. 반면 해독해야 하는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채식을 처방합니다. 몸속 독소를 배출시켜 체질을 개선하고, 올바른 식사습관을 기르기 위해서예요.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이나 아토피, 천식 같은 알레르기 질환자 등입니다. 심혈관 질환으로 많은 약을 복용하던 환자가 채식을 시작한 후 거의 모든 약을 줄였고, 20년 가까이 당뇨병으로 고생하던 환자도 약을 끊고 당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Opinion 2 ‘닥터유’ 유태우 박사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채식에 가까운 식생활을 유지해 왔다. 고기나 생선 반찬이 밥상에 자주 오르기 시작한 건 채 수십 년이 되지 않는다. ‘닥터유’ 유태우 박사는 “전통식단에 가까운 식사 습관을 유지한다면 굳이 음식의 종류를 가릴 필요가 없다”며 “적게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식주의는 서구에서 시작된 개념이다. 동물과 밀착된 생활, 종교적 신념, 지구 환경에 대한 관심 등 채식주의는 ‘가치관’과 ‘신념’에서 비롯됐다. 유태우 박사는 채식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구와 우리나라는 채식주의의 출발점이 다릅니다. 서양인은 신앙·동물사랑·환경보호 등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채식을 시작한 반면, 우리나라 사람은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 채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소 워낙 많은 육식을 하는 서양인은 채식을 시작해도 별로 힘들거나 영양이 불균형하지 않습니다. 식단의 30% 이상 고기를 먹어온 습관 덕분에 많은 양의 단백질과 지방이 체내에 쌓여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은 달라요. 기본적으로 한국인은 이미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서양인 기준으로 보면 한국 식단은 채식에 가깝습니다.”

유 박사는 동물성 식품을 배제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영양결핍에 우려를 표시했다. “기본적으로 한국인의 입맛에는 육식이 느끼합니다. 하지만 동물성 식품을 전혀 먹지 않으면 몸에 꼭 필요한 필수지방산과 비타민D, 칼슘이 부족해질 수 있어요. 특히 40세 이상 한국인 여성이 문제입니다. 탄수화물은 과잉 섭취하면서 지방 섭취는 극도로 제한하기 때문이죠.”

육류에는 단백질과 지방이 붙어 있다. 지방에는 세포막을 형성하는 필수지방산이 들어 있다. 필수지방산이 부족하면 입술이 잘 트고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다. 멍도 잘 든다. 적당량의 지방은 오히려 도움이 된다. 최근 채식을 통해 건강을 찾았다는 사례가 많다. ‘체중이 줄고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생리통이 줄고 피부가 맑아졌다’ ‘변비가 사라지고’ ‘수족냉증이 사라졌다’ 등 증상이 다양하다. 이에 대해 닥터유는 “채식해서가 아니라 적게 먹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현대인 식단을 보면 대부분 영양과잉 상태예요. 보통 사람은 6개월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식량을 몸에 저장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것이 있다면 칼슘과 식이섬유 정도입니다. 간혹 생리 양이 많은 여성은 철분이 부족해질 수 있지만 그때는 철분이 많은 음식을 먹으면 해결됩니다.”

닥터유는 건강을 위해 채식을 선택하려는 사람에게 ‘어떤 선택을 했든 즐기라’고 조언한다. “건강관리 차원에서 채식을 선택했지만 현미밥 씹기가 돌 씹는 것처럼 곤혹스럽다면 차라리 그만두는 게 나아요. 대신 음식 종류를 가리지 말고 골고루 먹되, 적게 먹으면 됩니다.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해요. 먹는 건 삶의 일부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삶의 큰 행복이라면, 많이 먹지 않을 방법을 생각하면 그뿐입니다.”

왼쪽 베지닥터 박현 원장, 오른쪽 닥터유 유태우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