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수동 카페 거리
뭔가 허전한 하나를 채우기 위해 소박하지만 개성 있는 그곳으로 간다
- 1읽고·쓰고·보고·듣고…살롱 문화의 아지트인‘이리 카페’. 2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어느새‘검둥이’가 옆에 다가와 아는체를 한다. 카페 겸 갤러리인‘그문화 다방’. 3자몽 안에 꿀을 채운‘꿀자몽’이나 라면을 먹으면서 만화책을 볼 수 있는‘리드 카페’. 4신발 공장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커피 공장‘앤트러사이트’. 컨베이어 벨트를 그대로 살려 카운터로 활용하고 있다.
도시의 골목마다 두세 곳의 프랜차이즈 카페가 들어섰으니 커피를 마실 곳이 아쉽진 않다. 하지만 인테리어와 음악, 메뉴까지 비슷해 간판만 가리면 어디가 어딘지 구분하기도 힘들다. 번듯한 외관을 갖췄지만 무미건조한 게 마치 한 병원에서 시술받은 '성형 미인'들을 보는 것 같다. 소박하지만 개성 있는, 자연미인 같은 카페는 이제 도시 깊숙이 숨겨진 골목에서나 '발견'할 수 있다. 서울 마포구 상수동 골목에 있는 카페들이 그렇다. 이곳에서 찾아낸 카페 12곳은 어느 하나 비슷한 데가 없다. 어찌나 개성이 넘치는지 때론 포근하고 때론 짜릿하기까지 한 곳이다.
그 문화 그 다방
덩치는 좀 크지만 순한 개 '검둥이'에 이끌려 들어갔던 곳이다. 공간의 절반은 카페, 나머지 절반은 갤러리인데 양쪽을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다. 일러스트 작가와 콘텐츠를 연구하는 아트콘텐츠그룹 '엠큐피엠'이 운영하는 곳이다. 같은 골목에 있는 참기름집에서 공수하는 미숫가루와 직접 삶은 팥으로 만든 팥빙수가 여름에 인기다. 새벽 1시까지 영업하고 맥주와 위스키 등도 판매한다. (02)3142-1429, 전시 정보는 www.artetc.org
이리카페
상수동의 쉼터이자 일터이고, 공연장이자 전시장이기도 하다.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거나 담소를 나누는 공간이 시낭송회, 낭독회, 인디밴드 공연, 사진전이 열리는 공간으로 때때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지난 4일에는 시인 김경주와 힙합 아티스트들이 시와 랩으로 함께 공연을 펼쳤다. 이런 행사가 없더라도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엄청난 양의 디자인 서적, 화보집, 소설책, 시집, 각종 잡지 덕분에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지루하지 않다. 카페보다는 '살롱'이란 명칭이 더 잘 어울리는 곳이다. (02)323-7861
앤트러사이트
오래된 신발 공장을 카페로 개조했다. 녹슨 철문과 컨베이어 벨트, 철골이 드러난 천장 등 공장일 때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2층 널찍한 카페 공간은 허물어진 벽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이곳은 '당인리 커피 공장'으로 불린다. 매일 원두를 로스팅하고, 7가지 원두 중 하나를 선택하면 그 자리에서 갈아 핸드드립으로 내려준다. 이곳 커피는 볶는 정도를 약하게 해서 쓴맛보다는 단맛, 신맛, 향미를 더 살리는 데 집중한다. (02)322-0009
- 1서울 상수동이라고 한겨울의 매서운 추위가 비켜갈 리는 없다. 하지만 이곳에는 아랫목처럼 온기 감도는 카페들이 많아 겨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 이경민 영상미디어 기자 2상수동 한 카페 안에서 바라본 거리 풍경.
퍼블리크(PUBLIQUE)
소문을 듣고 찾아온 프랑스인 손님도 깜짝 놀란다는 정통 프랑스식 빵집이다.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프랑스 국가기술자격증을 딴 셰프가 프랑스에서 직접 공수한 밀가루를 사용해 빵을 만든다. 화학 첨가물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밀가루와 천연 발효된 효모만 사용한다. 매장에서 빵과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다. 대표 메뉴는 프랑스산 통밀, 호밀, 천연 효모로 만든 빵 '드 퍼블리크'. 쫄깃한 속은 씹을수록 고소하고, 쌉쌀하면서도 구수한 껍질은 버터를 발라 먹기에 좋다. (02)333-6919
살롱 드 떼 벨로(Salon de The Bellot)
프랑스어로 "작고 예쁘장한"이라는 뜻의 '벨로'(bellot)를 이름으로 한 홍차 전문 카페다. 카페 한쪽에 줄 세워놓은 올망졸망한 홍차 병을 보면 이 이름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인도·스리랑카·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온 홍차 30여종을 맛볼 수 있다. 원하는 차를 고르기 위해 향을 맡아 볼 수도 있고, 전문가가 차를 우려내는 모습도 구경할 수 있다. 벽면에 종유석처럼 달려 있는 메뉴판이나 앙증맞은 쿠키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02)332-5533
다정(茶鼎)
주택가 모퉁이에 '차 끓이는 솥'이라는 이름을 걸고 아담하게 문을 연 곳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다기(茶器)와 보이차를 전문으로 파는 상점이다. 하지만 인심 좋은 주인은 물건만 팔고 손님을 돌려보내지 않는다. 가게 한편에 마련해 놓은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 정성껏 우려낸 차 한 잔을 고풍스러운 다기에 담아 권한다. 차의 역사나 마시는 법을 배우는 것은 물론, 개인 취향에 따라 잘 어울리는 차를 추천받을 수도 있다. (02)325-1542
리드 카페(read cafe)
'이나중 탁구부' '슬램덩크' '열혈강호' '식객' 등 추억의 만화책을 보며 맛깔 나게 끓여낸 라면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한쪽 벽면 가득한 책장에는 소설·철학서·만화책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꽂혀 있다. 카페 곳곳에 숨어 있는 희귀 피규어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곳의 별미는 꿀자몽. 자몽 윗부분을 따고 꿀을 채운 뒤 따뜻하게 데워낸 음식이다. 달콤한 꿀이 새콤하면서도 쌉쌀한 자몽 과즙과 조화를 이룬다. 꿀자몽을 주문하면 군고구마 같은 덤도 준다. (02)323-0321
디디다
'천국의 샛방'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대충 쌓아놓은 듯한 책들과 삐뚤삐뚤한 사진, 낡은 공연 포스터 등에서 오는 안락함이 이곳의 장점이다. 테이블마다 올려져 있는 '디디다 낙서장'을 보며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추억을 엿볼 수도 있다. 아무리 불러도 눈길 한 번 안주는 도도한 고양이 두 마리와 신경전을 벌이는 것도 재미다. 매주 목~일요일 오후 8시가 되면 인디밴드의 공연이 시작된다. 공연 입장료 대신 원하는 만큼 팁을 내면 된다. (02)3142-5750
아델 삐꽁(Adel Picon)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동화 속 다락방에 들어선 것 같다. 영화에나 등장할 것 같은 빈티지 소품들로 채워진 카페다. 푸스볼(일명 테이블 사커) 테이블이 카페 한가운데 있고, 스쿠터·재봉틀과 촌스러운 듯 귀여운 인형 등이 나머지 공간을 메우고 있다. 의자도 모양이 각기 다른 빈티지다. 빈티지샵도 함께 운영하는 곳이니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다면 살짝 파는지, 가격은 얼만지 물어보자. 1층에 있는 '메르 삐꽁'은 같은 컨셉의 술집이다. (02)3144-7095
무대륙
'무대륙'은 태평양 중부에 있다는 상상의 대륙이다. 이름처럼, 이 카페 역시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공간이다. 한쪽 벽면에는 CD가게처럼 CD들이 쭈욱 걸려 있고, 무대에선 인디밴드가 공연을 하는데 다른 한쪽 구석에선 아티스트들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 카페와 공연장, 아티스트를 위한 작업실이 함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목적 없이 방문해도 무언가 하나는 즐기고 나오는 곳이다. 규모는 작아도 알찬 공연이 많으니 일정을 미리 알아두고 가는 것이 좋다. (02)332-8333, 공연일정은 www.mudae ruk.com
호호미욜
카페에 들어서면 폴크스바겐 미니버스와 교태 많은 고양이 러시안블루 한 마리가 손님을 맞이한다. '여행 중 그늘이 좋은 곳에 차를 세우고 한 잔의 커피를 즐긴다'가 콘셉트인 만큼 이곳에는 기타, 시계, 미니어처 자동차 등 아기자기한 소품이 가득하다. 6년 전 문을 열고, 상수역·홍대 인근의 대표적인 빈티지 카페로 떠올랐다. 커피는 세계 30개국에서 원두를 들여온 뒤, 신선도를 고려해 2~3일 단위로 바꿔가며 만든다. 카페에서 천연 발효종을 사용해 만든 치아바타 빵과 직접 만든 퀘소블랑코 치즈도 맛이 좋다. (02)322-6473
알지비 지구맛
이곳에 들어선 여자들은 낮은 탄성을 뱉는다. 벽에 걸린 웨딩드레스와 그 앞에 놓은 웨딩 케이크 모형에서부터 탁자 위에 놓인 꽃병까지, '소녀 감성'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없다. '하우스 웨딩' 같은 소규모 결혼식이나 '브라이덜 샤워'(결혼 전 신부를 위해 여는 파티)를 기획하는 부부가 운영한다. 케이크팝(막대 사탕 모양의 케익)과 컵 케이크, 쿠키, 더치커피 등이 함께 나오는 디저트세트(8500원)는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쁘장하다. (02)6080-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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