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너머 <804> 울산 치술령
정상 경계로 두 개의 망부석… 전설 속 바다가 가물가물
이번에 '근교산&그너머' 취재팀이 찾은 곳은 울산시 울주군과 경북 경주시의 경계에 선 치술령(鵄述嶺·767m)이다. 치술령은 신라의 충신 박제상의 전설이 서린 곳이다. 정상 주변에는 그의 아내와 딸들이 그를 기다리다가 돌로 변했다는 망부석이 있다. 그런데 이 망부석이 치술령 정상을 경계로 울주 쪽과 경주 쪽에 하나씩 있다. 바로 울산 망부석과 경주 망부석이 그것이다. 전설로 내려오는 것이니 어디인들 망부석이 자리 잡을 수 있겠지만 두 지자체가 각각의 망부석을 내세운 모양새다. 울주군 쪽 등산로 입구에 거창하게 박제상 유적지를 조성한데다가 박제상 부인의 친정이 울주군 만화리인 것을 고려하면 울산 망부석이 그럴 듯하지만 실제 산을 올라보면 전설에 맞춰 바다를 바라보는 위치로는 경주 망부석이 더 적합해 보인다.
비탈 쪽에서 올려다 본 울산 망부석. 바위의 반반한 수직면에 한자로 망부석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바다 쪽으로 조망이 시원하게 열리지는 않는다.
이번 치술령 산행은 기존의 법왕사를 거쳐 오르는 코스 대신 더 아래쪽 옻밭마을에서 바로 능선을 따라 오르는 길을 택했다. 이 길은 근래 찾는 발길이 드물어 상당히 묵어 있다. 특히 능선에 올라선 뒤 울산 망부석까지 가는 구간의 절반 이상은 길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낙엽과 잡목에 묻혀 있다. 또 막바지에 경주 쪽으로 내려서는 길도 갈림길이 많고 이정표가 없어 유심히 살피면서 걸어야 한다. 그 때문에 산행 시간이 늦어져 해가 지면 길 찾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므로 시간 안배를 잘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하는 코스는 발목 위까지 빠지는 푹신푹신한 낙엽 길을 원 없이 걸을 수 있어 초겨울 산행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산 곳곳에 신라 충신 박제상 전설 서려
경주 망부석에서 바라본 조망. 앞에 높은 산이 없어 맑은 날엔 바다가 막힘없이 바라보인다.
치술령 산행은 울산시 울주군 두동면의 박제상 유적지를 출발해 느티나무 노거수~옻밭노인회관~국수봉·치술령 등산안내도~잇단 삼거리~무덤~호미지맥 삼거리~울산 망부석(~참새미)~삼거리~치술령 정상~경주 망부석~잇단 삼거리~781m봉(헬기장)~제내리 갈림길~송전탑 아래 무덤~제내2리 경로회관을 거쳐 제내·사일 버스정류장에서 마무리한다. 전체 산행거리는 12㎞ 정도로 순수 산행시간은 5시간 안팎, 휴식을 포함하면 6시간 정도 걸린다.
박제상 유적지의 치산서원 앞에서 출발해 한동안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간다. 수령 300~400년의 느티나무 노거수를 지나 잠시 뒤 옻밭노인회관과 옻밭마을 버스정류장을 지난다. 곧 충효사 입구다. 길 오른쪽에 국수봉·치술령 등산안내도가 서 있다. 산길은 맞은편 '치술령길 63' 주택 오른쪽 돌담과 밭 사이를 지나 대나무 숲 앞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이어진다. 올라서면 이내 길이 오른쪽으로 휘어져 3기의 무덤 뒤로 들어서며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산 사면을 따라 잠시 완만한 길을 걸으면 겨울이라 바짝 마른 계곡 앞에서 갈림길을 만난다. 계곡을 건너가는 길은 마을로 내려간다. 왼쪽 오르막으로 계속 간다. 갈수록 낙엽이 두꺼워진다. 갈림길에서 300m가량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가 능선으로 오르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다. 왼쪽으로 꺾여 올라가는 길이 희미하므로 리본을 주의해서 살펴야 한다. 갈라지는 지점에 두드러지는 굵은 서어나무 두 그루가 삼거리에 있으니 참고하면 좋다.
능선으로 올라가면 쓰러진 나무가 곳곳에 길을 막고 있다. 6~7분이면 능선에 올라선다. 여기서부터는 오른쪽으로 꺾어 울산 망부석까지 계속 능선을 걷는다. 소나무가 줄지어 서 있는 길은 거의 일직선으로 올라가며 고도를 높인다. 낙엽이 덮긴 했지만 길은 뚜렷하다. 조금씩 가팔라지는 길을 20분가량 올라가면 잠시 경사가 완만해지고 공터에 무덤이 있다. 길은 곧 다시 가팔라진다. 무덤 위로는 인적이 더욱 드문 듯 군데군데 산악회 리본이 달린 것 외에는 사람이 지나간 자취를 찾기 어렵다. 관목이 무성하고 가시가 많아 한두 군데 긁힐 각오를 해야 한다. 길이 희미한 곳이 많지만 능선의 폭이 넓지 않고 좌우로 사면의 경사가 가팔라 능선만 따라 오르면 길을 벗어날 우려는 없다. 그렇더라도 낙엽 탓에 미끄러운 급경사를 오르려면 겨울이라도 땀깨나 흘려야 한다.
■낙엽과 잡목에 묻힌 묵은 산길 올라
치술령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엔 낙엽이 수북해 눈길 걷듯 조심해야 한다.
30분가량 오르면 길이 완만해지며 두 갈래 능선이 만나는 삼거리에 닿는다. 왼쪽에서 올라오는 길은 치술령으로 이어지는 호미지맥 능선이다. 곧 정면에 치술령 정상이 바라다보인다. 이내 울산 망부석이다. 망부석 바로 옆에는 전망대를 설치하고 안내판도 세워 두었다. 이곳 망부석은 울산시 기념물 제1호로 지정돼 있다. 아래로 내려가 살펴보면 바위 한쪽에 망부석이란 한자가 새겨져 있다. 망부석에서 북쪽으로 100m 떨어진 곳에 박제상의 부인이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치성을 드릴 때 마셨다는 '참새미' 샘터가 있다. 물은 깨끗하지만 낙엽이 수북해 마시기 어렵다. 망부석에서 치술령 방향으로 10여 m만 가면 법왕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다. 여기서 참나무 숲 속으로 난 완만한 길을 잠시 걸으면 치술령 정상이다.
치술령에 올라서면 가장 먼저 커다란 '신모사지(神母祠址)' 비석이 맞이한다. 바로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나무계단 길은 국수봉 방향이다. 비석과 정상석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또 다른 나무 계단이 있다. 바로 아래에 보이는 바위가 경주 망부석이다. 이곳에 서면 바다 쪽으로 조망이 시원하게 트인다. 계속 내려가는 길은 국수봉으로 가는 길과 만난다. 답사로는 다시 정상으로 올라와 이정표의 경북 제내리(6.5㎞) 방향으로 내려간다. 100m를 채 못 가 삼거리다. 오른쪽은 석계·녹동리 방향이다. 답사로는 왼쪽이다. 낙엽 쌓인 가파른 내리막이다. 5분가량 내려가면 경사가 누그러지며 안부 삼거리가 나온다. 오른쪽 내리막은 석계 상동못(3.5㎞) 방향이다. 이정표의 치술령 종주길 방향으로 오른다. 울산과 경주의 경계를 이루는 능선 길은 이후로는 급경사 없이 완만한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서서히 고도를 낮춘다. 평탄한 곳에는 낙엽이 두껍게 쌓여 걸을 때 몸이 꺼지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푹신한 능선길 초겨울 산행 묘미 만끽
울산 망부석 가까이 있는 참새미. 박제상의 부인이 치성드릴 때 물을 마셨다는 곳이다.
펑퍼짐한 두 번째 봉우리를 지나면 평지 같은 길을 잠시 걷다가 능선이 왼쪽으로 살짝 휘는 지점에 삼거리다. 오른쪽은 하산로이고 답사로는 왼쪽 능선을 따른다. 15분 정도 걸어 781m봉을 지나면 곧 풀이 무성한 헬기장을 지난다. 곧 능선이 살짝 왼쪽으로 휘는 곳에 삼거리다. 오른쪽은 석계자연농원 방향 하산로이고 답사로는 왼쪽이다. 완만한 길을 20분가량 가다 보면 길이 갑작스레 가팔라진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6~7분 가면 무덤이 보이고 곧 삼거리다. 제내리 방향의 오른쪽 길로 접어든다. 10분가량 내려가다가 길이 살짝 오르막으로 바뀌는 지점에 삼거리다. 여기선 60~70m 아래 송전탑 방향으로 내려가는 뚜렷한 왼쪽 길 대신 희미한 오른쪽 길로 들어서야 한다.
잠시 뒤 작은 봉우리 위 오래된 무덤을 지나 10분 정도 가면 삼거리다. 직진하는 오르막 대신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길로 간다. 묵은 듯하지만 너른 길을 잠시 걸으면 송전탑이 뒤로 올려다보이는 잘 꾸민 무덤 앞을 지난다. 곧 송전탑에서 내려오는 너른 길과 만나면 오른쪽으로 꺾어 내려간다. 잠시 뒤 갈림길에서는 오른쪽으로 내려간다. 마른 개울을 만나면 왼쪽으로 꺾어 내려가면 곧 주택이 나온다. 여기부터는 콘크리트 길을 걷는다. 잠시 뒤 제내2리 경로회관을 지나면 곧 제내·사일 버스정류장에 닿는다.
◆ 떠나기 전에
- 잠시 짬 내 박제상 유적지 둘러볼 만
박제상 유적지의 치산서원.
박제상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명한 신라의 충신이다. 5세기 눌지왕의 명을 받아 고구려와 왜국에 볼모로 가 있던 두 동생을 데려오는 일에 나섰다. 그는 먼저 고구려에 가 복호를 구해오고 이어 왜국에 가서 미사흔을 구출해 귀국시켰지만 자신은 붙잡혔다. 회유를 뿌리친 그는 끝내 처형당했다. 이때 그의 부인은 두 딸을 데리고 치술령에 올라 그를 기다리다가 죽어 망부석이 되었다고 한다. 이들의 영혼이 새가 되어 날아든 곳이 은을암으로, 치술령 남쪽 국수봉의 동쪽에 있다.
박제상을 기려 울산시가 근래에 조성한 것이 이번 산행의 들머리인 울주군 두동면 만화리 박제상 유적지다. 이곳은 박제상 부인의 친정이 있던 곳이다. 유적지엔 치산서원을 중심으로 박제상 기념관, 삼모녀상, 추모비 등이 있다. 박제상의 부인을 치술신모로 기려 사당을 세우고 제사를 지냈는데, 그 자리에 조선 시대에 들어 치산서원을 세웠다. 기념관은 신라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전시관, 박제상과 얽힌 이야기들을 보여주는 전시관 등 두 부분으로 크게 나뉜다. 잠시 짬을 내 유적지를 둘러보고 가도 산행 시간에 여유가 있다.
◆ 교통편
- 언양~봉계~두동 버스 시간 잘 맞춰야
이번 치술령 산행은 출발지와 도착지의 거리가 멀어 승용차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낫다. 산행을 출발하는 박제상 유적지에 가려면 일단 노포동 터미널에서 언양까지 간다. 오전 6시30분부터 20분 간격 운행. 언양에서는 터미널 옆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봉계로 가는 308번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서 다시 울산 연암 행 802번 버스로 갈아탄다. 두동면사무소를 지나 박제상 유적지 입구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여기서 박제상 유적지까지는 도로를 따라 2㎞걸어 들어가야 한다. 봉계 행과 연암 행 시내버스의 운행 간격이 넓으므로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308번 버스는 종점인 삼남신화에서 오전 7시50분, 8시30분, 9시30분, 10시10분에 출발하며 터미널 옆 정류장엔 10~15분 뒤에 도착한다. 봉계까지는 35분가량 걸린다. 802번은 봉계에서 오전 7시30분, 9시30분, 10시30분에 출발한다. 겨울에 어두워지기 전 산행을 마치려면 노포동에서 출발하는 오전 7시50분 버스, 언양에서 8시30분 버스, 봉계에서 9시30분 버스를 연결해 타면 된다.
산행을 마치는 경주 제내·사일 버스정류장에서 경주터미널로 가는 508번 버스는 오후 4시40분, 5시50분, 7시50분 등에 있다. 중간 경유지이므로 여유를 두고 기다리는 게 좋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이진규 기자ocea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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