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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둥산의 하룻밤을 민둥산에서 듣다

호젓한오솔길 2012. 10. 17. 23:01

 

민둥산의 하룻밤을 민둥산에서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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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곱 시 까지 충무로에 가려면 전날부터 엄청 부지런해야 한다.

식구들 먹거리 챙기는 일도 해놓아야 하고

최소한 아침 여섯시에 집에서 나서야 되는데

지각은 절대 안됨이란 문자도 언제나 사람 마음을 급하게 한다.

 

지하철을 타고 앉아 시간 검색을 해보니 일 이분 늦을 것 같다.

기다려 주셈!!! 푸나무.

지하철에서 여행편지로 문자를 넣는다.

충무로에서 내려 아주 빠르게 걷는다.

내가 타자마자 버스는 미끄러지듯 움직인다.

 

차안은 다 여자다

딱 한 사람만 남자다.

그러고 보니 남자는 여행편지 관계자 외에 여행신청을 받지 않겠다는 공지를 봤다.

여자가 같이 신청하는 남자 외에는 혼자 신청하는 남자는 안된다!!

 

김휴림의 여행편지가 원하는 여행은 세 가지

시간엄수. 차안대화 금지, 금주.

이 세 가지가 혼자 오는 남자들에게는 적용이 잘 안된 듯....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그것도 몇 커플 빼면 다 혼자 온 사람이다.

 

아마도 김휴림의 여행편지는 앞으로도 주욱 잘될 것 같다.

<혼자>라는 놈의 매력에 빠지면 아주 늙어서 기운 없게 되기 전까진

적어도 그놈 쉬 놓아주지 않을테니까,

 

내 앞과 옆 뒤의 여자들.....이쁘게도 책을 읽는다.

무슨 책을 읽을까 궁금하다.

사람은 전혀 궁금하지 않는데 왜 사람이 읽고 있는 책은 궁금할까?

그 속에는 결국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

읽고 있는 책이

그 사람의 어떤 모습보다 더 선명한 자신을 나타내주니까,

 

배낭을 챙기면서 망서렸는데 이번에는 나는 책을 담지 않았다.

7킬로미터 정도를 걸어야하고 생각보다 가파르다고 적혀있다.

한라산 19킬로를 걸었던 패기는 어디로 갔는지

쪼잔하게 무게를 생각하며 책을 뺐다.

차를 타고 보니 산에 오를 때는 빼놓고 가면 될 것을......

 

대신 음악을 듣는다.

다운 받아 논 음악을 살펴보는데

오호, 민둥산의 하룻밤이 있다.

전람회의 그림은 가끔 듣지만 민둥산의 하룻밤은 언젠가 듣고 내 스탈 아니야....

하며 접었던 음악이다.

 

지하에서 음산한 소리가 울려나온다. 어둠의 요정들이 등장하고 이어서 어둠의 왕 체르노보그가 나타난다. 마귀들은 체르노보그를 찬미하는 암흑의 미사를 드리고, 마녀들이 안식일의 향연을 벌인다. 이 광란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먼 마을 교회의 종이 울리기 시작하고, 어둠의 요정들은 물러간다. 그리고 날이 밝는다.”

(무소르키스키 민둥산에서의 하룻밤 )

 

그래도 민둥산에 가니

민둥산 음악이 다가올지도 몰라.

 

근데 전혀 안 다가왔다.

관악기 소리는..... 귀가 아팠고 불협화음의 소리는

여전히 소리에서도 보수의 한계 속에서 노니는 귀에 적응이 안됐다.

그래도 아주 열심히 들었다.

음악도 공부니.....어느 순간 다가오기도 하는 것이니,.

 

 

마음을 다잡고 걸어서인지

컨디션이 괜찮은건지 뒤처지지 않고 잘 오른다.

 

고맙다 나여.

살아있어 주어 고맙다.

걸을 수 있어

볼 수 있어

느낄 수 있어

만질 수 있어

고맙다 나여

이 아름다운 가을을 보게 해주니

나여 고맙다

 

꽤 깊은 산을 올랐는데 정상에 서니 정말 민둥산이다.

나물을 캐기 위해 불을 질렀다는 그래서 민둥산이 되었다는,

그래서 먼데 있는 작은 길도 선명하게 보이는 산이었다.

저 길을 걸어 나물을 따러 다녔겠지......

 

원래 해마다 산에 불을 한번씩 내야 그 다음 해 억새가 어여쁘다고 하는데

사고가 무서워 지금은 불을 지르질 않는다고 한다.

가만 생각해 보니

나물도 그렇고 억새도 그렇고 불을 질러야 되질 않나....

머 무서워 장 못 담는 것 아닌가.

나물도 잘되고 억새도 이쁘다면 금상첨환데

 

근데

사람 안에도 불지를 곳 있나 몰라

태운 후

오히려

사람다워질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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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시월의 각시취 아래는 팔월 하순의  각시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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