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 10구간 (과치재~ 연산~ 만덕산~ 수양산~ 유둔재)
솔길 남현태
때 이른 무더위와 가뭄으로 숨통을 조이던 지루한 6월이 막을 내리고, 기다리던 장맛비가 예약된 7월로 접어든다. 타의 모법이 되어야 할 사회 지도층이 교묘하게 불법, 탈법을 저지르고도 자기들만의 특권인 양 무엇을 잘 못했는지도 모르고 관행이라며 당연하다는 듯 국민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거짓과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량한 국민들은 나라 법을 무서워하고 법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법치국가에서 저런 몰염치하고 뻔뻔스러운 사람들이 당당하게 장관 후보로 나서고, 대통령은 국민을 무시하듯 임명 하고 있는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숨쉬고 산다는 것이 서글프게 느껴지니, 뼈빠지게 벌어서 세금 내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철면피에 붙은 눈만 껌벅거리는 깜도 안 되는 장관 후보들의 국회 인준을 놓고 '내로남불'로 때를 쓰는 여당과 부적격(불량품) 3종 세트라고 하며 인준을 거부하는 야당이 대립하고 있는 답답한 정국 속에 오랜 가뭄으로 강물이 줄어 들어 녹조가 발생하니, 가뭄도 적폐세력 척결의 도구인 냥 지난 정부에서 설치한 사대 강 보를 다시 철거하겠다는 등 도마 위에 올려놓고 제 맘대로 난도질을 하고 있다.
다른 지방은 몰라도 포항지방은 2003년 9월 태풍 매미 이후로는 아직 홍수가 내려가는 시원한 비다운 비가 한 번도 내리지 않는 듯하다. 하얀 모래와 자갈이 깔려 있어야 할 강과 개울은 갈대와 잡초가 무성하고, 때로는 버드나무가 자라 아름드리로 변해 있으니, 만약에 옛날처럼 큰 비가 내려 홍수라도 난다면 여기 저기서 하천이 범람하는 물난리를 격을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남부지방에서 시작된 장맛비가 7월 2일 일요일부터 전국적으로 내린다고 하여, 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다는 토요일에 호남정맥 산행 길을 이어가기로 한다. 내가 금요일 저녁에 향우회 모임이 있다고 하니, 산행 출발 시간을 조금 늦추어 새벽 3시에 대이동 사거리에 모여서 산이좋아님 차로 출발하기로 한다.
이번 주에 산행하게 될 호남정맥 10구간은 지난 번에 산행을 마친 전남 곡성군 과치재에서 출발하여, 연산, 방아재, 만덕산을 지나 호남정맥 중간지점을 찍고, 수양산, 선돌재, 국수봉, 노가리재, 최고봉, 새매기재, 유둔봉, 어산이재를 거쳐 전남 담양군의 무등산 입구에 위치한 유둔재까지 이어지는 해발 600m 이하의 산봉우리들을 오르내리며, 별로 볼거리도 없어 보이는 조금은 지루한 산행 길이 예상된다.
금요일 저녁 향우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산행 준비를 해 놓고 잠시 눈을 붙이려 누웠으나 잠이 오질 않아 새벽 1시에 일어나니, 마눌이 도시락을 싸놓고 거실에서 자고 있다. 방에 들어가서 자라고 하고, 잠시 기다렸다가 빨리 나가야 집에 남은 사람이라도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아 배낭을 챙겨 일찌감치 집을 나선다.
이동 사거리에 도착하여 차 안에서 잠시 기다렸다가 새벽 3시가 가까워지는 시간에 약속 장소로 나가서 잠시 기다려, 도착하는 산이좋아님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려간다. 차 안에 들어와 물어대는 모기 때문에 가려워서 잠을 설치며 강천산 휴게소에 들려 제육덧밥으로 아침을 먹은 후 아침 7시경에 지난 번에 산행을 종료한 전남 곡성군 과치재 호남고속도로 굴다리 아래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니, 비 그친 안개 낀 날씨가 풀섶에 이슬이 맺혀 산행 시작이 성가시게 느껴진다.
각자 배낭을 꾸린 후 아침 7시 15분경에 산행을 시작하면서,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카메라가 배낭 속에서 차가운 얼음 물병에 닿아 있었던지 얼어서 작동이 신통치 않다. 렌즈에 하얗게 성애가 끼어 사진이 찍히지 않아 마른 손수건으로 부지런히 문질러가며 어렵게 몇 장 찍어본다.
고속도로 옆으로 난 용주사 가는 길을 따라 과치재 절개지 쪽으로 올라가는 길, 연산으로 향하는 마루금 능선에는 물기 머금은 안개가 넘나들고 고속도로 절개지 오르는 입구에 도착하니, 오늘 걸어야 할 호남정맥 지도가 그려진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시멘트 수로를 따라 절개지를 올라 좌측 숲 속으로 난 축축한 등산로를 따라 오르니, 풀섶에는 이슬이 맺혀 아랫도리 차갑게 적셔온다.
첫 번째 봉우리에 올라 잠시 호흡 가다듬고 휴식을 취한 걸음은 고사리 대 빼곡히 돋아나 있는 무덤가를 지나는데, 방초 우거진 무덤가에 커다란 도로 용 볼록 거울 2개가 설치되어 있다. 이 산중에 거울을 설치 한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하여 사진을 찍어보고, 가파르게 밀어 올린 걸음은 오늘의 첫 번째 봉우리 연산(508.1m)에 올라 과일을 나누어 먹으며 잠시 쉬어간다.
이슬비 뿌리는 축축한 날씨에 안경에 자꾸 성애가 끼어 앞이 잘 보이지 않아 갑갑하다. 오늘은 조망도 없는 흐린 날씨에 둘러봐도 볼거리도 별로 없는 산행길인 것 같아 이래저래 잘 보이지 않을 바에는 차라리 안경을 벗는 게 좋겠다 싶어 안경을 벗어 배낭 속에 넣고 조금은 침침하고 불편하더라도 맨눈으로 걷기로 한다.
연산에서 능선을 따라 가파르게 고개 숙인 걸음은 방아재로 내려서고, 호남정맥 방아재를 알리는 안내판을 지나 방아재 2차선 도로를 건넌다. 방아재 이정표를 지나 만덕산으로 향하는 수목 우거진 등산로는 이슬 차갑고, 호남정맥 399.4m를 알리는 무명 봉우리에 올라 축축하게 젖은 몸 잠시 전열을 가다듬으니, 근처 조망바위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안개 덮인 건너 산 봉우리 바라보며, 전망바위에서 잠시 머물던 걸음은 임도에 내려서서 좌측으로 잠시 임도를 따라 걷다가 우측 등산로를 따라 접어든다. 리본 주렁주렁 달린 봉우리 지나 수풀 우거진 이슬 차가운 길, 잠시 쉬어가는 걸음 길가에는 산딸기가 빨갛게 익어 몇 개 따먹어 보니 비를 맞아서 당도가 떨어진 듯하다.
삼거리에서 90m 앞에 있는 만덕산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 나오기로 하고, 만덕산 할미봉(575m) 정상에 도착하여 잠시 머물던 걸음은 다시 삼거리 이정표 앞에 돌아 나와 입석 쪽으로 향한다. 잘 단장된 등산로를 따라 가는 길은 우측에 조망이 트인 전망바위가 있어 과일을 먹으며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흐르는 땀은 마르지 않고 그냥 줄줄 흘러내리니, 온 몸이 땀과 이슬로 범벅이 되어 축축하게 젖어 늘어진다. 왜 이렇게 싸서 고생을 해야 되는지 산행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뿐 입에서 연방 탄식소리가 흘러 나온다.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풍경은 운무가 흐릿하여 잘 보이지가 않고 발아래 골짜기 운암리 마을과 운암저수지 풍경 살짝 당겨 본다.
신선바위로 표시되어 있는 별로 볼품이 없어 보이는 바위를 지나 등산로 삼거리 이정표에서 입석(임도) 쪽으로 향한다. 이어지는 능선 길은 임도를 건너고, 길가에서 만난 이슬 맺힌 중나리꽃 사진에 담아가며, 호남정맥 453.6m 팻말이 걸린 독산에 올라선다. 수풀 우거진 능선 길은 다시 임도를 건너는데. 후두둑 후두둑 비가 내린다.
다시 우거진 등산로는 이슬이 성가시게 하더니, 호남정맥 중간지점(231Km)을 알리는 이정표 앞에 걸음을 멈춘다. 호남정맥 중간지점이라고는 하지만, 갈 수록 포항에서 남쪽으로 점점 멀어지고 있으니, 갈 길이 멀어만 보인다. 기념사진 찍어주고 찍혀보고 잠시 머물던 걸음은 '고운산정 산악회' 리본과 우리 팀 리본도 함께 달아놓고 이어지는 걸음은 수양산 아래 임도에 내려서고 임도에서 0.7Km 남은 수양산 쪽으로 향하는 길가에 비를 맞고 피어 있는 '비비추꽃' 앞에서 잠시 멈추었다가, 호남정맥 갈림길에서 0.4Km 정도 벗어나 있는 수양산을 다녀오기로 한다.
산불감시 초소가 있는 수양산 정상은 사방으로 수목이 우거져 조망이 없는 것이 산불을 감시하기에는 조금 답답하게 보인다. 오늘의 최고봉 수양산(593m) 정상에서 잠시 머물던 걸음은 올라온 길로 잠시 돌아내려와 삼거리에 도착하여 다시 호남정맥 길을 이어간다. 잠시 가파른 길 내려선 걸음은 묵은 밭뙈기가 있는 목쟁이 임도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선들재로 향한다.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개망초는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단비를 온 몸으로 맞으며 환희의 웃음소리 들판 가득 흘린다. 마을 앞에 2차선 도로가 가로 지르는 선들재에 내려서서 느티나무 아래서 점심을 먹을까 하였지만, 너무 길가라서 분위기도 그렇고 하여 점심 먹을 자리를 찾아가며 그냥 통과한다.
아침에 무덤가에 설치되어 있던 것과 똑 같은 볼록거울 앞에서 자화상을 찍으니 올라가는 길이 훤하게 보인다. 선들재를 건너, 인간의 흔적으로 희미해진 호남정맥 마루금을 찾아가며 마을 쪽으로 들어가는데, 다문다문 있는 농가와 별장에서 개들이 얼마나 짖어대는지 어디 앉아서 점심을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아 하는 수 없이 쫓기듯 국수봉을 향하여 언덕 길을 오르니, 이어지는 길은 완전 난장판이다.
우거진 수풀 속에 넘어진 나무들이 여기저기 복병처럼 숨어 흐트러져 있는 등산로는 걷기가 불편하다. 국수봉을 올라가는 정상부에서 임도를 만나고 당산님은 등산로를 찾아 바로 올라가고 나머지는 임도를 따라 올라간다. 감자꽃처럼 생긴 이름 모를 야생화가 여기저기 피어 있어 사진에 담아보는데, 줄기에 가시가 있는 것이 그렇게 정감은 가지 않는다.
임도에는 북아메리카가 고향이라는 루드베키아가 토종 야생화처럼 누리에 흩어져 피어 있다. 관상용으로 재배하던 '루드베키아'가 이제는 산천에 흐드러지니, 서서히 야생화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양이다. 작은 해바라기처럼 생긴 것이 모양도 가지가지 산천을 덮으니 곱기는 하다.
산수국 피어 있는 길, 임도는 꼬불꼬불 국수봉(559m) 정상으로 올라가지 않고 주위를 맴돌고 있다. 빨간 산딸기가 맛나게 익어 사진 몇 장 담고는 얼른 입안으로 따 넣는다. 임도를 따라 국수봉을 270도 정도 돌아오니, 당산님은 벌써 지나가버렸다. 월봉산 갈림길 삼거리 이정표 앞에서 5명이 둘러 앉아 점심을 먹은 후 통나무 계단길 내려서니 좌측으로 목장 철망이 있는 길이 이어진다.
목장길 지나 조망 시원한 바위 오늘은 운무가 가려 조망이 흐릿하여, 발아래 농촌 풍경만 살짝 당겨본다. 이어지는 오르락 내리락 수풀 우거진 마루금 길은 비행안전 수칙 안내판이 있는 수목 우거진 낡은 활공장 터를 지나니, 새로 조성된 활공장이 나타난다. 활공장에서 바라본 조망은 비닐하우스가 많은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활공장으로 올라오는 임도를 따라 노가리재에 내려서니, 건너는 길이 없고 위쪽에 동물 이동 통로가 있어 다시 올라가서 건넌다. 다시 이어지는 수풀 우거진 마루금 길은 호남정맥 431.8m을 알리는 진압산 정상에 올라 리본을 달아놓고 옛 고개를 건넌다. 옛 고개에 설치된 이정표를 지나 잠시 가파른 길 걸어 돌무더기가 있는 최고봉(493m) 정상에 올라서니, 말이 최고봉이지 뭐가 최고인지는 알 수가 없다.
수목 우거진 최고봉 정상에서 기념사진 찍어보고, 이어지는 걸음은 배터리가 방전이 되었다며 호흡 멈추었다가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 유둔봉(459.1m)에서 걸음 멈춘다. 리본 주렁주렁 달린 유둔봉에서 잠시 머물던 걸음은 길가에 핀 각시원추리 사진에 담아가며, 유둔재로 향하는 길은 벌목 조림 구간을 지나고, 편백나무 숲길을 지나 오늘의 종점 '유둔재'에 내려선다. 무등산 국립동원 탐방 안내판이 설치된 유둔재에 내려서니, 다음 산행 할 구간이 무등산 임을 알려주고, 산행 들머리에 설치된 무등산 국립공원 화장실에는 세면대가 없는 것이 아쉽다.
아침 7시 15분경에 지난 번에 산행을 종료한 전남 곡성군 과치재 호남고속도로 굴다리 아래서 산행을 시작하여, 이슬 젖은 축축한 길 따라 후덥지근한 날씨에 약 28Km 거리에 10시간 43분이나 소요된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지는 산행을 마치고, 오후 6시경에 목적지 유둔재에 도착하면서 오늘 산행 길은 종료된다.
무등산 탐방 안내판이 설치된 과치재에는 화장실이 잘 지어져 있으나, 세면대가 없고 사방을 둘러봐도 땀을 씻을 곳이 없다. 택시를 불러 놓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장소를 이동할 수도 없고 하여, 배낭에 남아 있는 물로 머리를 감고 고양이 세수를 하고, 잠시 후에 도착하는 택시를 타고 과치재로 돌아오니, 거리가 조금 멀어 택시비가 4만 2천원이 나온다.
각자 병에 남은 물로 대충 씻고 옷 갈아 입은 후 저녁 7시가 지난 시간에 출발하여 포항으로 돌아오는 길에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으려 하였으나 시간이 너무 늦은 관계로 저녁을 먹을 곳이 없어, 알파인님이 포항까지 논스톱으로 운전하여, 포항 시청 앞에 24시간 영업을 하는 식당에 들러 뼈다귀 감자탕으로 저녁을 먹고, 각자 차를 운전하여 집으로 돌아오면서 제 10구간 호남정맥 산행 길을 무탈하게 갈무리해본다.
(2017.07.01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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