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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찜에 분화구 같은 구멍 숭숭? 성냥불로 기포 없애세요"

호젓한오솔길 2013. 3. 22. 08:26

 

"달걀찜에 분화구 같은 구멍 숭숭? 성냥불로 기포 없애세요"

  • 김성윤 기자

 

 

日食 요리사에게 배우는 일본식 가정 요리

경기도 분당에 있는 일식당 ‘쯔루가메스시’의 김원일씨가 달걀말이에 닻방풍나물을 얹어 마무리하고 있다. 일본식 달걀말이와 달걀찜, 튀김 만드는 시범을 보여준 김씨는 “기본을 지켜야 맛있는 음식이 된다”고 강조 또 강조했다. /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비단처럼 매끄러운 달걀찜(자왕무시), 촉촉하고 부드러운 달걀말이(다마고마키), 바삭바삭 느끼하지 않은 튀김(덴푸라). 주부들이 "집에서 아무리 해봐도 도저히 일식당 그 맛이 나지 않는다"며 좌절하는 음식들이다. 일식 요리사들이 공개 않는 비법이라도 있는 걸까.

국내 최고 일식당으로 꼽히는 '쯔루가메스시'(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주인 겸 요리사인 김원일(56)씨는 "기본을 안 지켜서 그렇다"고 잘라 말했다. "요리는 과정을 1부터 100까지 정확하게 순서를 지켜야 하는데, 흔히 1부터 5까지 가고는 6~7 빼먹고, 11~12 빼먹는 식이에요. 이러면 모양은 괜찮을지 몰라도 맛이 안 나요. 모든 건 기본이에요. '비법' '할매 손맛' 이런 것 없어요."

일본인이 즐겨 먹는 일상식을 모은 요리책 '사계절 제철요리'(백산출판사)를 최근 펴낸 김원일씨가 달걀찜·달걀말이·튀김 만드는 전 과정을 옆에서 꼼꼼히 설명 들으며 지켜봤다. 이를 정리해 소개한다.

달걀찜

달걀 3개, 다시마 맛국물 600mL, 간장 25mL, 맛술 30mL, 청주 15mL, 소금 약간(엄지와 검지 끝으로 잡았을 때의 분량), 보리멸새우 4마리, 갯장어 1마리, 표고버섯 약간, 은행 10개

1.
달걀을 하나씩 깨 작은 그릇에 담는다. 껍질이나 이물질을 골라내고, 싱싱한지 확인해 볼(bowl)에 옮겨 담는다. 다시마 맛국물, 간장, 맛술, 청주, 소금을 더해 섞는다. 체에 거른다.(“실 같은 흰자끈을 반드시 제거해야 합니다.”)

2. 보리멸새우와 갯장어, 표고버섯을 은행과 같은 크기로 자른다. 밥그릇 등 용기에 2의 재료를 적당히 담고 1의 달걀물을 7부쯤 채운다. 표면에 생기는 기포는 토치(torch)나 성냥불 등을 이용해 제거한다.(“기포가 있으면 달걀찜 표면에 구멍이 생겨 보기 좋지 않습니다.”)

3. 찜통을 불에 올려 증기가 잘 피어오를 때 달걀찜 용기를 담는다. 센불에 5분 익히되, 찜통과 뚜껑 사이에 젓가락 하나를 찔러 넣은 정도의 틈을 남겨둔다.(“증기가 빠지지 않아 찜통 내부가 너무 뜨거우면 달걀물이 익지 않고 재료가 헝클어집니다.”) 약불에서 천천히(약 15분) 중심까지 잘 익도록 찐다.

●Tip: “새우는 보리멸새우가 색·식감이 가장 어울리지만, 다른 새우도 상관없습니다. 표고버섯이 없으면 다른 버섯을 써도 괜찮습니다.”

달걀말이

달걀 12개, 닻방풍나물 약간, 식용유

달걀 맛국물: 다시마 맛국물 100mL, 소금 ⅓큰술, 설탕 2 ⅓큰술, 국간장 ½큰술, 청주 3 ⅓큰술, 맛술(미림) 4큰술
간장무즙: 무 ½개, 국간장 약간

1.
달걀을 하나씩 깨 작은 그릇에 담는다. 껍질이나 이물질을 골라내고, 흰자가 퍼지는 등 달걀이 싱싱하지 않은지 확인해 큰 볼(bowl)에 옮겨 담는다. 다시마 맛국물, 소금, 설탕, 국간장, 청주, 맛술을 더해 잘 젓되 거품이 너무 많이 생기지 않게 조심한다. 고운 체에 거른다.

2.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가득 붓는다.(“피부에 땀구멍이 있듯, 팬 표면에도 보이지 않지만 미세한 구멍들이 있어요. 이 구멍까지 빈틈없이 기름막을 입혀야 합니다.”) 식용유가 뜨거워질 때까지(약 170도) 가열한다. 식용유를 별도 용기에 따라낸다. 키친타월로 남은 기름을 닦아낸다. 다시 불을 켜 연기가 날 때까지 가열한다. 프라이팬을 얼굴 가까이 댔을 때 체온 정도(약 35도)로 식힌다.

3. 프라이팬을 중약불에 올린다. 달걀물을 프라이팬 전체가 얇게 덮일 정도(약 70mL) 붓는다. 반숙 상태가 되면서 생기는 기포를 젓가락으로 터트려 없앤다. 젓가락을 달걀 밑으로 넣어 팬 손잡이 쪽으로 말아 팬 표면에 2/3 정도의 공간이 생기게 한다. 이 빈 공간에 식용유를 키친타월로 바른다.(“달걀은 기름을 싫어해요. 기름이 너무 많으면 달걀이 새까맣게 변해요.”)

4. 달걀물을 팬의 빈 공간에 붓고 얇게 편다. 젓가락으로 처음 말아놓은 달걀말이를 들어 달걀물이 아래로 흘러들게 한다. 반숙이 되면 기포를 젓가락으로 터트리고, 다시 말아 접는다. 달걀말이가 원하는 두께가 될 때까지 반복한다.

5. 달걀말이가 완성되면 대발로 프라이팬 위를 덮는다. 팬을 뒤집어 달걀말이를 대발로 옮긴다. 대발을 말아 형태를 잡아 5분 정도 그대로 둔다.

6. 무 껍질을 벗기고 강판에 곱게 간다. 달걀말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접시에 담는다. 달걀말이 무즙을 옆에 놓고 국간장을 살짝 끼얹어 낸다.

튀김

달걀노른자 1개, 물 1컵(200 mL), 얼음 5~6개, 밀가루 1컵, 새우·고구마·버섯 등 각종 튀김 재료 적당량, 튀김옷용 밀가루 적당량, 튀김기름 적당량

1.
볼에 노른자와 물을 넣고 거품기로 잘 저어 섞는다. 고운 체에 거른다.(“노른자의 알갱이가 남지 않아야 바삭하게 튀겨집니다.”) 얼음을 넣는다. 밀가루를 넣고 젓가락으로 적당히 저어 밀가루가 드문드문 보일 정도로 가볍게 섞는다.(“밀가루를 잘 반죽하면 바삭하게 튀겨지지 않는 원인이 됩니다.”)

2. 튀김 재료에 밀가루를 입힌 다음 여분의 밀가루를 최대한 털어낸다.

3. 튀김기름을 섭씨 170도로 달군다. 튀김옷을 기름에 떨어뜨렸을 때 바닥에 가라앉아 잘 떠오르지 않으면 150도, 가라앉자마자 바로 떠오르면 160도, 중간 정도 내려가다 떠오르면 170도, 기름 표면에서 그대로 바깥쪽으로 퍼지면 180도이다.(“섭씨 175도에서 튀깁니다. 재료를 넣었을 때 기름 온도가 떨어져 가장 이상적인 170도가 됩니다.”)

4. 2의 튀김 재료를 1의 튀김옷에 살짝 담갔다가 3의 기름에 담그듯 살며시 넣는다. 튀김옷이 굳을 때까지 건드리지 않는다. 튀김 재료와 튀김옷에서 공기와 수분이 빠지면서 기포가 생기는데, 처음엔 기포가 컸다가 차츰 작아진다. 작은 기포가 보글보글 올라올 때 뒤집는다. 기포가 다시 컸다가 작아지면 뒤집는다. 다시 한번 뒤집은 다음 건져내며 여분의 기름을 최대한 털어낸다.

5. 접시에 흐트러지지 않게 쌓는다. 가는 소금이나 튀김간장(덴다시), 간장을 곁들여 낸다.(“소금을 권합니다. 튀김 본래의 맛을 가장 잘 살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