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글

호남정맥 1구간 (곰재~ 만덕산~ 슬치~ 갈미봉~ 쑥치)

호젓한오솔길 2017. 7. 8. 14:20

 

 

호남정맥 1구간 (곰재~ 만덕산~ 슬치~ 갈미봉~ 쑥치)



                                                                  솔길 남현태



계절은 어느덧 봄의 시작을 알리는 3월로 접어들어, 동면하던 개구리들이 땅속에서 깨어나고 산천초목에 새싹이 돋기 시작한다는 경칩이 일요일인 첫 주말을 맞이한다. 자국우선 무역보호주의를 추구하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열강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대통령 탄핵 소추로 성장동력이 멈추어버린 대한민국은 탄핵을 찬성하는 진보세력의 촛불집회와 탄핵을 반대하는 보수세력의 태극기 집회로 들끓는 민심이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와 같으니, 이러나 저러나 국론 분열은 불 보듯 뻔한 일인데, 북한의 김정은이 연일 미사일을 쏘아대며 위협을 가하고 있으니 한반도의 봄은 멀어만 보인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인간사 속에서도 때가 되니 어김없이 남녘의 포근한 봄소식이 들려오는 이번 주에도 토요일은 출근을 하고, 일요일은 팀산행으로 진행 중이던 금남호남정맥 4구간(마지막)을 지난 주에 마치면서 시간이 여유가 있어 잠시 맛보기로 걸어보던 호남정맥 길을 계속 이어가기로 한다.


산님들 사이에서는 9정맥 중에 낙동정맥과 호남정맥 종주가 제일 힘들고 어렵다고 하지만, 포항의 산꾼들에게는 단연 멀리 있는 호남정맥 완주가 제일 어렵고 지루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남정맥은 산봉우리는 낮아도 오르내림이 심하여 발걸음이 쉽게 지치고, 가시넝쿨 우거진 산길이 많아 등산복이 걸레가 된다고 헌 옷을 입고 가라는 선답자들의 이야기를 반신반의하면서 기대를 가지고 출발을 하게 된다.


새벽 3시에 이동 사거리에서 만나기로 약속되어 있어, 늘 그렇듯이 새벽에 일찍 산에 간다고 하면 잠이 잘 오지 않아 잠시 설치고 일어나니 마눌이 도시락을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있다. 일찌감치 배낭을 꾸리고 약속 장소 근처에 도착하여 차 안에서 잠시 기다리다가 3시에 사거리로 나가서 잠시 후에 도착하는 산이좋아님 차에 옮겨 타고 다섯 명이 고속도로를 달려간다.


곰재를 향하여 가는 도중에 함양휴게소에 들러 청국장과 쇠고기 국밥으로 아침을 먹고 곰재를 향하여 가는데, 네비에 곰재 전적비를 찍어 찾아가니, 곰재 아래 엉뚱한 곳에 도착을 한다. 모래재 터널을 두 번이나 통과하면서 왔다갔다 하는 동안에 날이 훤히 밝아오고, 사방을 둘러보니 가야할 만덕산 능선엔 지난 주에는 없던 눈이 하얗게 붙어있다.


지난 주 산행에 눈이 하나도 없었던 관계로 오늘도 뽀송한 낙엽 산행을 예상하고, 낡은 등산화에 아이젠까지 가지고 오지 않았는데, 수요일과 목요일에 전국적으로 비가 내릴 때 이 곳에는 눈이 내린 모양이다. 생각도 못했던 눈이 하얗게 붙어 있는 산봉우리를 바라보니 걱정부터 앞선다.


오늘 산행은 곰재에서 만덕산(762m)을 오르고 나면 그리 험한 곳 없이 오르락 내리락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 길이 예상되어 만만하게 보고 별로 준비 없이 출발한 것이 실수라는 생각이 든다. 아침 7시 30분경에 곰재에 도착하니 그리 춥지 않는 날씨에 잔설이 남아있는 음지쪽은 도로가 미끄러워 보인다. 각자 서둘러 산행준비를 하고 군데군데 남은 눈 위에 발자국이 얼어 붙은 빙판으로 변한 만덕산 자락을 오르면서 호남정맥길은 시작된다.


양지쪽은 낙엽 바스락거리고 음지에는 하얀 잔설이 남아 있는 마루금 길 따라 첫 번째 봉우리에 올라서니 멀리 만덕산이 바라보이고, 낙엽 밟으며 오르내리는 능선길은 익산-포항간 고속도로 터널 위를 지난다. 낙엽과 눈을 밟으며 걷던 능선 길은 좌측으로 꺾이어 흑염소 농장 쪽으로 떨어지더니, 양쪽 계곡을 가르는 좁은 마루금을 건넌다.


염소 농장으로 변한 마루금을 우측으로 돌아 올라서니, 전기 울타리 둘러진 흑염소 농장 안에서는 흑염소들이 무리 지어 지나가는 산꾼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농장 울타리를 따라 잠시 오르니, 미끄러운 비탈길로 이어지고 발자국이 얼음이 되어 번들거리는 비탈길 아이젠을 가지고 오지 않아 낡은 등산화가 미끄럽게 느껴진다. 한 발 잘못 옮기면 그대로 넘어지니 엉거주춤한 자세로 잔뜩 긴장하여 조심조심 걷는다.


미끄러운 눈길을 지나니 평온하고 아름다운 산죽길이 이어지고, 발걸음은 잠시 긴장이 풀리는 듯하다. 벤치가 있는 제 2쉼터 목쟁이를 지나니, 다시 가파른 비탈에 거친 바위들이 앞을 막아서는 미끄러운 오르막 길이 시작된다.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익산-포항간 고속도로와 아침에 차를 몰고 길을 못 찾아 방황하던 골짜기 신촌리 마을 위에 아침 안개 맴돌고 걸어온 마루금 위에는 멀리 작년에 걷던 금남정맥의 운장산과 연석산 풍경이 아른거린다.


미끄러운 비탈길은 정상부 능선에 올라서고 만덕산 정상이 0.5Km 남은 이정표를 지나 전망 바위에 올라서니, 가야할 능선 너머로 펼쳐지는 올망졸망한 산봉우리들이 하얀 너울파도처럼 몰려온다. 은은한 안개 이불 속에서 꿈틀대는 산봉우리들 바라보며, 전망바위를 지나 잠시 오르막 길 걸어 만덕산 갈림봉에 올라선다.


만덕산 삼거리 봉우리에서 시원스럽게 펼쳐지는 조망을 바라보고, 건너편에 보이는 만덕산 정상에 다녀오기 위해 조금 미끄러운 눈길 내려선 걸음은 호젓한 만덕산 정상에 올라선다. 만덕산 정상의 이정표는 주화산(조약봉)을 가리키는 방향이 정맥길과는 반대 방향으로 표시되어 있다.


겨울의 여운이 머물고 있는 하얀 산봉우리들을 바라보고 만덕산을 내려선 걸음은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삼거리봉으로 돌아 나온다. 만덕산 삼거리를 뒤로하고 이어지는 걸음은 작은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며 서서히 고도를 낮춘다. 우측으로 트인 골짜기 너머로 올망졸망 산줄기들 그림처럼 겹쳐지고, 낙엽 위에 잔설이 붙은 능선 길에 우측으로 정수사 갈림길 이정표를 지난다.


우측은 절벽을 이룬 아찔한 암릉길 시원하게 트인 조망이 겨울 산행의 묘미를 느끼게 하고, 군데군데 눈이 붙어 위태로운 길 그냥 가기 아까운 아름다운 풍경 앞에 잠시 걸음을 멈춘다. 오늘의 최고봉 만덕산의 아름다운 암릉길 따라 감탄사를 부르며 정겹게 이어지는 발걸음은 우측으로 깊게 드리워진 골짜기 어딘가에 정수사가 있다고 하여 살펴보고 살짝 당겨보니 기와집 몇 채가 모여 있는 곳이 정수사인 듯하다.


얼룩송아지처럼 미끄러운 잔설을 뒤집어쓰고 있는 뾰쪽한 바위 봉우리가 조금은 위태롭게 보이기는 하지만 오늘 그냥 지나면, 언재 또 이 곳에 다시 오랴 싶어서 조심조심 올라가 보기로 한다. 다행이 위험한 곳에는 쇠줄 로프가 매어진 바위 봉우리 조심조심 올라서니, 사방으로 탁 트인 시원한 조망이 산꾼을 반긴다.


좌측으로 진안군 쪽 풍경 가마득한 산봉우리들 운무 속에 잠들고 발아래 골짜기에 다문다문 박힌 농가들은 겨울 끝자락이 한가롭기만 하다.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엎드린 가야할 능선들은 아직 봄을 노래하기에는 이른 듯하고, 우측으로 길게 내려앉은 정수사 골짜기는 양지바른 어디엔가 야생화들이 뽀시시 눈을 비비고 있는 듯 잔설 녹은 터에 봄기운이 맴돈다.


하얀 산봉우리들이 첩첩이 포개진 능선길 바라보며, 바위 봉우리 내려서는 길 시원한 겨울 풍경을 배경 삼아 기념사진 찍혀본다. 시원한 조망을 바라보며 내려가기 싫은 걸음 멈추고 셔터만 눌러대다가 조심조심 바위길 내려선다. 하얀 눈길 따라 오르고 양지 낙엽 밟으며, 내려서는 길이 이어지는 평온한 능선 길 의자가 설치되어 있는 산봉우리에서 잠시 걸음 멈추고 쉬어간다. 해발 625m를 알리는 무명 봉우리 지나고,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는 길은 정수사 갈림길을 지난다.


잠시 이어지는 오르막 길 올라 무지봉이라는 어설픈 이정표가 세워진 나지막한 봉우리에 올라서니 트랭글에서는 이 곳이 삼군봉이라고 한다. 나지막한 삼군봉을 뒤로하고, 이어지는 능선 길은 호남정맥 '마재'를 알리는 준.희님의 팻말이 달린 평온한 봉우리 지나고, 이어지는 능선 길은 고도를 낮춘 평온한 고개에 내려서니, 이 곳이 말을 타고 넘어 다니던 '마재'인 듯하다.


다시 이어지는 잔설 남은 오르막길, 평온한 낙엽 능선에서 트랭글이 울리는 민두름한 오봉산을 지난다. 벌목을 하고 묘목을 심어가는 능선 길, 민둥산 능선을 걷는 아쉬운 발걸음은 바람 포근한 능선에 앉아 점심을 먹으며 쉬어간다. 든든하게 점심을 먹은 후 이어지는 발걸음은 가시밭길 지나 414.6m 봉우리 삼각점에서 발을 모아보고 오르락 내리락 지루한 발걸음은 이어진다.


나지막한 산봉우리들이 대부분 벌목을 당하여, 허름한 몰골로 변해버린 속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시골 마을 모습 살짝 당겨보고, 호남정맥 남산(481.1m)을 알리는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이어지는 걸음은 철문이 있는 고개에 내려서더니, 마루금이 밭으로 변해버린 능선 길 지나 이어지는 오솔길은 넓은 임도와 만나게 되고, 이어 자동차가 다닌 흔적이 있는 임도가 마루금을 따라 이어진다. 


능선길 내내 야생화를 살피며 걸었지만. 아직 이 곳은 봄이 이른지 야생화를 만나지 못하다가 흐드러진 개불알풀꽃을 만나니, 이것도 꽃이라고 몇 장 담아본다. 민두름한 능선에서 트랭글이 울리더니, 박이뫼산(331.7m)을 알리는 준.희님의 팻말이 달려있다. 소나무 숲이 평온한 박이뫼산 능선 임도를 따라 따뜻한 봄바람을 맞으며 이어지는 걸음은 모텔 안으로 내려선다.


우측에 슬치 휴게소 모습 바라보며 무인모텔 하이디 안으로 내려선다. 재밌는 모텔 '하이디'를 뒤로하고 6차선 도로에 자동차들 겁나게 달리는 슬치 건널목 앞에서 걸음 멈춘다. 슬치마을 표지석 앞에서 걸음 멈추고 정자에 앉아 과일 나누어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 걸음은 실치재를 지나 임도 길은 이어진다.


인삼밭을 조성 중인 이 곳은 전기선 울타리로 마루금을 완전히 막아 놓아 타고 넘기가 찜찜하기만 한데, 앞으로 인삼이 굵어지면 감시가 심하여 호남정맥을 종주하려면, 이 곳을 통과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지는 임도 마루금 길은 폭발물 처리장으로 출입 금지를 알리는 경고 판이 세워진 철망 울타리를 우측에 끼고 걷는 걸음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 잡초 우거진 헬기장 '갈미봉'(540m)에 도착하여, 오색리본 펄럭이는 갈미봉 정상에서 기념사진 찍어주고 찍혀보고 철망 울타리 따라 낙엽 비탈길 달려 내려간다. 


낙엽 능선길 따라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는 능선 길은 세 사람의 노인이 하모니카를 불며 쉬고 있는 쑥치에 내려선다. 생각보다 산행길이 길어져 벌써 오후 4시가 넘은 시간이라 불재까지 가기로 했던 오늘 산행을 여기서 접기로 하고 어르신들과 잠시 이야기 나누며 일행들이 내려오기를 기다린다. 하모니카를 불던 어르신들은 잠시 후 좌측 월성리 마을 쪽으로 내려가시고, 잠시 후에 일행들이 모두 도착하여 이곳 쑥치에서 오늘 산행을 종료하기로 한다. 


쑥치에서 우측으로 빼곡한 편백나무 숲 길을 따라 내애리 쪽으로 하산을 하기로 하고, 빼곡한 편백나무 숲을 즐기면서 시멘트 도로를 따라 내애리로 내려선다. 개울이 흐르는 좁은 골짜기 마을길 따라 돌담을 쌓아 올린 고즈넉한 골목길 지나 어슬렁 어슬렁 내려선 걸음은 택시가 올라오기를 기다리며 마을 앞으로 내려선다. 마을 앞 정자에서 잠시 기다리다가 올라오는 택시를 타면서 오늘 산행길은 종료된다.


아침 7시 30분경에 전북 진안군 곰재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남은 잔설이 빙판이 되어버린 미끄러운 만덕산을 넘어 평온하게 이어지는 오르락 내리락 낙엽 능선을 걷다가 접속 차도가 없는 쑥치에 도착하니, 오후 4시가 넘은 시간이라 불재까지 가기로 했던 정맥길을 숙치에서 멈추기로 한다. 우측으로 전북 완주군 상관면 편백나무 숲길을 걸어 내애리 마을에 도착하여, 전화로 콜 한 택시와 만나면서, 약 30Km 거리에 10시간 가까이 소요된 조금은 지루한 산행길은 종료된다.


내애리 마을에서 택시를 타고 곰재로 돌아오는 길은 30여 Km 거리에 택시 요금이 3만 8천여원 나왔어 4만원을 지급한다. 포항으로 돌아오는 길에 시간을 줄이기 위해 와촌휴게소에 들러 쇠고기 국밥과 김치찌개로 저녁을 먹고, 아침에 출발한 이동 사거리에 내려서 내 차를 운전하여, 저녁 9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집으로 돌아오면서 제 1차 호남정맥 산행길을 갈무리해본다.

(2017.03.05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