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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내음 가득한 숲속길 274㎞

호젓한오솔길 2013. 3. 13. 21:35

 

봄내음 가득한 숲속길 274㎞

  • 권경훈 기자

 

Gyeongnam 지리산 둘레길
옛길·고갯길·강변길·농로길 등 경남·전남북 117개 마을 연결
지리산 일대 문화·역사 오롯이

 

지난 3일 경남 산청군 단성면 운리마을에서 시천면 덕산리까지 '지리산 둘레길' 8구간. 주변의 산과 들판에는 아직 초록의 색감이 싹트지 않았지만 은근한 봄의 기운이 감돌았다. 작은 마을을 지나고 휘어진 임도를 따라 산속으로 접어드는 길이다. 호젓하면서 자연의 내음이 가득했다. 어우러져 길을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산길 모퉁이 모퉁이를 돌고 돌아 닿은 백운계곡에는 맑은 물이 반석 사이로 "쏴아~쏴아~" 경쾌한 소리를 내며 겨울을 뚫고 봄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지리산 둘레길을 음미하며 걷던 사람들은 백운계곡에서 뻑뻑해진 장단지를 잠시 쉬게 했다가 즐거운 발걸음을 재촉했다.

지리산 둘레길 금계~동강코스./사단법인 숲길 제공

 

겨우내 닫혔던 지리산 둘레길이 봄을 맞아 다시 열렸다. 서부지방산림청과 둘레길 관리를 맡은 사단법인 숲길 등은 "이달부터 지리산 둘레길 이용 안내를 시작했다"고 10일 밝혔다. 방문객들이 보다 편리하고 안전하게 둘레길을 이용할 수 있도록 안전표지 1200여 개의 설치도 마무리했다.

이 길은 지리산 자락 경남과 전남·북 지역 117개 마을을 잇는 총 274㎞. 경남 함양(23㎞) 산청(60㎞) 하동(68㎞), 전북 남원(46㎞), 전남 구례(77㎞) 구간 등 3개 도(道)와 5개 시·군을 연결하는 '지리산 둘레길'은 한국 대표 숲길이다.

이 길을 따라 걸어가면 모두 20개 읍·면, 117개 마을을 통과하면서 지리산 곳곳에 걸쳐 있는 옛길, 고갯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농로길, 마을길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자연과 마을, 역사와 문화를 발걸음 발걸음에 오롯이 담을 수 있다. 사단법인 숲길 측은 "지리산 둘레길은 바쁜 세상살이, 물질적 풍요 속에서 느끼는 공허감 등으로 가득 찬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사람과 자연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나눔과 되돌아 봄의 길'"이라고 말했다.

지리산 둘레길은 2004년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지리산 순례길이 있으면 좋겠다"는 제안이 나온 뒤 지리산 주변에 사는 주민들의 도움과 양해를 받아 2008년 4월 전남 남원 산내와 경남 함양 휴천을 잇는 시범구간으로 시작했다. 이후 연차적으로 구간이 추가, 현재에 이르렀다.

옛길은 최대한 원형으로 복원하고, 원래 있던 숲길, 임도, 강길, 제방길 등은 있는 그대로를 활용했다. 길을 걸으면서 지리산의 사계절을 감상하고 지리산 일대 문화와 역사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사단법인 숲길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완전 개통된 이후 지금까지 4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 길을 다녀갔다.

또 지리산 둘레길을 매개로 한 각종 여행상품과 '힐링 캠프'들이 마련되고 있으며, 학생 등을 위한 자연체험학습 프로그램들도 잇따라 열릴 예정이다. 지리산 둘레길에 대한 정보는 사단법인 숲길이 운영하는 홈페이지(www.trail. or.kr)와 현장 안내센터(구레, 남원 인월, 산청 성심원, 하동) 및 안내소(함양, 산청 중태)에서 지도, 리플릿을 제공받을 수 있다. 부산에 사는 회사원 김형철(42)씨는 "지난해 가을 둘레길을 걸으면서 느꼈던 감동을 잊을 수 없다"면서 "이번 봄에도 같은 감동을 느끼기 위해 조만간 둘레길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