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고 지친 내몸, 음식으로 보듬는다
■ 힐링푸드로 건강챙기기
같은 음식도 사람마다 달라
체질·절기에 맞춰 조절해야
대구 힐링식품 가장 앞서
대학병원·업체 사업단 구성
당뇨·비만식 등 개발 주목
대구가톨릭대병원 닥터쉐프 식단.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
키 174㎝에 체중 86㎏인 직장인 강동호씨(가명·55)는 올 초 고혈압과 비만 진단을 받았다. 이 상태로 그냥 지내다간 당뇨, 고지혈증 등 각종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강씨는 의사의 권유로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 운영하는 닥터쉐프(Dr.Chef)에서 식사를 시작했다. 이곳은 개인별, 질병에 따른 맞춤형 식단을 제공하는 힐링푸드식당이다. 강씨는 매일 아침식사를 닥터쉐프에서 하고, 점심은 도시락으로 포장해 하루 두 끼를 해결했다. 닥터쉐프에서 1개월가량 식사를 하자 체중이 2.6㎏ 감소했다. 현재는 체중 81㎏, 체지방량 3㎏ 감소 등 대부분의 체성분이 정상범위로 돌아왔다. 강씨는 이제 운동을 시작했다. 힐링식단으로 기본적인 체중을 줄인 만큼 향후 1년간 운동을 통해 체중을 4~5㎏ 정도 더 줄일 생각이다.
◆“건강의 8할은 음식”
최근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는 치유한다는 뜻의 ‘힐링(healing)’이다.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힐링은 사실 모든 사람에게 꼭 필요한 과정이다. 빨리빨리를 삶의 기준처럼 생각하는 한국사람에게는 더욱 필요할 것이다. 힐링 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것이 바로 ‘힐링푸드’다.
옛말에 ‘밥이 곧 보약’이라 했다. ‘건강의 8할은 음식’이라는 말도 있다. 힐링을 실천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먹거리다. 이 때문에 힐링푸드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 정작 힐링푸드가 무어냐고 물으면 머릿속에서는 대충 맴도는데, 할말이 없어진다. 단순히 몸에 좋은 음식이라고만 하기엔 ‘웰빙’이란 단어 때문에 뭔가 궁색해진다.
고령화사회가 되고 질병 양상이 변화하며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제는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을 넘어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만성질환이 급증하면서 질환 맞춤형 식품과 식단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 여기에다 임상영양사, 의사, 과학자 등이 체계화되고 전문화된 식품과 식단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이를 통해 이제는 식생활 개선으로 질환을 예방하고 약으로만 치료하는 것이 아닌 치료기능적인 도구로 식품과 식단이 이용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힐링푸드’의 출발점인 셈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재 국내 힐링식품분야에서 가장 앞선 곳이 바로 대구·경북이란 점이다.
2010년 지식경제부 광역경제권 연계협력사업의 하나인 ‘힐링용 로컬푸드 활성화 사업’의 추진을 위해 대구지역에 힐링식품사업단이 조직됐다. 이 사업에는 지역의 대학병원과 30여개 식품관련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질병별 맞춤형 힐링식단을 어떻게 만들고 있을까.
당뇨식단을 개발하고자 할 경우 가장 먼저 사업단에 참여한 의사과 임상영양사들이 당뇨식단에 대한 식단작성 가이드라인을 만든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에 맞춰 식품업체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중심으로 몇 가지 식단을 만들게 된다. 이때 여러 번의 조정에 의해 임상식단이 만들어지고 이러한 조정과정에서 의사, 식품영양학과 교수, 병원 영양팀, 사업단 임상영양사 등이 자문위원으로 식단을 수정하고 표준화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이렇게 여러 번의 과정을 통해 임상식단이 완성되면 구성된 식단을 업체에서 시조리하게 된다. 만들어진 식단은 사업단과 해당업체, 모든 자문위원이 참석한 자리에서 임상평가위원회를 통해 공정하게 평가받게 되고, 평가를 통해 추후 수정을 거쳐 표준화한다. 여러 단계를 거쳐 완성된 식단이 임상시험에 동의한 시험자들에게 제공되어 임상시험이 진행되며, 또한 각 병원 푸드캠프에서 실제로 판매되는 것이다.
◆효능 과학적으로 입증
힐링푸드에 특별한 것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특별한 것이 아니므로 음식의 양면성을 잘 이해하면 누구나 힐링푸드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실제 힐링푸드를 처음 접한 사람들은 누구나 실망하게 된다. 너무 평범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몸에 좋다는 음식도 먹는 사람의 기질에 맞지 않으면 해를 끼치게 된다. 제일 위험한 것이 ‘무얼 먹으니 어디에 좋더라’며 무작정 따라하는 것이다. 같은 재료라도 사람에 따라, 체질에 따라 절기에 맞게 조절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현재 힐링식품사업단이 개발한 힐링식단은 1식 4찬 기준으로 당뇨식(30종)과 비만식(42종), 만성콩팥질환식(42종)이 있다. 기본 구성은 한식으로, 오미자·들깨·파프리카·녹차·요거트 등으로 구성된 건강소스를 곁들인 야채샐러드가 먼저 제공되고 이후 본격적인 식사를 하게 된다. 청송·문경 등 경북지역의 친환경, 무농약 재료를 이용해 식단을 구성하게 된다.
실제 비만 관련 임상시험에서 힐링푸드를 섭취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차이는 컸다.
힐링식품사업단은 지난 3~7월 대조군 20명, 시험군 20명 총 40명을 대상으로 12주 동안 힐링식단 시험을 했다. 대조군은 평소 먹는 대로 두고 비만 관련 영양교육을 실시했다. 시험군에는 매일 힐링식단을 제공했다. 시험 전 두 집단의 하루 섭취 칼로리는 1천800k㎈로 같았다. 그런데 시험 후 결과는 크게 달랐다. 대조군에서는 하루 평균 섭취 칼로리가 1천700k㎈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고, 체중 변화도 평균 1㎏ 안팎으로 미미했다. 하지만 시험군에서는 하루 평균 섭취 칼로리가 1천200k㎈로 크게 줄었고, 체중 변화도 평균 6㎏ 전후로 의미 있는 변화를 보였다.
힐링식품사업단이 최근 실시한 비만 임상시험 결과, 비만치료가 교육만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고 식단 구성을 통해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보인 것이다. 시험 당시 사업단은 아침, 점심엔 1식 4찬의 한식단을 30종으로 만들어 바꿔가며 제공했고, 저녁엔 각종 채소와 과일로 이뤄진 모둠샐러드를 제공했다.
이 같은 결과는 9월22일 대한가정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 발표되면서 학계의 높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힐링식품사업단은 현재 당뇨, 심혈관 질환, 뇌졸중, 비만 등 만성질환자에 대한 힐링식단을 실험 중에 있다.
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서영성 동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만 힐링식단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비율을 각각 50%, 20%, 30%로 구성했다. 우리나라 국민은 평균적으로 탄수화물 67%, 지방 15%, 단백질 18% 비율로 섭취하는데, 탄수화물의 비율은 낮고 단백질 비율은 높인 것”이라고 밝혔다.
시험의 핵심은 힐링식품의 객관적 근거를 만드는 것이었다. ‘경험상 먹어 보니 암이 없어지더라’ 등의 차원이 아닌 당뇨 수치가 줄고, 살이 빠지고, 각종 합병증이 사라지는 과학적인 수치변화가 검증되는 것이다. 이것이 힐링푸드의 최종 목적인 셈이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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