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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쌈.....(시서문학 26호) 특집, 책속의 소시집 "꿈꾸는 산정"

호젓한오솔길 2017. 7. 10. 19:04

 

길쌈

  

        솔길 남현태

  

멍석 깔고 모깃불 피운 마당

침침한 초롱 아래

동네 아낙 둘러앉아

누렇게 익은 삼 껍질 벗겨

가랑이째는

고달픈 여름 밤 깊어간다

 

가을걷이 끝난 등잔 가에

가늘게 째어 불린

삼 꾸러미 걸어놓고

가닥가닥 물어뜯고 쪼개어

하얀 허벅지 위에

손바닥 쓱싹 비벼 잇는다

 

올올이 날실 감긴 베틀 위에

솜씨 좋으신 어머니

실꾸리 북 들락날락 씨실 넣고

바디 당겨 두들길 제

따닥 따닥 누런 삼베 자락

허리 아래 길게 드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