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이야기. 육개장
- 육개장. 사진=쿡쿡TV
설렁탕, 갈비탕만큼 친숙한 육개장에 관한 이야기는 개고기를 먹는 한국의 문화에서 시작된다. 조선시대 개고기로 만든 개장국은 복날 서민들의 영양을 보충해주는 먹거리였다. 이 개장국에 소고기가 대신 들어가며 육개장이 됐다고 한다. 최남선이 집필한 <조선상식문답>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데, 책에서는 ‘복날에 개장이란 것을 먹으며 여름철의 더위를 즐겼는데 개고기가 식성에 맞지 않은 자는 쇠고기로 대신하고 이를 육개장이라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개장국이 육개장이 된 시기는 명확하지 않으나 육개장이 번성한 것은 일제강점기 초라고 추측한다. 조선후기를 지나며 쇠고기 생산량은 늘고 일제강점기 때 쇠고기를 금하는 조선왕조의 법이 사라지며 소비가 늘어나 개고기 대신 소고기가 개장국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일본이 개고기를 먹는 문화를 야만적이라 비하하며 소고기가 사용됐다는 설도 있다.
현재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얼큰한 육개장은 대구에서 시작됐다고 전해진다. 1920년대의 대중잡지 <별건곤>에는 팔도 유명음식의 하나로 대구의 육개장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 잡지는 육개장을 ‘조선인의 특수한 입맛에 맞춰 고춧가루를 듬뿍 넣고 끓인 음식’이라 설명한다. 개장국에서 태어난 육개장이 대구에서 빨갛게 변한 것이다. 경부철도가 건설되며 대구에는 자연스레 교통의 요지가 되고 시장이 형성된다. 이 시장에서 탄생한 것이 대구식 육개장, 대구탕(大邱湯)이라 불리는 음식이다.
- 소고기가 아닌 닭고기를 넣어 만든 닭개장. 사진=쿡쿡TV
오늘날의 육개장은 굳이 전문점이 아니더라도 한식을 파는 식당의 메뉴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 장례식장이다. 조문객을 대접하기 위한 음식으로 열이면 열 곳에서 육개장이 나온다. 이는 빨간색이 잡귀를 쫓는다고 생각하는 풍습과 연계되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꼭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갖은 채소와 소고기가 들어가 영양만점인 육개장이 바쁜 시간을 내어 찾아와준 이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인 것도 같다.
조선닷컴 라이프미디어팀 정재균 PD jeongsan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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