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 13구간 (운문령~ 가지산~신불산~ 지경고개)
솔길 남현태
새해의 들뜬 꿈이 어제 같은데, 성탄절이 일요일이 되어 조금은 아쉬운 병신년도 12월의 마지막 주말을 맞이한다. 예수 그리스토의 은총과 사랑의 진리가 온 누리에 충만하건만,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로 갈라져 서로 헐뜯고 잡아먹을 듯이 으르렁거리는 아비규환 속의 대한민국은 점점 혼란 속으로 말려들고 있는 듯한 모습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난 달에 산으로 클럽과 함께 해오던 낙남정맥 종주를 끝내고, 지난 주에는 고운산정과 함께한 금남정맥과 금강정맥 종주를 마치고 나니, 당분간 단체로 가는 산행이 없어져서 홀가분한 기분이 든다. 크리스마스가 일요일인 이번 주부터는 진행 중인 낙동정맥에 전념하여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하기로 한다.
이번 주에 산행하게 될 낙동정맥 구간은 낙동정맥의 백미라고 하는 영남알프스를 통과하는 구간이다. 지난 번에 산행을 마친 운문령에서 시작하여 상운산, 가지산, 능동산, 간월산, 신불산, 영취산을 거쳐 지경고개까지 이어지는 해발 1천 고지의 능선 길을 누런 영남알프스의 억새 바람과 함께 걷는 가슴이 탁 트이는 산행길이 예상된다.
새벽 4시 30분에 집을 나서서 산이좋아님 차를 타고 쌍룡사거리에서 네 사람이 만나 순두부찌개로 아침을 먹은 후 어두운 새벽길을 달려, 아침 7시경에 운문령에 도착하니 좁은 고개에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길가 좁은 공간에 어렵게 주차하고, 차에서 내리니 날씨가 그렇게 차갑지가 않다.
여명이 밝아오는 언양을 바라보며 서둘러 산행 준비를 하고 아침 7시 7분경에 상운산 자락으로 오르면서 낙동정맥 13구간 산행길은 시작된다. 산행 들머리 이정표에는 영남알프스 가지산이 4.8Km 남았음을 알리고, 돌아본 운문령과 고헌산 자락에는 하얀 구름 넘나든다.
상운산 자락 능선에서 동쪽 구름 위로 솟아 오르는 아침 해를 만나 나뭇가지 사이로 카메라 겨누어보지만 금방 눈이 부시고, 상운산 능선 오르는 길 좌측으로 최고봉 가지산과 영남알프스로 이어지는 낙동정맥 마루금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멋진 귀바위 풍경을 바라보며, 우측으로 눈 뿌린 길을 돌아 서리와 눈이 뿌려져 위태로운 귀바위에 올라서니, 지난 번에 걸은 고헌산과 산내면에 하얀 운해가 자욱하다.
골짜기를 가득 메운 하얀 운해는 고개를 따라 넘쳐 흐르고, 건너 문복산과 고개 든 마루금들은 운해 위에 찰랑인다. 가지산 어깨 너머로 재약산이 살며시 고개를 내미는 조망 시원한 귀바위 봉우리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다. 잠시 머물던 귀바위를 뒤로하고 능선에서 귀바위와 운해에 싸인 고헌산 쪽 풍경 돌아보고 부드러운 낙엽 쌓인 길 잠시 걸으니, 정상석에 서리가 내려앉은 상운산(1,114m)에 올라선다.
상운산에서 돌아본 걸어온 능선과 운해 풍경 하얀 폭포수처럼 운문령으로 흘러 넘친다. 상운산에서 바라본 문복산과 옹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부드럽게 이어지고, 건너 가야 할 가지산은 하얀 안개 속에 숨어있다. 상운산에서 가지산으로 가는 길 전망 데크에서 바라본 언양읍 쪽 풍경 아침 햇살에 눈이 부신다.
전망 데크가 있는 임도에서 등산로로 접어들어 쌀바위를 바라보며 잠시 걷다가 다시 임도에 내려선다. 쌀바위 아래 있는 휴게소를 지나 쌀바위 전망데크에서 바라본 석남사 골짜기 풍경 멀리 꿈틀대는 산봉우리들 운무 속으로 기어 다니며 자맥질한다. 고드름이 달린 쌀바위 옆을 지나니 음지에는 그저께 내린 하얀 눈이 남아 있고, 가파르게 오르는 나무계단 길 미끄럽다.
간밤에 상고대가 피었다가 포근해진 날씨에 녹아 내리는 길 빙판 위에 까막눈이 미끄럽게 느껴진다. 바로 옆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가지산은 하얀 안개 속에 깊이 숨어버렸고, 사방으로 뿌연 것이 십여 미터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운문산 생태 안내판에는 운문산의 깃대종은 담비, 운문산 반딧불이, 꼬리말발도리라고 하며, 꼬리말발도리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인접종과 구분하는 방법도 잘 기록되어 있다.
까막눈 덮인 청석 길 따라 가지산 정상을 향하여 오르는 길 상고대가 피었다가 녹아서 줄줄 떨어진다. 내려오는 사람들은 아이젠을 신은 미끄러운 길 따라 안개 짙은 가지산 정상에 도착하니, 하얀 상고대가 떨어지고 있는 아쉬움이 들어 정상석 보다 먼저 녹아 내리는 상고대에 카메라를 겨눈다.
해발 고도 1,241m 인 이곳 가지산은 낙동정맥의 첫 구간에 있던 백병산(1,259.3m)과 면산(1,245.2m)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산인 듯 하지만, 주위의 고도가 높은 강원도에 있는 산들에게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우람하다. 삼각점 앞에서 발을 모아보고 사방에 안개가 끼어 조망이 없는 가지산 정상의 상고대를 둘러보며 서두른 걸음은 중봉(1,168.8m)을 지난다.
중봉에서 바라본 능선 조망도 안개 속에 흐릿하니, 작은 바위 덩어리 중봉을 뒤로하고 내려선 걸음은 석남터널 삼거리 이정표를 지나 돌무더기가 있는 석남고개를 지난다. 능동산이 3.3Km 남았음을 알리는 석남터널 갈림길 이정표를 지나 석남고개에서 능동산으로 가는 길은 산님들이 붐비지 않아 조용한 것이 돌길이 많은 영남알프스 중에 부드러운 육산이라 걷기가 참 편한 길인듯하다.
가지를 넓게 펼치고 능선에 앉아 편안히 쉬고 있는 노송을 지나, 포근해진 날씨에 더위를 느끼며 나무계단 길 차곡차곡 걸어서 돌무더기가 두 개 있는 능동산에 올라서니, 정상석 주위에는 낯선 산님들이 모여있다. 능동산(983m) 정상석 사진에 담고 따라 오는 대원을 기다려서, 기념사진 찍어주고 찍혀보고 배내고개로 향하는 길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멀리 고헌산과 운문령에 걸어온 마루금들이 아련하게 이어진다.
배내고개로 내려서는 나무계단 길에서는 날씨가 워낙 포근하여 땀을 흘리며, 넓은 주차장에 자동차들 여유롭게 주차되어 있는 배내고개 주차장에 도착하여, 식당에 들러 육개장을 시켜 든든하게 점심을 먹으며 쉬어가기로 한다. 내려온 능동산을 돌아보고 배내봉으로 오르는 길 영남알프스의 우마고도 '장구만디'라고 불리는 배내고개는 기러기처럼 떠도는 장군들이 모이던 고개였다. 오두메기는 상북 거리오담에서 기슭을 감아돌아 배내고개를 잇는 우마고도의 애련한 전설을 알리는 안내판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다.
배내고개 오르는 계단길 차곡차곡 밟아서 배내봉 능선의 이정표를 지나, 언 땅이 녹아 질퍽거리는 길을 따라 멀리 울산까지 훤하게 트인 시원한 조망을 바라보며, 배내봉(966m) 정상에 도착한다. 배내봉 정상에서 어느 산님의 도움으로 단체사진을 찍혀보고, 간월산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능선길과 배내골 건너 재약산 천황봉 모습 바라보며, 간월산을 향하여 걸음을 재촉한다. 좌측으로 멀리 울산까지 트인 시원한 조망은 발아래 등억리 온천단지와 언양읍 풍경 정겹게 펼쳐진다.
간월산 바라보며 억새길 걸으니, 하늘을 오르는 사다리 '선지미질등'을 알리는 안내판 앞에 걸음을 멈춘다. 짐을 등에 진 채로 쉰다는 '선짐이 질등'은 하늘에 걸린 사다리다. 산짐승 울어대는 첫새벽, 호롱불을 든 배내골 아낙들이 언양 장을 오갈 때 넘던 이 곳 선점재에 대한 전설 가득 적혀있다. 간월산 오르면서 돌아보니, 지나온 배내봉, 능동산, 가지산, 상운사, 운문령, 고헌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 마루금이 아련히 펼쳐진다.
간월산(1,069m) 정상에 도착하여, 조금 전 배내봉에서 사진을 찍어주던 산님 덕분에 다시 단체사진을 찍혀본다. 간월산에서 바라본 간월재 건너 신불산 모습과 배내골 건너, 재약산 사자봉과 천황산 모습을 바라보고, 간월산의 이정표를 지나 발걸음을 재촉한다.
황금빛 억새 시원한 간월재를 내려다 보며, 서두른 걸음은 간월공룡 위에 걸음 멈추니, 나무그루터기처럼 생긴 바위에 스테인레스 철망으로 둘러놓은 곳 '간월산 규화목'이라고 한다. 간월산 규화목을 알리는 안내판을 지나 간월재로 내려선 걸음 간월재 휴게소 앞에서 이국적 향취를 풍기는 간월산을 돌아보고, 서둘러 신불산을 향하여 걸음을 옮긴다.
신불산 오름 길에 돌아본 간월산 풍경 웅장함과 신비로움이 고스란히 배어난다. 신불산 능선에 올라선 걸음 멀리 영축산을 바라보며, 한가로운 신불산 정상에 도착한다. 신불산(1,159m) 정상석 앞에서 기념사진 찍어보고, 잠시 머물던 걸음 영취산으로 향하는 길, 바로 아래 16년 전에 세운 또 다른 신불산 정상석 사진에 담아보고, 영축산으로 향하는 길 시간이 늦어서인지 넓은 산천에 우리 일행만 남아 있는 것 같다.
어둡기 전에 하산을 하기 위해 서두른 걸음은 녹아 질퍽거리는 억새 밭을 지나 신불평원 단조성 안내판 앞에 잠시 걸음 멈춘다. 넓은 억새 평원 앞에 단조늪 고산습지 보호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곳을 지나 서두른 발걸음은 잠시 가쁜 숨소리 흘리며,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 영축산(1,081m) 정상에 올라선다.
영취산에서 돌아본 신불산 모습, 멀리 재약산 사자봉과 천황산 모습, 다음에 가야 할 천성산 쪽 풍경, 오늘은 가지 않는 죽바우 등과 시살등 능선 풍경 둘러보고, 영취산 정상석 앞에서 기념사진 찍어본다. 삼각점만 만나면 발을 맞추어 보고 영축산 정상의 이정표 앞에서 4.9Km 남은 하북 지내마을을 향하여 걸음을 서두른다.
어두워지는 시간에 지내마을이 2.1Km 남았음을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앞이 트인 언덕배기에 이르니, 사람 사는 곳을 알리는 가로등이 하나 둘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랜턴을 들고 어두운 시간에 지내마을에 내려선 걸음은 지경고개를 찾아서 길거리에 달린 리본을 살피며 두리번거린다.
'서생동출 고래논 방터들'을 알리는 안내판을 지나 어두운 길을 살피며, '경부고속도로' 위를 가르는 고가도로를 건너고 현대자동차 양산출고센터 앞에서 오늘 산행길을 멈추고, 다음에 산행할 들머리를 찾아보지만, 어둠 속에서 들머리를 찾지 못하고 돌아온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아침 7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운문령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영남알프스를 통과하는 약 11시간 20분간의 산행을 마치고, 오후 6시 30분경에 어두운 밤이 내려앉은 지경고개 현대자동차 양산 출고 장 앞에 도착한다. 택시가 오는 동안 다음 산행의 들머리를 알아두기 위해 잠시 도로를 따라 가면서 살펴보지만 어둠 속에서 산행들머리를 찾지 못하고 돌아온다.
지경고개에서 택시를 타고 30여분 걸려 운문령에 도착하니, 택시 요금이 미터기로 2만 5천원이라고 한다. 저녁 8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포항으로 돌아와 이동에 있는 목우촌 식당에 들려 수입산 쇠고기를 구워 푸짐하게 저녁을 먹으면서 하산주를 나누고, 저녁 10시경에 산이좋아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낙동정맥 13구간 산행길을 갈무리해본다.
(2016.12.25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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