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땀과의 전쟁 ‘다한증’어떡해…
과도하게 나오는 땀, 악취까지 동반하기도…손과 발에서 가장 빈발
대학생 김성만씨(20)는 ‘땀’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평소 땀이 많았던 그는 2년 전 수학능력시험을 치를 당시 오른손에서 흘러내리는 땀으로 문제를 제대로 풀 수가 없었다.
결국 원하는 대학에 가질 못했고, 재수생활을 해야 했다. 김씨는 다한증 시술을 받고 올해 대학에 입학했다. 김씨는 “원래 땀이 많은 체질인데 긴장하거나 날이 더워지면 땀이 지나치게 많이 난다”며 “오죽했으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치료까지 했겠느냐”고 말했다.
악수를 기피하는 등
사회생활에도 악영향
이차성 다한증의 경우
만성염증·면역질환 등
선행 원인 있을 가능성
카페인 최대한 자제하고
담백한 음식·채식 좋아
◆삶의 질 저하
한여름에 접어들면서 ‘땀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땀은 체온 조절과 노폐물 배출 등 인체의 냉각장치로 작용을 한다. 운동을 하거나 사우나와 찜질방 같이 온도가 높은 곳에 있을 때,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 체온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이때 자율신경계인 교감신경이 반응, 땀샘이 자극돼 땀 분비가 촉진된다. 땀이 공기 중으로 증발하면서 몸의 열을 식혀 체온이 정상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다.
사람의 땀은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주로 겨드랑이에 있는 아포크린 땀샘에서 분비돼 세균에 의해 분해될 때 악취를 풍기는 ‘아포크린 땀’과 손바닥이나 발바닥, 몸통 등 전신에 분포한 에크린 땀샘에서 만들어지는 보통의 ‘에크린 땀’이 있다.
땀을 만들어 분비하는 땀샘은 200만~300만개에 이를 만큼 거의 모든 피부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일반인이 하루에 흘리는 땀의 양은 보통 600∼700㎖이다.
다한증이란 말 그대로 땀이 과도하게 많이 나는 증상이다. 단순히 더워서 땀을 많이 흘리는 것과 다한증은 다르다. 주로 정신을 집중하거나 긴장할 때 땀이 과도하게 많이 발생하기도 하고, 맵거나 더운 음식을 먹을 경우 혹은 보기만 해도 땀을 흘린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다한증의 유병률은 1~2%로 보고 있다. 보통 유년기에 발현해 평생 지속하는데 남녀의 발생빈도는 비슷하다. 다한증은 아포크린 한선에서 분비되는 땀이 피부표면의 세균에 의해 분해되면서 악취가 발생하는 액취증과는 구별되지만, 액취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다한증과 동반된 액취증에서는 다한증에 대한 치료로 액취증의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손(수부다한증), 발(족부다한증), 겨드랑이(액와부다한증), 얼굴(안면부다한증) 등 신체의 일부분에서 특히 많이 나타나며, 이 중 손과 발의 다한증이 가장 흔하다. 가끔씩 얼굴 부위와 겨드랑이에 동반되기도 하나, 수적으로 훨씬 적다.
손과 발에서 다한증이 심해지면 종이를 사용할 때 불편하기 짝이 없다. 책이나 공책이 젖어서 찢어지고, 연필이나 볼펜도 미끄러워서 쓰기 힘들다. 따라서 학업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게 된다. 악기를 다루거나 운전을 한다거나 컴퓨터를 이용하는 것 등도 불편하기 그지없다. 수부다한증의 경우 악수하는 것을 의식적으로 피하거나 악수시 항상 상대방을 의식하게 되므로 사회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이 심해지면 자신감의 상실과 함께 대인기피증까지 보일 수 있다.
◆원인 찾는 것이 우선
원인은 일차성 다한증과 이차성 다한증으로 나뉜다. 이차성 원인은 갑상선 기능 항진증, 만성 염증, 자가 면역 질환, 폐경, 사고에 의한 신경계의 손상 등 선행 원인이 있는 경우로 원인적 질환을 치료함으로써 땀의 양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다한증을 고민하는 대부분의 경우는 일차성 다한증으로 뚜렷한 원인이 없다. 단지 어떠한 상황에서든 땀샘의 분비기능에 관여하는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발생한다고 추정되고 있다. 가족력을 가지는 경우가 많고 정신적 스트레스, 긴장감이나 감정적인 자극에 의해 유발되고 심해지기도 한다.
흉부교감신경차단술은 탁월한 효과로 인해 가장 널리 이용되는 치료법이다. 그리고 가장 좋은 수술대상자는 수부 및 겨드랑이 다한증 환자다. 비디오 흉강경을 이용하는 이 수술은 전신마취하에서 2㎜ 크기의 흉강경을 진입시켜 땀 분비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흉부교감신경을 잘라주는 것으로서, 흉터가 없고 통증이 적으며 시술시간이 매우 짧고 입원도 하루만 하면 된다.
다한증은 많은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병이다. 환자의 증상에 비해서 보호자들은 이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편이다. ‘땀이 좀 많은 것이 무슨 큰 불편함을 초래하겠나’라고 생각하는 보호자가 많다. 그러나 환자 본인이 느끼는 증상이나 스트레스는 엄청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예방적인 측면으로는 정신적 흥분을 유발하는 카페인과 알코올 음료는 최대한 자제하고, 매운 것보다는 담백한 것을, 육식보다는 채식을 선호하는 것이 좋다. 또 신경이 예민한 사람은 무엇보다 심리적인 압박감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도움말=영남대병원 흉부외과 이정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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