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절정기 8월_곰배령에서 만난 들꽃들
사진가들 출사 서두르는 달… 인제 곰배령에서 만난 들꽃들
지천이 꽃이다… 신이 키우는 정원
- ① 동자꽃 : 폭설이 내린 산속 암자에서 마을에 간 스님을 기다리다 세상을 떠난 한 동자승의 이야기가 담긴 꽃이다. 꽃말도 ‘기다림’이다. 깊은 산 속 양지 바른 곳이나 높은 산 초원지대에서 자란다. 하트 모양의 꽃잎 5개를 모아놓은 가운데에 수술과 암술이 동그란 모양으로 솟아 있다. ② 큰뱀무 : 6~7월 노란색 꽃을 피운다. 털이 나 있는 줄기는 대나무처럼 곧게 뻗어 1m 정도까지 자라고 한 줄기에서 3~10송이 꽃이 피어난다. 5장의 노란 꽃잎 한가운데 수십개의 술이 나 있다. ③ 둥근이질풀 : 산이나 들판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대표적 야생화다. 꽃과 잎의 모양이 쥐손이 풀과 비슷해 많이 헷갈리지만 잎의 끝 부분이 약간 둥글면 이질풀이고, 끝 부분이 뾰족하면 쥐손이풀이다.
야생화의 절정(絶頂)기, 8월이다. 전국 각지의 들판과 산에서 말나리, 동자꽃, 큰뱀무 등 형형색색 야생화가 여행객들을 유혹할 채비를 마쳤다. 소담하면서도 개성을 잃지 않은 각양각색의 야생화를 찍으러 사진가들이 출사(出寫)를 서두르는 계절이기도 하다.
야생화를 볼 수 있는 명소로는 강원도 인제 곰배령, 태백 분주령, 평창 선자령 등이 대표적이다. 야생화 명소들을 대상으로 야생화 트레킹 여행상품도 나와 있을 정도다. 약 33만㎡ 규모의 야생화 군락지가 펼쳐진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만항재 일대에는 28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야생화 축제가 열린다. 경기도 가평의 연인산, 영남 알프스지역에 있는 운문산·가지산 등도 대자연이 키워낸 야생화 정원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 ④ 큰까치수영 : ‘까치수염’‘까치수영’‘긴꼬리풀’‘개꼬리풀’등으로도 불린다. 작은 하얀색 꽃들이 반달처럼 휘어진 줄기에 붙은 게 선비의 수염이나 동물 꼬리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⑤ 도라지모시대 : 크리스마스트리에 다는 작은 종처럼 생겼다. 깊은 산이나 산속 그늘진 곳에서 자란다. 우리나라에서는‘모시대’‘흰모시대’‘도라지모시대’등 세 종류의 모시대가 있다. ⑥ 물봉선 : 산과 들판의 물가나 습지에서 자란다. 씨방을 살짝만 건드려도 씨앗이 사방으로 퍼지기 때문에‘나를 건드리지 마시오’라는 꽃말이 붙었다. 고깔처럼 생긴 선홍색 꽃은 끝 부분이 달팽이처럼 돌돌 말려 있다. ⑦ 말나리: 꽃 이름의‘나리’는 백합과 꽃을 의미하는 우리말이다. 나리꽃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볼 수 있는데 주로 7~8월 꽃을 피운다. 꽃이 아래를 향하면 참나리, 하늘을 향해 피면 하늘나리, 옆을 향해 피면 말나리·중나리다. ⑧ 긴산꼬리풀 : 지리산과 그 이북지방, 그중에서도 높고 깊은 산에서 주로 볼 수 있다. 8~10월 새끼손톱보다 작은 보라색 꽃송이 수십개가 긴 꽃차례에 매달려 핀다. 그 모양이 꼬리처럼 휘어져 있어서 꼬리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⑨ 여로 : 전국의 산지와 풀밭에서 자생하는데 7~8월 지름 약 1cm의 꽃이 피어난다. 여로에는 연초록 꽃이 피는‘푸른여로’, 하얀색 꽃이 피는‘흰여로’등도 있다. 박새와 비슷하게 생겼다.
이 중에서도 강원도 인제군 곰배령이 보존상태나 꽃 밀집도 등에서 으뜸이다. 동자꽃, 둥근이질풀, 애기앉은부채 등 100여종 야생화가 봄부터 가을까지 피고 또 진다. 그 절정인 여름 야생화 촬영을 기다리며 카메라를 매만지고 있는 당신을 위해 주말매거진팀이 곰배령을 찾았다. 올해는 초여름까지 이어진 긴 가뭄으로 개화가 늦어져, 예년보다 1~2주 늦은 8월 초쯤에야 만개한 여름 야생화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안타깝게도 올여름 곰배령에서 야생화를 볼 기회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이곳은 천혜의 원시림을 보호하기 위해 산림청이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놓은 지역. 매주 수~일요일, 인터넷을 통해 사전에 '생태안내 프로그램' 참여를 신청한 200명만 들어갈 수 있다. 8월분은 입소문을 타고 입산 신청이 거의 끝난 상태다.
야생화는 아는 만큼 보이는 법. 곰배령에서 갓 찍어온 여름철 대표 야생화를 참고해 전국 곳곳의 '야생화 천국'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 ⑩ 양지꽃 : 땅에서 30~50㎝ 크기로 자라나며, 봄에는 어린 순을 나물로 먹기도 한다. 늦봄 추위에도 강해 4월부터 2㎝ 정도의 노란색 꽃을 피운다. 꽃 생김새는 뱀딸기 비슷하지만 양지꽃은 꽃잎에 비해 꽃받침이 훨씬 작다. ⑪ 산꿩의 다리 : 그늘진 곳에서 핀다. 가느다란 줄기가 꿩의 다리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7~8월 눈(雪)의 결정을 연상시키는 하얀색 꽃을 피운다. 중부 이남에선‘은꿩의 다리’, 강원 도 이북 산지에선‘연잎꿩의 다리’가 피어난다. ⑫ 톱풀 : 잎사귀가 톱날처럼 생겼다. 7~10월 흰색 꽃을 피우는데 한 그루에서 수십 송이 꽃이 핀다.
'배를 하늘로 향하고 누운 곰'처럼 생겼다는 강원도 인제군 곰배령. 이곳을 탐방하는 생태안내 프로그램은 진동리 산림생태 관리사무소에서 강선마을을 거쳐 곰배령까지 이어지는 약 5㎞ 등산로를 따라 진행된다.
등산로에는 꽃이 눈처럼 희고 정갈하다는 '산돌배나무', 아홉 마리 용이란 구룡목(九龍木)에서 이름이 유래했다는 '귀룽나무', 질긴 줄기 껍질로 밧줄이나 옷을 만들었다는 '느릅나무' 등을 볼 수 있다. 등산로는 대부분 계곡을 옆에 끼고 있으며, 숲이 울창하다. 해발 1100m 정상에 올라가면 탁 트인 들판을 가득 메운 야생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나무데크가 만들어져 있다.
누구나 2시간 정도면 오를 수 있을 만큼 짧고 완만한 길이라 "밋밋하다"는 볼멘소리를 듣기도 한다. 하지만 이곳은 땀을 흘리며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그런 곳이 아니다. 작은 꽃 하나하나를 관찰하며 걷다 보면 시나브로 '신(神)이 키우는 정원'에 닿는다.
곰배령 가는 길목에 있는 '방동 약수'는 시원하고 톡 쏘는 물맛으로 유명하다. 300여년 전 한 심마니가 '육구만달(60년생 산삼)'을 발견하고 산삼을 뽑아내자 그 자리에서 물이 솟아나 약수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방동약수는 약수터 옆으로 흐르는 계단식 계곡과 탄산·망간·철·불소 등이 풍부한 약수를 즐기려는 발길이 이어진다.
- 해발 1100m 곰배령 정상은 수십종의 야생화가 철마다 피어난다. 맑은 날에는 설악산까지 보일 정도로 탁 트인 들판에 깔린 나무데크를 걸으며 다양한 야생화를 감상할 수 있다.
▶ 곰배령 가는 법
서울에서 양평·홍천 지나 철정검문소에서 우회전해 451번 지방도를 타고 인제 상남까지 간 후, 31번 국도에서 현리교 건너 우회전해 418번 지방도를 타고 방동(진동) 쪽으로 들어가면 진동리다. 인제읍에서 31번 국도를 타고 가다 진방삼거리에서 418번 지방도로로 갈아타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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