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록콜록 봄은 괴로워
기관지가 약한 사람은 봄에 조심해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알레르기 비염부터 감기, 독감, 심지어 천식까지 참 괴로운 계절이다. 알레르기 비염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 20~25%가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병 중 하나다. 코막힘에 맑은 콧물이 흐르거나 재채기가 계속되고 코와 눈 가려움증이 대표 증상이다. 감기 증상과 비슷해 쉽게 알아채기 힘들지만 위와 같은 증상이 두 가지 이상, 하루 한 시간 이상 나타나고 오랫동안 증상이 계속되는 경우 알레르기 비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만약 방치하게 되면 나중에 치료가 쉽지 않고 재발할 확률이 높다. 또 많은 사람들에게 축농증이라고 알려진 부비동염과 중이염, 알레르기성 천식 등 많은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최근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알레르기 비염 환자 가운데 약 20~38%가 천식을 앓고 있으며 계속 방치할 경우 천식에 걸릴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3배 이상 높다고 한다. 따라서 증상을 꼼꼼히 살펴보고 빨리 병원에 갈 것을 추천한다.
환절기가 시작되는 3월 초부터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많아지는 6월까지 감기와 독감이 많이 발병한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들이 많이 걸린다. 한 소아과의 조사에 따르면 봄철 병원을 찾는 아이들 중 절반 이상이 감기를 앓고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독감과 감기를 헷갈려 하지만 원인부터 증상까지 전혀 다른 병이다. 감기는 다양한 바이러스가 원인이라 아직까진 추천할 만한 예방법이 없다. 다만 면역력을 높여주고 영양분을 고루 섭취하여 몸속 건강을 챙기는 정도다. 대부분 1~2주면 자연치유가 되며 콧물, 재채기, 두통, 소화불량 등이 대표 증상이다. 반면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유행성 호흡기 질환으로 원인이 확실하니 독감 예방접종으로 70~90% 예방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전염되는 경우가 많으며 감기 증상에 고열, 두통, 근육통, 관절염 등 심한 몸살 기운을 느끼게 된다. 만약 방치하게 되면 치명적인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있으니 증상이 심해지면 곧장 병원으로 가는 게 좋다.
면역은 최고의 의사
의학의 신이라 불리던 히포크라테스가 “면역은 최고의 의사이며 최고의 치료법”이라 말했듯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모든 병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최고의 예방법이자 치료법이다. 면역력은 스스로 몸을 치료할 수 있는 일종의 자가치유 시스템이다. 같은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되어도 감기에 걸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건강한 사람이 있다. 둘의 차이가 바로 면역력의 차이다. 면역력이 강하면 바이러스가 우리 몸을 공격하지 못하지만 반대로 약해지면 몸속 어딘가 숨어 있던 바이러스까지 활발하게 활동한다. 겨울 동안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급격한 기온변화와 함께 봄을 맞이한 우리의 몸은 당연히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다. 따라서 봄철 건강은 면역력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아무리 휴식을 취해도 피로가 사라지지 않으며,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면 면역력이 떨어졌다는 증거다. 면역력을 높이려면 하루 7~8시간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밤에 깊은 숙면을 취하면 스트레스 자극에 의해 활성화된 교감신경이 억제된 부교감신경으로 전환이 일어나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또 낮에 활성화했던 뇌도 휴식을 취하게 되어 면역기능 회복을 돕는다. 간혹 휴일에 몸이 무겁거나 졸려서 잠을 더 자게 되면 그만큼 생체시간이 뒤로 밀리게 된다. 평일에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더라도 휴일에 무너지면 일주일 동안 생체리듬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그러니 휴일에도 규칙적인 생활이 무너지지 않도록 주의하자.
아이들은 면역력이 약하면 자주 걸린다. 그러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감기와 싸우고 몸을 회복하는 데 써버리게 된다. 즉 성장의 공백이 생기는 것이다. 만약 성장시기를 반복적으로 놓치게 된다면 결국 또래 아이들에 비해 몸집이 작고 왜소한 아이가 될 수도 있다. 즉 면역력 강화는 아이의 건강은 물론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아이들은 규칙적인 생활습관 외에도 개인위생에 신경 쓰는 것이 좋다. 특히 손만 제대로 씻어도 어느 정도의 세균과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다.
1. 비타민이 풍부한 제철나물과 제철과일을 충분히 먹는다.
2. 몸속에 들어온 미세먼지를 배출하기 위해 물을 많이 마신다.
3. 외출 후 집에 돌아오면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는다.
4. 커튼이나 침구류는 충분히 먼지를 털어낸 후 세탁한다.
5. 날씨가 건조하면 젖은 수건을 널거나 가습기를 틀어 습도를 유지한다.
6. 오랫동안 밖에 있는 경우 자외선 차단제를 3시간 간격으로 바른다.
7. 황사가 심한 날 외출을 하게 된다면 모자, 황사마스크를 쓰고 긴소매 옷을 입는다.
8. 큰 일교차에 대비해 카디건을 갖고 다닌다.
9. 목욕 후 몸에 보디로션을 발라 보습을 한다.
10. 하루 7~8시간 충분한 수면을 한다.
Mini interview
가정의학과 전문의 조애경(we클리닉 원장)
Q 황사, 꽃가루 등 2가지 이상의 알레르기 유발물질에 반응하는 경우도 가능한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원인인 알레르겐(allergen)을 찾기 위해 피부단자 검사, 혈청 내 총 면역 글로불린 E 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실시하게 된다. 이러한 검사에서 원인을 찾아내기도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물론 2가지 이상의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기도 한다. 알레르기 비염의 경우 집 먼지, 토끼풀, 꽃가루 등 최고 5~6개 과민반응을 보이는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이 많고 피해야 할 장소가 많다는 것을 의미할 뿐 특이하거나 이상한 것은 아니다.
Q 봄철 계절변화로 인한 춘곤증과 단순 피로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피로는 무리한 운동, 정신적인 스트레스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나타난다. 하루하루 쌓여가는 피로를 제때 풀어주지 못하면 피로물질이 체내에 축적돼 신경과 근육에 통증이 나타난다. 또 오랫동안 지속될 경우 우울감이나 불안함 등 정신적인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춘곤증은 따뜻해진 환경 변화에 우리 몸이 적응하지 못해 나타나는 증상이다. 시도 때도 없이 졸리고 입맛이 뚝 떨어지며, 때때로 어지럽기도 하고, 불면증과 가슴 두근거림까지 동반한다. 춘곤증은 몸이 계절변화에 적응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지만 피로는 풀어주지 않으면 계속 쌓이게 된다.
Q 봄철 이상징후가 나타나도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향이 있다.
병이 한참 진행된 후에야 병원을 찾아 치료시기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봄철 대표적인 알레르기 질환으로 꼽는 알레르기성 비염의 경우 방치된 채 2차 감염이 오게 되면 부비동염(축농증), 중이염이 될 수도 있다. 면역력이 저하된 어린이나 노인,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가 독감을 방치하면 폐렴, 기관지염 등의 합병증을 초래한다. 병에 걸리면 방치하지 말고 가까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Q 알레르기성 비염의 경우 유독 젊은 층에서 자주 일어난다고 하는데 이유가 궁금하다.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젊은 층의 활발한 면역반응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 몸은 젊을수록 몸속으로 침투하는 이물질에 강한 면역과민 반응을 보인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인자들이 약해지는데 악성종양이 젊은 층에선 빠르게 진행되는 반면 노인층에서는 더디게 진행되는 것이 바로 그 예다. 젊은 층은 알레르기 유발물질에 더 강하게 반응하여 오히려 알레르기성 비염이 잦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천식은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하지만 가족 중에 천식, 알레르기성 비염, 아토피 피부염 등 알레르기 질환이 있거나 어린 아기 때 아토피 피부염을 앓았다면 천식에 걸릴 위험이 높다. 만약 부모가 모두 알레르기가 있다면 자녀에게 알레르기가 있을 확률이 50~70%인 반면 부모 모두 알레르기가 없는데도 자녀에게 있을 확률은 15% 정도다. 따라서 천식은 유전될 확률은 높지만 반드시 대물림되는 병은 아니다.
Q 스테로이드 연고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한다. 아토피 피부염이나 알레르기성 피부염 등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지 않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알고 싶다.
스테로이드 연고는 일반인이 함부로 판단해서 사용할 수 있는 약이 아니다. 반드시 의사 처방에 따라 사용해야 한다. 의사가 스테로이드 연고를 처방할 때 현재 피부상태에 따라 등급을 다르게 해서 처방을 한다. 그러니 무작정 거부하는 것보단 처방받은 연고를 일주일 정도 충분히 바른 후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테로이드 연고를 장기간 사용하면 내성이 생겨 효과가 없는 것은 물론 피부에 2차 감염이 오거나 색소 침착, 모세혈관 확장, 피부가 얇아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Q 봄철에 특정 계층이나 연령대에서 특히 조심해야 할 질병이 있다면?
4살 이하 영유아들은 봄에 유행하는 전염성 질환인 수족구병을 조심해야 한다. 수족구병이란 손과 입, 발에 물집이 생기며 발진이 있고 고열을 동반하는 병이다. 대개는 경미하게 지나가지만 뇌막염, 뇌염 등의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조심해야 한다. 증상을 줄이기 위해 대증적 치료를 시행하며 보통 7~10일 후 자연적으로 회복된다. 환자와 접촉만으로도 전염이 가능하므로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환자와 접촉 후에는 손을 깨끗이 씻고 환자의 침과 콧물 등 분비물에 닿지 않도록 주의한다.
Q 봄철 건강을 위해 꼭 지켜야 할 예방법 또는 건강관리법에는 어떤 것이 있나?
봄이 되면 우리 몸은 환경 변화에 적응하느라 많은 영양분을 필요로 한다. 에너지 소모량이 많아지고 비타민과 미네랄의 요구량도 평소보다 높아진다. 따라서 균형 잡힌 식사를 해야 하는데 특히 면역력을 높여주는 닭가슴살, 돼지뒷다리살 등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 비타민 C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채소의 섭취를 늘이는 것도 중요하다. 그 밖에 봄나물과 제철과일, 견과류, 해조류 등 다양한 영양분을 섭취하여 영양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좋다.
/ 여성조선 (http://woman.chosun.com/)
취재 이선희 | 사진 이미지포유 | 도움말 가정의학과 전문의 조애경(we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