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렌 마음 추억이 된 백두대간(21차)- (도래기재~ 태백산~ 화방재)
* 위 치: 경북 봉화군, 강원 태백시
* 일 자: 2015.07.12 (일요일)
* 날 씨: 비
* 동행자: 백오동 백두대간 종주대 25명
* 산행코스: 도래기재- 구룡산(1,346m)- 신선봉(1,280m)- 깃대배기봉(1,370m)- 부쇠봉(1,547m)- 태백산(1,567m)- 화방재
* 대간거리: 24.2 Km
* 산행거리: 24.2 Km
* 산행시간: 6시간 33분 소요 (후미 약 9시간)
아직 가뭄이 완전히 해갈되지 않은 지루한 마른 장마 속에 반가운 손님으로 찾아온 9호 태풍 찬홈이 서해로 북상하면서 전국적에 많은 비를 뿌린다고 하는 이번 주 일요일의 백두대간 길은 경북 봉화군 도래기재에서 태백산 지역을 통과하여 강원 태백시 화방재까지 약 24Km 구간이다.
이번 산행은 거리도 대체로 짧은 편이고 업 다운이 심하지 않는 구간이라 일요일 새벽 4시에 출발하기로 하였으나, 태풍의 영향으로 오후부터는 많은 비가 온다고 하여, 조금이라도 비를 피하기 위해 2시간 앞당겨 새벽 2시에 포항 종합 운동장을 출발하고, 북부 대원들은 2시 15분에 연화재에서 탑승하기로 한다.
잠을 잘 수도 안 잘 수도 없는 어중간한 시간이지만, 밤 11시경에 잠자리에 누워 2시간 정도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나 새벽 밥을 먹은 후 멀미 약을 마시고 마눌의 차를 타고 연하재로 가는 길에 마눌은 이번 백두대간 만 마치고, 잠도 못 자고 몸 상하는 이런 산행은 제발 그만 하라고 당부한다. 연하재에서 잠시 기다리다가 도착하는 버스에 오르니, 산행에 참석한 대원이 25명이라고 한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모자라는 잠을 보충하며 동해안 7번 국도를 달려가는 도중에 비가 온다고 하여 아침을 국밥 대신에 준비한 떡과 요쿠르트로 차안에서 간단하게 해결한다. 휴게소도 한번 들리지 않고 논스톱으로 달린 버스가 아침 5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도래기재에 도착하니, 오후부터 비가 온다던 일기예보와는 달리 시작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버스 안에서 산행 준비를 하고, 휴대폰 GPS를 켜니 연결이 되지 않아 한참을 꾸물거리다가 안되겠다 싶어 그냥 켠 채로 비닐봉지로 싸서 배낭에 넣고 박으로 나오니 비가 너무 많이 내린다.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버스로 돌아와 입었던 1회용 비닐 우의를 벗고, 준비해간 판초우의로 바꿔 입고 회원들이 올라간 뒤를 따라 맨 뒤에 꼴찌로 출발을 한다.
* 아침 5시 10분경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오솔길 따라
* 성실겁은 발걸음들
태풍 참흠이 몰고 온 후두둑 거리는 빗소리 속으로
* 제 21차 백두대간 길은 시작된다.
* 우의를 입은 사람,
시작부터 비를 맞을 작정하고 출발하는 사람,
여름철 우중 산행은 비에 젖으나 후덥지근한 우의 속에서 땀에 젖으나 젖는 것은 매 한가지이므로,
아예 개운하게 벗고 걷는 것도 좋겠지만,
카메라 때문에 조금 거추장스러운 판초우의를 입고 진행하기로 한다.
* 조금은 지루함을 느끼면서 맨 후미에 붙어 걷다가
임도를 건너면서 몇 사람 추월하고,
이어지는 구룡산 오르막 길에서 대원들을 추월하면서
* 구룡산 정상에 올라서니 아무도 없다.
구룡산(1,346m)은
강원도와 경상북도에 걸쳐있는 산으로
태백산, 청옥산, 각화산, 옥석산 등과 함께 태백산맥에서 소백산맥이 갈라져 나가는 곳에 있다.
* 구룡산 숲에 대한 해설판에는
주변에 숲은 신갈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 아무도 없고 비만 내려 쓸쓸한 느낌이 드는 구룡산 정상을 뒤로하고
추월한 대원들 중에
늘 같이 다니던 선두팀의 얼굴들이 보이지 않은 터라
앞에 지나간 것 같아 따라 잡기 위에 산행 속도를 높이면서 달려가는데,
두 사람이 간식을 먹으면서 쉬고 있어 물어보니, 앞에 5명이 먼저 갔다고 한다.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선두팀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걸음을 재촉하니,
잠시 후 선두팀의 꼬리가 보이기 시작하고,
* 다가가니 모두 길을 비켜주면서
맨 앞으로 가라고 한다.
* 후미에 붙어 따라 올 때는 조금 답답한 생각이 들었는데,
선두에 나서니 앞쪽으로 시야가 트이는 것이 체질에 맞는 듯 이어지는 발걸음은
곰넘이재에 도착한다.
* 곰너미재 유래를 알리는 안내판에는
옛날부터 이 고갯길은 경상도에서 강원도로 들어가는 중요한 길목이었으며, 특히 태백산 천재를 지내러 가는 관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고갯길이었으며, 문헌 영기지에 '웅헌'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언제부터인가 순 우리말로 순화하여 '곰너미재' 로 부르게 된 것으로 추정된단다.
* 곰넘이재의 선두팀
커피향기님, 민트님, 무상님
* 바람이 불고 비 뿌리는
능선 따라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는 오솔길은
* 아름다운 산죽 길로 이어지고,
* 잠시 오르막 길 차고 오르니
외로운 무덤 하나가 비를 맞으며 지키고 있는
신선봉(1,280m)에 도착한다.
* 신선봉의 선두팀
* 내리던 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차돌배기 삼거리에 도착한다.
* 차돌배기 안내판,
차돌배기는 삼거리를 지나는 행락객들이 쉬어가는 곳으로
옛날 이 자리에 차돌이 박혀 있었다 하여 차돌배기라 전하여 오고 있단다.
* 행락객들이 쉬어가던 차돌배기에서
오늘 우리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간식을 먹으면서 쉬어간다.
나는 우의 속의 배낭을 풀기가 귀찮아서
그냥 배낭을 맨 채 벤치에 앉아 잠시 쉬고 일어나 출발한다.
* 이어지는 길은 다시 빗줄기가 굵어지고
거칠게 부는 바람이 태풍의 자락임을 알린다.
* 오르락 내리락 이슬 길 속으로
걷던 발걸음이 이제 오늘 산행길의 절반쯤 지났는가 싶더니,
* 초록 능선에 아담한 정상석이 지키고 있는
깃대배기봉을 지나며,
* 선두팀 기념사진을 찍고,
* 커피향기님 덕분에 나도 한 장 찍혀본다.
* 잠시 후 두 번째 깃대배기봉 정상석에서
다시 기념 사진을 찍고,
* 나도 한 장 찍혀본다.
* 비를 맞은 초록이 넘실대는
능선길 따라 태백산 부쇠봉으로 달려가는 길,
* 스페츠를 한 등산화 속으로
이미 물이 스며들어 양말이 질퍽거리기 시작한다.
* 잠시 수풀 우거진 이슬 길 치고 올라
두리뭉실 앙증맞은 정상석이 비를 맞으며 외롭게 앉아 있는
부쇠봉에 도착하여,
* 선두팀 기념 사진을 찍고,
* 커피향기님 덕분에 한 장 찍혀본다.
* 부쇠봉에서 태백산으로 향하는 길은
*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은 듯
수풀이 많이 우거져 찾기가 어려운 희미한 길가에
* 각종 여름 야생화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 부쇠봉 오름길에서 부터
동자꽃과 여러 가지 야생화들이 피어 있었지만,
빗줄기가 너무 거세게 몰아쳐
품속에서 젖은 카메라를 꺼내 접사를 할 엄두가 나지 않아
우의 자락으로 가려가며 대충대충 몇 장 누르면서 지나간다.
* 터리풀
* 노루오줌풀,
* 끊어질 듯 이어진 오솔길은
문수봉에서 태백산으로 가는 주 등산로와 만나고,
* 잠시 오르막길 올라 몰아치는 비바람과 함께
오늘의 최고봉인 태백산에 올라
* 정상석 옆에서 선두팀 기념 사진을 찍는다.
태백산(1,567m)은
경상북도 봉화군과 강원도 영월군, 태백시 경계에 있는 산으로
설악산, 오대산, 함백산 등과 함께 태백산맥의 '영산'으로 불린다.
* 태백산에 도착하니 비가 더욱 많이 내려
우의 오지랍으로 카메라를 가리고 기념 사진 몇 장 담아보고,
내 사진 찍는 것은 포기한다.
태백산은 오랫동안 '천지인' 곧 하늘과 땅과 조상을 숭배해온 고대 신앙의 성지였으며, 태백산의 이 천제단은 역사 기록에도 등장할 만큼 역사적 가치가 있는 옛 선조들이 쌓은 제단이라고 한다. 예로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곳으로, 삼국사기에는 139년 신라 7대 임금인 일성왕 때 10월 상달을 맞아 임금이 북쪽으로 나가 '태백'에 제사를 올렸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그 태백이 바로 태백산이다.
내리는 빗줄기 속에
언제 멈출지 모르는 젖은 카메라 셔터를
우의 오리랍으로 가리고 사진을 찍으면서 장군봉으로 향한다.
* 비를 홀랑 맞으며 걷는
선두팀 대원들은 신이 난 모습이다.
* 빗물이 고여 질퍽거리는 하늘 가까운
태백산 정상
* 태풍이 뿌리는
시원한 비를 맞으며 즐기는 선두팀 산님들,
* 태백산의 최고봉
장군봉(1,567m)에 도착하여 기념 사진을 찍는다.
이 곳 장군봉에 있는 천제단은
태백산의 천재단과 모양은 비슷하지만,
후세에 와서 무속인들이 인위적으로 쌓은 제단이라고 한다.
한 마디로 짝퉁이라는 뜻이다.
* 초록과 산죽을 때리는
정겨운 빗소리 들으며 화방재로 향하는 길
* 가끔 올라오는 산님들은
비를 홀딱 맞고 내려오는 우리 일행을 보고 감탄사를 흘린다.
* 거친 비바람에 취하여 흔들리는 발걸음은
* 비 맞은 초록이 싱글벙글 웃으며
빗방울 연주에 노래하는 길
돌아보니, 비를 즐기는 선두팀은 여유롭다.
* 신령각 옆에 새워진 이정표,
* 질퍽거리는 길가에
자그마한 태백산 산령각,
* 산령각의 유래를 알리는 안내판,
이곳 태백산의 사길령은 경상도에서 강원도로 들어오는 관문으로 산이 높고 험하기로 유명하였지만, 가장 가깝게 강원도로 들어 올 수 있는 길이기에 길손의 왕래가 많았고, 특히 보부상들이 수십 혹은 수백 명씩 대열을 이루어 계수의 인솔하에 넘어다녔다. 산이 험하여 맹수와 산적들이 많이 출몰하기에 고갯길의 무사안전을 위하여, 200여 년 전부터 고개를 넘는 보부상들이 고갯마루에 당집을 짓고 제사를 올리게 되었으며, 지금도 음력 4월 15일에 태백산 신령에게 제사를 올리고 있단다.
* 우의 오지랍에서 바라본
산령각은 흔들린다.
* 사길령으로 내려서는 길,
* 망부석처럼 생긴 사길령의 표지석,
* 사길령에서
우측으로 자동차가 올라오는
사길령 옛 길이 너무 좋아 그냥 따라 내려가는 알바를 할 뻔했다.
* 대간길 좌측에 있는 사길령 표지석을 지나
직진하여,
앞을 막은 봉우리를 좌측으로 돌아서 이어지는 대간길은
* 어평주유소 뒤 산모퉁이로
궂은비 내리는 화방재에 내려선다.
* 오전 11시 40분경에 화방재에 도착하니
화방재 어평주유소는 휴일이고,
우리가 타고 온 버스는가 보이지 않아 기사 아저씨에게 전화를 했더니,
아직 하산 시간이 이른줄 알고 10Km쯤 떨어진 곳에서 태평스럽게 쉬고 있다고 한다.
배낭을 풀고 주유소 옆 화장실로 가서
옷을 입은 채 물 호스로 전신에 지하수를 뿌려대니 시원하다 못해 온몸이 저려온다.
냉수를 뒤집어쓰고 나와서 배낭을 열고 핸드폰을 켜니
죽은 줄로만 알았던 트랭글 GPS가 켜져 있고 트렉이 입력되어 있다.
* 오늘 걸은 대간길 트렉,
오늘 산행거리가 24.2 Km 이고,
산행에 걸린 시간은 6시간 38분에서 도착 후 샤워 시간을 빼고 나면
약 6시간 30분 정도 소요된 듯하다.
* 오늘 걸은 대간길 고도표,
물이 줄줄 흐르는 젖은 몸으로 잠시 기다리니 버스가 도착하고, 버스에 올라 마른 옷 갈아입고, 맥주를 마시면서 후미가 하산 할 때까지 약 2시간 이상 기다렸다가, 대원들이 모두 도착하여 버스를 타고 기사님이 예약해둔 식당으로 이동하여 닭도리탕에 저녁을 먹으면서 하산주를 나눈다. 오후 3시 넘은 시간에 하산주를 마치고, 쏟아지는 빗속을 달려, 6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아침에 탑승한 포항 연하재에 도착한다.
연하재로 마중 나온 마눌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아파트 입구 도로에서 골목으로 들어서기 위해 좌측 깜박이를 넣고 기다리는데, 갑자기 뒤에서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정신이 멍 해진다. 카니발 승합차가 들이받은 충격에 작은 마티즈가 약 10m 정도 밀려가면서 마눌은 머리에 충격을 받은 듯하고, 나도 고개가 제켜지더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끼고 있던 안경이 없어져 한참을 찾다 보니 뒷좌석에 날아가 있다.
비는 치적치적 오는데 갑자기 당한 사고에 마눌은 머리에 충격을 받은 듯 머리와 고개가 아프다고 한다. 상대방 운전자가 다가와 자기가 100% 잘못했으니 차를 좀 빼달라고 하지만, 시동이 꺼진 차는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유리창에 성애가 끼어 에어컨을 조절하다가 앞에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우리 차를 보지 못했다며 죄송하다고 사과를 한다.
당황하여 양쪽 보험회사를 불렀더니, 상대방이 100% 과실이라면서 상대방 보험사에서 모든 피해를 보상하겠다며 병원에부터 가보라고 한다. 뒤쪽이 엉망으로 망가진 채 멈춰버린 마눌의 차는 렉카차에 끌려가고, 마눌과 나는 택시로 종합병원 응급실에 가서 검사를 받았는데, 다행이 정형외과상으로는 별 이상이 없는 것 같다고 한다.
당장 뇌출혈은 없어 보이지만, 교통 사고는 며칠이 지난 후에 뇌출혈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으므로 치료를 받으며 상황을 지켜봐야 된다고 한다. 갑자기 머리에 충격을 받은 관계로 순두부처럼 생긴 뇌가 두개골 안에서 심하게 흔들린 현상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면 어지럽고 더 아플 수도 있으니 내일 아침 신경외과 진료를 받으라고 한다.
병원 응급실에서 처방해주는 2인분 약봉지를 받아 들고, 음산한 바람과 함께 치적거리는 밤비를 맞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몰골이 말이 아니다. 종일 비를 맞으며 산행을 하고, 집 앞에 다 와서 마중 나온 마눌까지 다치게 한 교통사고를 당하여 비 오는 저녁에 알바까지 하게 되니, 참으로 처량하고 서글프게 되어버린 제 21차 백두대간 길을 갈무리해본다.
2015.07.12 호젓한오솔길
'♥ 1대간, 9정맥 완주 ♥ > 백두대간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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