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기룡산 묘각사
솔길 남현태
올해는 봄부터 이어진 가뭄과 일찍 찾아온 무더위로 전국이 허덕이니, 대부분 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내고 모를 심은 논은 갈라져, 오그라드는 농작물과 함께 농심은 타 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어느 대학 환경과학 교수는 한반도의 가뭄은 2012년부터 시작되었으며, 2025년에 정점을 찍고 2041년까지 빈번하게 이어진다는 '가뭄주기설'을 예견하고 있으니, 이런 가뭄이 앞으로 24년 동안 계속 이어진다는 끔찍한 예견은 틀렸으면 하는 바램이다.
숨통을 조이는 가뭄 보다 더 답답한 것은 시작부터 썩어가는 좌파 촛불정권의 행태인 것 같다. 지금까지 개발한 북한의 핵을 인정하고, 더 이상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으면 북한과 협상하여, 북한 핵의 돈 줄인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다시 재개 하겠다는 의중을 가진 좌파 대통령은 지난 정부와 우방인 미국이 진행 중이던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는 못 마땅한 듯 가진 꼬투리 달며 파음을 일으키고 있다.
법을 잘 알고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할 고위층에서 교묘하게 법의 맹점을 이용한 위장전입, 탈세, 부정입학, 방산비리, 논문표절 등 당장 구속하여 수사를 하여도 시원치 않을, 범법을 저지르고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 얼굴에 철판을 깐 듯 뻔뻔스러운 양아치 같은 인물들을 장관 후보로 내세워 놓고, 국회에서 인준을 안 해준다고 국회 청문회는 참고 사항이라며 국회를 우습게 여기는 한심한 정부를 보니, 이래저래 그들의 앞날도 서글프게 보인다.
호국 보은의 달인 유월의 마지막 일요일인 6월 25일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6.25 사변 일이다. 아마도 6.25전쟁이 일어나던 1950년 6월 25일도 올해와 같이 무더운 일요일 새벽이었다고 하니, 지금 북한이 핵개발과 미사일을 쏘아 대는 상황에서도 너무나 태연스럽고 안일하게 대처하는 정부와 국민들이 '안보제일' 하면서 한번쯤은 경각심을 불러 일으켜야 할 의미 있는 날인 듯하다.
이번 주에는 삐그덕거리고 있는 호남정맥 팀 산행이 취소되어, 마눌하고 가까운 산행이나 다녀오려고 갈 곳을 고르다 보니, 산행코스가 쉽고 짧아야 하고, 길도 좋고, 뱀도 없어야 한다며 주문이 까다로워 갈 곳이 마땅치가 않다. 궁여지책으로 정한 곳이 포항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영천시 기룡산이며, 기룡산은 그 간 수 없이 다녀온 곳이고, 마눌 하고도 단거리 코스로 여러 번 산행 한 곳이다.
약속 시간 없이 느긋하게 자유롭게 가는 산행 길이 맘이 덜 바쁘고 편하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니 마눌이 준비해놓은 먹거리가 푸짐하다. 산행을 가는 건지 소풍을 가는 건지는 모르지만 얼음 물 5병과 함께 두둑하게 배낭을 챙겨 오전 11경에 집을 나서니, 남부지방과 전국 곳곳에 비가 온다는 흐린 날씨가 그리 덥지 않는 것이 둔한 마눌에게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룡산 묘각사 아래 주차장에 외롭게 주차하고, 시멘트 도로를 따라 묘각사 쪽으로 올라가다가 좌측 숲 속 길로 접어드니, 녹음 우거져 흐지부지해진 낡은 길을 찾기가 어려운데, 마눌은 벌써 힘이 든다고 한다. 울창한 숲 속에는 어느덧 올해 산행에서 처음 들어보는 산천을 울리는 매미 소리가 구성지게 들려오고, 조피나무에는 파란 제피 열매가 실하게 달려 있어, 손으로 만져보니 속이 뭉그러지면서 아직은 향이 진하지 않은 듯하다.
잠시 후 묘각사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나고, 오지게 달려 영글어가는 나무 열매가 궁금하여 카메라에 담아본다. 기룡산이 건너다 보이는 전망바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오르는 길가에 잡초들은 오랜 가뭄에 생육을 멈추고 말라 오그라들기 시작하고, 재바른 개옻나무는 벌써 노랗게 단풍이 물들어 가을 노래 부른다.
용화리에서 올라오는 삼거리 도착하여, 기룡산 쪽으로 향하는 능선 길 날씨가 가물어서 인지 그 흔하던 산나리꽃도 하나 보이지 않는다. 돌아 보니 따라 오는 마눌은 힘들어 보이고, 길가에 핀 기린초 옆에 앉아 카메라 겨누며 시간을 때운다. 빼곡한 참나무 숲 능선 길 걸어 벤치가 세 개 놓여 있는 시루봉 삼거리에 도착하여 과일을 먹으며 잠시 쉬어간다.
기룡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녹음 우거진 길은 잠시 평온하게 이어진다. 참나무 우거진 능선 길에서 바위가 많은 능선으로 가고 싶었지만, 마눌이 힘이 든다고 하여 우측 옆 길로 돌아가니, 커다란 바위 아래 비박 하기 좋아 보이는 곳을 지나며, '바위에 나무 토막은 왜 기대어 놓았지?' 하길레, '바위가 넘어올까 봐 누가 공가놨나 보지뭐, 바위 넘어올라 조심해라' 하면서 지난다. 높은 바위 아래를 지나면 언재 위에서 돌이 떨어질지 모르니 위태롭게 느껴진다.
우거진 참나무 숲을 지나 잠시 오르막 길 밟아 조망 시원한 바위 능선에 올라선다. 꼬깔봉과 용화리 골짜기 풍경, 방금 바위 아래로 걸어온 능선, 용화리 골짜기가 내려다 보이는 조망 시원한 곳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한다. 기룡산 정상을 바라보며 이어지는 바위 능선 길, 바위와 노송이 어우러진 기룡산 정상부 능선은 겨울철 상고대 풍경이 아름답다.
바위 능선 길 오르내리며 이어지는 길, 우회하는 바위 아래 2~3명이 비박을 할 수 있는 멋진 굴이 있다. 정상을 오르는 바위 길에서 돌아보니, 바위에 초목들은 심한 가뭄으로 잎이 누렇게 말라 가뿐 숨을 할딱이고, 기룡산(961m) 정상에는 새로운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기룡산에서 바라 본 멀리 보현산과 면봉산 풍경 운무에 흐릿하고, 능선을 올라오는 마눌은 무척 힘들어 보인다.
기룡산은 묘각사 창건 당시 동해의 용왕이 말처럼 달려와 의상대사의 법문을 들은 즉시 깨달음을 얻어 승천하여, 지상의 극심했던 가뭄을 해결해 주었다는 기룡산과 묘각사, 요즘 같은 가뭄에 기우제를 올리면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산이다.
갈미봉과 작은보현산 그 너머 면봉산, 베틀봉, 곰바위산 풍경과 발아래 산을 깎아 만든 평화로운 농장 모습 살짝 당겨보니 이국적 향취를 물씬 풍기고, 어디를 가나 산 위에서 내려다 보는 골짜기 사람 사는 풍경들은 모두가 정겹게만 보인다. 기룡산 정상부 바위에 초록은 누렇게 말라가지만, 걸어온 바위 능선과 이어지는 초록 능선이 가뭄 속에 싱그럽게 느껴진다.
메마른 바위에 여기저기 뿌리내리고 별 모양의 노란 꽃을 피우는 바위채송화 사진을 담아본다. 이 무더운 여름 가뭄에 뜨거운 바위의 열기와 목타는 갈증을 견디며 살아가는 바위채송화는 모진 고통 속에서 노란 별꽃들을 하나 둘 뿜어낸다. 바위 봉우리에 혼자 덩그렇게 앉아있는 정상석을 뒤로하고, 발아래 묘각사를 향하여 급경사 길을 내려선다.
바위가 위험한 곳에는 로프가 매어져 있고, 경사가 심한 곳에는 통나무 계단을 만들어 전에 와는 달리 최근에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바위 벼랑 아래 설치된 벤치는 조금 위험해 보이고, 돌아보니 마눌의 걸음은 오르막이나 내리막이나 느린 것은 매 한가지다. 시원해 보이는 벤치에서는 잠시 쉬어가는 것이 예의라고 한다.
빼곡한 참나무 숲길 올려다 보는 녹음은 싱그럽다. 참나무 사이 오솔길 따라 내려오는 길은 이미 꽃피워 열매 맺으니 올해의 목적을 다한 벚나무는 가뭄 속에 기근이 귀찮은 듯 일찌감치 단풍 지워 겨울 채비를 한다. 녹음 속으로 이어지는 길은 나무계단 길과 참나무 사이 길을 걸어 수목장 노송들이 빼곡한 묘각사 산신각 옆으로 내려서고, 돌계단을 따라 묘각사 경내로 내려선다.
묘각사 경내 풍경 둘러보고 주차장에서 바라본 묘각사, 오늘 산행 중에는 한 사람도 구경을 못하다가 묘각사에 내려오니, 사찰에 다니러 온 자동차와 사람들이 여러 명 보인다. 속세와 거리가 먼 묘각사도 10년 세월에 넓은 화단은 자갈 깔린 주차장으로 변해 있고 예전과는 달라도 많이 달라진 듯하다. 시멘트 도로를 따라 주차장으로 돌아오면서 오늘 산행 길은 종료된다.
오랜만에 마눌과 함께 한 산행 길, 이어지는 가뭄으로 초록이 말라가고 있는 숨 가뿐 영천 기룡산을 잠시 둘러본 미니 산행을 마치고, 오후 5시 30분경에 집으로 돌아와 마눌과 삼겹살 구워 소주나 한 잔 하면서 오늘을 조용히 마무리 할까 했는데, 저녁에 호남정맥 산행을 못간 팀원들이 모여 산이좋아님 생일 파티를 하자고 하여, 서둘러 샤워를 한 후 시내버스를 타고 포항 시내 쌍용사거리 부촌식당으로 향한다.
(2017.06.25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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