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산 수목원 둘레길 따라
솔길 남현태
오랜 가뭄 끝에 이달 초부터 찾아온 장마전선이 한반도를 오르내리며 국지적으로 많은 비를 내리고 있다지만, 포항 지방에는 아직 비다운 비가 한 번도 내리지 않아 지속되는 가뭄으로 속을 태우고 있다. 이번 주에는 호남정맥 무등산 구간으로 팀 산행이 계획되어 있었지만, 산행지인 전남 광주 지방에 많은 비가 온다고 하여 아쉬운 마음으로 산행을 접는다.
지금 나라 안은 진보 좌파 정부가 들어 서면서 지난 정권에서 수 조원을 투자하여 진행 중이던 국가 에너지 사업인 원전 공사를 갑자기 중단 시키고, 북핵 방어체계인 사드 배치를 놓고도 못 마땅 한 듯 환경 평가다 뭐다 하면서 발목을 잡아 주민들의 반대 여론만 부추기고 있는 꼴이다. 어물쩍거리고 있는 동안 중국과 소련의 사드 배치를 취소 하라는 압박이 높아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면서 시간만 질질 끌고 있는 현실이니, 세상에 어느 나라가 국가의 존망이 걸린 안보 무기 배치를 놓고 공개적으로 떠벌리며 왈가불가 하고 있나 싶다.
누가 뭐래도 대담한 북한의 어린 김정은은 세상의 눈을 속여가며 속닥속닥 감쪽같이 핵무기를 만들고, 태평양 건너에 있는 미국 본토를 타격 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여 공중에 쏘아대며, 남한은 물론 미국까지 압도하는 외교전을 펼치고 있는 것을 보면. 콩가루 집안 같이 서로 헐뜯으며 싸움만 하고 있는 외소한 우리 정부와 비교가 되는 것 같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핵개발에 성공한 북한은 이제는 남한을 한 수 아래로 보고 아예 대화 상대로 조차 생각하지 않고 있는 듯한데, 북한을 압도 할 아무런 힘과 능력도 없으면서, 북한이 올인 하여 애지중지 하고 있는 핵을 포기하면 대화를 하겠다는 천진난만한 어린애 같은 외교에 김정은은 가소롭다는 듯 허공에 미사일을 날려가며 콧방귀를 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원거리 산행이 취소된 일요일, 오후에는 포항에도 비가 온다고 하여, 오전에 일찍 가까운 산에나 다녀오려고 했는데, 아침에 늦잠을 자고 일어나니 마눌은 날씨가 덥다고 하며 가지 않겠다고 한다. 숲이 많아 시원하고 행여 비가와도 부담이 없는 내연산 수목원 둘레길이나 돌고 오자고 했더니 얼른 준비하고 따라 나선다.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간에 내연산 수목원 앞에 도착하여, 수목원이 오후 5시까지만 개방하므로 산행 시간이 늦어질 것 같아 수목원 바깥쪽 길가에 주차하고, 수목원 안으로 들어가 전망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수목원 관찰로를 따라 관람 안내판이 있는 전망대 삼거리에 도착하여, 생태관찰로를 따라 삿갓봉 쪽으로 향한다.
녹음 우거진 수목원 둘레길 따라 걷다가 벤치가 있는 삼거리에서 마눌은 둘레길을 따라 돌아가고, 나는 삿갓봉으로 올랐다가 내려가서 만나기로 한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삿갓봉(714m) 정상 삿갓봉 정상에서 바라본 향로봉 쪽 풍경은 오후에 비가 온다고 하더니, 잠자리들 날아다니는 창공엔 하얀 구름 가득 어우러진다. 삿갓봉에서 내려오니 삼거리에 이정표가 새로운 세워져 있다.
산님 몇 사람 머물고 있는 노송 외솔베기에 도착하여 늘 그러던 것처럼 사진 몇 장 담아 본다. 한가로운 외솔배기를 뒤로하고 이어지는 걸음은 빼곡한 숲 속 둘레길을 따라 우척봉 쪽으로 향하는 길가에 산수국이 무리로 피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사진 몇 장 담아보고, 우척봉 갈림길에서 생태관찰로를 따라 삼거리 쪽으로 향한다.
참나무 숲 사이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둘레길에 몸통 가지 사이에 물이 고이는 옹달샘 나무는 이렇게 가뭄이 심한 날씨에 물이 가득 고여있다. 선두곡 골짜기로 내려서서 삼거리로 향하는 길에 후둑후둑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서두른 걸음은 삼거리에 내려서서 가뭄으로 개울 물이 별로 없는 시멘트 보 위에서 앉아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한다.
삼거리 개울에서 점심을 먹은 후 산님들 쉬고 있는 정자를 지나 꽃밭등으로 향하는 길 가에 빨간 산딸기 따 먹으면서 걸으니 발걸음이 더디어진다. 올해는 날씨가 가물어서인지 산딸기의 씨알이 잔잔한 것이 달콤한 그 맛도 예전만 못한 것 같지만, 산딸기 따먹어가며 걷는 걸음은 숲 치유 안내판이 설치된, 향로봉 삼거리를 돌아 꽃밭등 쪽으로 향한다. 산님들 몇 사람 쉬고 있는 꽃밭등에 도착하여 잠시 머물던 걸음은 울창한 참나무 숲길 따라 산수국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곳에서 걸음을 멈춘다.
분홍색과 보라색 두 가지로 피는 산수국은 안쪽에 눈에 잘 띄지 않는 꽃이 진짜 꽃이고 주위에 화려한 꽃은 가짜 꽃이라고 한다. 안쪽에 작은 진짜 꽃이 곤충의 눈에 잘 띄지 않는 불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주위에 가짜 꽃을 화사하게 피워 곤충들을 불러 모은다고 한다. 가짜 꽃 몇 개로 곤충을 유인하는 대신에 진짜 꽃을 피우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함이라고 하며, 실제로 가짜 꽃을 떼어 버리면 벌이 찾지 않는다고 하니 자연의 섭리가 참으로 오묘하게 느껴진다. 진짜 꽃이 꽃가루받이를 끝내면, 제 역할을 다한 가짜 꽃은 서서히 시들어 버린다고 한다.
알고 싶은 숲 안내판을 지나, 매봉을 돌아 가는 길가에 곳곳에 산수국이 무리에 피어 있어, 가던 거름을 멈추게 한다. 갑자기 시원한 바람이 불더니,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건너 향로봉 자락을 하얗게 덮으며, 풀잎을 밟고 달려오는 소낙비 소리가 분산하게 들려온다.
서두르던 걸음은 나지막한 구름다리 아래서 잠시 소나기를 피해 가기로 하고, 우산을 펴고 잠시 기다리니, 사방에 풀잎을 때리는 소리가 후두둑 거리며, 강한 빗줄기가 쏟아진다.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이고 보니, 오랜 갈증에 허덕이던 초록들은 입을 벌름대며 소낙비를 받아 마시느라 정신이 없어 보인다.
산속에서 여유롭게 비를 즐겨보는 것이 실로 오랜만인 듯 하고, 가뭄 속에 내리는 단비라 이렇게 몇 시간 퍼부어주기를 기대해보지만, 이내 하늘은 멀겋게 밝아오고 빗줄기가 약해진다. 관리사무소까지 4.3Km 남은 길을 우산을 들고 쉼터 정자 앞으로 지나는데, 다시 빗줄기가 굵어져 정자에서 느긋하게 벤치에 누워 쉬어가기로 한다.
빗줄기가 조금 약해진 듯하여, 수목원을 향하여 걸음을 이어간다. 쉼터 정자를 지나고, 비 맞은 싱그러운 녹음 속으로 걷는 길, 몸은 꿉꿉해도 마음은 상쾌하니 발걸음이 가볍다. 2층 쉼터 정자에서 참외를 먹으면서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정자에서 바라본 수목원 쪽 풍경 비 맞은 수목이 넘실대는 풍경 바라보며, 잠시 머물던 정자에서 내려와 수목원으로 향하는 비 맞은 녹음 싱그러운 길, 촉촉하게 젖은 초목들이 방긋거린다. 참나무 거친 피부에도 윤기가 흐르고 소나무 숲에도 물기가 촉촉히 스며드니, 길가에 비를 맞고 있는 각시원추리 방긋 웃는 얼굴에 화색이 돈다.
공사 중인 둘레길을 따라 수목원 안으로 들어서서 등산로 안내판 앞에서 걸음 멈추고 안내판 지도에 빨간색으로 그려진 오늘 걸어온 길 살펴보고, 수목원 안 도로를 걸어 자동차로 돌아오는 길, 비를 맞고 즐거워하는 노란 꽃은 '망종화'라고 하는데, 꽃잎 속에 황금색 수술을 한 가닥 한 가닥 금실로 수를 놓아 만든 매화란 의미로 '금사매'라고 하기도 한단다.
수목원 화원 앞에 도착하니, 방문객들은 모두 다 돌아가고, 수목원 관리인이 우산을 들고 화단 울타리 문을 잠그고 있다. 조용한 수목원 관리 사무소 전경 돌아보고, 비 맞은 수목원 안을 둘러보면서 정문 쪽으로 향한다. 수목원 장승 사이를 지나고, 수목원 관람구역 안내판을 지나서 비를 맞고 기다리는 자동차에 돌아오면서 오늘 산행 길은 종료된다.
낮 12시 2분에 산행을 시작하여, 중간에 비를 만나 소나기를 피하느라 5시간 53분이나 소요된, 오후 6시가 가까워진 시간에 수목원 앞에 주차된 자동차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빗길을 달려 포항으로 돌아오는 길은 청하면을 지나는 동안에는 비가 하나도 내리지 않다가 흥해읍을 지나오면서부터 포항까지는 비가 조금 내렸다가 날씨가 개여가고 있다.
여름철 주말이면 늘 답답하게 막히던 동해안 7번 국도가 오늘은 비가 내려서 인지 그렇게 밀리지 않고 순탄하게 흘러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와 마눌이 정성 것 준비한 저녁을 먹으면서 소주 한 잔 나누니, 얽히고 설킨 복잡한 세상사 속에 답답한 7월의 일요일 하루가 또 그렇게 훌쩍 지나간다.
(2017.07.09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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