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찾아온 가을
* 위 치 : 경북 포항시 북구 장성동
* 일 자 : 2017. 11. 05 (일요일)
지난 시월의 마지막 주에는 모두가 천하제일경 이라고 칭송하는 중국의 장가계 여행을
마눌과 같이 다녀오고 나니,
웬만한 것은 눈에 들지 않은 것이 괜스레 눈 맛을 배려 놓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너무 먼 곳만 찾다가 정작 주위를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는 단풍 산행을 가보지 못하여
이번 주에는 가까운 근교 산을 찾아
한창 무르익어가는 가을 풍경이나 실컷 구경하고 오자 하였는데,
토요일 오후에 갑자기 재종 형수님이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받게 되어 부득이 산행을 포기하게 된다.
일요일 낮에 집 근처에 있는 '포항 시민 장례식장'으로 간다고 마눌과 같이 집을 나서니,
아파트 주위에는 어느새 도로변의 가로수 은행 나무들이 노랗게 물이 들어
곧 잎을 지우고 말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휴대폰을 꺼내 들고 아쉬운 사진 몇 장 담아본다.
* 계절은 어느덧 11월 첫째 주
아파트 옆 도로변에 가로수 은행나무들은
* 조석으로 불어오는 소슬바람에
노랗게 물이 들어
* 고운 잎들을
한장 한장 아쉬운 듯 지우고 있다.
* 지난 여름 화사한 모습으로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던 연꽃들이 사그라진 몰골로 맥없이 널브러진
옛날 미군부대 앞 어수선한 신제지 풍경은
* 어느새 가을이 이곳까지 깊숙이 들어와 있음을
실감이 나게 한다.
* 빨갛게 물들어버린 지친 벚나무 잎들이
하나 둘 내려앉는
작은 신제지 저수지 데크를 돌아
* 장례식장에 들러
고인의 영정 앞에 문상을 하고 나니,
요즘 장례식장에서는
대소가 친척들이 모여 앉아도 별로 할 일이 없다.
옛날 할아버지 할머니 상을 당했을 때만 해도
7일장, 5일장을 하면서도 상주는 방안에서 곡 소리가 끊이지 않아야 했으니
독자이신 아버님은 제대로 잠 한숨 못 주무시고
몇 날 며칠을 혼자서 곡을 하시던 모습이 어제 같이 떠오른다.
대소가 친척들은 모두 모여서 의논을 해가며 장례 준비를 직접하고,
여자들은 추운 겨울날 마당에 설치한 커다란 무쇠 가마솥에 연기 나는 나무를 때어가며
어렵게 많은 음식들을 직접 장만하여,
먼 곳에서 문상을 와서 동네 사랑방 마다 주무시는
문상객들을 대접하는 밥상과 술상을 들고 빙판길로 나르느라 남녀노소 모두가
며칠 동안 정신이 없었는데,
요즘은 전문 장례식장에서 다 알아서 해주니
돈만 있으면 세상이 참 편하고 좋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문상을 온 친척과 지인들을 만나
잠시 서로의 안부 인사를 나누고 나니, 별다른 할 일도 없이
분주한 상가에서 음식만 자꾸 축내고 있는 것 같아
내일 아침 발인 시간에 맞추어 다시 오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 온다.
* 노랗게 익을 대로 익어버린
은행나무 가로수 길,
* 집으로 걸어오면서 마눌이
가까운 오어사 단풍 구경이라도 한 번 다녀올까? 하였지만,
상가에서 이미 소주를 한 병 정도 마셔버린 터라 운전을 할 수 없고 하여,
단풍 구경은 다음 기회로 미루자고 하면서
집안에 눌러앉아 어영부영 하다 보니, 가을이 손짓하는 일요일 하루가 조금은 아깝게 지나가버린다.
2017.11.05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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