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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 중풍 초기로 오해하기 쉬워

호젓한오솔길 2013. 5. 27. 08:30

 

파킨슨병 중풍 초기로 오해하기 쉬워

 

 

 

팔·다리 떨리는 증상으로 시작

 

[화제의 질병]

충북 괴산에서 부인과 함께 살고 있던 J씨(78)는 지난 11일 쉴새없이 얼굴을 까딱까딱 흔들어대는 부인(74)의 행동이 몹시 거슬렸다. 파킨슨병으로 얼마 전 요양원을 다녀온 부인은 행동이나 말이 굼뜨긴 했지만 이날처럼 ‘이상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요양원에서 ‘못된 버릇’을 배워왔다고 생각한 J씨는 순간적으로 화가 나 부인을 수 차례 때렸고, 결국 부인은 싸늘한 주검으로 변했다. J씨는 경찰에서 “집사람이 파킨슨병을 앓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상한 행동도 파킨슨 증세라는 사실은 몰랐다”고 말했다.

 



세계 파킨슨병의 날인 지난 11일, 70대 남편이 파킨슨병을 앓고 있던 부인을 폭행해 숨지게 한 기막힌 사연이다.

 



치매, 뇌졸중과 함께 3대 노인성 뇌질환인 파킨슨병은 퇴행성 신경질환 중에서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흔한 병이다. 노령화로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지만 올바른 인식이 부족한 탓에 이처럼 예상치 못한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환자 평균 연령 55세

도파민 부족으로 발병

발음 어눌해지기도

매일 규칙적 운동 중요

 

◆동작 느려지고 말 어눌


파킨슨병은 1817년 신경과 의사인 제임스 파킨슨이 처음으로 문헌에 기술한 질환으로 △손발이 떨리고 △몸이 굳어지고 △행동이 느리고 △얼굴 표정이 없고 △걸음걸이가 이상해지며 △자꾸 넘어지는 현상을 보이는 이상운동 장애다.

이 질환은 미세한 떨림이나 한쪽 팔 혹은 다리의 강직과 같은 증상으로 시작하는데, 환자도 구체적인 발생 시기를 모르는 경우가 흔하다. 초기에는 단지 쉽게 피곤해 하거나, 움직임이 둔하며 한쪽 팔이나 다리가 떨리는 증상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몸이 굳어져 몸 전체가 굽는 형상으로 엉거주춤한 자세로 보행장애까지 이르게 된다. 넘어져 다치는 경우도 많고, 발음이 어눌해져 대화가 어려울 때도 있다. 보행이나 음식물 삼킴, 언어 장애로 인해 일상 생활을 하는 데 불편할 수도 있다.

파킨슨병에서 관찰되는 진전증, 즉 떨림은 주로 환자가 쉬고 있을 때 나타난다. 운동을 하는 동안에는 떨림이 감소하고, 수면중에는 떨림 증상이 없다. 진전증은 팔다리 중 어느 한 곳에 나타나거나 오른쪽 또는 왼쪽의 어느 한편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남 앞에 서거나 긴장을 하는 등 불안을 느끼면 진전증은 더 심해진다.

파킨슨병은 노인에서 가장 흔한 만성 퇴행성 뇌질환 중의 하나다. 대략 인구 10만명당 10∼20명 수준으로, 어느 연령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노인에게 많이 발생하며, 평균 발병 연령은 55세다. 국내의 파킨슨병 환자 수는 10만∼15만명으로 추정된다.

 

◆도파민 부족으로 발병


파킨슨병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Dopamine)이 부족해 나타나는 질병이다. 도파민은 뇌의 여러 기능을 포함하는 행동과 역할에 영향을 미친다. 도파민 분비가 과다하거나 활발하면 조울증이나 정신분열증, 도파민의 분비가 줄어들 경우엔 우울증, 도파민을 생성하는 신경세포가 파괴되면 파킨슨병이 일어날 수 있다.

파킨슨병의 원인은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아직까지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특발성 파킨슨병이다. 다른 하나는 외상, 뇌졸중 등의 혈관성 질환 및 감염의 후유증, 약물, 망간, 연탄가스 등과 같은 물질의 독성에 의한 이차성 파킨슨 증후군이다. 지금까지의 연구에 의하면 파킨슨병은 인간의 노화 현상과 상관성이 있으며 유전적·환경적인 요인 모두 파킨슨병 발병의 원인으로 작용된다.

파킨슨병의 대표적 증상은 둔한 움직임, 떨림, 근육의 경직, 자세이상, 보행장애다. 이외에도 우울증, 불면증 및 기타 정신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저혈압증, 호흡 부조화, 얼굴 달아오름, 땀흘림, 변비, 배뇨 장애, 침흘림, 손·발의 부종, 피로, 이상 감각 및 근육통 등 전신의 여러 가지 증세가 일어날 수 있다. 초기에는 특징적인 증상이 모두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어 다른 질환과 감별하기 어렵다. 자율신경계 장애에 의해 변비, 배뇨장애, 침흘림, 위장증세 등을 호소해 내과적 치료를 시작하다 나중에 발견되는 수도 있다.

파킨슨병 또한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초기치료 시기를 놓치면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악화된다. 파킨슨병은 과거에는 발병 5년 이내에 환자가 무능력해지거나 사망에 이르는 정도가 25%에 달하며, 발병 후 15년 안에는 89%라는 높은 사망률의 질병이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다양한 치료 방법과 약의 개발로 증상을 경감시키고 운동장애로 인한 합병증을 감소시켜 정상인의 평균 수명과 차이가 없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중풍으로 오해 쉬워


흔히 파킨슨병은 행동이 느려지고 신체 일부에서 떨림 현상이 나타나 퇴행성 질환이나 중풍 초기 증상으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이 때문에 조기 치료시기를 놓쳐 불필요한 오해를 사거나 병을 키우게 된다. 떨림병은 수전증이나 뇌졸중에서도 나타난다. 다만, 파킨슨병처럼 몸이 굳어지거나 느려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파킨슨병을 뇌졸중 혹은 중풍으로 잘못 인식할 수 있다. 관절이 아파 서서히 걷는 행동도 파킨슨병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파킨슨병의 치료는 도파민제, 도파민효현제, 항콜린제, 신경보호제 등을 이용한 약물치료와 병든 뇌조직을 부분적으로 파괴시키는 신경파괴술, 미세전극을 삽입한 후 외부 박동기를 통해 전류를 흐르게 하는 방해전파로 이상회로를 차단시키는 뇌심부자극술 등의 수술요법이 있다.

파킨슨병 환자에게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운동이다. 매일 적어도 30분 내지 1시간씩 3∼4㎞ 정도를 걷도록 한다. 운동은 파킨슨병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변비 예방에도 좋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도움말= 박미영<영남대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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