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力, 그 현장]
산골 밥상에 이야기 더했다, 시골이 살았다
늘 먹던 자연 밥상 메뉴인 메밀공이국수·곤드레밥…
소설가 김도연이 취재하고 사진가 최광호·허윤정 촬영
이 지역만의 관광상품으로 자연 밥상 자료집도 출간돼
- 국수틀을 눌러 메밀공이국수를 뽑는 모습.
①강원도 평창군 도사리마을
문화 융성의 시대? 아직은 모호하다. 그러나 현장에 답이 있다. 흩어진 문화 자원을 고유의 브랜드, 콘텐츠로 만든 현장을 찾아간다. 이른바 문화의 힘을 확인하는 현장이다.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도사리 마을. 70가구 180여명이 '듬성듬성' 모여 사는 오지(奧地)다. 아직도 버스가 다니지 않는다. 평균연령 65~70세인 주민들은 걸어서 집으로 가고 나들이도 나선다. 이 마을에 산과 천(川)만큼 오랜 것이 산과 천에서 자라는 먹거리로 만든 '자연 밥상'. 봄이면 산나물, 여름이면 감자·옥수수, 가을에는 콩·들깨·당귀…. 그리고 그 밥상엔 이야기가 있다. 그들의 부모는 춘궁기에 뭘 먹었는지, 눈 오는 겨울밤은 어떤 끼니로 추위를 이겼는지. 거기서 대를 이어 살아온 사람이 아니면 모르는 얘기다.
이런 밥상과 이야기에 반해 사람들이 이 마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산촌 체험관을 열고 주한 독일 대사관 직원 30여명을 초청해 '자연 밥상' 품평회를 열었더니, '담백하고 맛있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주말이면 외지인들의 차가 집 마당마다 서고, 이 음식을 맛보기 위해 미국에서도 찾아온다.
◇지역 상품이 된 산골 밥상
"메밀공이국수 한 그릇 드셔볼라요? 최고로 인기 좋은 메뉴인데."
20일 오후 도사리 마을 부녀회장 김봉자(59)씨 집 마당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어르신 셋이 매달려 메밀 반죽을 넣은 국수틀을 누르자 펄펄 끓는 가마솥 물 위로 국수 가락이 떨어졌다. 남편 이두한(66)씨는 "이 물건이 보기엔 우습게 생겼어도 할아버지 때부터 광에 모셔놓고 쓰던 우리 집 전통 공이 분틀"이라고 했다. "우리 메밀공이국수는 전분을 하나도 안 넣은 거예요. 말 그대로 자연식이고 웰빙 음식이지."
요즘 도사리 마을 어르신들은 '밥상 손님' 치르느라 바쁘다. 도심에서 손님이 찾아오면 직접 재배한 감자·옥수수에 산에서 뜯어온 나물로 뚝딱 밥상을 차린다. 메밀공이국수에 감자 옥수수밥, 곤드레해물전, 두릅나물, 옥수수 범벅…. 김씨는 "시장에서 사온 건 하나도 없다"고 했다.
◇산골 음식에 스토리를 입히다
늘 먹던 강원도 산골 음식이 '관광 상품'이 된 건 평창문화원의 '3년 프로젝트' 덕분. 평창문화원은 2011년 산촌만의 고유한 음식을 재현하고 자원화하자는 취지로 '산골 음식으로 풀어보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보따리'를 시작했다. 도사리 마을 어르신들이 평생 먹어왔던 음식 이야기를 글과 사진에 담아 기록으로 남기는 프로젝트이다.
- 메밀공이국수, 감자 옥수수밥, 두릅나물, 옥수수 범벅…. 강원도 평창군 도사리마을 어르신들이 사라져가는 산골 밥상을 되살려냈다. /평창=이덕훈 기자
프로젝트를 진행한 고창식(73) 평창문화원장은 "도사리는 주민의 70%가 노령 인구일 정도로 초고령 마을"이라며 "이들이 돌아가시고 나면 이 음식들도 영영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평창 출신 소설가 김도연씨가 구술을 받아 적었고 사진작가 최광호·허윤정씨가 사진을 찍었다. 어지간한 출판사에서 나오는 저자의 수준을 넘어서는 조합이다. 마을 주민들은 매주 목요일 경로당에 모여 살아온 인생과 먹어온 음식 이야기를 술술 풀어냈다.
"4대째 이 마을에 살았어. 이 감자는 그냥 감자가 아니라고. 지금은 애 머리통만 하지만 그때는 조막만도 못했지. 큰 동서는 큰 감자 주고 나는 조막 감자 주고. 이 감자는 눈물 감자야." "취나물은 뒷산에 가믄 많이 있어. 곤드레는 보마귀골에, 고사리는 땀봉산에, 팥고비는 너드게터골에 많아. 산나물 이름만 대봐, 내 다 알코(알려)줄게. 알코줘도 못 찾아가."
이 이야기는 세 사람이 엮은 '자연은 밥상이다'라는 책으로 묶여 나왔다. 같은 제목으로 사진전을 열고, 곤드레 유부 초밥·감자국수 같은 대표 음식 30가지의 레시피와 제작 과정을 담은 자료집도 출간됐다. 문화력이 노인들의 삶에 의미를 더한 곳, 평창 도사리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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