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금북수필

한남금북정맥 6구간- 물폭탄 속으로 (모래재~ 보광산~ 행치재~ 구례고개)

호젓한오솔길 2017. 9. 30. 10:00

 

한남금북정맥 6구간- 물폭탄 속으로 (모래재~ 보광산~ 행치재~ 구례고개)

 


                                                            솔길 남현태

 


오랜 가뭄 끝에 이달 초부터 시작된 장마가 중부 지방에 집중적으로 많은 비를 내려 서울의 잠수교가 잠기는 등 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지만, 포항을 비롯한 동해안 지방은 장마 기간 내내 내린 비가 겨우 20mm도 되지 않아 저수지 마다 물이 마르고 논바닥이 거북이 등처럼 갈리지는 목타는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번 주말이 지나면 올 장마가 서서히 종료된다고 하여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비가 그리운 이번 주 일요일에는 고운산정 산악회에서 7월 정기 산행으로 한남금북정맥 6구간 산행을 가는 날인데, 여름철 날씨가 덥다고 하여, 이번 달과 다음 달은 무박 산행을 가기로 하고 토요일 자정에 출발하기로 한다. 이번 주에 산행을 가게 되는 충북 괴산군과 음성군에 많은 비가 온다고 하여, 무더운 가뭄에 비라도 흠뻑 맞아보자고 하며 우중산행 준비를 하고 나선다. 


날씨가 더운 여름철 우중 산행은 우의를 입고 걸어 땀에 젖으나, 비에 젖으나 몸이 젖는 것은 매 한가지이므로 비를 맞으면서 시원하게 걷는 것이 좋겠지만,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덥더라도 카메라보호를 위해 우의를 입어야 하므로 우의를 챙겨 넣는다. 신발은 물이 들어가면 무거운 가죽 등산화대신, 물이 잘 배출되고 가벼우면서 아깝지도 않는 낡은 고어텍스 신발을 신고 가기로 한다. 


이번 주에 산행하게 될 한남금북정맥 6구간은 충북 괴산군 사리면 모래재에서 시작하여, 최고봉인 보광산(539m)에 올랐다가, 고리티재, 백마산 갈림길, 보천고개, 마송고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생가가 있는 행치재를 지나, 큰산, 삼실고개, 돌고개를 거쳐 충북 음성군 음성읍 구례고개까지 이어지는 약 20Km 거리의 부드러운 산길에 끼꿉한 우중산행이 예상된다. 


산행 도중에 행치재 식당에서 아침을 먹을 수 있다고 하여, 가벼운 산행을 위해 마눌에게 도시락을 싸지 말라고 했더니, 말을 하려면 진작에 하지 도시락 다 준비해놓고 나니 취소를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불만이다. 도시락이 준비되었다고 하기에 비가오면 행치재 건너 큰산 정자에서 아침을 먹을 요량으로 배낭에 챙겨 넣고 집을 나선다. 


토요일 자정에 포항시 북구 장량동 두산위브 사거리에서 4명이 타고 출발한 버스는 부산프라자, 창포사거리, 우현사거리, 천령산 막걸리, 양학 육교, 한방병원, 승리아파트, 공대정문, 지곡 롯데마트에서 마지막 대원들을 태우니, 오늘 산행에 참여한 인원이 17명이라고 한다. 


평소에 모두가 단잠을 잘 시간이라 버스에 불을 끄고 모두 곤하게 잠을 자면서 고속도로를 달리는 도중에 휴게소에 한 번 들린 후 새벽 3 50분경에 산행 들머리인 모래재에 도착하니, 다행이 밤새 내리던 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듯 비가 오지 않는다. 야간 우중산행은 안경에 성애가 끼어 앞이 잘 보이지 않으므로 이래저래 보이지 않는 것은 매한가지라는 생각에 안경을 벗어 배낭에 넣고 침침한 눈으로 랜턴 불빛 사이에 끼어 보광산을 향하여 오르기 시작한다. 


랜턴 불빛 행렬을 이루며 가파른 길을 따라 오늘에 최고봉인 보광산(539m) 정상에 올라선다. 후두둑거리며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보광산 정상에서 선두팀 단체사진을 찍은 후 우의를 입고오던 길을 잠시 돌아 나와서 능선 길을 이어간다점점 거칠게 쏟아지는 장대비 속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은 사방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둠으로 앞 사람의 불빛만 보고 따라 가다가 잠시 한 눈을 팔면 불빛을 놓치게 되어 갈림길을 만나면 헤매게 된다. 


백마산 갈림길에 설치된 한남금북정맥 등산로 안내도 앞에 멈추었던 걸음은 한남금북정맥 산행안내판을 사진에 담아보고캄캄한 어둠 속으로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는 능선 길은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정신 없이 물 줄기가 쏟아져 내린다보호수 고목느티나무가 비를 맞고 서있는 보천고개에 내려서서쏟아지는 비가 멈출 것 같지가 않으니버스를 불러 여기서 산행을 종료하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부러 무박 산행을 와서 이제 겨우 9Km 걷고 산행을 종료할 수가 없어 일단 버스가 대기 중인 행치재까지는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하고빗줄기가 거친 보천고개에서 잠시 망설이던 걸음은 우의 자락으로 카메라를 가리면서 사진 몇 장 찍어보고는 보천고개 2차선 도로를 건너 보호수 느티나무 아래 도착하여 사진을 찍으려 해도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찍을 수가 없다. 


서둘러 378 봉으로 오르는 비탈 길 등산로는 온통 산 위에서 홍수가 쏟아져 내려오는 물 도랑으로 변하여 등산화를 잠기게 한다. 거친 물길을 따라 올라가면서 우의 자락 사이로 어렵게 사진을 몇 장 찍고 나니, 선두 일행과 거리가 멀어져 갈림길에서 잠시 헤매게 된다선두 팀 378봉 정상에 올라서 대원들이 올라오기를 잠시 기다렸다가 이어지는 걸음은 2차선 도로가 가로 지르는 '마송고개' 절개지를 건넌다. 


마송고개를 건너 무덤 몇기 있는 언덕배에 길을 찾아 나지막한 야산을 잠시 오르내리던 걸음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생가가 건너다 보이는 '행치재'로 내려선다건너다 본 큰산(보덕산)은 구름에 가리었고 내리던 비는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든 듯한 행치재 돌 공장 앞에 도착하여, 산행을 계속 진행하려 해도 도시락이 버스 안에 있어 걸음을 멈추고, 근처 한금령휴게소에 대기 중이던 버스를 불러 차 안에서 아침을 먹는다. 


아침 7시경 이른 시간이라 대원들이 아침을 먹으려고 버스가 대기 중이던 한금령 휴게소에도 아직 식당이 문을 열지 않았고길 건너 행치재 휴게소에도 조용한 것이 아직 식당에 문을 열지 않은 듯하니도시락을 싸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을 먹은 후 성실겁은 배낭을 다시 꾸리고 36번 국도를 건너기 위해 지하도 굴다리 쪽으로 내려서는 길에 우측에 표지석을 전문으로 만드는 돌 공장에 세워진 우람한 행치마을 표지석을 살짝 당겨보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생가터 표시가 붙은 36번 국도 지하 터널을 건넌다. 


지하 터널을 통과하여 행치마을 입구에 도착하니 반기문 생가를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고, 삼신산과 행치마을의 유래비를 향하여 생가 터를 향하는 골목 길가에 세워진 정자 보덕정 앞을 지난다. 보덕정 정자 뒤 연못 풍경을 돌아보고반기문 생가 안으로 들어서서 가족사진이 걸린 생가를 둘러본 후 밖으로 나온 걸음은 반기문 기념관 쪽으로 향한다. 


기념관 앞에 설치된 비책길 안내판과 '세계를 품으시는 태산이여' 칭송비, 유엔 사무총장 취임 선서 연설 비문을 사진에 담아보고 이른 시간이라 문이 잠겨있는 기념관 앞을 지나비책길 계단을 따라 큰산(보덕산) 1.14Km 남았음을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반기문 기념관 뒤 언덕배기 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다시 정맥길 마루금에 올라서고큰산이 0.84km 남았음을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가파른 오르막 길을 오르기 시작한다잠시 비가 그친 관계로 모두 우의를 벗고 올라가지만나는 귀찮아서 그냥 입고 올라가다가 가파른 오르막 길에서 후덥지근해진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우의를 벗어 배낭에 넣고 올라간다. 


큰산 정상부의 이정표와 벤치가 여러 개 설치된 쉼터를 지나 정자가 있는 정상 쪽으로 향한다큰산(보덕산) 정상에는 회원님들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기다리고 있어, 기념사진 찍어주고대장님 덕분에 나도 독사진 찍혀본다. 보덕산 정상에서 기념사진 찍혀보고정상석 옆에 노란 솔나물 꽃이 곱게 피어 있어 몇 장 찍어본다. 


비를 맞은 솔나물 꽃과 방금 올라온 지피지기님 사진을 찍고 있는데갑자기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하여 서둘러 정자로 올라간다. 원래 오늘 점심을 먹을 계획이었던 큰산 정자에 올라서 내려다본 풍경은 사방에 안개가 자욱하여 조망을 가리었고비를 맞으며 올라오는 대원들 모습은 즐겁기만 하다 


발아래 행치마을을 가린 안개는 바람 따라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옅은 안개자락 사이로 살짝살짝 감질나게 행치마을 모습을 보여준다. 대표님과 고문님 고수들은 쏟아지는 빗속에 여유롭기만 하고, 거세어진 빗줄기 속으로 안개가 걷히면서 서서히 조망이 트이기 시작하고시원하게 불어주는 바람이 잠시 정자에 머무르는 동안 서서히 한기를 느끼기 시작한다. 


다시 우의를 입으며 걸음을 이어갈 준비를 하고잠시 머물던 큰산 정자를 떠나 빗속으로 잠시 내려갔다가 가파르게 오른 봉우리에 설치된 삼거리 이정표 앞에서 보현산 쪽으로 향하여, 쏟아지는 빗속으로 미끄럽게 느껴지는 계단길 조심조심 내려선다다시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는 능선 길에서 만난 노란 각시 원추리 소나기가 소강상태를 보인 틈을 타서 몇 장 접사를 해본다. 


오늘은 산행 중에 비가 심하게 내려 사진을 찍지 못하다가 잠시 비가 멈추거나 약하게 내리는 틈을 타서 몇 장씩 찍다가 보니산행길 풍경이 잘 이어지지 않는 아쉬움이 든다노랗게 익어가는 개암이 고소한 맛을 풍겨주는 듯 어릴적 소먹이러 뒷산에 올라 개암을 따서 다람쥐처럼 바위에 앉아 돌로 두들기며 알을 까먹던 고소한 추억이 잠시 스쳐간다.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던 걸음은 '삼실고개'에 내려서고, 2차선 도로를 건너 나무 계단을 따라 절개지를 오르니아스팔트 농로 길이 이어진다삼실고개 좌우에 들어선 농가들을 돌아보고 복숭아 농장 사잇길로 난 시멘트 농로를 따라 걷는 길 가지 마다 조롱조롱 달린 복숭아는 노란 봉지 속에 갇히어 세상 돌아가는 물정도 모르고 오로지 농부가 바라는 대로 당도를 높여가며 누런 얼굴 토실토실 살찌워 간다. 


농로를 지나 무덤들이 지키고 있는 언덕배기 오르는 길덕에 올라 돌아보니 구름 걸린 걸어온 능선 아래 삼실재 주변의 숲과 어우러진 농가 풍경이 그림처럼 평화롭다. 무덤 뒤에서 돌아보며 멈추었던 걸음은 잠시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시멘트 농로가 있는 밤나무재에 내려서니, 다시 거친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속으로 나무계단길 올라 오르락 내리락 어두운 숲 속으로 이어지던 걸음은 훤하게 트인 돌고개를 내려선다. 


이 곳이 돌고개인 줄 알고 2차선 도로를 건너 임도를 따라 접어들어서 잠시 길을 잃고 들락날락 알바를 하게 된다. 로를 내려오기 전에 능선 갈림길에서 우회전을 하여야 하는데앞서간 발자국을 따라 좌측으로 잘 못 내려선 이 곳에서 길 건너 임도를 따라 들어가 한참 동안 알바를 하고 돌아 나와 큰 도로를 따라  4~5백 미터쯤 가서 돌고개 등산 리본들을 만나게 된다. 도로를 따라 내려와 돌고개를 지나 등산로 들머리에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복잡한 이정표에서 보현산 쪽으로 향한다. 


오늘 많은 사람들이 알바를 할 것 같아 리본을 달고 잠시 기다리다가 오르락 내리락 잠시 이어지는 걸음은 잘 가꾸어 놓은 묘지터를 지나 농로에 내려서고 길을 찾기 어려운 곳에 리본을 달아가며올라선 능선에서 오르락 내리락 하던 걸음은 철탑 아래를 지나고고만 고만한 능선들을 오르내리며 잠시 지루하게 느껴지던 발걸음이 자동차 소리 들리더니 2차선 도로가 가로 놓인 오늘 산행의 종점 구례고개에 내려선다. 버스가 기다리는 구례고개에 보현산 약수터 삼거리에 도착하여 보현산 약수터를 알리는 표지석과 보현산 임도를 알리는 안내판을 사진에 담아보고 배낭을 풀면서 빗속의 드라마 같은 한편의 산행 길은 종료된다. 


GPS를 끄기 위해 휴대폰을 드려다 보니, 아마도 휴대폰에 GPS 위치 정보가 켜져 있었어 인지 국민 안전처에서 충북(괴산, 증평) 지역에 호우경보를 알리는 긴급재난 문자가(6:29, 6:39) 연이어 날아오고, 괴산군청(7:52), 진천군(8:18)의 긴급재난 문자도 날아와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주위에 물난리가 난 듯하다. 


새벽 3 50분경에 모래재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어두운 물 폭탄 속을 걸어서 약 22 Km 거리에 7시간 7분 정도 소요된 산행을 마치고, 오전 11시경에 구례고개에 도착하니 내리던 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다. 젖은 배낭을 풀어놓고 갈아 입을 옷 보따리를 들고 근처 논들을 지나니, 밤새 내린 비로 도랑에 약간 흐린 물이 콸콸 흘러간다. 시원하게 몸을 씻고 옷을 갈아 입으니 기분이 상쾌하다 


버스를 이동하여 포항으로 돌아오는 길은 도중에 다리를 건널 때 마다 바라보는 차창엔 강을 가득 메운 누런 황토 물이 사납게 흘러가는 모습이 보이니, 역시 강에는 강물이 흐르고, 저수지 마다 물이 가득 고여 넘쳐흐르는 모습이 풍요롭게 보인다. 곳곳에 물이 고여 달리는 자동차들이 물살을 가르는 배처럼 느껴지는 고속도로를 달려, 오는 도중 문경시 주흘산 식당에 들러 간고등어 백반으로 점심을 먹으면서 하산주를 나누고 포항으로 향한다. 


하산주 시간이 짧았던 관계로 모자라는 알코올을 버스 안에서 보충하면서 출발하면서부터 줄 곳 빗길을 달려오다가 경북 상주 지방을 지나오면서부터는 하늘이 맑고 비 한 방울 내린 흔적이 없다오는 도중에 선산 휴게소에 들리니, 완전히 찜질방 같이 따끈따끈한 날씨가 밤새 비를 맞고 걸은 몸이 기분 좋게 느껴진다. 포항으로 돌아와 아침에 출발할 때 역순으로 회원님들을 내리고, 이른 시간인 오후 4시경에 아침에 출발한 장량동 두산위브 사거리에 내려 집으로 돌아오면서 고운산정 산악회와 함께한 한남금북정맥 6구간 산행 길을 갈무리해본다. 


오늘 우리가 걸어온 지역인 청주지역에 시간당 91mm의 강한 비가 순식간에 300mm 가까이 내려 22년 만에 최악의 홍수가 발생하여 인명과 재산 피해가 속출했다는 뉴스를 접하니, 새벽에 앞이 안 보이는 물 폭탄 속으로 보천고개 느티나무 밑을 지나 홍수가 쏟아져 내려오는 산봉우리를 거슬러 올라가던 야릇한 기분이 새롭게 느껴진다.

(2017.07.16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