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 14구간 (지경고개~ 천성산~ 남락고개)
솔길 남현태
대통령의 하야를 부르짖는 혼란스러운 촛불 민심 속에 해마다 겨울이면 철새 따라 찾아오는 고병원성 조류독감인 '조루인플루엔자'가 야생 조류에서 발생하여 닭, 오리에게 감염되어 전국적으로 수천만 마리가 살 처분되어 계란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금란이 되었다고 한다. 고양이는 물론 사람에게도 점염된다고 하는 급성바이러스성 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는 각 지방 단체에서 실시해오던 신년 해맞이 행사를 모두 취소하는 등 나라 경제가 침체하여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IMF 때 보다 더 팍팍하다고 한다.
지난 주 크리스마스 날 산행이 올해의 마지막 산행이 되지 않을까 했는데, 병신년을 보내는 마지막 날에 낙동정맥 산행을 다녀 오기로 한다. 이번 주에 산행하게 될 낙동정맥 길은 지난 번에 산행을 끝낸 경남 양산시 하북면의 지경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정족산, 천성산 2봉(비로봉), 천성산 원효봉, 원득봉, 운봉산을 지나 남락고개까지 약 31Km의 거리는 해가 짧은 겨울 산행으로는 조금 멀어 보인다.
산행 거리가 조금 먼 관계로 일찍 산행을 시작하기 위해 새벽 3시 40분경에 집 근처에서 산이좋아님 차를 타고, 네 사람이 경주를 지나면서 무봉리 순대국밥 집에 들러서 든든하게 아침을 먹은 후 어둠 속을 달려 아침 6시가 가까워지는 시간에 지경고개에 도착하여 자동차로 산행 들머리를 찾아 살펴보지만 들머리가 보이지 않아 차에서 내리니 날씨가 쌀쌀하다.
차 안에서 산행 준비를 하고 나와 어둠 속에서 산행 들머리를 찾아보지만, 진입로가 있어야 할 지경고개는 공사용 펜스로 꽉 막혀있고, 어디엔가 동물 화장장을 만들고 있는지 공사장 펜스에 '동물 화장장 설치 결사반대'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올라갈 길이 없어 들머리를 찾아 서성이다가 할 수 없이 팬스가 끝나는 지점에서, '맑은 삼동'이라는 간판이 세워져 있는 옆 길로 잠시 접어드니, 가시덩굴 우거진 비탈을 헤집고 능선에 올라서고 지경고개에서 올라오는 희미한 등산로와 만난다.
숲 속 등산로는 금새 '통도 CC' 골프장 안으로 들어서고 어두운 골프장 도로를 따라 꼬불꼬불 발걸음이 이어진다. 골프장 길 가로 질러 능선에 올라서니, 어둠 속에 오색 리본들이 펄럭이는 등산로에 접어들고, 아침 6시부터 걸은 발걸음이 날이 밝아 올 쯤에 '솔밭공원묘지' 안으로 들어선다. 공원 묘지 위에서 돌아보니, 지난 주에 걸어온 영취산과 신불산 위에도 새벽이 밝아온다.
날이 밝아오는 '솔밭공원묘지'를 뒤로하고 잠시 등산로에 접어들어 고개를 넘으니, 천주교인의 쉼터라고 하는 '삼덕공원묘지'가 나타난다. 공원묘지에 올라서니, 동쪽 산 능선을 벌겋게 물들이며 병신년의 마지막 해가 얼굴을 내민다. 능선 위에 솟아오르는 붉은 아침 햇살을 바라보며, 과일을 나누어 먹으면서 쉬어가기로 한다.
잠시 가파른 오르막 길 걸어 공원묘지 뒷산 662봉에 오르니, 작은 통신탑이 세워져 있고, 철망에는 산님들의 오색 리본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662봉 전망바위에서 바라보니, 지난 주에 걸어온 영축산과 신불산 머리 위에 따뜻한 아침 햇살이 곱게 스며든다.
이어지는 능선 길이 임도와 만났다 헤어지고 햇살이 걸린 정족산으로 오르니, 바위들이 모여 이루어진 정족산 정상에는 태극기를 새긴 정상석이 바위에 달려있고, 토끼 입처럼 생긴 바위와 제일 높은 바위에 우뚝 세운 정상석 위에 파란 창공과 어우러진 구름 정겹다.
아침 바람 시원한 정족산 정상에서 기념사진 찍어보고, 사방을 둘러보며 잠시 걸음 머문다. 정족산에서 돌아본 걸어온 능선과 멀리 지난 주에 걸은 영남알프스 영축산과 신불산 풍경 아련히 멀어져 가고, 가야 할 능선에는 천성산 2봉과 천성산 원효봉에서 드리워진 천성산 공룡능선과 그 너머 내원사 계곡이 그림처럼 드리워진다.
바위들이 어울려 쉬고 있는 정족산을 뒤로하고 발걸음은 주남고개로 향한다. 물개처럼 생긴 바위는 입을 벌리고 창공을 바라본다. 노송과 바위가 어우러진 천연 쉼터는 따스한 봄날 막걸리 한잔 나누며, 느긋하게 소나무 아래서 한숨 자고 가는 힐링 산행을 하면 좋을 것 같다.
낡은 임도에 내려서니, 부풀어오른 땅속에는 온통 얼음이 새순처럼 자라나서 밟으니 버스럭거린다. 정족산을 돌아보며 잠시 시멘트 임도를 따라 걸으니, 안내판과 이정표가 세워진 삼거리 주남고개에 도착한다. 주남고개 이정표에는 천성산 2봉이 4.2Km 남았음을 알리고, 양산 누리길 종합 안내판과, 길가에는 육각정자 '주남정'이 세워져 있다.
주남정 현판 모습 사진에 담아보고 임도를 따라 걸음을 재촉하는데, 길가에 쑥부쟁이 아직 끈질긴 생명을 내려놓지 못하고 꽃을피운 체 엄동설한을 견디며 미라처럼 고들어져가고 있다. 평산임도와 갈라져 등산로에 접어들고 울창한 소나무 숲길 잠시 지나고, 낙엽 내려 앉은 폭신한 길은 지난 주에 걸은 영남알프스 돌 길과는 달리 육산이라 걷기가 참 편한 듯하다.
천성산 2봉이 400m 남았음을 알리는 사거리 이정표를 지나 공룡능선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 이정표를 지나고, 천성산 2봉을 바라보며 나무계단을 따라 오른다. 정상부 바위에 올라서니, 천성산 비로봉과 건너 천성산 원효봉 풍경이 웅장하게 펼쳐지고, 걸어온 능선과 정족산 풍경이 길게 드리워 진다.
발아래 내원골과 상북면 쪽 풍경 올망졸망 산줄기들 광활하게 펼쳐지고, 수줍어 골짜기에 숨은 듯한 내원사 풍경 눈에 들어 살짝 당겨본다. 화강암에 태극기를 새겨다 바위에 시멘트로 붙여놓은 정상석이 정족산에도 있었지만, 무슨 의미인지는 몰라도 석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천성산의 이정표에 '소주동'이란 마을 이름이 눈에 든다.
바위 봉우리 천성산 2봉에서 올라온 지역 산꾼의 도움으로 단체 사진을 찍혀본다. 천성산 2봉에서 걸어온 정족산과 시원스런 풍경 둘러보고, 거친 바위 봉우리 2봉을 내려선 걸음은 원효봉으로 향하는 도중에 길가 벤치에 앉아 점심을 먹으며 쉬어간다. 능선을 둘러 '은수고개'에 내려서고 포근한 은수고개 억새길 따라 황금빛 능선을 오른다.
바람 시원한 능선 길 잠시 걸으니, 삼거리에 복잡한 이정표가 나오고 군사 시설이 있어 개방 된지 얼마 되지 않는 원효봉으로 가는 양쪽을 철망으로 막은 통로 길은 언 땅이 녹은 진흙탕으로 질퍽거린다. 군부대가 있던 곳이라 과거 지뢰지대를 알리는 표지판이 섬찟하게 걸려있는 길을 지나 나무계단 통로를 따라 원효봉까지 다녀오기로 한다.
원효봉 오르는 능선은 과거 군부대를 철수하고 훼손된 습지를 복구를 하기 위한 노력들이 보인다. 운동장처럼 넓은 원효봉 정상에는 산님들이 옹기종기 점심을 먹고 있는데, 산불 위험이 높은 겨울 산에서는 금지 사항인 버너를 켜고 라면을 끓여 먹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정상석 앞에서 낯선 산님의 도움으로 단체 사진을 찍혀보고, 바라본 천성산 2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부드럽게 느껴진다. 산정에 도룡용이 살고 있다는 발 아래 화엄벌과 멀리 영남알프스 풍경이 아스라하게 펼쳐진다. 내원사 쪽으로 내려가는 길과 멀리 걸어온 정족산 풍경 사방을 한 바퀴 둘러보고 돌아서는 발걸음 지도를 드려다 보고 가야 할 길을 연구하는 듯하다.
천성산으로 올라오는 임도에 내려서면서 바라본 장흥저수지 쪽 풍경 저수지 상류를 지나 천성산을 통과하는 고속전철은 터널 공사 당시 천성산에 터널을 뚫으면 산 위에 살고 있는 도룡용이 죽는다고 스님이 공사를 반대하는 단식 농성을 하던 곳이란다. 임도를 따라 내려서는 길 산마루를 따라 아스팔트 포장된 길을 걸어 내려오다가 좌측으로 등산로에 접어들어 원득봉으로 향한다.
원득봉 오르면서 돌아본 평온한 느낌이 드는 천성산은 원효봉 정상 바로 아래 원효암 모습이 눈에 들어와 경내 풍경 살며시 당겨본다. 용천지맥 분기점이라고 하는 원득봉(719m)에 올라서고, 용천지맥과 낙동정맥이 갈라지는 삼거리에 이르니, 용천지맥은 능선을 따라 당당하게 뻗어 나가고 우측으로 휘어져 금정산으로 가는 낙동정맥은 급경사로 곤두박질 친다.
대석마을 분기점을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좌측으로 지뢰 위험지대를 알리는 철조망을 따라 마루금과 헤어진 길이 오르락 내리락 잠시 이어지더니, 다시 낙엽 쌓인 능선에 올라 477.8봉을 지나고 596봉에 도착하여, 벤치가 있는 곳에서 과일과 빵으로 간식을 먹으며 잠시 쉬어간다.
갑자기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고개 숙인 낙동정맥 길은 범고개를 향하여 가파르게 내려선다. 범고개 캠프장 사거리에 도착하니, 이정표에는 남락마을이 6.7Km 남았다고 한다. 방화선을 따라 이어지는 능선길이 조금 지루하게 이어지더니, 방화선이 끝나는 지점에 무덤처럼 생긴 봉우리 시멘트 기둥에 운봉산(534m)을 알리는 글씨가 쓰여있고, 낙동정맥 군지산(534.9m)이라는 준,희님의 팻말이 달려있다.
운봉산에 잠시 머물던 걸음은 등산로에 접어들어 내리막 길 내려서니 법기임도에 내려선다. 법기임도에 세워진 산지 웰빙 누리길 안내판을 지나 이어지는 능선 길은 425.1m 봉우리 지난다. 낙엽길 따라 내려선 걸음은 우측에 철망 울타리가 있는 길을 따라 고개를 건너 서두른 발걸음은 날이 저물어가는 시간에 군지고개를 건넌다.
서두른 걸음은 임도를 건너고, 다시 임도를 만났다가 헤어지면서 날이 어두워지는 시간에 남락고개에 내려선다. 아침 6시경에 산행을 시작하여, 약 12시간이나 걸린 조금은 지루한 산행을 마치고, 오후 6시경에 어두지는 시간에 남락고개 동두농원 앞에 도착하면서 산행 길은 종료된다.
하산을 하면서 여기저기 콜택시에 전화를 해보았지만, 날이 날이라서 인지 모두 정확한 위치를 모른다며 오겠다는 택시가 없다고 한다. 농원 주인 아저씨에게 좀 태워달라고 해보았지만 바빠서 안 된다고 하며 우측으로 십여 분 걸어가서 시내버스를 타고 가면 된다고 하여 어두운 대로변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어둠 속으로 터덜터덜 허탈한 발걸음은 도로를 따라 사거리에서 언양, 양산 통도사 방향으로 걸어가다가 길가에 버스정류장이 있어 기다리면서 지나가는 택시들에 손을 흔들어보지만 모두가 바쁜 듯이 못 본체 달려간다. 차가워진 바람에 땀이 식어 추위를 느끼면서 옷을 모두 꺼내 입고 잠시 떨면서 기다리니 반가운 시내버스가 도착하고, 따뜻한 버스 안에 들어가니 노곤해진다.
지경고개 근처까지 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가야 된다고 하여, 잠시 가다가 좌석에 않으니 졸음이 몰려온다. 뒤에서 불러 돌아보니 처음 타보는 시내버스가 신기한 듯 들떠있다. 1시간쯤 버스를 타고 '통도사 신평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택시를 타고 지경고개에 도착하니 기본요금 3,300원이라고 한다.
저녁 7시 40분경에 자동차에 돌아와 눈에 티가 들어가서 종일 울면서 걸은 산이좋아님 대신 당산님이 운전을 하여, 어두운 고속도로를 달려 바쁘게 포항으로 돌아온다. 저녁 9시경에 지난 번에 저녁을 먹던 대이동 참육우 식당에 들러 수입 쇠고기를 구워 푸짐하게 하산 주 겸 저녁을 먹는다.
눈이 아픈 산이좋아님 차를 민트님이 운전을 하여, 산이좋아님을 가까운 성모병원 응급실에 내려주고 눈 치료를 받는 동안 우리 집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하여 편하게 집으로 돌아온다. 병신년을 보내는 12월의 마지막 날 지경고개에서 천성산의 시원한 능선 길 넘어 오르락 내리락 남락고개까지 마음껏 걸어본 낙동정맥 14구간 산행 길을 갈무리해본다.
(2016.12.31 호젓한오솔길)
'낙동정맥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동정맥 마지막(16)구간 (개금고개~ 엄광산~ 구덕산~ 몰운대) (0) | 2017.07.21 |
---|---|
낙동정맥 15구간 (남락고개~ 금정산~ 백양산~ 개금고개) (0) | 2017.07.21 |
낙동정맥 13구간 (운문령~ 가지산~신불산~ 지경고개) (0) | 2017.07.21 |
낙동정맥 12구간 (메아리농장~ 고헌산~ 운문령) (0) | 2017.07.21 |
낙동정맥 11구간(땜빵) (아화고개~ 사룡산~ 메아리농장) (0) | 2017.0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