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지버섯 따러간 삼성산
솔길 남현태
그렇게도 무덥던 여름이 한풀 꺾이어 식물도 성장을 멈추고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를 지나, 밤 기온이 내려가 풀잎에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를 며칠 남긴 날씨가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살살하게 느껴져, 밤에는 창문을 닫고 두꺼운 이불을 덮어야 하니, 계절은 어김없이 9월과 함께 밤낮 없이 시끄럽게 울어대던 매미 소리는 수그러들고, 풀벌레 울음소리가 애절하게 들리는 가을 문턱을 넘어서고 있는 듯하다.
연이은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로 미국 본토를 위협하고 있는 북한의 김정은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기 싸움으로 이어지고 있는 듯한 한반도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무지한 좌파 정부는 북한의 핵 도발을 저지할 아무런 대책도 의지도 없으면서 생각이 다른 곳에 있는 김정은에게 남북대화를 구걸하다가 맨날 뒷북만 치고 있으니, 결국에는 북한이 핵 보유국 이라는 사실을 세계가 인정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상한 분위기로 흘러가는 듯하다.
남한 국민의 목숨을 볼모로 잡은 북한은 미국 본토를 핵미사일 공격하겠다는 위험한 도박으로 주한 미군 철수 운운하며 미국과 직접 빅딜 협상을 요구하고 있으니, 국가의 존폐가 남의 손에 달린 안보 문제는 시원스러운 대책도 내 놓지 못하는 진보 정부는 와중에 적폐청산을 부르짖으며, 과거 보수 정권에서 실시한 국책사업들이나 케케묵은 사건들을 사사건건 부정하며 재수사를 실시하고, 지난 정부의 청와대 문건들을 낱낱이 들추어 내는 추잡한 여론몰이 정치를 일삼고 있다.
대통령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여 세월호 참사를 막을 수 없었다는 억지 주장을 내세워, 촛불 시위로 뒤집은 좌파 정부에서 조물락거리는 최근에 행태들로 미루어 이러다가 나라가 망하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느끼게 한다. 반 재벌 친 노동자 정책으로 대기업에 증세와 검찰 공정위 사정 등으로 압박을 가하여 경제를 위축시키고,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모두 적폐세력으로 몰아세우고 있는 꼴이 과거 자유당 때 말 많은 놈은 빨갱이라고 하여 정적들을 제거하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단체 산행계획이 없는 이번 주에는 일요일에 타 산악회를 따라 테마 산행이나 다녀올까 하면서 카페를 둘러보니, 대부분 만차가 되어 있어 포기를 하고 토요일에 가벼운 산행이나 다녀올까 했는데, 아침에 늦잠을 자고 일어나 늦은 아침을 먹고 어물쩡거리다가 운주산에나 한번 다녀오려고 하면서 오전 11시가 지난 시간에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선다.
파랗게 맑은 하늘에 뭉게구름이 두둥실 흘러 다니는 전형적인 가을 날씨에 바람도 살랑살랑 불어 마음이 쾌청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분위기 좋은 날 운주산 왕바위에 올라가서 잠시 머물다가 와야겠다고 하면서 시내를 지나가다가, 갑자기 생각이 바뀌어 이왕에 산에 가는 김에 영지버섯이나 따러 가자는 생각이 들어 퍼뜩 떠오르는 삼성산으로 한번 가보기로 하고 안강 시티재로 향한다.
안강 삼성산은 오래 전에 영지버섯을 따러 자주 가던 곳인데, 많이 알려지고부터 영지를 구경하기가 힘들어져서 한 동안 가지 않다가 오늘 갑자기 마음이 끌리어 찾아간다. 근래 여기저기 참나무 벌목을 하여 환경이 많이 바뀌어서 별로 기대는 하지 않으면서 그냥 어울렁더울렁 숲 속을 한번 둘러보고 오기로 하고, 정오쯤에 조용한 느낌이 드는 시티재휴게소에 도착하여 한쪽 구석에 주차를 한다. 서둘러 산행 준비를 하여 낙동 길 따라 오르면서 영지초 산행 길은 시작된다.
야생화나 약초, 버섯 산행에서는 그간 산행기에 너무 상세하게 설명을 하다 보니, 자연이 훼손되고 멸종 된다고 반론을 제기하고 지적하는 회원님들이 많아 환경 보호를 위하여 부득이 위치를 알 수 있는 사진이나 상세한 설명을 삼가 하고 부분적인 사진들로 간단하게 산행 흔적을 남겨두려 한다.
식물은 성장을 멈춘다는 처서를 지나서 인지 메마른 숲 속의 잡초들이 오그라들기 시작하는 오솔길은 한낮 햇살이 따갑게 느껴지지만 가을 내음 스치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벌목을 하여 조망이 훤하게 트인 곳에서 바라본 삼성산은 동서로 길게 용마루처럼 이어지는 형상이 지나 다니면서 바라보는 겉 모습 보다 실제로 들어서면 산세가 웅장하게 느껴진다.
정상에서 흘러내리는 너덜겅 어우러진 골짜기 풍경과 군데군데 벌목을 한 상처의 흔적이 남아 있는 삼성산을 살짝 당겨보고, 삼성산자락을 오르내리면서 이어지는 영지버섯 탐색길, 모양이 참하고 생긴 모습이 특이한 영지를 만나면, 영정 사진을 찍어주고 감사한 마음으로 수확을 한다.
열심히 다리 품을 팔다 보면 어김 없이 참한 영지가 넉넉한 품 싹을 쳐주고 두 개 나란히 고개 숙인 영지 채취하고 나서 두리번거리다가 눈에 띄면 재바르게 걸음을 이동한다. 죽은 참나무 둥치 아래 다섯 개가 한 몸통에 붙어 있는 노란 영지는 옻칠을 한 듯 반들거리는 진한갈색 몸통이 가히 일품이라고 해야겠다. 산행을 하면서 이렇게 멋진 영지는 처음 따 보는 듯하다.네 개가 한군데 모여있는 이놈들도 완전 대박이라 영정 사진을 찍고 감사한 마음으로 수확을 한다.
작고 까만 개미들이 무리 지어 죽은 소나무 밑동에 구멍을 내고 속을 모두 밖으로 파내는 주택공사를 하고 있는 개미집, 주위에 소나무 속살을 갈아내어 파낸 보드라운 톱밥 같은 누런 소나무 가루가 흙무더기처럼 수북하니, 죽은 소나무의 속은 완전히 비어 있는 듯하다.
떡갈나무 둥치에 붙은 잔나비걸상 버섯은 항암성분이 있는 식용버섯이라고 하여 일단 채취를 한다. 또 참한 영지를 만나고 무리 지은 영지에 쾌재를 부르면서 사진을 찍는다. 돌아앉은 진한 갈색 영지, 바위 틈에 고개 내민 노란 영지는 당기니 실한 몸통이 한 뼘이 넘고, 썩은 나무 뿌리 아래 팔자로 피어난 이놈도 몸통이 실하다.
주위를 살피며 걷다가 눈에 띠면 다가가 사진을 찍고 수확을 하는 영지 산행은 시간이 가는 줄을 모른다. 선텐을 하지 않아 햇살에 그을린 색깔도 가지가지, 성형을 하지 않은 자연산이라 모양도 가지가지. 그대 이름은 불로초 못 생기면 어떠랴 뚱뚱하면 더욱 좋아, 몸통은 엄청 굵고 실한데, 갓머리가 없는 이놈은 아마도 비가 많이 왔으면 엄청 큰 영지가 될뻔한 것이 아닌가 싶다.
두리번거리다가 하나하나 마주칠 때 마다 새롭고 신비스럽게 느껴지는 영지를 탐닉하는 산행길, 바람이 없는 참나무 숲 속을 열심히 돌아다니다 보니 무덥게 느껴지고 모처럼 회식 기회를 잡았다는 듯이 정신 없이 몰려드는 산모기와 날파리 떼들이 간조증나게 하지만, 그래도 올려다 본 참나무 가지 사이로 비치는 햇살은 완연한 가을 빛이다.
이어지는 영지 탐색전은 까무잡잡 날씬하고 단단한 영지, 어두운 갈색에 투박스럽게 생긴 영지, 나무둥치 아래 부채처럼 활짝 펼친 대물 영지에는 놀란 감탄사를 흘린다. 양쪽 어깨와 전신이 근질근질 할 정도로 등산복 위에서 그냥 빨대를 꼽으며 달려드는 산모기 떼들이 성가시는 참나무 숲 속을 헤집으며 영지버섯을 찾아 다니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간 듯하다.
늦게 아침을 먹은 터라 점심도시락 대신 식수 3병과 작은 고구마 두 개, 자두 3개를 간식으로 챙겨왔어 먹었더니, 어느새 뱃속이 출출해지면서 시장기가 들어, 비상용 건과류를 꺼내 씹으면서 오늘 산행을 여기서 접기로 한다. 어느덧 빨갛게 열매가 익어가는 죄피를 만나 수확을 하며, 내일은 마눌과 같이 죄피 산행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돌아오는 길에 석양이 드리워진 오솔길은 가을 바람이 스산하게 불어 땀에 젖은 몸이 선선함을 느끼게 한다. 오늘 많은 영지를 안겨준 삼성산을 돌아보며, 감사한 마음으로 고개를 돌리니, 발아래 금동골에 검은 물색을 띤 작은 금동지 모습 살짝 당겨보니 가뭄에 줄어든 물에 수초가 어우러져 검은 색으로 변해 있다.
좌측에 벌목을 하여 훤하게 트인 낙동정맥 따라 돌아 오는 길에 작은 산봉우리 평평하게 밀어, 영천시 고경면에서 삼성산 제단을 설치했는데, 제단은 잡초 속에 묻히어 잘 보이지도 않는다. 무덤 뒤에서 바라본 건너 호국봉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 길과 무릉산 능선에 잔잔한 가을 석양이 내려앉는다.
낮 12시경에 산행을 시작하여 영지초 따라 산비탈을 오르내리다가 생각 보다 푸짐한 대박에 가까운 성과를 거두고 오후 6시가 가까워지는 시간에 시티재 휴게소에 도착하면서 산행 길은 종료된다. 오늘 수확한 영지버섯 올 같은 가뭄에 이 정도의 수확이면 완전 대박이라고 해야겠다.
오후 6시가 지난 시간에 집으로 돌아와 오늘 수확한 영지버섯을 대야에 꺼내 놓고 사진을 찍고 나니, 잠시 후에 돌아온 마눌은 탄성을 지르며 기분이 좋은지 싱글벙글 오늘 수고했다고, 특별 보너스로 이번 달 잡비를 20만원 더 주겠다고 하며, 우선 선금으로 10만원을 건네 준다. 저녁 먹고 죄피 열매를 손질하고 마눌은 영지버섯을 찜통에 푹 쪄서 베란다에 말리면서 9월 첫 주 삼성산의 영지초 산행 길을 갈무리해본다.
(2017.09.02 호젓한오솔길)
'♥ 오솔길 문학방 ♥ > 솔길 구시렁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연산 우척봉 초가을 나들이 (0) | 2017.09.29 |
---|---|
부안 위도, 변산 노루목상사화길 트레킹 (0) | 2017.09.29 |
우리들산악회 보령 무창포 여행 (0) | 2017.08.27 |
한남금북정맥 7구간 (구례고개~ 보현산~ 소속리산~ 쌍봉초교) (0) | 2017.08.27 |
영지버섯 찾아간 화산곡지 환종주 (0) | 2017.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