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금북정맥 4구간 (추정재~ 선도산~ 상당산성~ 이티재)
솔길 남현태
한껏 무르익어가는 신록과 함께 기울어져가는 오월도 어느덧 셋째 주말을 맞이한다. 5월 기온으로는 사상 최고라고 하며 전국의 수은주를 30도 이상 밀어 올리며 곳에 따라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때이른 무더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이번 주말에는 토요일 퇴근하여, 자정에 고운산정 산악회 대원들과 한남금북정맥 4구간 산행이 예정되어 있다.
이번 주에 산행하게 될 한남금북정맥 4구간은 충북 청원군에 위치한 추정재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산정말고개, 선두산, 안건이고개, 선도산, 현암삼거리, 것대산, 산정고개, 상당산성, 동암문, 새터재, 이티봉을 거쳐 충북 청주시의 이티재까지 약 27Km 거리에 10시간 정도 소요되는 조금은 지루한 산행길이 예상된다.
오늘 산행은 날씨가 덥고 산행 거리가 조금 먼 관계로 무박 산행으로 새벽에 산행을 진행하여, 햇살이 달라 오르기 전에 일찌감치 산행을 끝내기로 한다. 산악회에서 아침을 준비하고, 버스 기사님이 산행 출발 후 약 12Km 지점인 현암삼거리에 버스를 대기시켜준다고 하여, 모두 배낭을 가볍게 하여 산행 속도를 높이기로 한다.
토요일 밤 자정에 출발을 하기로 하여, 일찌감치 약속된 장소로 잠시 걸어가는 동안에 24.7도에 머물러 있는 포항의 밤 기온에 땀이 흐른다. 자정에 두산위브 사거리에서 출발한 버스는 부산프라자, 창포사거리, 우현사거리, 천령산 막걸리, 양학 육교, 한방병원, 승리아파트, 공대정문, 지곡 롯데마트에서 마지막 대원들을 태우니, 오늘 산행에 참여한 대원이 20명이라고 한다.
모두 깊은 잠에 취하여 고속도로를 달리는 도중에 선산휴게소에 약 20분간 들렸다가 다시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든다. 새벽 4시가 가까워지는 시간에 충북 청원군에 위치한 산행 들머리 추정재에 도착하니, 포항에는 덥던 날씨가 생각보다 시원하여 새벽 바람이 차갑게 느껴진다. 각자 산행준비를 하여, 어두운 산자락으로 접어들면서 제 3차 한남금북정맥 산행 길은 시작된다.
잠시 어둠 짙은 산길을 걸어 오르니, 중부 지방에 가뭄이 심하여 건조 주의보가 내린 지금 발아래 푸석푸석 흙 먼지가 랜턴 불빛에 뿌옇게 피어 오른다. 어두운 작은 봉우리 위에 비스듬히 외롭게 서 있는 가냘픈 노송을 만난다. 어둠 속으로 오르락 내리락 시속 3.8Km의 빠른 속도로 이어지는 걸음은 어느 봉우리 위에서 후미를 기다리며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삼각점 봉우리를 지난다.
사방이 깜깜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오솔길 달려가다 보니, 차츰 날이 밝아오는 시간 사거리 이정표가 있는 산정말고개 임도를 건너서 절개지 계단 길을 오른다. 우측으로 훤하게 트인 골짜기 아래는 충북 청원군 남성면 전하울 마을이 잠에서 깨어나고, 산정말을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니 좌측으로 벌목을 하여 훤한 골짜기에 수줍은 듯 모여 앉은 농가 몇 채가 산정마을인 듯하다.
벤치가 있는 무명 봉우리에 모여 과일을 먹으며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걸음은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더니, 한계리와 낭성면을 넘나드는 임도가 가로 지르는 고개를 건넌다. 선두산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리는 이정표가 세워진 임도를 건너 잠시 가파른 길 밀고 오르니, 리본이 주렁주렁 달린 작은 봉우리 지나, 잠시 오르내리던 걸음은 선두산(526.5m)에 도착한다.
선두팀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선두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기념사진을 찍어보고, 초록 속으로 이어지던 발걸음이 벌목을 하고 어린 참나무를 심어놓아 앞이 훤하게 트인 능선 가파른 내리막 길 내려서는데, 전국에 건조 주의보가 내렸다고 하더니 메마른 대지가 몸부림을 치듯 흙먼지를 폴폴 날린다.
돌아보니 흙먼지를 날리며 내려오는 대원들이 마치 유격 훈련을 하는 듯하고, 걸음은 잘록한 '안건이고개'를 건넌다. 이어지는 오르락 내리락 발걸음은 미터재. 성무봉 삼거리를 지나고, 이어지는 초록 능선길 올려다본 창공엔 눈 시원한 신록이 넘실댄다. 감시 카메라가 설치된 오늘의 최고봉 선도산(547.2m)에 올라선다.
선도산 정상에 모여 기념사진 찍어주고 찍혀보고 잠시 쉬어간다. 우뚝 서 있는 큰 바위를 뜻하는 '선돌' 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 선도산 안내판, 선도산 위에서 잠시 머물던 걸음은 초록 숲 길을 따라 이제 한물로 피어나는 아카시아 꽃 향기가 풍겨온다. 도로 가에 농가들이 어우러져 있는 현암삼거리에 내려선 걸음은 버스가 기다리는 쪽으로 걸어가니, 길가에 밥을 먹을 장소가 좀 그런 것 같아서 버스를 조금 이동하여 도로 가에서 미역국에 밥을 말아 아침을 먹는다.
느긋하게 아침을 먹은 후 모여서 기념사진을 찍어보고 4차선 도로변을 따라 고개를 향하여 걸음을 이어간다. 산길로 접어드는 길가에 활짝 피어나는 아카시아 꽃이 꿀벌들을 불러 모으고, 돌계단을 밟으며 동물 이동 통로로 올라가는 발걸음이 위태롭다. 도로공사로 날아가버린 마루금의 등산로를 찾아 잠시 서성이던 발걸음들은 옥련공원묘지 뒤쪽을 따라 올라 '충북현양복지재단'으로 향하는 고개 도로를 건넌다.
나무계단에서 돌아본 고개풍경 여유롭고, 잠시 이어지는 오르막 길은 활공장이 있어 청주 시가지 쪽으로 앞이 훤하게 트인 것대산에 올라선다. 누군가 텐트를 친 육각정자와 여러 명이 앉아 쉴 수 있는 벤치가 있는 것대산 정상에서 바라본 청주 시가지가 광활하게 펼쳐진다. 아카시아 꽃이 누리에 피어 꿀을 따러 온 벌들의 분주한 날개소리가 웅웅 거리는 길 따라 작은 봉우리 것대산 봉수대에 도착한다.
다섯 개의 작은 봉수대가 나란히 설치된 모습이 지금까지 보아온 여느 봉수대와는 사뭇 다르다. 이어지는 걸음은 옛 고개 상봉재를 건넌다. 모자상봉의 애틋한 전설이 있는 상봉재 모습 뒤돌아 보고, 잘 단장된 산책로를 따라 산성고개 구름다리 앞에 이른다. 출렁거리는 산성고개 구름다리를 건너며 내려다 본 산성고개, 주변에 아카시아 꽃이 한물이다.
산성고개 구름다리를 건넌 걸음은 산성남문으로 향하고 잘 단장된 산책로를 잠시 걸으니, '상당산성'에 도착한다. 상당산성 서남 암문(몰래 드나드는 작은 사잇문) 안내판을 지나, 성내에서 바라본 '상당산성 서남 암문' 전경 아카시아 활짝 핀 조망 시원한 성루를 따라 걸음을 이어간다. 아카시아 너머로 청주 시가지 풍경 바라보며 성루를 따라 걷는 발걸음들 정겹다.
성루와 등산로를 따라 상당산성 안으로 걸어온 걸음은 동북 암문 안내판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암문을 통과하여 상당산성 박으로 탈출을 한다. 초록 숲 속을 따라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는 발걸음 자연휴양림 삼거리 이정표에서 이티재 구녀성 쪽으로 향한다. 이어지는 초록 숲 속을 따라 오르락 내리락 하는 발걸음은 우측에 마을을 낀 능선을 지난다.
녹음 짙은 오르막 길 걷는 발걸음은 서서히 무디어지고, 다행이 초록 속에서 불어오는 바람 끝이 시원하여 무의식 중에 한발한발 옮기다 보면, 어느덧 마지막 봉우리 이티봉이 건너다 보이는 새터재로 내려선다. 우측에 우사가 있고 새터재를 가로 지르는 임도 건너 시원한 느티나무 아래서 점심을 먹으며 쉬어가기로 한다.
세 사람이 점심을 먹고 있는 동안에 선두팀 대원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도시락을 펼친다. 시원하게 점심을 먹은 당산나무 그늘을 뒤로하고, 삼각점이 있는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 이티봉을 넘어 넓은 이티재에 도착하니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이티재에 내려선 걸음은 버스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면서 해발고도 360m 이티재를 알리는 안내판 앞에서 기념사진 찍어주고 찍혀본다. 따라 온 대원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후 버스로 돌아와 배낭을 풀면서 오늘 산행 길은 종료된다.
새벽 4시경에 충북 청원군 남성면에 위치한 추정재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녹음 우거진 능선 길을 오르내리는 약 27.7Km 거리에 9시간 20분 정도 소요된,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지는 산행 길, 무척 덥다고 하던 날씨가 솔솔 불어주는 녹색 바람이 생각 보다 시원하게 느껴져 모두 별 무리 없는 산행을 마치고 이티재에 도착을 한다.
이티재 근처 밭에 농약을 치기 위해 받아 둔 물통으로 가서 별로 깨끗해 보이지는 않는 물로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 입으니, 그래도 개운한 느낌이 든다. 후미 대원들이 내려오는 동인 길가에 숲 속으로 자리를 옮겨 하산 주를 하다가 휴대폰 트랭글을 끄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얼른 자동차로 돌아와 트렉을 끄니 휴식 시간이 1시간 30분이나 된다.
하산주를 마치고 오후 3시에 출발하여 포항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들으니 오늘도 북한에서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고 한다. 처음 북한을 억압하며 기세게 나가는 듯 하다가 탄핵열풍에 휘말려 힘을 잃어가는 미국 대통령 트럼프를 조롱하듯 북한의 김정은은 거침없이 미사일을 쏘아대고 있지만, 유엔안보리 등 세계의 이목이 어린 김정은의 눈치만 보고 있는 것 같아 한심한 기분이 든다.
세월호 사건을 촛불민심으로 부추겨 보수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9년 만에 정권을 잡은 좌파들은 적폐청산을 부르짖으며 기회에 보수세력을 괴멸시키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으니, 깊어가는 갈등 속의 대한민국은 핵무기로 무장하고 떵떵거리며 허풍을 떨고 있는 북한 앞에 점점 초라하게 오그라드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산행 귀가 시간으로는 대체로 이른 시간인 저녁 6시경에 포항에 도착하여, 출발할 때 역순으로 포항 시내를 경유하며 회원들을 내리고, 날이 훤하게 밝은 시간에 두산위브 사거리에 내려 종종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면서, 기울어가는 오월 고운산정 산악회와 함께 걸은 한남금북정맥 제4구간 산행 길을 갈무리해본다.
(2017.05.21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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