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 12구간 (메아리농장~ 고헌산~ 운문령)
솔길 남현태
계절은 어느덧 만물을 꽁꽁 얼리는 삼동의 나라로 깊숙이 접어드는데, 나라 안은 온통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 게이트로 비롯된 대통령 탄핵 열풍에 휩싸여 들끓고 있다. 떠들썩한 촛불 민심에 쫓긴 국회가 대통령 탄핵을 가결하여, 헌법재판소에 넘겨 놓고 판결을 기다리는 몇 달이 지루한지, 얼른 하야 하라고 밤마다 촛불을 들고 청와대로 헌법재판소로 찾아가서 야단법석을 떨고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돈이 많은 사람도 죄가 되는지 늙은 대기업 회장들을 줄줄이 불러다가 국회 청문회장에 앉혀놓고 새파란 국회의원들이 호통치며 망신을 주는 모습은 실로 꼴불견이 아닐 수 없다. 지리멸렬 지지고 볶는 집안 싸움에 어려운 나라 경제는 제자리 걸음을 치고 서민들은 삶이 점점 팍팍해진다고 하니, 대통령의 불행을 곧 서민들의 불행이라 한다.
바다 건너 우방국인 미국에서는 트럼프라는 괴물 대통령이 당선되어 중국과 힘겨루기를 시작하고, 약삭빠른 일본은 양쪽을 왔다 갔다 하며 꼬랑지를 흔들고 있으니,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 표류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촛불 정국의 혼란을 등에 업고, 또 다른 세력들이 권력을 쟁취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숨죽이고 있던 보수들이 태극기를 들고 맞불 집회를 열어 대응에 나서는 갈등이 깊어 가는 이 나라의 앞날이 오리무중이다.
벼름박에 걸린 병신년의 한 장 남은 달력도 어느덧 중순으로 접어드는 이번 주에는 팀산행으로 진행해 오다가 한 동안 바쁜 업무로 인하여 혼자 중간에 세 구간이나 빠진 낙동정맥 산행을 이어가기로 한다. 새벽 5시에 집 근처로 나가 기다렸다가 오랜 만에 만난 4사람이 민트님의 차를 타고 산행 들머리인 경주시 산내면의 메아리농장으로 향한다.
낙동정맥은 지난 9월에 절반을 넘긴 9차 산행을 마치고 멈춘 포항시 기계면 이리재에서, 오늘 시작하게 될 경주시 산내면 메아리 농장까지 3구간 약 63Km의 거리는 숙제로 남겨 두었다가 나중에 혼자 시간을 내어 2구간으로 나누어 땜빵 산행을 하기로 하고, 우선 팀원들을 따라 13구간을 먼저 진행하기로 한다.
아침 7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메아리 농장 주차장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니, 영하의 아침 기온에 모두 한기를 느끼며 두툼하게 옷을 껴입는다. 농장 길 따라 산으로 오르기 위해 허술한 울타리를 넘어 소들이 서성대고 있는 목장 안으로 들어서니, 놀란 소들은 눈치를 살피며 한 쪽으로 몰려간다.
허름하고 여유로운 메아리 농장을 뒤로하고 농장 언덕에 올라서니, 동쪽 산 위에 아침 해가 솟아 오른다. 낙엽을 밟으며 메아리농장 뒤 605봉에 올라서고 차가운 누리에 아침 햇살이 퍼지기 시작하는 오솔길 따라 오르락 내리락 하던 걸음은 시멘트 임도가 있는 '상목골재'에 내려서서 잠시 알바를 하게 된다.
다시 돌아 올라와 고개위로 올라서니, 반대편 경주 족으로는 아스팔트 2차선 도로가 포장되어 있다. 바위 벼랑길도 지나고 이어지는 능선 길은 청우농산 관광단지 개발지구에 내려서고, 내남면 박달리로 이어지는 임도가에 세워진 안내판을 지난다. 다시 이어지는 낙엽 길은 낙동정맥 길임을 알리는 안내판을 지나고, 낙동정맥 700.1m 봉우리에 올라선다. 봉우리에 있는 삼각점에서 발을 모아보고 임도가 가로지르는 소호고개(태종고개)에 내려선다.
소호고개 임도를 건너고 펄럭이는 리본들 속에 낯익은 고운산정 리본도 보인다. 산봉우리 바라보며 걷는 낙엽 아름다운 능선길, 포근한 억새길 지나고 햇볕을 안고 낙엽 위를 걷는 발걸음 가볍다. 어느덧 회색으로 변해버린 낙동 능선길, 조망 시원한 바위 봉우리에 올라서니 눈앞의 불송골봉 건너 멀리 날개를 펼친 문복산 능선이 하늘 가르고, 발아래 골짜기 마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산골 마을 풍경 겨울 속에 정겹다.
외항재 건너 가지산과 영남알프스 모습 가물거리고, 바로 앞에 백운산과 고헌산으로 이어지는 가야 할 능선 길 그림처럼 펼쳐진다. 좌측 울산 쪽으로 멀리 치술령과 크고 작은 산봉우리들이 겨울 햇살에 아른거리고, 회색 능선을 걷는 걸음은 삼강봉(845m)에 도착한다. 낙동강, 형산강, 태화강의 분기점인 삼강봉은 호미지맥 분기점이라고 한다.
삼강봉 정상에서 기념사진 찍어주고 찍혀보고 양지쪽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느긋하게 쉬어간다. 호미지맥 분기점인 삼강봉의 이정표, 언젠가는 호미지맥을 종주하려면 여기서부터 출발을 해야 한다. 로프가 달려 있는 암벽길 올라 백운산 정상의 전망바위에 올라서니, 삼강봉과 걸어온 능선 길 멀리 단석산 모습이 쪽빛 하늘 아래 아련하다.
불송골봉 건너 문복산 풍경 겨울빛 속에 정겹고 뒤쪽으로 멀리 일렁거리는 산봉우리들 사이에 경주 시가지 모습 표류한다.
시원한 조망 바위에서 발걸음을 돌려, 미끈한 정상석이 기다리는 백운산(898m) 정상에 도착하여 기념사진 찍어주고 찍혀본다. '백운산 방화선 복원공사' 안내판이 있는 임도를 따라 여유로운 발걸음 고헌산이 바라보이는 작은 봉우리에서 걸음을 멈추니, GPS 트랭글이 꺼져 있어 조물락 거리며 걸음을 이어간다.
잡풀 우거진 방화도로를 내려선 걸음은 시멘트 도로가 흐르는 소호령에 내려선다. 잠시 시멘트 임도를 따라 올라가던 걸음은 비포장 임도를 우측 도장골로 흘려 보내고 고헌산 방화도로를 접어든다. 정상을 향하여 시원하게 뚫린 방화도로를 따라 고헌산 오르는 길에 돌아본 삼강봉과 걸어온 정맥 능선 길이 발 아래 드리워진다. 고헌산 동봉을 향하여 시원한 능선 길 오르는 걸음 가파른 길에서 가쁜 숨소리 흘린다.
고헌산 오름 길에 돌아본 울산 쪽 풍경 쪽빛 하늘 아래 시원스레 펼쳐진다. 고헌산 정상을 300미터 남긴 나무 데크위에 올라서 점심을 먹으며 쉬어가기로 한다. 멀리 걸어 온 마루금 넘어 경주시 쪽 풍경과, 발 아래 큰골마을 풍경 내려다 보고, 고헌산 정상을 향하여 걸음을 옮긴다.
영남알프스의 시작을 알리는 고헌산(1,034m) 정상에서 걸음 멈추고, 기념사진 찍어주고 낯선 산님 덕분에 나도 함께 단체사진 찍혀본다. 고헌산 정상 풍경 다음에 가야 할 가지산과 영남알프스 풍경, 고헌산 등산로 안내판 고헌산 정상을 뒤로하고, 고헌산 서봉을 향하여 걸음을 옮긴다. 나무계단길 걸으며 바라본 고헌산 서봉 억새길 따라 서봉으로 오른다. 서봉에서 바라본 고헌산은 영남 알프스답게 조망이 참 시원하게 느껴진다.
오늘의 최고봉인 고헌산서봉(1,035m)에서 바라 본 발아래 울주군 상북면 풍경과 건너 영남알프스 풍경 아련히 펼쳐진다. 사방으로 조망이 시원한 고헌산서봉에서 고헌산 풍경 바라보고 외항재를 향하여 걸음을 재촉한다. 서쪽으로 탁 트인 시원한 조망을 바라보며 내려서는 능선길 광활하게 펼쳐지는 산줄기들 솔피 마다 우리네 인간사 오순도순 녹아 든다.
산내 불고기 단지 마을과 문복산 풍경 바라보며, 빼곡한 소나무 숲 속으로 급하게 내려선 걸음은 2차선 도로가 가로 막은 외항재에 내려선다. 도로를 따라 바로 산내불고기 단지로 내려가면 쉽겠지만, 외항재 고개길 건너고 석축이 쌓인 절개지를 올라 잠시 오르막 길에서 가파른 숨소리 흘리니, 불송골봉 갈림길에 도착하고, 좌측으로 떨어지는 낙동길 따라 밋밋한 능선길 걸어 산내불고기 단지로 내려선다. 건너 편에 올라갈 농로와 봉우리가 빤히 보이건만 잠시 후에 알바를 하게 된다.
산내 불고기 단지로 내려와 사거리를 건너고, 불고기집 사이 길로 들어갔는데, 아니라고 하면서 돌아나온다. 길을 찾아 아래쪽으로 백여 미터 내려갔지만 길을 찾지 못하고, 다시 돌아 올라와 위쪽으로 올라가니, 리본이 걸린 사잇길이 나오고 포장 길 따라 잠시 올라간다. 주차장에 설치된 안내판 앞에서 고개를 돌리니 걸어온 고헌산 모습이 높아만 보인다.
시멘트 임도를 따라 올라가던 걸음은 좌측 능선으로 접어들고, 잠시 가파른 길 오르다가 돌아보니 산내 불고기 단지 모습이 보이고 이어지던 걸음은 문복산 삼거리에 도착한다. 문복능선 분기점을 알리는 삼거리 이정표 뒤에 낙동정맥 표지석과 이 곳이 신원봉(895m)임을 알리는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신원봉 정상에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기념사진을 찍은 후 운문령으로 향하는 길가에 여러 갈래의 가지가 뒤틀려 눈길을 끄는 소나무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일찍 끝날 줄 알았던 산행길이 오후 4시가 넘어서고 어느덧 해는 서산으로 기울고 택시기사는 운문령에 와서 기다리고 있단다. 정겨운 낙엽 오솔길 따라 서두른 걸음은 오늘의 종점 운문령에 도착한다. 운문령을 알리는 이정표 앞에서 택시 기사 아저씨의 도움으로 단체 기념사진을 찍혀보고, 서둘러 택시를 타고 메아리 농장으로 돌아와 택시 요금은 4만원을 지급한다.
아침 7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경주시 산내면 메아리 농장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시원한 옥 빛 하늘을 바라보며 낙엽 쌓인 겨울 산등을 오르내리는 약 23Km 거리에 9시간 10분 정도 소요된 산행을 마치고, 오후 4시 30분경에 울산 울주군 성북면과 경북 청도군 운문면을 넘나드는 운문령에 도착하면서 오늘 산행 길은 종료된다.
하산을 하면서 전화로 예약한 택시가 기다리고 있는 운문령에 도착하여 기념사진을 찍고 택시를 타고 메아리 농장으로 돌아와 민트님 차로 포항으로 돌아와서 집 근처 양덕동에 있는 식당에 들러서 삼겹살을 구워 저녁을 먹으면서 하산주를 나누고 저녁 8시경에 집으로 돌아오면서 제 12차 낙동정맥 산행 길을 갈무리해본다.
(2016.12.11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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