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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마다 숨겨둔 '볼거리'에 재미 쏠쏠

호젓한오솔길 2012. 10. 16. 23:50

 

골목마다 숨겨둔 '볼거리'에 재미 쏠쏠

 

 

가을의 낭만 소풍
고궁둘레길 걷기 ②경복궁

 

경복궁둘레길은 재미있다. 걷다 보면 고요할 만큼 한적한 단풍길이 나타나기도 하고 고개를 돌리면 크고 작은 갤러리, 카페와 만나기도 한다. 동네 탐험에서부터 맛집·갤러리 여행까지 골고루 즐길 수 있는 곳, 경복궁둘레길을 소개한다.


 

경복궁둘레길 통의동 골목. 골목 안쪽으로 한옥집을 리모델링한 갤러리 류가헌과 미 스맥갤러리가 들어서 있다.

■한적한 효자로, 번화한 삼청로

경복궁은 조선의 법궁(法宮, 임금이 사는 궁)으로 그 규모만큼이나 둘레길도 긴 편에 속한다. 5m 높이의 담장이 2404m 이어지고, 길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다양한 골목과 만난다. 덕분에 통의동·통인동·효자동·삼청동·재동·사간동 등 강북의 소박한 멋을 지닌 동네 탐험은 덤으로 즐길 수 있다. 아날로그 감수성을 자극하는 효자로부터 걷고 싶다면 광화문의 오른쪽 길로, 번화한 삼청로부터 걷고 싶다면 광화문의 왼쪽 길로 가면 된다. 단, 경복궁둘레길은 청와대와 인접해 일부 구간 검문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경복궁둘레길 효자로의 매력은 영추문 부근에서 느낄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보안여관(02-720-8409)이다. 고동색 타일로 둘러싸인 건물 안쪽으로 들어서면 '미성년자는 입장해서도 안 되고 입장시켜도 안 됩니다'라는 낡은 경고문구부터 만난다. 1930년대 문을 연(추정) 이 여관은 고 미당 서정주가 젊은 시절 한때 기거했던 곳으로, 그로부터 7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여관의 기능을 상실한 채 옛 모습 그대로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제2회 일맥아트프라이즈 수상 작가전인 'Don't Worry, Be Worry:지금, 여기 예술의 생태계'가 열리고 있다(~17일). 인근에 있는 류가헌(02-720-2010)이나 미스맥갤러리(02-2057-6327)도 둘러볼 만하다. 사진위주 류가헌은 이름처럼 사진작품을 주로 전시하는 곳. 28일까지 이한구 사진전 '군용(軍用)'을 선보인다. 작가가 1989년부터 1992년 군 복부 시절 찍어 20년간 간직했던 사진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영추문을 지나면 신무문이 나온다. 이즈음부터는 삼청로로 넘어가는 코스다. 삼청동삼거리를 거쳐 경복궁사거리로 이어지는 길까지는 갤러리가 몰려 있어 '갤러리거리'로도 불린다. 갤러리진선, 국제갤러리, 갤러리아트 사간, 금호미술관, 갤러리 현대 등이 이 거리에 있다. 갤러리거리를 포함해 삼청동 일대에선 10월 21일까지 '삼청미술제'가 진행된다. 삼청동 일대 16개 화랑에서 작가 23명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골목마다 신구(新舊) 맛집 공존

효자로, 삼청로 골목마다 소문난 맛집이 속속 숨어 있지만 둘레길 가까이에도 가볼 만한 맛집들이 많다. '효자로 라인' 보안여관 옆 디미(02-730-4111)는 옛날 건물을 리모델링한 카페 겸 생면 파스타 전문 레스토랑으로 경복궁둘레길을 내다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크림소스 파스타 중에선 빠빠델레(1만3000원)가, 올리브오일 소스 파스타 중에선 페투치네(1만5000원)가 인기다. 청와대 사랑채 뒤편 사랑방손칼국수(02-736-8079)는 20년 된 칼국수 전문점으로 하루 120여 그릇만 판매하는 '한정판 손칼국수'를 맛볼 수 있다. 조명숙(63), 김경자(76)씨가 매일 손반죽으로 만들어내는 손칼국수(6000원)를 먹기 위해선 대기표부터 받아야 하는 게 불문율처럼 돼 있다. "오후 4시까지 영업하지만 2~3시가 되면 사실상 재료가 바닥난다"는 게 조명숙씨의 말이다. 한 손님은 "대기하는 동안 애피타이저로 삶은 달걀(3개 1000원)을 까 먹는 게 예의"라고 귀띔했다.

사랑방손칼국수의 손칼국수.

'삼청로 라인' 재동길과 이어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건립 중) 골목엔 스타일리시한 디저트 카페 코코브루니(02-732-1875)를 비롯해 베이커리 다이닝 카페 힛더스팟(02-739-5100), 청주 한씨 집안에서 내려오는 전통 간장게장이 유명한 큰기와집(02-722-9024) 등이 있다. 스미스가 좋아하는 한옥(02-722-7003)은 최근 일대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곳. 북촌 옛집의 정취가 느껴지는 한옥 레스토랑에서 화덕피자(1만6000~2만3000원)와 파스타(1만6000~2만원)를 맛볼 수 있다. "'스미스가 좋아하는 한옥'이라는 이름에서 '스미스'는 특정 인물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철수나 영희처럼 '누구나'라는 의미로 '스미스가 좋아하는 한옥'은 '누구나 좋아하는 한옥'이라는 뜻"이라는 게 이진숙(44) 지배인의 설명이다. 영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등의 영화 제작자였던 이 지배인의 인맥 덕분에 운이 좋다면 이 집에선 식사 도중 유명 배우를 만날 수도 있다.

스미스가 좋아하는 한옥에선 화덕에 구운 피자와 파스타를 맛볼 수 있다.

■경복궁'경회루 연향' 19~21일 열려

한편 경복궁(02-3700-3900) 경회루에선 10월 19~21일 오후 8시 가을밤 왕의 잔치를 재현한 '경회루 연향'이 펼쳐진다. 지난해 처음 선보인 경회루 연향은 경회루와 주변 경관을 무대로 활용한 실경(實景) 공연으로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국립고궁박물관(02-3701-7500)에선 오는 12월 30일까지 '십장생도 10폭 병풍'을 국내 최초로 공개한다. 미국 오리건대학교 박물관 소장 '십장생도 10폭 병풍'은 고종 때 왕세자가 천연두를 앓다가 회복된 것을 축하하고 기념하기 위해 제작한 왕실 회화다. 이번 전시에는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왕세자 병세호전 축하잔치 병풍' 등 3점의 왕실 회화도 함께 선보인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매주 화요일은 휴관한다.




글=박근희 기자
사진=김잔듸 객원기자
일러스트=손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