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대간, 9정맥 완주 ♥/백두대간수필

설렌 마음 추억이 된 백두대간 9구간 (우두령~ 괘방령~ 추풍령)

호젓한오솔길 2017. 7. 21. 14:26

 

 

설렌 마음 추억이 된 백두대간 9구간 (우두령~ 괘방령~ 추풍령)

 

 

                                                                          솔길 남현태

 

 

작년(갑오년) 9월부터 시작한 백두대간 길이 어느덧 해를 바꾸어 9회를 맞이한다. 없이 무리 없이 8차까지 북진해온 대간 길의 추억들이 순간 순간이 드라마처럼 머리 속을 스쳐가는 듯하다. 아직 걸어온 길 보다 걸어가야 할 길이 더 많이 남은 백두 대간 길을 올해 12월에 진부령까지 무사하게 마칠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흐트러져가는 마음을 다시 다잡으며 배낭을 꾸려본다.

 

을미년 새해의 첫 백두대간 길은 경북 김천시와 충북 영동군 사이를 가르는 우두령에서 추풍령까지로 산에 눈이 많이 쌓여 있는 조금은 빡신 산행이 예상되어, 지난 달 8차 산행 때 쌓인 눈 속으로 러셀 산행을 하느라 짧은 거리에 하산 시간이 늦어져 모두 고생을 한 터라 오늘은 여유 있는 산행을 위해 무박으로 출발을 한다.

 

처음 백두대간 산행을 시작할 때 무박 산행은 걸으면서 주위의 자연 환경을 볼 수가 없으니, 필름이 끊기어 대간을 종주 했다는 의미뿐이므로 가급적이면 주위를 볼 수 있는 낯 시간에 산행을 하기로 하였으나, 겨울철은 밝을 때 산행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짧고 쌓인 눈길에 걸음이 느려져서 부득이 산행 거리가 조금이번 산행은 무박산행으로 하였다고 한다.

 

토요일 밤 12시에 포항시 남구 종합 운동장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12시 15분에 연하재에서 탑승 하기 위해 일찌감치 준비하여 돌아올 때 음주 운전이 염려되어 태워다 주겠다는 마눌의 차를 타고 연하재에 도착하여 잠시 기다리다가 예정 시간에 도착한 버스를 타고 출발하니, 오늘 9차 산행에 참여한 대원이 겨우 21명이라고 한다.

 

늘한 밤공기를 가르면서 달리는 버스 안에서 오지 않는 잠을 청하면서 가는 도중 용변을 보기 위해 칠곡 휴게소에 잠시 들렸다가 우두령에 도착하기 전에 모두 일어나 차 안에서 떡과 요구르트로 든든히 아침 요기를 한다. 새벽 3시경에 찬바람 거칠게 불어대는 우두령에 도착하니 따뜻한 차 안에서 내리기가 싫어진다. 산행 준비를 하는데, 트랭글 GPS가 켜지지 않아 휴대폰을 껐다가 켰다가 하는 동안 대원들이 모두 출발을 하고 맨 마지막에 혼자 남아 뒤를 따라 올라간다.

 

우두령 터널 안에 정차를 하여 GPS 신호가 잘 잡히지 않아 애를 먹었던 모양이다.

우두령(580m)은 경상북도 김천시의 대덕면 대리와 경상남도 거창군 웅양면 삼포리를 연결하는 고개로, 이어지는 산 능선의 생김새가 소머리와 비슷하여 붙인 이름이다. 임진왜란 때 의병대장 김면이 의병 2천명을 우두령에 매복시켜 물리친 우두령 전투는 험한 산세를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탄력적인 전법을 활용하여 왜군이 전라도로 침입하는 것을 막았다고 한다.

 

도로를 따라 잠시 올라와 산행 들머리에서 후미 두 사람을 만나고 추월하고, 깜깜한 공간에 줄을 이은 랜턴 불빛 사이에 붙어서 기회가 나면 한 사람씩 추월하면서 따라 간다. 한 사람 두 사람 추월하여 오르막 길에서 맨 앞으로 나서니, 알파인님이 따라 오면서 두 사람이 선두를 이루어 진행한다.

 

하얀 눈 위에 발자국 길 따라 거센 바람 속으로 무심코 달려 가다가 흐지부지한 길이 이상하여 어둠 속에 서성이면, 뒤에 따라오던 알파인님의 GPS가 경로를 이탈했다고 하여 돌아 올라오는 짧은 알바를 두 번이나 하면서 바람재에 도착한다. 백두대간 훼손지 복원사업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는 곳을 지나 사방의 어둠을 울리는 거센 바람소리가 들리는 이 곳이 바람재인 모양이다 하면서 가파른 눈길 내리막을 내려서니, 백두대간 바람재(810m)를 알리는 표지석이 새워져 있다.

 

바람재는 경상북도 김천시의 대항면 주례리와 충청북도 영동군 상촌면 궁촌리를 연결하는 고개로 동쪽 사면은 하원천이, 서쪽 사면에서는 궁촌천이 발원한다. 지형조건으로 인해 풍속이 빠른 바람이 부는 곳이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철 따라 아름다운 야생화가 많이 피어난다는 바람재를 뒤로 하고, 잠시 거친 바람 속에 할딱이며 가파른 오르막 길을 차고 올라 황악산과 신선봉으로 갈라지는 삼거리를 갈림길 능선에 올라선다.

 

좌측 능선을 따라 확악산으로 향하는 길 우측 나무 사이로는 김천시의 아름다운 야경이 별빛처럼 펼쳐진다. 형제봉(1,040m)에 새워진 이정표에는 누군가가 매직으로 형제봉이라고 적어 놓았다. 따뜻한 안방 공기가 그리워지는 차가운 겨울밤 어두운 산 마루금을 걸으면서 내려다 본 김천시 야경은 황홀함이 느껴진다. 사람들이 많이 밟아버린 어두운 봉우리에서는 잠시 길을 찾기가 어려운 곳도 있고, 심설이 잠든 거친 능선을 따라 가다 잠시 오르막 치고 나니, 야영 텐트 속에 산꾼이 잠들어 있는 황악산 정상에 도착한다.

 

황악산(1,111m)은 경북 김천시 대항면과 충북 영동군 매곡면에 위치한 산으로 예로부터 학이 많이 찾아와 황학산으로 불렀다고 하며, 지도상에도 흔히 그렇게 표기되어 있으나 직지사의 현판 및 택리지에는 황악산으로 되어있다. 황악산 정상에서 잠시 배낭을 풀고 물 한 모금 마시고 돌아보니, 뒤에 따라 오는 대원들이 보이지 않아 알파인님과 둘이 걸음대로 계속 진행하기로 한다.

 

황악산 정상에는 단체로 야영을 왔는지 텐트가 여러 개 처져있다. 넓은 황학산 정상에서 갈림길이 많아 대간길을 찾지 못하여, 잠시 알바를 하고 직지사 쪽으로 향하다가 능선길을 찾아 따라 간다. 직지사 삼거리를 지나 잠시 오르막길 올라 운수봉에 도착한다. 운수봉 정상을 뒤로하고, 잠시 오르락 내리락 한 걸음은 여시굴 안내판이 있는 곳에 도착하여, 저 지난 여름에 와본 곳이지만, 다시 다가가서 여우가 고개를 내밀 것 같은 여시굴 사진을 담아본다.

 

바람 사나운 여시굴을 뒤로하고 잠시 오르막길 오르면 여시골 산에 도착한다.

여시골산(620m)은 경북 김천시 대항면 향천리와 충북 영동군 매곡면 어촌리에 걸쳐 있는 산으로 예로부터 여우가 많이 살아서 여시골이라 불린 골짜기 배후에 있는 산이어서 붙인 이름으로 여겨진다. 여시는 여우의 사투리이다.

 

백두대간 여시골산(620m)을 지나 잠시 능선을 따라 가다가 마지막 좁은 봉우리를 종점으로 급경사 미끄러운 계단길 따라 괘방령으로 내려서는데 갑자기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괘방령에 도착하니 비와 눈이 섞여서 내리니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추풍 낙엽처럼 떨어지는 추풍령과는 달리 널리 방을 붙인다는 의미인 괘방령은 장원 급제 길이라고 한다.

 

괘방령은 충청북도 영동군의 매곡면 어촌리에서 경북 김천시 대항면 향천리로 넘어가는 고개로 황악산과 가성산 사이에 있는 괘방령은 낙동강과 금강의 분수계 역할을 한다. 옛날에 관원들과 과거 보러 다니던 영남지방의 선비들이 추풍령을 넘으면 추풍낙엽처럼 낙방하고, 괘방령을 넘으면 급제한다 하여 이 고개를 즐겨 넘어 다녔다는 전설이 실려 있다. 괘방령은 방을 붙인다는 의미이므로 과거 합격과 연관시켜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내리는 진갈비 속에서 안경에 빗물과 성애가 끼어 앞이 잘 보이지 않아 괘방령 표지석 사진을 어렵게 담아본다. 오늘 산행의 최고봉인 황악산에서 일출을 보았으면 딱 좋았을 산행인데, 날씨가 갑자기 눈비가 내리니 일출은 고사하고 날이 새기 전인 6시 40여 분경에 이미 괘방령을 지난다.

 

괘방령에서 건너 편 산자락으로 접어들어 가성산으로 향하는 길 고도를 높이니 비가 눈으로 바뀌어 내린다. 새벽에 잠시 내리던 눈이 멈추면서 날이 서서히 밝아오고, 주위의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방금 내린 눈이 낙엽과 같이 아이젠에 두둑하게 자꾸 달라붙어 걷기가 여간 불편하지 않다.

 

낙엽이 많은 오르막 길에선 미끄러지고 잠시 잘 못 하면 발목이 겹질러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비정상적인 걸음에 발목에 전해오는 통증을 느끼면서 걷는다. 돌아 보니 신발에 달라 붙어버린 눈이 찜찜한 발자국을 만들며 가는 길이 왠지 짜증이 나고 답답한 느낌이 들고 하얀 눈꽃은 피우다가 말아버렸다.

 

어디 아침을 먹을 만한 곳을 찾으면서 찬바람이 거세게 불어대는 바위 능선을 걷다가설 위에 신설이 하얗게 덮은 낙엽 능선에서 바람 의지에 알파인님과 둘이 앉아 시린 손으로 도시락을 먹는다. 배불리 아침을 먹고 무디어진 걸음으로 잠시 할딱거리며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가성산(710m)에 올라선다.

 

하얀 눈으로 반쯤 가린 소박한 얼굴에서 시골티가 나는 가성산 정상석을 뒤로하고,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은 장난이 아니다. 심설을 밟은 얼음 위에 살짝 뿌려버린 눈이 여간 미끄럽지가 않다. 가파른 가성산에서 내려선 걸음은 하얀 능선길 따라 어느 산님이 달아놓은 작은 안내판과 오색 리본이 주렁주렁 달린 장군봉(627m)을 지난다.

 

하얀 능선길은 오늘의 마지막 눌의산을 향하고, 장군봉을 내려서는 비탈길도 미끄럽다. 장군봉을 내려선 능선길이 다시 서서히 고도를 높이고, 짜증이 날 정도로 발바닥에 자꾸 달라붙는 눈과 낙엽을 털어가면서 하얀 비탈길을 오른다. 작은 봉우리 또 하나 넘으니, 능선 끝에 솟아 오른 봉우리가 오늘의 마지막 눌이산인 모양이다. 눈 쌓인 고개 능선을 건너 바위들이 거칠게 흩어져 있는 조금 미끄러운 오르막길 올라 헬기장이 있는 넓은 눌의산 정상에 도착한다.

 

눌의산(744m)은 충청북도 영동군의 추풍령면과 경북 김천시 봉산면 경계에 있는 산으로 한국지명총람에 눌의산이 기록되어 있고, 다른 이름으로 눌이항산, 누리산, 느릅산, 선개산이 기록되어 있다.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 눌의산 정상에서 알파인님과 사진 찍어주고 찍혀보고 잠시 물 한 모금 마시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눌의산 정상에서 내려서는 길도 얼음 위에 눈이 덮여 미끄럽기가 만만치 않다. 눌의산 정상에서 내려서는 길 능선 바람이 멈추고 맑은 햇살이 비친다. 맑은 햇살에 새벽에 내린 눈이 금방 녹아들기 시작하는 길을 따라 추풍령 눌의산 등산로 안내판을 지나고, 낙엽 포근한 오솔길 따라 내려선 걸음무덤들이 모여 있는 언덕 황금빛 잔디밭 마루금을 걷는다.

 

경부고속도로를 아래로 건너는 터널을 지나오고, 다시 지하 터널로 내려가서 경부선 철도를 아래로 건너는 길이 백두대간 마루금 치고는 참말로 희한하다. 철도를 건너서 도로를 따라 추풍령 마을로 들어선다. 옛날 추풍령 도로에 나와삼거리에서  추풍령 길을 따라 추풍령 고개 쪽으로 올라온다. 추풍령을 알리는 우람한 표지석 아래에는 남상규님의 추풍령 노래 가사가 새겨져 있다.

 

추풍령(221m)은 충북 영동군 추풍령면과 경북 김천시 봉산면의 경계에 있는 고개로 소백산맥과 노령산맥의 분기점이며, 금강과 낙동강의 분수령이다. 예로부터 영남지방과 중부지방을 잇는 중요한 교통로였으며, 임진왜란 때 군사적 요충지로서의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추풍령 표지석 앞에서 기념사진 찍어주고 찍혀보고 버스를 찾아보지만 보이지 않는다.

 

선두에 두 사람이 깜깜한 밤길을 달려 아침 나절인 10시 40분경에 추풍령에 도착하니, 찍은 사진이 몇 장 안되고 본 것도 별로 없이 그냥 걷기만 한 것 같다. 황악산 구간은 다녀본 구간이 많고 눈꽃이 없는 겨울 산행엔 별로 볼 것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깜깜한 밤중에 후딱 지나버렸으니 주변의 산세가 궁금한 것이 아쉬움이 남는다.

 

오후 2~3시에 도착한다 해 놓고 너무 일찍 추풍령에 도착하였어 인지, 대기하고 있어야 할 버스가 없어 기사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사우나 간다고 하더니 수없이 전화를 해도 안받는다. 할 수 없이 1시간 이상 발발 떨며 기다리니, 선두 팀들이 내려오고 잠시 후 사우나를 하던 기사님이 얼마나 급했던지 런닝 차림으로 버스를 몰고 달려온다.

 

잠시 버스에 들어가 히타 빵빵하게 틀어놓고 몸을 녹인 후 주차장에서 후미 팀이 내려오는 동안 을미년 한해 동안 백두대간 길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시산제를 지내고 돼지머리 안주에 푸짐하게 하산주를 나눈다. 느긋하게 하산주를 마치고 오후 2시경에 추풍령을 출발하여, 추풍령 휴게소와 와촌 휴게소에 들려가며 포항시 북구 연하재에 도착하니 오후 5시경이다. 마중을 나온 마눌의 차를 타고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오면서, 제 9차 백두대간 산행 길을 갈무리해본다.

(2015.01.11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