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산 우척봉 초가을 나들이
솔길 남현태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미국을 겨냥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전운 속에 소용돌이치는 한반도 주변 정세에 모두가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계절은 어느덧 풀잎에 맑은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를 지나고 있다. 아직도 그 무덥던 여름의 열기가 남아서 인지 한낮에는 조급 덥게 느껴지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서늘한 기온이 돌며 일교차 심한 날씨가 가을 문턱을 넘어서고 있는 실감이 들게 한다.
진보 여당과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길 거리로 나서면서까지 그렇게 반대를 하다가 집권하여서도 북한과 중국의 눈치를 보며 질질 끌어 오던, 북한 핵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 배치 문제가 9월 3일 북한의 6차 수소폭탄 핵실험과 서울 미사일 공격 위협을 받고서야 다급하게 성주에 사드 포대 배치를 어렵게 그것도 임시 배치를 완료한다.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반대만을 고집하다가 자국의 생존을 위한 방어 설비를 설치하면서도 음흉한 중국에게 꼬투리 잡을 별미를 만들어주고, 답답한 놈이 우물을 판다고 김정은의 핵폭탄으로부터 남한을 보호해 줄 능력이 있는 유일한 미국 트럼프의 바지가랑이라도 잡고 매달려야 할 입장에서 슬데 없는 평화회담 운운하면서 허세를 부리다가 관계만 서먹서먹하게 만드는 좌파 정부의 얼빠진 정책이 눈살 찌푸리게 한다.
여차하면 머리 위에 핵폭탄이 날아 올 상황에서도 아직 사드 설치 반대를 하고 있는 저 무리들은 온전한 대한민국 국민이 맞는가 싶은 의구심이 든다. 전국 집회 장소 마다 찾아 다니며 남남 갈등을 부추기는 집회 전문 종북 좌파 세력들은 모두 자기네들이 동경하는 북쪽 정은이에게로 올려 보내고 우리끼리 조용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인 들은 한국 사람들을 보고 "자기들끼리 싸우는 데는 귀신이지만, 외부의 적과 싸우는 데는 등신"이라고 한단다.
이미 핵을 가지고 서울을 위협하는 북한에 맞 대응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남한에도 미국 전술 핵을 배치하여 힘의 균형을 유지해야 된다는 보수 야당들과, 핵을 가지고 있는 북한을 뻔히 보면서 어차피 지켜지지도 않을 한반도 비핵화 원칙만을 주장하며 무조건 핵은 안 된다고 반대를 하고 있는 얼빠진 여당이 서로 왈가불가 하고 있는 꼴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라의 존망과 국민의 생사가 걸린 국가의 안보 문제는 남의 집 불구경 하듯 등한시 하면서, 적폐 청산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지난 정부들의 문서나 낱낱이 들추어가며 되지도 않는 꼬투리를 잡아 조사를 하는 인력을 낭비하고, 언론 장악을 위해 언론사 사장들을 잡아다 족치며 오로지 정권 유지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저 작당들이 하는 짓이 국가 위기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해야 할 정부의 일인가 싶다. 그렇게도 할 일들이 없으면 공무원 숫자나 줄이지. 나라에 돈도 없다 카면서 슬데 없이 공무원은 왜 자꾸 늘리는지 그 음흉한 속 샘을 알 수가 없다.
서울 복판에 핵폭탄 한 발만 떨어지면 200만 명 이상의 국민이 한꺼번에 황천길로 떠나고, 전국의 정보 통신망이 마비되어 우리 군은 정상적인 작전도 할 수가 없다고 하는데, 제 목숨 아깝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생존배낭을 미리 꾸리는 20대 젊은이들이 늘어나 배낭이 불티나게 팔린다고 하니, 이미 국민들의 여론은 살아남기 위한 핵무장을 바라는 쪽으로 서서히 기우는 듯한 분위기다.
장거리 산행 계획이 없는 이번 주에는 일요일에 마눌과 같이 가벼운 산행으로 내연산 우척봉에 다녀오기로 하고, 일찌감치 준비를 하여 아침 8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집을 나선다. 오늘도 날씨가 더워지려는지 안개가 뿌옇게 가려 주위에 산들이 잘 보이지 않는 동해안 7번 국도를 달려 9시경에 보경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아직 이른 시간이라서 인지 할랑한 주차장 한쪽에 주차하고, 산행준비를 하여 우척봉으로 향한다.
자동차들이 몰려드는 넓은 주차장을 뒤로하고, 어느새 잎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벚나무 가로수 길 따라 제 2 보경교를 건너서 바로 올라 가는 길은 남의 밭으로 들어가야 하기에 우측으로 잠시 돌아서 올라가다가 산행 들머리 길을 찾아서 우척봉 자락으로 접어든다. 잡초 우거지는 산행 들머리에서 돌아본 풍경은 건너온 보경 2교와 상가 마을 모습이 보이고, 잠시 오르막 길 걸어 전망바위에 올라서니, 옛날에는 주차장이 훤하게 잘 보였는데, 지금은 소나무들이 자라서 조망이 가리었다.
바람 고요하고 무더운 오르막 길 밟아 길 옆에 비닐 호스로 금줄을 쳐놓은 송이 밭을 지나다가 송이를 지키는 아저씨들 산에 가는기요 하면서 인사 나누고 나니, 다음 주부터는 송이철이라 이 길을 통제한다고 하면서, 요 너머 공원이 조성된 골짜기 길로 가면 더 쉽게 우척봉으로 오를 수 있다고 가르쳐 준다.
초반부터 산모기 떼 짜증나게 달려드는 오르막 길 올라 여름 가뭄 때 송이 밭에 물을 뿌리는 노란 물탱크가 설치된 곳을 지나면서 보경교에서 바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완만한 소나무 숲 능선에 올라서니, 간간히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어 오르기가 훨씬 수월하게 느껴진다.
참나무 숲 속으로 파고드는 햇살은 금방이라도 잡풀을 녹여버릴 듯 자글자글 거리는 가을 빛이고, 하늘재를 오르는 유서 깊은 등산로를 따라 한발한발 오르는 더딘 마눌의 발걸음은 무척 힘들어하는 눈치다. 바로 연산폭로로 향하는 길이 있는 삼거리 이정표 앞에서 잠시 휴식을 한 마눌은 힘이 든다며 우척봉은 가지 말고 바로 연산폭포로 가자고 한다. 여기 이정표가 잘못되었다. 조금만 더 가면 우척봉이다. 라고 얼반은 거짓말을 하면서 우척봉으로 향한다.
짙은 녹음 속에 묵은 낙엽 펼쳐진 넓은 우척봉 정상부 능선에 올라서니,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지면서 귀찮게 따라 오던 산모기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으니 기분이 상쾌해진다. 아마도 해발 고도가 700 미터가 넘는 산정에는 밤 기온이 떨어져, 모기들이 모두 입이 삐뚤어진 모양이다 하면서, 연산폭포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고, 잠시 이어지던 능선 길은 우척봉의 넓은 헬기장을 지나서 천령산을 알리는 안내판 앞에 잠시 걸음 멈춘다.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 청계리에 위치한 천령산(775m)은 조선 후기 까지는 신구산이라 했고 하늘같이 높다 하여 일명 "하늘재"라고 부르던 것을 일제시대에 천령산으로 바꾸어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이 산의 주봉은 우척봉이다. 천령산의 남쪽에는 옛 청하현의 진산인 호학산이 있다."
우척봉 정상에서 혼자 올 때는 늘 여기서 삿갓봉으로 하여 내연 6봉을 돌았지만, 오늘은 마눌의 수준에 맞추어 제일 가까운 코스를 택하여 연산폭포 쪽으로 하산하는 것이 만사에 좋을 듯하다. 우척봉은 산의 형상이 소의 등허리처럼 생겼다 하여 붙인 이름이라고 하며, 정상석 뒷면에 적힌 천령산은 청하현에서 바라보면 산이 하늘 같이 높다고 하여, 하늘재 라고 부르던 것을 일제시대에 한자로 천령산으로 불렀다고 한다.
오늘 도중에 포기하려다가 힘들게 올라온 마눌의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우척봉에서 바라본 삿갓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멀리 매봉 능선은 옅은 운무에 가리어 어렴풋이 보인다. 선두곡과 삼거리 쪽 풍경 바라보고, 우척봉 정상에서 점심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오던 길로 잠시 돌아내려와 삼거리에서 좌측 음지밭등 쪽으로 내려선다.
능선을 따라 잠시 오르내리던 걸음은 다시 삼거리를 만나고, 삼거리 이정표에서 좌측으로 오색리본이 주렁주렁 달린 길로 접어들어 음지밭등 코스로 향한다. 잠시 오르내리는 평온한 능선 길은 소나무 우거진 삼거리에서 다시 좌측으로 접어들어 급경사 길을 내려선다.
물소리가 들리는 조망바위가 있어 잠시 올라보니, 깊은 청하골 풍경이 눈에 들고 올 여름 가뭄이 심하기는 심했는지 수십 년 동안 바위에 붙어서 살아오던 나무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잎을 지우며 가지들이 말라 들어 간다. 발 아래 청하골과 건너 불당골 풍경 깊어만 보이고, 청하골 바위에 나무들은 가뭄으로 기근에 시달리다 몸이 오그라들어 녹음 속에서 마지막 숨을 할딱이며 핏빛 단풍을 토해낸다.
급경사 길 내려선 걸음은 청하골 연산폭포 상류의 등산로에 합류하니, 골짜기를 내려오는 산님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연산폭포 상류 개울가에는 여기저기 모여든 피서객들의 모습이 여유롭다. 개울을 따라 내려오는 길 위험한 연산폭포 위에 피서객들이 모여 있어 살짝 당겨보니, 외국인 가족들이 폭포 위쪽 바위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다.
늘 올라가서 사진을 찍는 관음폭포 옆에 위치한 두 사람의 영혼이 잠들고 있는 비하대 위에 올라서니, 오금 저리는 발 아래 관음폭포 앞에는 삼삼오오 모여, 제각기 기념사진을 찍으며 개울 바닥에 달라붙은 듯 꼼지락 대는 행락객들 모습 정겹다. 비하대에서 내려다 본 청하골 풍경은 어느덧 바위에 붙어 사는 목마른 나무들이 고들어 가는 고달픈 몸으로 얼굴을 찡그리며 골짜기를 가을 빛으로 물들여가고 있다. 비하대에서 올려다본 선일대 모습은 가히 청하골에서 으뜸이라고 해야겠다.
선일대는 신선이 학을 타고 비하대에 내려와 삼용추를 완성한 후 이곳 선일대에 올라와 오랜 세월을 보냈다고 전해지는 곳이며, 조선말엽 영조 9년인 1733년 봄부터 1735년 5월까지 청하현감을 지낸 겸재 정선이 이곳 일대를 그림으로 남겨 진경산수 화풍을 완성시켰다고 한다. 이곳에서 능선 쪽으로 20m 떨어진 곳에 암자 선열암이 있었으며, 지금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 길을 만들고 정자를 지은 선일대는 두 번 올라가본 적이 있지만, 오늘은 마눌이 힘이 들어 싫다고 하여 다음으로 미룬다. 선일대에서 암벽을 타고 있는 산님들 모습과 선일대 맞은편 바위 봉우리 모습 바라보고 비하대를 내려와 나무계단 길 따라 관광객들이 즐기고 있는 관음폭포 앞으로 내려선다.
비하대 수직 벽에 암벽 등반을 하는 사람들과 개울 물에 발을 담그고 유유자적 주위의 절경에 빠져든 행락객들이 떠들썩한 골짜기는 모두가 세상 시름을 잠시 잊은듯하다. 관음폭포 주위를 둘러보고, 잠시 계단을 올라 연산폭포로 향하는 다리를 건너 내연산에서 제일 큰 폭포인 연산폭포에 도착하니, 가뭄으로 물이 별로 없어 그 위용을 느낄 수가 없다.
제 7폭포 '연산폭포'는 '내연산'에서 '내'자를 뺀 명칭이며, 정시한의 산중일기에는 '내연폭포'라 하였다. 옛날에 폭포 아래 바위에서 사진을 찍다가 소에 빠져 죽은 사고가 자주 일어나서, 지금은 들어가지 못하도록 펜스가 설치되어 있다. 돌아 나오는 다리 위에서 내려다본 관음폭포 아래 깊은 소는 그 깊이를 말해 주려는 듯 파랗게 맑은 물이 우글거린다. 연산폭포 다리 위에서 바라 본 선일대 수직 바위에서 암벽 등반을 하는 산님들 모습 바라보며 연산폭포를 내려선다.
제5폭포 무풍폭포는 갈라진 바위 틈으로 물이 흘러 '바람을 맞지 않는 폭포'를 의미한다. 제4폭포 '잠룡폭포'는 '승천하지 못하고 물 속에 숨어 있는 용' 이란 의미로 용이 숨어 있다가 선일대를 휘감으며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는데, 선일대에 잠룡의 승천 전설을 뒷밭침하는 흔적이 남아있다.
잠룡이 승천을 했다는 잠룡폭포도 물줄기가 약하여 그 위용이 실감나지 않는다. 잠룡폭포에서 올려다 본 관음폭포 주위 풍경은 여유롭게만 보이고, 선일대 갈라진 바위틈으로 기어오르는 암벽 등반을 하는 모습이 위에서 돌이라도 떨어질까 어쩐지 위태롭게만 보인다. 등산로에서 조금 떨어진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삼보폭포와 보현폭포 아래도 행락객들이 자리를 깔고 여유롭게 놀고 있다.
개울 좌측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내려오는 길은 상생폭포를 위에서 내려다보고 아래로 내려선다. 제1폭포 '상생폭포'는 쌍둥이 폭포라는 의미 1688년 5월 내연산을 찾은 정시한의 '산중일기'에도 '사자쌍폭'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상생폭포에도 물줄기가 가늘어 한쪽은 거의 물이 흐르지 않고 있다.
내려오면서 돌아본 골짜기 물가에는 구석구석 산님들이 발을 담그고 앉아 자연을 즐기고 있는 청하골, 그 푸르던 녹음은 이제 서서히 가을 채비를 하는 듯 얼룩덜룩 갈색으로 멍들어가고 푸르름을 더해가는 노송들만 독야청청 겨울을 기다린다. 산님들과 행락객들이 줄을 이으며 오르내리는 청하골, 들어오는 사람에게 모두 통행료를 받으며 나라에 세금 한푼 내지 않는 보경사의 수입이 짭짤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맑은 물줄기가 바위틈을 헤집으며 흐르는 청하골에 산님들이 모여들어 여유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뒤로하고 발걸음은 보경사 앞을 지난다. 문화재 관람료 명목으로 입장료를 3,500원씩 받아 챙기는 보경사 경내는 할랑하기만 하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경사 앞 등산로를 밟고 지나다니는데, 비싼 통행료를 내고 있는 샘이다. 그래서 포항 산님들을 대부분 우척봉으로 올랐다가 하산할 때 공짜로 보경사 앞으로 지나온다. 보경사 일주문을 나서면서 우척봉 산행 길은 종료된다.
보경사 주차장에서 우척봉으로 올랐다가 가까운 음지밭등을 걸어 연산폭포를 둘러보고 청하골로 내려오는 제일 짧은 코스인 약 12Km의 거리에 6시간 이상 소요된 산행을 마치고 주차장에 도착하니, 한낮에는 넓은 주차장에 자동차들이 꽉 들어 찾던지 통로에까지 주차가 되어 있고, 지금은 사이 사이에 자동차들이 빠져나가 듬성듬성해지고 있다.
자동차 시동을 걸고 주차장을 빠져 나오니, 주차장 가 쪽으로 전국에서 내연산으로 산행을 온 20여 대의 산악회 버스가 세워져 있고, 일찍 하산을 한 버스 옆에는 제각기 색다른 주안상을 차리고 하산 주를 나누는 풍경을 보니, 우리도 객지에서 늘 해오던 모습이라 정겹게 느껴진다.
동해안 7번 국도가 늘 밀리는 일요일 오후 시간이지만, 피서 철이 지나서인지 오늘은 별로 복잡하지 않은 길을 달려 포항으로 돌아와 마눌과 같이 소맥으로 하산 주를 나누면서 일찌감치 저녁을 먹는다. 어느덧 서서히 가을빛이 내려앉기 시작하는 계절에 마눌과 함께 걸어본 내연산 우척봉 미니 산행 길 하나 갈무리해본다.
(2017.09.10 호젓한오솔길)
'♥ 오솔길 문학방 ♥ > 솔길 구시렁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제 매미성, 이수도, '청마꽃들축제' (0) | 2017.10.07 |
---|---|
한남금북정맥 마지막 (8)구간 (쌍봉초교~ 마이산~ 칠장산) (0) | 2017.09.29 |
부안 위도, 변산 노루목상사화길 트레킹 (0) | 2017.09.29 |
영지버섯 따러간 삼성산 (0) | 2017.09.29 |
우리들산악회 보령 무창포 여행 (0) | 2017.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