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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가장 건강한 귀농

호젓한오솔길 2012. 11. 28. 21:22

 

 

내 생애 가장 건강한 귀농

 

 

천년초 대중화에 앞장서는 경남 창녕 오난희(33), 오연화 자매

경상남도 창녕군 유어면 진창마을에는 꽃처럼 화사한 귀농인이 살고 있다. 스물일곱이라는 청춘에 과감히 귀농을 선택한 오난희 씨가 그 주인공이다. 건강을 위해 결심한 귀농이 인생의 비전까지 제시할 줄은 몰랐다며 웃는 얼굴이 해맑다. 농사경험 전무한 이십대 후반의 미혼 여성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천년초의 대중화를 위해 새로운 사업을 구상 중인 그녀를 만나보자.

 

건강의 적신호, 천년초로 극복하다

“어렸을 때부터 건강이 안 좋았어요. 특별한 질환이 있는 것도 아닌데 직장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두통도 심했고요. 어느 날 회사동료가 건강관리 차 복용하던 즙을 덩달아 석 달 정도 꾸준히 먹어봤는데 몸이 호전되는 게 느껴지는 거예요. 그게 바로 천년초였죠.”

인생의 마라톤에 있어 출발지점과 다름없는 스물일곱. 오난희 씨는 청춘의 한 가운데서 오로지 천년초에 대한 확신만으로 귀농을 실행했다. 귀농 5년 차에 접어들어 돌이켜 보니 정성을 다해 기를 수 있는 작목을 선택한 것이 귀농 생활을 지탱하는 데 큰 힘이 됐던 것 같다고 전한다.

 

“내 몸이 건강해지니 호기심이 발동했어요. 어떻게 생겼는지, 자라는 환경은 어떤지 모든 게 궁금했죠. 그래서 포장지에 쓰인 생산 농가를 무작정 찾아간 게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하우스에서 자라는 줄 알았는데 노지에서 크는 모습이 무척 신선했어요. 농장주 말씀이 시설도 필요 없고, 약을 안 쳐도 되고, 우리나라 토종 선인장이라 겨울에 얼어 죽지도 않는다고 하니 씨만 뿌리면 저절로 크는 줄 알고 겁 없이 덤볐어요. ‘이 좋은 걸 나만 먹을 게 아니라 직접 길러 가족들에게 나눠줘야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했습니다.”

잦은 병치레 탓에 사회생활이 순탄치만은 않았던 난희 씨. 담담하게 풀어내는 사연 속에는 도시 생활로 얻은 스트레스와 고민이 묻어 있었다. 한창 일할 나이인데다 미혼이라는 꼬리표로 곱지 않은 눈초리를 받기도 했지만, 내 생애 가장 건강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는 그녀의 미소는 봄 햇살처럼 포근했다.

 

부모님의 거센 반대에 연차별 영농계획서 제시

“지금 제가 사는 이 집이 원래 외가였어요.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6년 동안 비어있었죠. 처음엔 머리 식힐 겸 내려왔다가 ‘시골에서 살아야겠다’고 완전히 마음을 굳혔어요.”

‘귀농’이라는 단어조차 모를 만큼 농사에 관심이 없던 딸이 시골에 내려가 천년초를 키우겠다니 부모님의 반응이 어땠을까.

 

“도대체 젊은 애가 시골에 내려가 뭘 먹고 살 건지 막막하셨겠죠. 그때 제 나이가 스물일곱이었는데 결혼도 안 한 처녀가 농촌에서 혼자 살겠다고 고집을 피우니 얼마나 답답하셨겠어요. 절 설득할 요량으로 확실한 계획서를 가져오라고 하셨는데 천년초 재배부터 판로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연차별 영농계획서를 보여 드리니 진심이라고 생각하셨나 봐요.”

난희 씨의 귀농작전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동지가 있다. 어릴 때부터 친자매처럼 지낸 사촌 언니 오연화 씨다. 농장견학부터 함께한 연화 씨는 그녀의 영농계획서를 검토한 뒤 승산이 있겠다고 판단해 집안 어른 설득에 발 벗고 나섰다. 믿음직한 사촌 언니와의 동행으로 부모님의 허락에 종지부를 찍은 난희 씨의 파란만장한 귀농 생활이 시작됐다.

 

“귀농하고 3년 동안 부모님께서 창녕에 찾아오신 적이 없어요. 심적으로 의지할 곳이 있으면 아예 눌러 앉을까봐 그러셨대요. 지금은 많이 달라지셨어요. 저희 얼굴 자주 보려고 차까지 사실 정도니까요. 저희가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시고 부모님도 인정해주시는거 같아요.”

블로그로 구축한 네트워크

“저희는 인터넷 활용도가 높아요. 처음에는 일기 삼아 블로그를 개설했는데 결혼도 안 한 아가씨 둘이 시골에서 생활하는 게 신기하셨는지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이 생겼어요. 비록 온라인상이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니 어느새 작은 네트워크가 구축됐습니다.”

 

집수리는 물론이고 창고부터 화장실까지 직접 지은 만능 자매의 일상은 블로그에 고스란히 기록됐다. 텃밭에 마늘을 심고 거름을 주는 일도 영농일지라 생각하고 차곡차곡 업데이트했다. 부모님 돈으로 시골에서 유유자적 젊음을 축낸다는 오해도 받았지만 꾸준히 게시되는 그녀들의 일상을 보고 기특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렇게 구축된 네트워크는 천년초 직거래 판로로 변모했다.

“블로그는 일상을 기록하는 곳이기 때문에 천년초 홍보나 판매를 하지 않아요. 그런데 저희가 어떤 농사를 짓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아예 카페를 따로 개설해 천년초에 대해 설명해 드렸어요. 그랬더니 저희에게 신뢰가 생긴 분들께서 구매의사를 표현하시더라고요. 지금은 격려차 직접 방문해 천년초를 구입하는 소비자가 더 많아요.”

 

얼마 전 자매의 농장에서는 귀농투어가 진행됐다. 130여 명의 예비 귀농인들이 찾아와 견학과 함께 귀농사례를 브리핑한 것이다. 이 역시 블로그로 유명세를 탄 덕분이다. 특별한 목적 없이 시작했던 일이 나비효과처럼 거대한 효과를 불러온 셈이다.

“천년초가 잘 자라고 잘 팔리는 것도 좋지만 귀농해서 얻은 가장 귀한 열매는 사람이에요. 블로그에 원두막을 짓는다고 올리니까 트럭에 장판을 싣고 오신 분도 계시고, 고랑을 판다고 올리면 다음날 도와주시겠다고 찾아오세요. 생전 처음 보는 분들인데도 부지런한 모습이 보기 좋다면서 아낌없이 베풀어주시니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응원해주시는 만큼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지자체의 협력으로 천년초 상품 개발 추진

‘농사도 지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여러 교육기관을 찾다 보니 자연스레 인맥도 생겼다. 귀농인과의 교류가 늘면서 다양한 정보를 접하게 된 그녀들은 경상남도에서 주최한 ‘농촌여성일감갖기’ 사업에 선정돼 1억 원을 지원받는 행운을 얻었다.

“경험이 워낙 짧아 당연히 안 될 거라고 생각했죠. 창녕은 마늘과 양파 농사가 대부분인데 특용작물을 재배하니 특이하다고 여기신 것 같아요. 인터넷 활용이 높은 점도 점수를 따는 데 도움이 된 것 같고요. 작물 경영기록과 판매 수익률 등의 데이터도 한몫했겠죠. 사업장을 지어 2차 가공을 한 후에 상품으로 만들어 팔아보라는 취지인데,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세요.”

이제 첫발을 뗀 사업은 부지선정을 앞두고 있다. 천년초를 접목할 수 있는 요리 개발을 위해 창녕군 농업기술센터의 ‘향토음식연구회’ 프로그램도 열심히 참여 중이다. 현재로선 어떤 상품이 탄생할지 미지수지만 자매의 의욕은 차고 넘친다.

“지금 면장님께서 사업장이 건립될 땅을 알아보고 계세요. 아무래도 젊은 처녀 둘 때문에 마을에 생기가 돌긴 도나 봐요. 사업 때문에 이사 가면 안 되니까 꼭 유어면에 땅을 사라는 뜻에서 직접 발품 파시는 거예요. 저희끼리 농담으로 ‘우리가 진창마을 아이돌이야’ 하면서 웃는다니까요. 이렇게 인복이 많아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아낌없이 쏟아지는 격려와 응원만으로도 하루하루가 행복하다는 농사꾼 자매. 가까운 미래에 제 모습을 드러낼 천년초 상품이 궁금해지는 비결이다.

“시골은 베풀면 뭐든 2~3배로 돌아오는 곳이에요. 할머니들 말동무 해 드리고, 아프신 분들 보건소 모셔다 드리고, 형광등 몇 번 간 것뿐인데 얼마나 고마워하시는지 몰라요. 저희 몰래 텃밭 풀 뽑아주시는 건 기본이고, 시골 내려와서 쌀을 사 먹은 적이 없어요. 다 가져다주시니까. 텃세 걱정 대신 마음의 울타리를 열고 귀농하시면 아무 문제없답니다.”

그녀들이 둥지를 틀고 난 뒤 동네는 화사한 기운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이장님 말씀에 따르면 마을이 탄생한 이래 가장 많은 손님이 찾아왔을 정도로 신바람 가득한 마을이 됐다고 한다. 청춘의 긍정, 청춘의 에너지, 청춘의 싱그러움으로 젊은 귀농물결을 일으킨 오난희 씨와 오연화 씨의 밝은 미래에 박수를 보낸다.


자료제공·농림수산식품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