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금북정맥 5구간- (이티재~ 구녀산~ 좌구산~ 질마재~ 모래재)
솔길 남현태
포항 동해안 지방은 시원한 동풍이 있어, 지난 오월 반짝 더위 이후 아직은 그리 더위를 모르고 지내고 있는데, 서쪽 지방과 내륙지방은 연일 30도를 넘기는 무더위가 이어지고 곳에 따라 37도까지 올라가는 폭염 주의보 속에 많은 국민들이 때 이른 더위에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한다.
더구나 오랜 가뭄이 심하여 어렵게 모내기를 한 논바닥이 거북이 등처럼 갈라지고 밭 작물은 말라 오그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농심은 타 들어 가고 있는데, 강 마다 녹조가 심하게 발생하니, 현 정부는 뚜렷한 대책도 없이 지난 정권의 사대 강 사업이 잘 못 되었다는 질타를 연일 쏟아내며 사대 강 보의 수문만 열었다 닫았다 하고 있다.
이래저래 민심이 흉흉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드러난 도덕적 결함으로 아예 자질 조차 안 되는 장관 후보들을 놓고 벌이는 여야 국회의 밀땅 청문회에서 말도 안 되는 '내로남불'의 여론 몰이로 국회 청문회는 참고용이라고 하며, 억지로 밀어 붙이는 청와대와 여당의 오만한 행동은 철없는 아이들을 제외한 대다수 국민들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때이른 무더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6월 셋째 주 일요일은 내가 몸 담고 있으며, 포항에서 유일하게 대간과 정맥 등 한반도 산줄기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로 모인 고운산정 산악회와 함께 한남금북정맥 5구간을 이어가기로 하였는데, 날씨가 덥다고 하여 출발 시간을 평소 보다 1시간 앞당겨 아침 4시에 출발하기로 한다.
이번 주에 산행하게 될 한남금북정맥 5구간은 지난 달에 산행을 마친 충북 청원군에 위치한 이티재에서 출발하여 애틋한 전설이 있는 구녀산을 지나 분젓치, 방고개, 한남금북정맥의 최고봉이라고 하는 좌구산에 올랐다가 삼군봉, 질마재, 칠보재, 칠보산, 쪽지봉, 송치재를 거쳐 충북 괴산군의 모래재까지 이어지는 약 21Km 거리의 무더위 속에 조금은 지루한 산행이 예상된다.
일찌감치 새벽 2시 30분에 일어나 아침을 먹은 후 무더위가 예상되어 얼린 식수 6병으로 배낭을 꾸리고, 별도로 식수 두 병을 보조 가방에 넣어 차에 두었다가 하산 후에 씻을 세숫물로 미리 준비를 한다. 밤잠을 설치고 새벽에 일어나 버스를 탄다고 생각하니 그런지 갑자기 아침을 먹은 속이 울렁거려 매실차를 한 잔 타서 마신 후 3시 30분이 조금 지난 시간에 집을 나서서 버스 출발 장소인 두산위브 사거리로 나가서 잠시 기다리니 버스가 도착하여 세 사람이 타고 출발을 한다.
일요일 아침 4시에 두산위브 사거리에서 3명이 타고 출발한 버스는 부산프라자, 창포사거리, 우현사거리, 천령산 막걸리, 양학 육교, 한방병원, 승리아파트, 공대정문, 지곡 롯데마트에서 마지막 대원들을 태우니, 오늘 산행에 참여한 새로운 대원이 1명 있었으나 지난 달에 나온 대원 중 2명이 빠져 19명이라고 한다.
모두 모자라는 잠을 보충하며 고속도로를 달려가는 도중에 휴게소에 2번 들렸다가, 이티재를 향하여 가는 도중에 온몸에 땀이 나기 시작하는 것이 한 동안 괜찮아지던 차 멀미의 전조현상을 보여 당황하게 한다. 아침 7시 40분경에 지난 달에 하산을 한 이티재에 도착하여 각자 산행준비를 하고, 잠시 모여서 기념 사진을 찍은 후 7시 45분경에 이티고개 마루금 위에 별장을 짓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공사장 안으로 길을 찾아 오르면서 산행 길은 시작된다.
별장 공사가 진행 중인 능선을 올라설 때는 시작도 하기 전에 벌써 땀이 나며 아침 햇살이 따갑게 느껴지더니, 잘 단장된 등산로의 그늘 속으로 들어서니 시원한 기분이 든다. 숲 속에 시원한 바람이 이는 등산로를 따라 잠시 가파른 길 올라가니, 여기저기 낡은 성벽이 보이고 운동 기구들이 설치된 구녀성에 올라선다. 여성 대원들이 올라와 애련한 전설이 있는 구녀성 안내판에서 회원님들 기념사진 몇 장 찍어보고, 잠시 성안으로 난 시원한 등산로를 걸어 돌무더기 있는 구녀산(484m) 정상에 이른다.
구녀산 정상에서 기념사진 찍어보고, 바람 시원한 구녀산을 뒤로하고 가파르게 내려서니, 우측에 벌목을 하여 조망이 시원하게 트인 능선에서 길가에 중나리 꽃을 만나 잠시 걸음을 멈추고 몇 장 접사를 하고 있으니, 모두 예쁘다고 하면서 지나가는데, 누군가가 나리꽃은 발랑 까진 꽃이라고 한다. 꽃잎을 뒤로 활짝 젖히고 숨긴 것 없이 속속들이 다 드러내 보이며 살포시 고개 숙인 그녀들이 아름답다.
작은 봉우리 오르내리는 시원한 등산로는 2차선 도로가 가로 지르는 분젓치로 내려서고, 좌측에 정자가 있어 다가가니 '좌구정' 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좌구정에서 기념사진 찍어보고, 내려선 걸음은 좌구산 휴양랜드 종합 안내판 앞에서 잠시 걸음 멈추었다가 절개지가 막힌 분젓치 등산로 입구를 찾아 도로를 따라 고개를 넘는다.
충북 증평군 증평읍 쪽에서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쪽으로 걸어 넘어와서 좌구산이 4Km 남았음을 알리는 분젓치 이정표를 지나 잠시 오르막 길 걸어 능선에 올라서니, '삼기저수지' 생태공원과 충북 증평군 증평읍 풍경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오랜 가뭄으로 바닥을 절반 이상 드러낸 삼기저수지는 시원한 빗줄기를 기다리고, 증평군 건너 두태산 줄기가 운무에 아른거린다. 이어지는 오르락내리락 트래킹 코스 같은 시원한 능선 길은 536 봉우리에서 잠시 쉬어간다.
높은 곳은 피해가는 의심이 길도 있고, 평온하게 이어지는 등산로는 아침 9시가 지난 시간에 휴게시설 식탁과 벤치가 설치된 천문대가 가까워진 곳에 이르러, 새벽 2시 30분에 아침을 먹고 나온 터라 뱃속이 출출하게 느껴져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하고 도시락을 펼치니, 따라 오던 일행들이 대부분 점심을 이 곳에서 먹고 가기로 한다. 벤치와 테이블이 있는 시원한 곳에서 점심을 먹고 잠시 내려선 걸음은 좌구산 천문대가 있는 시멘트 도로 '방고개'에 도착한다.
방고개 등산로 입구의 이정표를 지나 나무계단 길 오르니, 증평 좌구산 천문대 앞으로 지난다. 좌구산 천문대를 뒤로하고 잠시 오르막 길 오르니, 길가에 칼로 밴 듯이 갈라진 바위가 부단한 노력으로 59세 때 병과에 급제하여 대기만성 형의 표본이며 조선중기의 대 문인으로 이름을 남긴 백곡 김득신의 충성심의 표상인 '충절바위'라고 한다.
충절바위 안내판 충절바위 앞에서 잠시 머물던 걸음은 잠시 가파른 길 걸어 좌구산 인줄 알고 올랐던 돌탑 봉우리를 지나, 잠시 내려갔다 오르니, 호남정맥 최고봉임을 알리는 좌구산(657m) 정상에 올라 기념사진 찍혀보고, 찍어본다. 좌구산 정상에 트인 유일한 조망은 걸어온 능선과 산봉우리들이 아스라히 펼쳐지고, 골짜기 휴양림 풍경 살짝 당겨본다.
좌구산 정상의 이정표에는 질마재가 2.4Km 남았음을 알리고, 이어지는 걸음은 새작골산(613m), 삼군봉(충북 증평군, 괴산군, 청주시 상당구)에 올라선다. 새작골산 삼거리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선두 대원들이 쉬고 있는 새작골산에서 머뭇거리던 걸음은 잠시 오르내리다가 질마재(350m)에 내려선다.
절개지 옆으로 돌아 질마재 2차선 도로를 건너고, 정맥 마루금이 잘려진 질마재 절개지 모습 바라보며, 절개지 옆으로 난 비탈 길을 따라 다시 한남금북정맥 마루금에 올라선다. 무명고개를 건너며, 오르내리던 걸음은 임도가 가로 놓인 칠보재에 내려서고, 오디를 따 먹으며 쉬어가는 칠보재 임도를 건넌다.
칠보산을 오르던 걸음은 갑자기 졸음이 몰려오더니, 양쪽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며 갑자기 배가 아파온다. 다리에 쥐가 내려 두 번을 퍼질고 앉으면서 어렵게 칠보산에 올라 잠시 휴식을 취한 걸음은 칠보산을 지나 잠시 고개로 내려갔다가 쪽지봉 오르는 길에서 또 경련으로 쓰러진다.
산이좋아님, 산꽃님, 김향님이 다리를 근육을 주무르는 응금처치 하여 한발한발 어렵게 내디딘 걸음은 어렵게 쪽지봉 정상에 올라선다. 앞서간 대원들이 고운산정 리본을 달아놓은 쪽지봉 정상에서 기념사진 찍혀보고, 김향님, 산이좋아님이 앞에서 무디어진 내 발걸음을 걱정하며 걷는다.
쪽지봉 삼거리로 돌아와 오늘의 종점인 모래재를 향하여, 내리막 길 내려서며 무딘 발걸음을 이어간다. 전기 철망 너머로 보이는 골짜기 넓은 목장에는 양떼들 노닐고, 멀리 바라보는 산봉우리들은 자락마다 사람 사는 흔적들이 얼룩져있는데, 발아래 골짜기 목장 풍경 한가롭다. 내리막 길 이어지다가 다시 오르는 길은 한 발 잘못 옮기면 그 자리에 꼬꾸라지니, 쥐가 내린 다리는 오르막 길을 만나면 답답해진다. 앞서 가는 두 사람은 걸음을 늦추고 돌아보며 걱정을 한다.
우측에 농장 철망이 쳐진 능선길 내려서니 숲 속에 작은 돌탑들을 쌓아놓은 송치재를 건너, 다시 앞을 막아서는 답답한 산봉우리 앞에서 산꽃님의 과일을 나누어 먹으며 잠시 쉬고 나서 한땀한땀 바느질하듯 차곡차곡 밟아 올라간다. 벌목을 한 농장 언덕 위에서 걸어온 능선 길 돌아보고, 이어지는 내리막길은 모래재 '보광산 관광농원' 안으로 내려선다. 보광산 관광농원 풍경 대충 훑어보고 도로변에 기다리는 버스에 돌아오면서 산행 길은 종료된다.
아침 7시 45분경에 이티재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산행거리가 짧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산행 도중에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 몇 번 주저앉아 마사지를 하는 힘겨운 산행이 7시간 35분 소요된, 오후 3시 20분경에 모래재에 있는 버스에 도착하니 같이 오던 선두팀은 1시간쯤 전에 내려온 듯하다. 기사 아저씨가 실어다 놓은 물에 얼음을 넣은 시원한 빙수로 등목을 하고 옷을 갈아 입으니 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직 후미 세 사람이 내려오지 않아 기다리는 동안 하산 주를 할 곳이 마땅치 않아 버스에 에어컨을 켜고 버스 안에서 하산 주를 나누며 후미를 기다리다가, 약 2시간쯤 기다린 오후 5시 10분경에 후미가 모두 하산을 하여, 오는 도중에 문경 주흘산 아래 주흘식당에 들러 간 고등어구이 된장찌개 백반으로 저녁을 먹은 후 저녁 9시가 가까워지는 시간에 포항으로 돌아와 아침에 역순으로 대원들을 내리고, 종점에 내려 집으로 돌아오면서 힘겨웠던 오늘 산행 길을 갈무리해본다.
집으로 돌아와 TV를 보니 오늘이 일요일인데, 위장 전입, 투기, 탈세 등 의혹으로 대통령 선거공약 5대 인사배재 원칙에 저촉되고, 도덕성과 자질 검증이 안되어 국회 야 3당에서 '자격미달'이라고 지명 철회를 요구한 강경화 외무부장관 후보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이어 두 번째로 국회의 인사 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대통령이 임명장을 수여하는 모습이 방영되는 것을 보니 눈꼴 시리다. 정국의 앞날은 국회 청문회는 참고 사항일 뿐이라고 하며 밀어붙이는 청와대와 무능한 야당의 대립 구도 속으로 급속하게 빠져들고 있는 듯하다.
(2017.06.18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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