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대간, 9정맥 완주 ♥/백두대간수필

설렌 마음 추억이 된 백두대간 11구간 (비재~ 신의터재~ 윗왕실)

호젓한오솔길 2017. 7. 21. 14:28

 

 

설렌 마음 추억이 된 백두대간 11구간 (비재~ 신의터재~ 윗왕실)

 

 

                                                                             솔길 남현태

 

 

올 겨울은 날씨가 포근하여 지난 가을에 시작한 백두대간 길이 별 어려움 없이 순조롭게 10차까지 진행해왔는데, 2월 들어 입춘을 지난 날씨가 일요일 아침 서울의 기온이 영하 11도 아래로 내려가면서 겨울 들어 가장 추워진다고 한다. 갑작스럽게 몰아친 한파에 바람까지 많이 분다고 하여 단단히 산행준비를 한다.

 

이번 주 백두대간 길은 지난 달에 하산을 한 윗왕실재에서 속리산 문전에 있는 비재까지 33 Km의 만만치 않는 거리로 별로 이름이 없는 산봉우리와 능선이 이어지는 조금 지루함이 예상되는 코스다. 산행 거리가 먼 관계로 산행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진행 방향을 비재에서 윗왕실재까지 역으로 남진을 하기로 한다.

 

장거리 산행에서 대원들의 배낭 무게를 줄이기 위하여 간단한 간식거리와 마실 물만 배낭에 챙겨 넣고 출발하는 가벼운 채비를 하고, 점심 도시락을 실은 버스가 산행 중간 지점인 신의터재에서 기다렸다가 대원들이 산행 중에 식사를 하고 출발하면 다시 종점인 윗왕실재에서 기다려주기로 한다.

 

지난 달 대간 길에 큰재의 나무계빙판길을 내려오다 미끄러져 부상을 입은 몸이 회복되어 갈 즈음에 지난 주 향우회 내연산 칠대박꿈이 산행에서 개울을 건너다가 또 다시 넘어지면서 충격을 받엉덩이 타박상으로 왼쪽 다리에 힘을 줄 수가 없는 상태에서 장거리 산행길이 부담이 된다. 마눌은 꼭 종주를 해야 하느냐며, 걷다가 힘이 들면 도중에 탈출을 하라고 신신 당부를 한다.

 

일요일 새벽 4시에 포항시 남구 종합운동장에서 출발한 버스를 연하재에서 탑승하기 위해 새벽 2시 40분에 알람을 맞추어두고 일어나 산행 준비 후 마눌의 차를 타고 일찌감치 연하재에 도착하여 잠시 기다리다가 시간에 맞추어 도착하는 버스에 오르니 오늘 산행에 참여한 인원이 23명이라고 한다.

 

산행 대장님이 대원들의 아침 대신에 준비한 떡을 운동장에서 잊고 온 관계가는 도중에 서산 휴게소에 들러서 단체로 떡라면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아침 7시경에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비재에 도착하니 찬 바람 만 거세게 불어댄다. 각자 서둘러 산행 준비를 하고, 백두대간을 알리는 커다란 표지석 앞에 모여 기념 사진을 찍은 후 찬바람 쌩쌩 불어대는 가파른 절개지 비탈길을 따라 봉황산을 향하여 남진을 시작한다.

 

잔설이 남은 낙엽 길은 속이 온통 빙판이라 오르기 상그러울 정도로 미끄럽다. 낙엽과 바위가 어우러진 능선을 따라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는 대간 길은 고도를 높일 수록 음지에는 쌓인 눈 길이 미끄러운 봉황산 주능선에 올라서니 화사한 아침 햇살이 비친다. 낙엽과 잔설이 정겹게 어우러지는 마루금 따라 봉황산 전망 바위에서 돌아본 걸어온 능선 위에 다사로운 아침 햇살이 추억처럼 겹겹이 펼쳐진다.

 

이어진 능선 길은 오늘의 최고봉 봉황산(741m) 정상에 올라선다. 산세가 봉황처럼 생겼어 봉황산인지는 몰라도 자그마한 정상석 앞에서 선두팀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기념 사진을 찍는다. 산이좋아님 덕분에 나도 한 장 찍혀보고, 봉황산 내려가는 길은 다져진 눈이 얼음이 되어 반들반들 미끄럽고 위험하여, 아이젠을 차고 걸으니 한결 안전한 느낌이 든다.

 

산불 감시 초소가 있는 봉우리를 지나 잠시 오르락 내리락 고도를 낮춘 오솔길은 아스팔트 도로에 내려서고, 아이젠을 신은 채 아스팔트 포장 도로를 따라 잠시 올라간다. 도로를 따라 화령재로 향하면서 돌아본 풍경이 대간 마루금 길 치고는 좀 글타. 커다란 표지석과 정자가 있는 조금은 설렁해 보이는 화령재에 도착하니, 바람만 거칠게 불어대는 화령재에는 백두대간 화령을 알리는 표지석이 우람하다.

 

화령재를 뒤로하고 서둘러 화령재 백두대간 안내판을 지나서 오르던 걸음은 빙판이 깔린 임도를 만나고, 잠시 임도를 따라 가다가 좌측으로 리본이 많이 달린 등산로를 따라 멀리 윤지미산을 바라보며 잘 가꾸어진 무덤 옆으로 내려선다. 눈이 없는 낙엽 길을 아이젠을 찬 채 햇살 다사로운 오솔길을 지나 잠시 윤지미산 가파른 오르막 길 치고 오르니, 걸음 마다 지난 주에 부상을 입었던 왼쪽 엉덩이 쪽에 통증이 온다.

 

잠시 가뿐 숨 할딱이며 윤지미산(538m) 정상에 도착하니, 오전 산행의 종점인 신의터재가 9Km 남았음을 알린다. 아름다운 여인의 이름처럼 산 이름이 참 아름다운 '윤지미산' 정상에서 선두팀이 올라 오기를 기다리다가 멈추면 추위를 느끼는 거친 바람에 떠밀려 슬금슬금 혼자 출발을 한다.

 

윤지미산을 내려서는 오솔길에 낙엽 다사롭고, 돌아보니 선두팀이 따라 오는 기척이 없어 그냥 내 걸음대로 혼자 걸어보기로 한다. 완만한 능선과 내리막길 내려서면, 잠시 호흡을 가쁘게 하는 오르막 길엔 왼쪽 허벅지 통증을 달래가며 스틱과 오른 다리에 힘을 실으며 오른다.

 

낙엽빛 고운 완만한 능선 길을 속보로 달려 가다가 돌아본 나뭇가지 사이로 걸어온 능선 위에 멀리 윤지미산이 가물거리는 곳에 바람이 잠잠한 것 같아 잠시 에너지를 보충하며 쉬어갈까 하다가 신의터재가 5.2Km 남았음을 알리는 이정표를 보고 그대로 달려버리기로 한다.

 

무지개산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통과하여 빼곡한 참나무 숲 오솔길을 따라 거친 바람이 동행하는 능선길 낙엽 분주하다. 아침에 출발 할 때 배낭에 꼽아둔 물병을 꺼내 물을 마시려고 하니, 어느새 물병이 꽁꽁 얼어 물이 나오지 않는 것을 보니, 하여간 오늘 날씨가 춥기는 추운 모양이다.

 

따뜻한 점심 도시락이 기다리는 신의터재는 점점 가까워지는 잔설이 남은 밭둑 길 지나 다시 작은 야산 봉우리 오르고, 정겨운 오솔길 따라 작은 목쟁이 오르락 내리락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진다. 소나무 숲 길 따라 오전 11시 30분경에 지바른 무덤가를 내려서면서 오전 산행길이 종료된다. 자동차로 다가가서 문을 두드리니 기사아저씨 깜짝 놀라며 벌써 왔느냐고 한다.

 

해발 280m를 알리는 신의터재 정상석들을 사진에 담고, 자동차로 들어가 도시락을 가지고 밖에서 먹으려고 하니, 기사 아저씨가 안에서 먹으라고 한다. 올해 새로 뽑은 차에 김치 냄새 풍기며 밥을 먹기가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바깥 날씨가 찬바람이 하도 심하게 불어대니, 기사아저씨 덕분에 버스 좌석에 앉아 도시락을 다 먹어 갈 즈음에 선두팀이 도착을 한다.

 

잠시 기다렸다가 밥을 빨리 먹은 선두팀과 같이 오후 산행을 출발한다. 커다란 표지석 앞을 지나 언덕을 오르는 길 바람소리 거칠고, 버스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너무 오래 동안 휴식을 취하느라 식어버린 몸이 아직 예열이 되지 않았는지 찬바람에 스키장갑을 낀 손끝이 시려오고 오싹한 한기가 몸 속으로 스며든다.

 

농로를 따라 나지막한 대간 마루금을 걷다가 다시 소나무 숲 능선 길을 오르고, 소나무 숲으로 이어지는 야산 길은 지기재로 향한다. 양지바른 무덤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선 길은 대나무 숲이 있는 작은 마을로 내려서고, 마을 농로를 따라 아스팔트 길 가로지르는 지기재에 도착하여, 낙동강과 금강의 분수령 지기재 도로를 건넌다.

 

지기재를 건너면서 돌아본 선두팀은 알파인님, 민트님, 권기문님이다. 양쪽으로 포도밭이 있는 비스듬한 시멘트 포장된 대간 마루금 농로를 따라 부드러운 황토 길을 지나 작은 봉우리에 올라 낙엽 능선길 따라 잠시 오르락 내리락 하다 보면 다시 농로를 따라 내려선 길은 아스팔트 포장된 이정표가 거꾸로 붙은 개머리재를 건넌다.

 

개머리재 건너 다시 농로를 따라 마지막 봉우리 백학산으로 향한다. 바람 차가운 낙엽 능선을 따라 백학산으로 향하는 길, 바람 잠잠한 곳을 찾아 모여 앉아 과일과 간식을 먹으면서 잠시 쉬고 나서 다시 출발을 하는데, 갑자기 감당을 못 할 정도로 손끝이 시려온다. 잔설 남은 하얀 임도를 건너 임도 건너 좌측으로 등산로를 따라 참나무 빼곡한 백학산으로 오른다.

 

낙엽 바스락거리는 길 오르고 나면 속이 미끄러운 나무 계단길에서 가파른 숨 토해 내고, 고도를 높이면서 하얀 잔설이 남아 있는 길은 몰아치는 거센 바람결이 매섭다. 하얀 학이 날아간 듯 찬바람 거칠게 불어대는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 백학산 정상에 올라선다. 백두대간 백학산(615m) 정상에서, 기념사진 찍어 주고 나도 복면을 한 채 한 장 찍혀본다. 백학산에서 바라본 함박골 마을 풍경이 정겹다.

 

백학산 정상에서 기념 사진을 찍은 후 잠시 미끄러운 눈 길에서 아이젠을 차고 내려오다가 다시 벗었다가 하면서 하산한다. 백학산에서 윗왕실까지 오르락 내리락 하는 꼬부랑 능선을 따라 조금 지루한 발걸음이 이어지다가 지난 달에 왔던 윗왕실 다리 위에 도착하여, 알파인님과 둘이 사진 찍어주고 찍혀본다. 오늘 대간길 종점 윗왕실 다리를 뒤로하고 햇살 정겨운 윗왕실 마을로 내려서니, 버스가 기다리는 마을 앞 버스 승강장에 도착한다.

 

아침 7경에 비재를 출발하여, 대간 마루금에 걸려 있는 이름 없는 산봉우리를 넘고 재를 건너는 동내 뒷산 같은 평범한 산행길, 별로 볼거리도 없고 조망도 없이 가도가도 살을 애는 듯한 바람만 쌩쌩 불어대는 조금은 지루한 산행을 마치고, 오후 3시 50분경에 윗왕실 마을 삼거리에 기다리는 버스에 돌아오니, 33.8 Km 거리에 평균 시속 4.2 Km의 속도로 약 아홉 시간이나 걸린 조금 빡신 산행길은 종료된다.

 

버스 정류장에서 찌개를 끓이고 간단하게 안주를 만들어 소주와 맥주를 마시며 후미가 내려오기를 잠시 기다리다가, 모두 따뜻한 버스에 들어와기다리며, 손시럽게 장갑을 벗지 않고 소시지를 이용하여 스마트폰 사진을 찍었다는 거사님의 이야기에 모두 테스트를 해보고 신기하다며 찬사를 보낸다.

 

오후 5시경에 모두 하산을 완료하여 버스를 타고, 지난 달에 저녁을 먹었던 상주 시내에 있는 식당으로 가서 된장 찌개로 저녁을 먹으면서 하산주를 나눈 후 포항으로 돌아오는 길에 와촌 휴게소에서 마눌에게 전화를 한다. 포항에 도착한 버스는 아침에 두고 온 떡 때문에 운동장으로 먼저 들러서 떡 한 개씩 받아가지고 연하재에 도착하여, 마중을 나와 기다리고 있는 마눌의 차를 타고 저녁 8시경에 집으로 돌아와, 다음 주에 펼쳐질 속리산의 아름다운 비경을 기대하면서 제 11차 백두대간 산행길을 갈무리해본다.

(2015.02.08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