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 2구간 (쑥치~ 경각산~ 불재~ 오봉산~ 운암삼거리)
솔길 남현태
과거에 대통령들이 모두 불행했던 나라에서 다시 탄핵된 대통령이 검찰에 구속되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 자리가 그렇게도 좋고 탐이 나는지, 서로 내가 해야 잘 할 수 있다고 빡빡 우기면서 상대방의 약점을 찾아 개처럼 물고 늘어진다. 비어 있는 청와대의 주인이 되기 위해 과열되어가는 대선 열풍 속에 북한은 핵개발에 이어 핵폭탄을 미국 본토까지 날려보내기 위한 미사일 발사 시험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니, 이래저래 나라의 앞 날이 오리무중인 어수선한 분위기가 조심스럽게 살얼음판처럼 이어진다.
서해 바다 팽목항에는 3년 전에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들이 타고 가던 배가 침몰되어 많은 인명이 참사를 당한 아픈 기억 속의 세월호 사건을 좌파 야당들은 모든 것이 대통령의 잘못인 냥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하여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3년 동안 집안 싸움을 하느라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던 대한민국은 결국 대통령은 탄핵되고 보수 정권이 세월호처럼 허무하게 침몰한다.
세월호를 미끼로 서로 물고 뜯는 밥그릇 싸움이나 하고 있는 동안 북한은 핵개발에 성공하여 핵보유국 반열 직전에 이르러 서울에 핵미사일을 겨누고 불바다를 만들겠다고 윽박지르고 있다. 어린 놈이라고 손가락질 하던 김정은은 어느새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사나운 미친 개가되어 있는 것이 침몰된 세월호 보다 더 안타까울 따름이다. 서울의 심장부에 핵폭탄이 떨어져도 세월호 일곱 시간 하다가 죽을 악디밭은 인간들이 정치인이 아닐까 싶다.
대선 열풍에 때를 맞추어 침몰한 세월호를 수천억 원이나 되는 국비를 투입하여 인양하는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러 국민들의 시선을 긁어 모으고 있다. "지돈 든다카머 누가 침몰되어 썩어빠진 배를 인양하겠노, 국민의 혈세로 모아진 눈먼 나랏돈이라고 쥐나 개나 물 쓰듯이 쓰고 있는거지" 침몰된 세월호를 인양하면서 다시 인근 바다를 시궁창으로 만들어 미역 어장에 피해를 입은 어민들의 탄식소리가 들려온다.
웃고 울고 떠들어 대는 순간에도 계절은 흘러, 어느덧 봄의 깊숙이 스며들어 포항에도 어느덧 주초부터 골목마다 노란 개나리가 피어나기 시작하고, 퇴근길에 하얀 목련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는 모습에 눈이 점점 즐거워지는 3월도 마지막 주말을 맞이한다. 봄의 절정 속으로 접어드는 이번 주에도 토요일은 출근을 하고, 일요일은 다섯 명이 팀산행으로 진행 중인 호남정맥을 이어가기로 한다.
정맥 종주 팀산행을 토요일에 진행하면 모든 면에서 좋겠지만, 토요일은 내가 늘 출근을 해야 하는 관계로 일요일에 가기로 되었는데, 4월 달은 일요일에 모두가 약속들이 많이 잡혀 있어 팀산행을 못 하는 주가 많이 생길 것 같다고 하니, 괜스레 나 때문에 다른 대원들이 피해를 보는 것 같아 늘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번 주에 산행하게 될 호남정맥 2구간은 전북 임실군 신덕면 월성저수지 상류에서, 지난 번에 산행을 종료한 쑥치에 올라 옥녀봉, 효간치, 경각산, 불치, 치마산, 작은불재, 지주산, 영암고개, 박죽이산, 소금바위재, 오봉산, 운암삼거리를 거처 시간이되면 약 30Km 거리의 소리개재까지 진행하기로 한다.
일요일 새벽 3시에 포항시 남구 이동 사거리에서 만나기로 약속되어, 새벽 1시 50분에 알람을 맞추어 두고 잠시 눈을 붙이다가 시간이 되기 전에 일어나니, 마눌은 밤잠을 설치며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다. 오늘만 갔다 오면 4월에는 모두 바쁜 일들이 많아 팀산행이 없을 것 같다고 하니, 그럼 내 하고 산에 갈 수 있겠네 하면서 좋아라 한다.
팀산행은 가는 도중에 아침을 먹기로 되어 있어 일찌감치 산행준비를 하고 약속 장소 주변 주차장에 도착하여, 차안에서 잠시 기다리다가 약속 시간에 맞추어 도착하는 산이좋아님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려가는데, 영천을 지나면서부터 비가 제법 많이 내리고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시야가 흐려진다.
가는 도중에 함양 휴게소에 들려서 청국장 찌개로 든든하게 아침을 먹은 후 아침 7시 30분경에 전북 임실군 신덕면 월성리 마을을 지나, 안개 자욱한 월성저수지 상류에 주차를 하고, 느긋하게 산행 준비를 하여 지난 번에 산행을 종료하고 반대편으로 내려간 쑥치를 향하여 올라가는데, 외딴 농가에 매어 둔 개들이 한꺼번에 달려들 듯 짖어대며 오두방정을 떨어댄다.
낙엽 촉촉한 임도를 따라 약 700미터 거리에 10여분 걸어서 지난 번에 산행을 종료했던 쑥치에 도착하여 잠시 걸음을 멈추고 오늘 처음 만들어온 우리 독수리 오형제 리본을 달아본다. 쑥치를 출발한 걸음은 촉촉한 낙엽을 밟으며 작은 봉우리 올라서니, 골짜기 마다 하얀 운무가 고여 있고 호남정맥 길에서 처음 만난 제비꽃은 썩은 나무둥치에 뿌리 내리고 꽃을 피웠다.
촉촉한 낙엽 위에 맺힌 현호색은 간밤에 내린 비에 떨고 이제 막 생강나무 꽃이 피어나는 나지막한 능선 길은 낡은 이정표가 세워진 편백나무 숲 삼거리를 지난다. 삼거리의 낡은 이정표를 지나 옥녀봉을 향하는 오르막 길에 호남정맥을 종주하시는 산님들 힘을 내라는 준.희님의 팻말이 걸려 있다.
가파르게 이어지는 오르막 길 바위 벼랑길 돌아 올라 삼거리 봉우리에서 바라본 편백나무 숲 골짜기는 입장료를 받는 곳이라고 한다. 옥녀봉, 한오봉 삼거리에서 호남정맥에서 50미터 정도 떨어져 앉은 볼록한 봉우리 옥녀봉(582.2m)에 올라선다. 작은 돌무더기 있는 옥녀봉 정상에서 정상주 나누어 마시며 잠시 머물던 걸음은 가파르게 올라오던 길을 다시 돌아 내려고 삼거리에 도착하여 호남정맥 길을 따라 한오봉으로 향한다.
표지판이 낙엽처럼 떨어진 낡은 이정표를 지나 가파르게 밀고 오르는 걸음은 급경사 바위 봉우리 돌아 한오봉(570m)에 도착하여 기념사진 찍어주고 찍혀본다. 한오봉에서 내려다본 편백나무 숲 골짜기 너머로 멀리 올망졸망한 산줄기들 사이 골짜기 마다 하얀 안개가 물처럼 고여 흐른다.
잠시 한오봉에서 돌아내려와 삼거리 이정표 앞에서 경각산 쪽으로 향하는 길 산악회 리본을 달고 가기로 하고 고운산정 산악회 리본과 독수리팀 리본을 함께 달아본다. 이어지는 낙엽 능선 길 멀리 경각산 아래 조월리 쪽으로 하얀 안개 자락이 어우러진다. 경각산을 바라보며 내려선 효간치에서 여기저기 흩어진 복수초 군락을 만나 훌쩍 키가 커버린 복수초 사진을 몇 장 담아본다.
좌우로 옛 사람들이 넘나들던 효간치를 지나 대부분 지고 없는 현호색 무리 속에서 아직 말짱하게 남은 늦둥이들을 찾아 사진에 담아본다. 경각산을 향하는 가파른 바위길 조망 시원한 바위 봉우리에 올라 서서 경각산인 줄 알았는데, 앞쪽에 더 높은 봉우리가 보이는 것이 경각산이고, 돌아보니 걸어온 능선이 한 눈에 펼쳐지는 바위 봉우리에서 잠시 간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쉬어가기로 한다.
경각산을 바라보며 이어지는 걸음은 거친 바위길 잠시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가파르게 밀어 올리더니, 오늘의 최고봉 경각산(659.3m) 정상에 올라선다. 경각산 표지판 앞에서 기념사진 찍어보고 멋진 노송 몇 그루 사지를 비틀어가며 뽐내고 있는 능선 길 따라 우뚝 솟은 전망 바위에 올라서니, 발 아래 불재와 이어지는 능선 길이 아스라히 펼쳐진다.
발아래 불재 풍경과 우측으로 구이저수지 풍경, 멀리 이어지는 능선길 바라보며 불재로 내려선다. 출입금지 안내판이 붙은 사유지를 따라 불재에 내려서니, 그 곳에도 정맥 마루금을 막아놓고 개인 사유지이므로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판이 씁쓸한 기분이 들게 한다. 이 땅의 주인은 늘 자기 땅으로만 다니는지는 몰라도 세상에 자기 땅만 밟고 다니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싶다.
2차선 도로가 가로 지르는 불재를 건너고, 불재 참 숯 간판길 따라 치마산으로 향하는 길 호남정맥 436.1 봉우리 지나 리본이 주렁주렁 달린 봉수대 봉우리 소나무 그늘 바위에서 잠시 쉬어간다. 다시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는 발걸음 치마산(도솔산) 607m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진 오늘의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에 올라선다.
치마산에서 잠시 머물던 걸음은 작은불재를 향하여, 가파른 길 내려서서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다가 옛 사람들이 넘나들던 작은불재에 내려서니 햇볕이 다사롭다. 호남정맥 작은불재를 알리는 준.희님의 안내판 양지바른 작은불재에 둘러앉아 점심을 먹은 후 일어서는 길가에 현호색을 만나고 낙엽 위에 뽀시시 고개를 내밀고 있는 노르스름한 춘란을 만나 사진에 담아본다. 노란색을 띤 춘란을 황란이라고 하여 조금은 희귀종이라고 한다. 이어지는 능선 길에서 만난 춘란들은 꽃이 푸른 색이라 별 볼일 없는 품종이라고 한다.
오색 리본이 펄럭이는 437.0m 봉우리를 지나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던 낙엽 능선 길은 지주산(거미산)에 도착하여 바라본 영암고개 건너 박죽이산 모습이 힘겹게 펼쳐진다. 좌측으로 전북 임실군 신덕면, 우측으로 전북 완주군 구이면 풍경을 둘러보고 가파른 바위 길 내려선 걸음은 수십 미터나 잘록하게 잘려나간 영암고개 앞에서 멈추고, 절개지 좌측으로 돌아내려와 영암고개 2차선 도로를 건넌다.
영암고개를 건너 길가에 버려진 듯 세워진 탱크처럼 생긴 낡은 장비는 오르막을 올라가는 전용 도로가 정성스럽게 만들어져 있다. 영암고개에서 가파른 길 걸어 올라 잠시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니, '임자 사랑해' 산림청 플래카드를 걸어놓은 박죽이산에 올라선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박죽이산을 뒤로하고 든든한 로프가 매어진 급경사 길을 조심조심 타고 내려와 이어지는 낙엽 능선 길은 소금바위재를 지나고 좌우의 물길을 확실히 갈라 좌측에 떨어지는 물은 섬진강으로 흐르고, 우측에 떨어지는 물은 원광천으로 흐른다. 호남정맥 364.7m 봉우리 지나 잠시 가파르게 밀어 오른 걸음은 오봉산 2봉에 올라선다.
평온하게 이어지는 능선길 오봉산 3봉을 지나 4봉에서 잠시 멈추었던 걸음은 고도를 낮추어 오봉산 아래 사거리 고개를 건넌다. 잠시 고도를 높여 오봉산 오르는 길은 좌측에 조망 바위 마다 옥정호 풍경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발아래 옥정호 골짜기의 봄 풍경 한가롭고 옥정호는 겨울부터 날씨가 가물어서인지 물이 많이 줄어든 야윈 모습이다.
옥정호가 내려다 보이는 조망 시원한 바위에서 서로 기념사진 찍어주며 여유로운 걸음으로 오봉산에 오른다. 오봉산에서 바라본 옥정호 풍경 멀리 모악산과 옥정호 풍경 바라보며 과일과 간식을 먹으며 잠시 머물다가 전주에서 온 산님들 덕분에 단체사진을 찍혀본다. 오봉산 정상에서 독수리 오형제 기념사진 찍혀보고 잠시 머물던 산정의 차가운 바람에 땀이 식어가는지 모두 한기를 느끼며 오봉산을 급하게 내려선다.
고도를 팍 낮추어 목쟁이를 내려서니 양지바른 과수원에 자두꽃이 하얗게 피어있다. 하얀 자두꽃 사진 몇 장 찍어보고 749번 도로에 내려선 걸음은 2차선 도로를 건너 작은 산봉우리 잠시 올랐다가 다시 749번 도로 위로 내려와서 건넌다. 오르는 능선에서 여러 포기 보이는 춘란은 꽃이 보이지 않는다.
좌측에 옥정호를 끼고 오르락내리락 이어지는 능선 길은 잠잠한 옥정호를 내려다보며 나란히 누워 있는 무덤들을 지나니, 생강나무 꽃이 노랗게 피어 이 곳에도 봄이 찾아왔음을 알린다. 무덤군이 있는 나지막한 언덕배기 내려선 걸음은 다시 749번 도로를 따라 전북 임실군 운암면 운암삼거리에 도착하여 걸음을 멈춘다.
아침 7시 30분경에 산행을 시작하여 약 25Km 거리에 약 7시간 40분 정도 소요된 운암삼거리에 도착하니, 더 이상 산행을 진행하기 곤란한 오후 5시 10분경이라 산행을 여기서 접기로 한다. 원래 오늘 산행 계획을 했던 소리개재까지는 아직 8Km 이상 남아 있으니, 호남정맥은 올 때마다 산행 거리가 예상보다 늘어나는 듯하다.
지난 번에 이용했던 콜택시 기사에게 전화하였더니 여수에 여행 중이라고 하며, 다른 기사에게 연락하여 대신 연결시켜주어, 택시가 오는 동안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20여분 동안 날씨가 얼마나 추운지, 아침에 벗어두었던 겨울 티를 배낭에서 꺼내 입고 겨울 쪼기와 바람막이를 껴입어도 덜덜 떨린다.
잠시 후 택시가 도착하여, 아침에 출발한 월성리까지 이동하니 택시비가 3만원이라고 한다. 서둘러 포항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지리산 휴게소에 들러 추어탕과 돼지고기 찌개로 저녁을 먹고, 이동 사거리에 도착해 내 차를 운전하여, 밤 10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집으로 돌아오면서 호남정맥 2구간 산행 길을 갈무리해본다.
(2017.03.26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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